posted by 구름너머 2010. 12. 1. 09:49
[아기곰의 부동산 산책] 전세가 상승은 매매가 상승의 ‘전조’

한경비즈니스 | 기사전송 2010/12/01 09:41

이선아(가명) 씨는 오랜만에 친구와 함께 영화를 보기로 했다. 약속 장소까지 지하철을 타고 가려고 지하철역에 들어서는 순간 이상한 것을 발견했다. 지하철 안으로 들어가는 개찰구 수가 나오는 개찰구 수보다 훨씬 적은 것이다.

그런데도 불구하고 들어가는 개찰구 앞에서 기다리는 사람은 거의 없었다. 지하철이 목적지에 도착하자 사람들이 나가는 개찰구 쪽으로 몰렸다. 나가는 개찰구 수가 훨씬 많은데도 불구하고 나가려는 사람들의 줄이 길게 늘어섰다.

극장에 도착해 화장실에 들어서자 그 큰 화장실이 거의 텅 비어 있었다. 하지만 영화가 끝나고 화장실을 다시 찾은 그녀는 길게 늘어선 줄에 놀랄 수밖에 없었다.

주택 시장 바로미터는 ‘공급’

같은 개찰구지만 들어가는 쪽은 한산한데 나오는 쪽은 붐비고 같은 화장실이라도 때에 따라 어떤 때는 아주 한산하다가 어떤 때는 아주 복잡한 이유는 무엇일까.

지하철이 도착하면 사람들이 한꺼번에 내리기 때문에 나오는 쪽 개찰구가 붐비는 것이고, 반대로 들어가는 개찰구에는 사람들이 한꺼번에 몰리는 일이 거의 없기 때문에 언제나 한가해 보이는 것이다.

극장 화장실도 마찬가지다. 영화가 시작되기 전에는 따로따로 화장실을 찾지만 영화가 끝나면 한꺼번에 화장실을 이용하기 때문에 붐비는 것이다. 이용객 수에 비례해 적정수를 설치했지만 특정 시점만 놓고 보았을 때는 이처럼 수요와 공급을 정확히 맞추기가 어려운 것이다.

이런 문제는 주택 시장에도 그대로 적용된다. 시장의 기능이 제대로 작동되면 주택 시장을 거시적으로 볼 때 수요와 공급이 균형을 이룬다. 공급이 초과돼 미분양이 늘어나면 건설 업체에 적자 부담이 커지므로 공급을 줄이고 반대로 수요가 공급을 초과하면 집값이 상승해 건설사들이 주택 사업에서 이익을 볼 수 있는 구조가 되기 때문에 공급을 늘린다.

그러나 미시적으로 보면 수요와 공급은 대부분 엇갈린다. 수요와 공급의 증가가 동시에 이뤄지지 않기 때문이다. 공급은 계단식으로 늘어난다. 예를 들어 시장 전체에 1월 2000가구가 공급됐다면 한동안 공급이 없다가 5월 3000가구가 공급되는 등의 방식으로 진행될 것이다.

하지만 이렇게 공급이 는다고 수요가 그에 맞춰 증가하지는 않는다. 주택 수요 증가는 가구 수 증가를 의미하는데, 1월에 2000쌍이 결혼했다가 2~4월 사이에는 결혼하지 않고 5월에 몰아서 결혼하지는 않는다. 이런 이유로 1월과 2월에는 공급이 초과돼 집값이 약세를 보이다가 3월과 4월에는 오히려 수요가 초과돼 집값이 강세를 보이게 되는 것이다.

집값은 유동성과 수요, 그리고 공급이라는 세 가지 변수에 가장 크게 영향을 받는다. 수요와 공급이 균형을 맞추고 있는 상태라도 유동성이 늘어난다면, 다시 말해 인플레이션이 시작된다면 집값은 오를 수밖에 없다.

또는 유동성이 급격히 늘지 않더라도 공급보다 주택의 수요가 증가하면 집값이 오른다. 하지만 유동성과 수요가 늘어나지 않는 상태에서 공급만 늘어난다면 이번에는 집값의 하락을 막을 수 없다. 그런데 왜 공급이라는 변수가 갑자기 중요하게 떠올랐을까. 시장의 패러다임이 바뀌었기 때문이다.

과거 주택 보급률이 낮았을 때는 일시적인 공급과잉이 시장에 미치는 영향이 적었다. 예를 들어 주택 수 50채가 부족한 지역이 있다면 이 지역에 30채가 동시에 공급된다고 해도 여전히 공급 부족 현상이 지속되는 것이다.

하지만 주택 보급률이 어느 정도 높아진 현재는 그 상황이 아주 다르다. 주택 수가 10채만 부족한 지역에 30채가 동시에 보급된다고 하면 이번에는 20채나 남아돌게 된다. 그러면 그 지역의 수요가 늘어나 수요와 공급이 균형을 이룰 때까지 집값이 약세를 보이게 되는 것이다.

그러므로 앞으로는 유동성 증가나 수요 증가만큼이나 공급이라는 변수를 주목해야 한다. 주택협회에 따르면 2007~2009년 전국 아파트 분양 실적은 2007년 18만4172채, 2008년 10만3874채, 2009년 11만3477채라고 한다.

통상 분양 후 3년 차에 입주하는 것을 감안하면 올해 입주분보다 내년 입주분이 44%나 급감하는 것을 알 수 있다. 올해 집값이 전반적으로 약세를 보인 것이 공급과잉 때문이므로 내년 주택 시장의 향방을 엿볼 수 있는 대목이다.

분당·용인 전셋값 상승 ‘주목’

이번에는 이러한 공급과잉이 지역적으로 어떤 영향을 미치는지 알아보자. 2008년 하반기 송파구 잠실 지역에 주공1단지를 재건축한 엘스 아파트, 2단지를 재건축한 리센츠 아파트, 잠실 시영을 재건축한 파크리오 아파트 등 2만여 가구가 거의 동시에 입주했다.

이 때문에 잠실뿐만 아니라 인근 지역의 전셋값 및 집값이 하락세를 면치 못했다. 인근 지역에서 전세를 살다가 이들 단지로 이전하려는 수요와 인근 지역의 집을 팔고 이 지역으로 이전하려는 수요가 뒤섞였기 때문이다.

이 때문에 2008년 6월 ㎡당 959만 원이었던 잠실 지역의 아파트 값은 6개월 후인 2008년 12월 12.2%나 빠진 842만 원까지 떨어졌고 전셋값 또한 259만 원에서 9.3%가 빠진 235만 원까지 떨어졌다.

물론 이 시기는 국제 금융 위기로 주택 시장 전체가 하락을 면치 못하던 때다. 같은 시기에 서울의 평균 아파트 매매가가 527만 원에서 507만 원으로 3.8% 하락했고 전셋값은 184만 원에서 178만 원으로 3.3% 하락한 것을 감안하더라도 잠실 지역 공급과잉의 위력을 짐작할 수 있을 것이다.

그러나 이러한 대규모 입주 폭탄도 시간이 흐름에 따라 시장에서 소화되게 마련이다. 잠실 지역 매매가는 그로부터 8개월이 흐른 2009년 8월에 2008년 하반기에 빠진 가격을 회복할 수 있었고 전셋값은 불과 두 달 만에 하반기 하락분을 회복할 수 있었다.

전셋값이 먼저 회복되고 매매가가 그 뒤를 따르는 형태가 된 이유는 임대 시장은 100% 수요 공급의 영향을 받는 비탄력 시장인 반면 매매가는 정책 변수나 향후 집값 전망에 따라 수요가 달라지는 시장이기 때문이다. 전세와 매매 반등 시점이 6개월 정도 차이가 나는 것을 알 수 있다.

그렇다면 이런 현상은 어디에서 나타날까. 첫 번째 지역으로 분당을 꼽을 수 있다. 2009년부터 이어진 판교 입주가 거의 끝나가기 때문이다. 그동안 판교 입주가 진행되면서 분당 집을 팔거나 전세를 빼서 판교에 입주하려는 수요 때문에 분당 집값 하락세가 이어져 왔었다.

그런데 판교 입주가 끝나감에 따라 앞으로는 공급보다 수요 증가가 더 늘어날 것이므로 분당 지역의 반등이 예상된다. 그 전조로 분당 지역의 전셋값 상승이 가파르다. 6개월의 시차를 두고 전셋값 상승이 매매가 상승을 이끌었던 2009년도의 송파·잠실의 예처럼 분당 지역도 반등에 성공할 수 있을지 주목해 볼 필요가 있다.

분당이 반등에 성공한다면 공급과잉에서 벗어날 그 다음 지역은 용인 지역이 될 가능성이 높다. 용인 지역의 전셋값도 상승세로 돌아섰기 때문이다. 반면 매매가와 전세가 모두 약세를 면치 못하고 있는 고양·파주 지역은 어느 정도의 시간이 더 필요하다고 할 수 있다. 이들 지역도 전셋값 상승이라는 신호가 나타나면 일정 시간이 흐른 후 매매가 상승으로 이어질 가능성이 높다.

주택 보급률이 낮았던 과거에는 공급이라는 변수는 무시해도 좋았다. 하지만 현재는 공급이라는 변수가 집값의 향방을 좌우하는 중요한 요소로 부각되고 있는 만큼 시기별·지역별 공급 상황을 염두에 두고 투자에 임하는 것이 좋다. 수요와 공급의 균형을 판단할 수 있는 가장 좋은 지표는 전셋값 상승률이라고 할 수 있다.

아기곰 부동산 칼럼니스트 a-cute-bear@hanmail.net

국내 최대 부동산 동호회인 ‘아기곰동호회’의 운영자, 부동산 칼럼니스트. 객관적인 사고, 통계적 근거에 의한 과학적 분석으로 부동산 투자 이론을 업그레이드시켰다는 평을 듣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