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정금리·변동금리 마음대로 바꾼다… 주택담보대출 ‘스와핑 상품들’ 은행대출을 조금이라도 받아 본 사람이라면 금리변동이 얼마나 스트레스를 주는지 피부로 느낄 것이다.
주택담보대출 금리의 기준이 되는 양도성 예금증서(CD) 금리는 지난해만 0.7%포인트 올랐는데, 만일 1억원을 대출 받았다면 연간 60만원 정도 이자부담이 더 늘어나는 셈이다. 스트레스를 줄이는 방법이 없을까? 머리 좋은 금융기관들이 이 같은 고객 니즈에 부응한 새 상품들을 내놓고 있다. 고정금리와 변동금리를 고객 마음대로 왔다갔다하는 주택담보대출이 대표적이다.
‘스왑(swap)’이라는 낯선 금융용어를 사용한 주택담보대출 상품까지 등장했다. 이른바 ‘대출금리 스와핑’. 현실에서 ‘스와핑’은 불륜(不倫)이지만, 재테크에서 ‘스와핑’은 위험부담을 줄이기 위해 금리 조건을 갈아타는 고차원 전략이다.
◆고정·변동금리를 섞기도 하고 갈아타기도 하고
대출을 받을 때는 앞으로 금리가 어떻게 될지 정확히 전망하는 것이 가장 중요하다. 그런데 금리가 당분간 오르다가 몇 년 뒤에는 내릴 것 같다면 어떻게 할까. 대출 전반기에는 고정금리가 적용되고 몇 년 지난 뒤 변동금리가 적용되는 혼합형 상품을 선택하는 것도 한 방법이다.
혼합형 상품은 지난해 말부터 대부분의 은행에서 팔고 있다. 신한은행의 ‘신한장기모기지론’이나 ‘탑스 주택담보대출’은 기본적으로 변동금리 대출이다. 하지만 통상의 변동금리 상품이 3개월마다 금리가 바뀌는 반면, 이 상품은 고객의 선택에 따라 가장 길게는 5년에 한번만 금리가 바뀐다. 따라서 5년 동안에는 시중금리가 오르더라도 대출금리가 고정되는 효과를 거둘 수 있다.
한 단계 더 진화한 상품으로는 고정금리와 변동금리를 고객 마음대로 선택하는 상품이 있다. 우리은행의 ‘아파트파워론3’도 그 중 하나다. 이 상품의 경우, 예를 들어 처음에 연 7% 고정금리로 대출을 받았다고 하더라도, 시중금리가 연 6% 아래로 떨어지면 다시 대출계약을 변동금리로 바꿀 수 있다. 반대로 처음에 변동금리로 대출 받았더라도, 금리가 너무 뛴다고 판단되면 고정금리로 전환할 수 있다. 단 대출 후 1년이 지난 뒤부터만 조건을 바꿀 수 있으며, 조건 변경 시 대출금액의 0.1%를 수수료로 내야 한다. 조건 변경의 기회는 두 차례만 부여된다.
하나은행의 ‘셀프디자인모기지론’도 비슷한 방식이다. 대출 기간 내에 두 차례에 걸쳐 ‘고정금리→변동금리’ 혹은 ‘변동금리→고정금리’의 조건 변경이 허용된다.
◆고정·변동금리 마음대로 바꾸는 스왑 상품
이보다 금리조건 변동이 훨씬 자유로운 상품도 출시되기 시작했다. 국민은행이 지난달 말 내놓은 ‘KB 스왑 연계 아파트 담보대출’이 대표적이다. 이 상품은 대출 기간 중에 1·2·3·4·5년 주기로 ‘고정금리’ 계약을 자유롭게 맺을 수 있다는 특징이 있다. 예를 들어 처음에 변동금리로 대출 받았다고 하더라도 금리가 오를 것 같다 싶으면 재빨리 은행과 고정금리 계약을 맺으면 된다. 이때 계약기간은 1년으로 할 수도 있고, 2년, 3년, 4년, 5년으로 할 수도 있다. 최장 30년 동안 대출을 받을 수 있는데, 1년씩 매년 연장한다면 30번까지 고정금리 계약을 맺을 수 있다. 또 만일 1년간 고정금리 계약을 맺었는데 1년 후 금리가 내리고 있는 추세라면, 다음부터는 고정금리 계약을 맺지 않고 그대로 변동금리 상태로 두면 된다.
국민은행 가계여신부 고광래 팀장은 “일반인들은 금리 예측이 쉽지 않기 때문에, 필요할 때마다 고정금리로 전환할 수 있게 함으로써 위험을 최소화할 수 있다는 것이 가장 큰 장점”이라고 말했다. 단 이 상품은 일반 아파트 담보대출처럼 CD금리를 기준으로 하지 않고 스왑 금리를 기본으로 한다. 11일 기준 스왑 금리가 반영된 대출 상품의 최저 금리는 연 5.58%로 CD 변동금리 상품 최저금리인 연 5.65%보다 낮지만 금리 스왑 시장(금융기관끼리 고정금리와 변동금리를 일정 기간 동안 상호교환하기로 약정하는 시장) 상황에 따라 바뀔 수도 있다.
◆속 시원하게 완전 고정금리로
금리변동에 신경쓰기 싫고, 스와핑도 골치 아프다면 대출 기간에 상관없이 처음부터 끝까지 금리가 동일한 완전 고정금리 장기상품을 이용하면 된다. 그런데 그런 상품은 주택금융공사가 유일하다. 공사가 인터넷에서 팔고 있는 e-모기지론은 완전 고정금리면서 금리도 낮아 최근 수요가 늘고 있다. 10년 만기 e-모기지의 최저금리는 연 5.75%, 시중은행의 변동금리 상품보다 낮을 수 있다. 다만 이 상품은 ‘서민들의 내집 마련 지원’이 목적이므로 소득 증빙이 가능한 1가구1주택자만을 대상으로 한다. 또 시가 6억원 이하 주택만 가능하고, 최대 대출액도 3억원으로 제한된다.
<키워드> 금리 스와핑(swapping)=변동금리와 고정금리를 일정 기간 동안 맞바꾸는 금융거래를 말한다. 금리 변동에 따른 위험을 줄이기 위해 주로 사용된다.
[김정훈 기자 runto@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