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양인의 화법
지은이: 전영우
출판사: 창조사
봉사자: 강남순
머리말
우리는 예로부터 언어예절을 숭상해 온 민족이다. 바른 몸가짐, 고운 말씨를 사회생활의 가
장 큰 덕목으로 삼았던 것이다. 그러기 위해서 선한 인성에 바탕을 둔 지혜로운 화법을 가
르쳐왔다. 어느 선인이 암긴 그 가르침의 한두대목을 옮겨본다.
"남을 이롭게 하는 말은 따뜻하기가 햇솜과 같고, 남을 해치는 말은 날카롭기가 가시와 같
다. 한마디의 말이 남을 해쳐 아프기가 칼로 베는 것과 같기도 하다. 입은 곧 남을 해치는
도끼요, 말은 곧 혀를 베는 칼이니 입을 다물어 혀를 깊이 간직하면, 어느 곳에서나 곧게 지
켜져 몸이 편안할 것이다."
오늘날의 화법교육을 아무리 잘 한다 해도, 대화에서의 마음가짐을 이보다 더 명쾌하게 설
명할 수 있을까? 또 말할 때의 몸가짐은 어떠해야 하는지, 다음과 같이 이르고 있다.
"말할 때 몸을 비틀지 말며, 머리를 흔들지 말며, 손을 놀리지 말며, 무릎을 달싹거리지 말
며, 발을 떨지 말며, 눈을 깜빡이지 말며, 눈동자를 굴리지 말며, 입술을 씰룩이지 말며, 침
방울이 튀게 하지 말며, 턱을 괴지 말며, 수염을 문지르지 말며, 혀를 내밀지 말며, 손뼉을
치지 말며, 손가락을 튀기지 말며, 팔을 부르걷지 말며, 얼굴을 쳐들지 말며,..."
이 책은 1973년 10월에 초판된 ((교양인의 대화술))을 바탕으로 하여, 1982년 10월에는 이
를 개정, ((교양인의 대화법))으로 출간한 바 있고, 또 이번에는 다시 많은 것을 증보하여
((교양인의 화법))으로 내놓는다. 책이란 10년, 20년을 두고 힘을f 들여 깁고 더하는 가운데
서 그 내용이 보다 충실해진다는 것을 새삼 알게 되었다.
저자는 이 20년을 지내오는 동안, 우리나라 국어교육에서 "글은 가르치는데 왜 말을 가르
치지 않는가?" 라는 문제를 가지고, 나름대로 '올바른 화법교육'을 주장해왔다. 방송에서, 대
학에서, 많은 직장을 찾아다니면서 쉬지않고 지금도 이 작업을 하고 있는 것이다. 그런데 다
행히도 교육부에서는 1996년부터 고등학교 교육과정에 (화법)을 필수과목으로 채택한다고
발표했으니, 이 얼마나 반가운 일인가!
그동안 우리나라 각급 학교의 국어 교육은 글을 가르치는 교육이었을 뿐, 말을 가르치는
교육은 아주 등한시해 왔다. 외국어는 단어 하나를 놓고도 그 발음을 몇번이고 거듭 가르치
면서, 국어의 발음은 그대로 내버려 두었던 것이다. 그 결과 오늘날, 우리 젊은이들의 국어
발음은 장단도 모르고 강약도 모르는 제멋대로의 소리는 내는 것을 많이 본다. 참으로 큰
걱정이 아닐 수 없다.
말이란 제 혼자서 하는 것 같지만, 실은 엄연한 약속과 어길 수 없는 규칙이 있는 것이다.
더구나 온나라 사람들이 함께 쓰는 '국어'이고 보면, 그것은 몇몇 학자나 전문가가 지배하는
것이 아니라, 민족 공동의 힘으로 다듬어지고 가꾸어지는 절대하고도 영원한 생명체인 것이
다.
세계적으로 가장 세련되었다는 프랑스말이 품위와 격을 유지하는 까닭도, 프랑스인이 제
나라 말을 아끼고 사랑해온 때문이요, 프랑스인이 그들의 정신을 굳건히 지켜온 때문이다.
우리에게도 남못지않는 말과 글이 있을진대, 우리 모두의 힘으로 다듬고, 가꾸어 나간다면
얼마든지 더 아름다워질 수 있고 더 세련될 수 있을 것이다.
오늘날처럼 국어생활에 대한 적극적인 인식이 요구된 적은 일찍이 없었다. 수천년을 이어
져온 우리말의 혼과 맥을 잇는다는 일, 그리고 실질과 실용을 살리며 예절과 교양을 담은
새시대에 맞는 화법을 다듬어간다는 일은 진정 가슴 뿌듯한 사명이 아닐 수 없다.
나와 남과의 대화가 원만해야 개인의 발전은 물론 공동체의 번영을 도모할 수 있는 것이
다. 주위사람이 나의 언동을 어떻게 보는가, 그들의 마음의 눈에 내가 어떻게 비추이기를 바
라는가, 아니 어떻게 비추이는 것이 바람직한가를 소홀히 생각할 수 없는 것이 현대인의 생
활이다.
입이 말하고 귀가 듣는 것이 아니라, 입을 통해 인격이 말하고 귀를 통해 인격이 듣는 화
법의 실상을 모르기 때문에, 가장 질서가 지켜져야 할 의사당에서조차 욕설과 폭언이 난무
하게 되는 것이다. 또 방송은 흥미에 치중함으로써 오락이 우세하고 교양이 열세로 밀리는
경향이다. 따라서 방송이 국어생활의 시범을 보이지 못하고 있음이 안타깝다.
대화능력이 예절과 교양, 그리고 품격을 유지할 때, 가정생활은 물론 사회생활이 윤기를
더해갈 수 있을 것이다. 개인.가정인.직장인.한국인.국제인으로 발전해나감에 있어, 이 ((교양
인의 화법))이 좋은 반려가 되었으면 한다.
또 먼저 나온 ((오늘의 화법))은 이 책과 '자매편"이 되는 내용이니만큼, 함께 일어주기
바
란다.
지 은 이 씀
1 대화할 때의 몸가짐 마음가짐
1, 커뮤니케이션의 중요성
말하는 것, 글 쓰는 것, 읽는 것 등은 인간이 갖는 현저한 특징인 동시에 중요한 기술이요,
또 다른 동물이 갖지 못하는 위대한 능력이다. 물론 개나 원숭이는 공포, 노여움, 주림, 기
쁨, 고통, 애정, 등을 어느 정도 표현할 수는 있다.
그러나 추상적인 생각, 과거의 회상, 미래에 대한 희망, 앞으로의 계획을 남에게 전할 수
있는 것은 오직 인간 뿐이다. 인간만이 약속하고 또 약속을 지킬 수 있다. 인간만이 경험을
기록하고 성공 또는 실패의 기록을 적어 남길 수 있다. 인간만이 미래 세대에게 유산과 전
통을 전승하며 선인의 경험을 유효 적절히 활용할 수 있다.
언어에 의한 전달이 없으면 교육 또한 어미 곰이 새끼 곰에게 가르치는 정도 이상으로 현
저한 것이 못된다. 추상 개념을 표현하는 능력이 없으면 지금 우리가 누리고 있는 과학의
진보나 인류 문화도 없었을 것이다. 우리는 서로 의사를 소통함으로써 살아나가고 있으며,
이 대문에 우리는 각자 남에게 주는 영향을 마음에 잘 새기고, 사려와 예절로 생각과 느낌
을 남에게 전하는 것이 매우 중요함을 알고 있다.
자기의 생각, 기분, 선의를 남에게 알리는 태도는 단지 사교상의 마음가짐 유무를 나타내는
데에 한정되지 않는다. 전달을 통하여 인간 문명의 진보에 기여하기도 하고 혹은 퇴보를 초
래하기도 한다.
2. 대화의 분위기는 부드러워야 한다.
대화의 분위기가 긴장해 있다면 대화는 형식에 흐를 염려가 없지 않다. 대화는 피차 허심
탄회한 가운데 전개되어야 비로소 실질을 도모할 수 있기 때문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직
장.조직.단체 등에서 회의의 분위기가 긴장의 연속이라면 문제가 남는다. 더욱이 회의 참석
자가 죄를 짓지 않은 죄인 같은 기분이 든다면, 회의의 대화 분위기는 수준 이하에 머물 수
밖에 없다. 따라서 각급 조직의 회의 분위기는 한번쯤 진지한 반성을 거쳐 쇄신할 필요가
있지 않을까?
회의는 생산적이고 능률적이어야 하며 참석자 전원에게 어떤 형태로든 진지한 토의 토론의
장이 되어야 한다. 대화의 분위기가 명랑하며 화기까지 감돈다면 금상첨화라 하겠다. 참석자
라면 누구나 솔직하게 제 뜻과 느낌 또는 의견을 여러 사람 앞에 자유자재로 개진할 수 있
어야 한다. 그리고 때로는 신랄한 이론적 공방도 있을 수 있을 것이다.
새로 알게 된 사실을 토대로 자기 주장에 수정을 가할 수 있고, 또 잘못이 드러나면 제 주
장을 철회하는 멋이 이따금 회의 장면에서 연출되어야 할 것이다. 고집불통보다는 융통성
있는 양보가, 부정적이기보다는 긍정적인 의견 제시가, 반대를 위한 반대보다는 논리 정연한
반론이, 찬성을 위한 찬성보다는 냉철한 문제 분석이, 자신을 지나치게 과신하기보다는 남의
의견을 진지하게 경청하는 포용력이 필요하다. 흥분된 감정으로 치닫기보다 차분히 자제한
다면, 그만큼 우리는 회의 분위기에 화기를 불어넣고 화합과 전진을 꾀할 수 있지 않을까?
'유엔'이 1983년을 세계적으로 '커뮤니케이션의 해'로 선포한 것만 보더라도 우리 사회에
는
이해보다 오해가, 이성보다 감정이, 신념보다 의혹이, 선의보다 악의가 더 앞서가기 때문이
아닌가 한다. 나와 남이 만나 우리를 이루니 우리는 언제든 선의에 기반을 두고 허심탄회한
분위기에서 대화를 통해 모든 문제를 합리적으로 원만하게 해결 처리해 나가야 할 것이다.
대화는 결과적으로 의사 일치이든 의사 불일치이든 공감을 얻기 위한 수단이요, 나와 남의
의견을 토대로 하여 새로운 의견을 창출하는 과정이다. 이같은 대화를 합목적으로 이끌기
위해 우리는 우선 대화 분위기 조성에서부터 세심한 배려를 아끼지 말아야겠다.
긴장을 풀어주는 일, 상대편에게 자신감을 주는 일, 공통분모를 찾아 공통기반을 다지는
일, 격의 없는 분위기가 감돌게 하는 일, 각 멤버가 겸허한 자세를 견지하는 일, 때로는 유
머와 위트가 깔리고 서로를 너그럽게 감싸는 일 등은 대화 분위기를 확실히 고조시킬 것이
다.
3. 마음의 문을 열어야 한다
열길 물속은 알아도 한길 사람의 마음속은 헤아릴 길이 없다고 했다. 사실 남의 마음속은
커녕 자기 마음조차 모를 때가 더러 있지 않은가? 누구라도 마음의 정체를 알면 벌써 그는
견성의 경지에 들어선 수행자일 것이다. 마음은 대관절 어떤 것이기에 파악하기 힘드는가.
사람과 사람의 교류가 마음과 마음의 교류라면 우리는 마음의 움직임을 편린이나마 알아볼
필요를 절실하게 느낀다.
마음의 움직임을 어느 정도 포착할 수 있다면, 그만큼 우리는 주변 사람과의 사귐에서 보
다 큰 편익을 얻을 수 있을 것이다. 흔히 허심탄회하게 흉금을 터놓고 대화를 나눠보자고들
한다. 허심탄회란 마음을 비우고 가슴속에 아무런 사념이 없는 상태이고, 흉금을 터놓는다는
것은 가슴속에 품은 생각을 다 털어놓는다는 뜻이고 보면, 이렇게 되기란 말처럼 쉬운 것이
아니다. 말은 쉬우나 현실적으로 불가능한 것이 바로 이런 것인 듯하다.
남과의 접촉이나 교섭에서 공감 또는 공감대의 형성을 그때마다 기대하는 것이지만, 그것
은 쉬운 일이 아니다. 이때 머리에 떠오르는 것이 마음에 쌓이기 쉬운 벽 또는 담이다. 내
주변 사람들이 그들이 마음에 모두 벽을 쌓고 나를 대한다면 나는 공동생활에 적응한다는
것은 상상하기 어렵다. 그러면 사람들이 쌓기 쉬운 마음의 벽에는 어떤 유형이 있는가?
첫째로 손꼽히는 것이 편견 또는 선입관이다. 상대편이 나에게 어떤 편견을 갖고 있다면
내가 그에게 아무리 좋은 말을 한들 효과가 나타날 리 만무하다. 나는 강연에 나설 때 우선
자기 소개를 어느 정도 자세히 한다. 그것은 상대편이 내게 갖기 쉬운 선입관을 제거하고자
하는 의도 때문이다. 일단 자기소개를 하고나면 청중이 내 이야기를 한번 들어보자는 방향
으로 분위기는 발전한다. 이때 비로소 나는 청중을 향하여 설득력 있는 위치에 섰다고 볼
수 있다. 상대편이 갖는 편견과 선입견을 그대로 방치해 둔 채 일방적으로 설득에 임해 봤
자 효과는 전무하며 상대편은 계속 내게 등을 돌리게 될 분이다. 마음의 벽은 우리 눈에는
보이지 않으나 여러모로 작용하여 나쁜 영향을 미친다.
둘째가 신용을 잃은 데서 오는 불신감이다. 한번 신용을 잃으면 일정 집단이나 계층에서
그를 신용하지 않음은 물론, 그에게 등을 돌리고 그의 이야기에 귀를 기울이지 않게 된다.
불신사회, 불신풍조는 입에조차 함부로 올리기도 싫은, 우리 주변에서 멀리 추방해야 할 말
들이다. 공감대 형성의 폭은 믿음의 사회, 믿음의 풍토에서만 넓혀질 것이다.
셋째로 마음의 벽이 될만한 것은 이밖에도 많이 있다. 이를테면 반감, 욕구불만, 불안감, 좌
절감, 심적인 압박, 자존심의 상처, 독선, 아집 등이 그것이다. 내 주변 사람들의 마음에 벽
이 쌓이지 않게 세심하게 배려할 때, 비로소 우리의 설득력은 빛을 발하게 될 것이다.
4. 표정은 무언의 전달이다.
폴로니아스가 햄릿에게 "무엇을 읽고 계십니까?"하고 물었을 때 덴마크 왕자는 대답하기를
"말, 말, 말" 이라고 한다. 그러나 ((햄릿))에서 셰익스피어(W.Shakespeare 1564~1616)가 우
리에게 전하려 하는 바는 말 뿐 아니라 배우의 동작, 움직임, 표정 등으로도 표현된다. 때로
는 배우의 침묵이 웅변이 될 수도 있는 것이다. 이처럼 음성을 동반하지 않는 전달이 많은
데, 예의에 맞는 것이 있고 맞지 않는 것이 있다. 로마의 정치가 플리니우스(Plinius 23~79)
는 그가 저술한 (박물지)에서 이렇게 썼다.
"다른 동물도 눈썹을 갖고 있으나 인간의 눈썹만이 영혼의 신호로, 양쪽 혹은 한쪽이 움직
이며 슬픔이나 기쁨, 부드러움이나 엄숙함을 표현한다. 눈썹은 우리의 동의와 부동의를 표시
하고 특히 모멸을 고도로 나타낸다. 거만은 그 중에서 왕위를 점하고 마음속에서 생각한 것
뿐인데도 눈썹으로 나타난다. 눈썹은 몸에서 가장 높은, 가장 험한 부위에 머물고 그곳을 독
점하고 있다."
급히 입술을 굳게 다무는 것은 완고한 거부를 음성의 동반없이 나타내는 것이고, 어깨를
움추림은 무관심을, 얼굴을 찡그림은 혐오와 모멸 등 일종의 불쾌감을 표현한다.
또 여러 가지 표정 중에서 가장 다종다양한 의미를 포함하는 것이 미소일 것이다. 모나리
자의 미소가 무엇을 의미하는가에 대하여 몇 세기에 걸쳐 의견이 일치되지 않고 있다. 미소
는 "나는 그대가 좋고 만나서 기쁘다"고 말하는 것인지 모른다. "흥미있다" 혹은 "그대가 지
금 말한 것은 퍽 재미있다" 고 말하는 것인지 모른다. "그대는 잘호고 있다. 그렇게만 해라"
혹은 "가엾다"라는 의미인지 모른다. 그것은 잔혹성과 증오감을 부드럽게 위장하는 가면인
지 모르고, 보복을 경고하는 것인지 모르며, "나는 그대를 이겼다"는 사실을 보이는 것인지
모른다. 그밖에 여러 가지 사실을 말하는 것인지 모른다.
이야기 중에 미소짓는 것은 말하는 내용의 수식, 강조, 부정 등이 되는 일이 있다. 같은 말
이 친숙한 미소를 동반하면 애교있는 겉치레 인사로 받아들여지고, 미소가 동반되지 않으면
돌이킬 수 없는 모욕으로 받아들여질 때도 있다.
5. 듣는 노력과 알리는 노력의 조화
대화는 양쪽이 각기 노력한 결과, 보다 훌륭한 제 3의 의견을 발견하는 데에서 효과를 찾
는다. 그런데 아무 노력없이 자기 의견만 일방적으로 개진하고 그것이 대화라 생각하면 어
처구니 없는 몰상식이다. 대화란 무엇을 알고자 하는 노력, 즉 듣는 노력과, 무엇을 알려주
고자 하는 노력, 즉 알리는 노력의 균형있는 조화라고 볼 수 있다. 그리하여 보다 효과적인
의사 소통과 바람직한 인간관계를 영위해 나갈 수 있는 것이다.
대화하는 사람들이 서로 깊게 이해하고 새로운 사실에 주의를 돌리면 쌍방의 노력으로 각
자의 의견보다 훌륭한, 진전된 제 3의 의견이 만들어진다. 말하자면 이것이 곧 진실한 대화
가 기대하는 성과인 것이다. 만일 이것이 불가능하다면 인간생활의 유지와 향상은 기대하기
어렵다. 그러므로 대화는 매우 중요한 가치를 가지며, 나아가서 쌍방의 성실한 노력을 절실
히 요구한다. 그런 다음에야 보고, 설득, 충고, 공중연설 등 여러 정황과 목적에 맞는 화법
문제가 제기된다.
그러나 어떤 장면에서든 상대방의 자존심을 빈틈없이 지켜준다는 마음가짐만 단단하다면,
대화에 임하는 심리적 배려는 달리 더 고려할 여지가 없다. 나아가, 효과적 언어표현의 3원
칙을 지키고 대화에 임하면 더욱 좋을 것이다.
첫째 원칙은, "예, 그러나"이다. 바꿔 말하면 긍정 후의 부정이다. 누구 의견에 대하여 긍정
으로 말하지 않고 부정의 형태로 "그래서 되겠나?"하고 윽박지르면 십중팔구 상대편은 즉각
반발할 것이다. 그러므로 가능하면 "그대 얘기도 무리는 아니다. 한데 이점은 어떤가?"처럼
말의 허두를 꺼낼 때 이쪽이 상대편 처지나 입장을 성실히 인정해 주는 각별한 심리적 배려
가 필요하다. 이 평범한 이치를 늘 반추할 일이다. 대화에는 상대편이 있기 때문에 말하고
싶은 내용을 상대편 형편에 잘 맞춰 말하지 않으면 안된다.
먼저 상대편이 누구인가를 알아야 한다. 그리고 상대편 입장을 인정한다는 것은 말하는 내
용이 옳다고 인정하는 것과는 다르다. 다만 상대편 존재를 인정하는 것이다. 그럴 수 있다는
사정과 그렇게 생각할 수 있다는 사정을 인정하는 것이다.
상대편 존재를 참되게 인정하면 (긍정화법), 무시하면 (부정화법)이라 한다. "그렇지 않다
구", "그건 모르는 소리라구", "무슨 헛소리야"와 같은 말투는 모두 부정적인 것이다. 자기
주장을 인정받지 못하면 상대편에 대하여 반드시 "자네 주장도 인정할 수 없다"는 반발을
보이기 쉽다. 그러므로 긍정화법을 써야 한다. 즉 상대편 이야기를 일단 긍정적으로 인정해
줘야 한다.
긍정적으로 말한다는 것은, 바꿔 말하면 상대편 자존심을 지켜준다는 뜻이 된다. 상대편 자
존심을 지켜주지 못하면 대화의 진전은 기대하기 어렵다고 판단해도 좋을 것이다. 상대편
의견에 대하여 몰아치는 것처럼 부정적으로 말하면 자기 이야기도 상대에게 먹혀들지 않는
다. 그러므로 항상 긍정적으로 말하는 대화습관을 익혀야 한다.
둘째 원칙은, 상대편에게 위압감을 주지 않는 일이다. 그러므로 언제든 명랑하게 말해야 한
다. 그것은 들뜬 기분의 목소리를 내라는 뜻이 아니다. 들뜬 목소리를 명랑하게 느끼는 사람
은 없다. 그러면 반대로 어두운 목소리가 어째서 나쁘냐는 이야기가 되는데, 어두운 어조는
상대를 밀어내는 듯한 음성으로 다음의 세가지 나쁜 불이익을 초래한다.
어두운 음성은 상대에게 위협하는 기분을 준다. 곧 위압감을 준다. 남의 위협을 받고 기뻐
하는 사람은 아무도 없다. 그 다음 불이익은, 상대편에게 의혹을 주게 되고, 때로는 그 것이
자기에게 치명타를 안겨줄 때가 적지 않다. 그리고 세 번째 불이익은 혐오감이다. 어두운 어
조로 말하는 불필요한 한탄은 혐오감을 준다. 주변사람이 싫어하는 것은 당연하다. 그러므로
우리는 가능하면, 가슴을 크게 펴고 기분좋은 음성과 명랑한 마음가짐으로 말해야 한다.
셋째 원칙은, 상대편이 쉽게 알아들을 수 있게 말하는 것이다. 어려운 어휘나 용어는 되도
록 쓰지 않는다. 쉽게 말한다는 것은, 상대에게 이쪽 의도가 정확히 사실대로 전달됨을 기대
하는 의도이다. 그러나 이것은 매우 어려운 일이다. 그러므로 말한 내용이 본래 가지는 의미
그대로 상대에게 전달되는지 여부를 부단히 확인하며 말하는 것이다. 말하는 쪽은 말을 잘
해야겠다는 의식에 중점을 두기 쉬우나, 자기 이야기가 잘못 전해지면 커뮤니케이션에 있어
서 아무 의미가 없으므로, 무엇보다 먼저 상대가 잘 알아듣도록 말해야 한다.
쉽게 말하는 것과 함께 음성 문제가 나온다. 음서응ㄴ 주어진 정황에 알맞은 크기로 말한
다. 그리고 발음을 정확히 한다. 그밖에 이쪽이 말하고자 하는 내용 또는 메시지를 정확히
전하는 데는 이쪽이 말하고자 하는 내용 또는 메시지를 정확히 전하는 데는 여러 가지 문제
가 뛰따른다. 그중에서도, 어휘선택을 잘 해야 한다. 어휘는 쉽고 적절한 것이어야 하며 저
속한 어휘를 쓰지 않도록 노력한다. 그리고 한발 더 나아가 생각하면, 말할 때는 구체적 설
명, 실례, 비교, 비유, 새로운 정보, 숫자 또는 통계, 증명, 증언의 인용, 사례보고 등과 감각
적인 표현을 연구해야 한다.
그리고 다른 한편으로 듣는 처지의 대화에서는 정신력 집중, 적절한 질문, 적절한 응대말,
알맞은 확인 등의 효과적인 청법이 고려되어야 한다.
끝으로 대화능력을 향상시키고자 할 때, 다음 4개 항목의 연구와 능력신장이 시도되어야
한다. 첫째는 매력적인 성품의 형성을 위한 본인의 자기 성찰이 부단히 지속되어야 하고, 둘
째는 주어진 문제를 해결하는 가치있는 정보의 입수, 셋째는 설득력을 기르는 일이요, 넷재
는 화법과 청법의 능력신장이다. 덧붙이면, 말할 때는 듣는 입장에서, 들을 때는 말하는 입
장에서, 이같은 평범한 대화의 원칙과 더불어 대화중 말하기보다 듣기에 더 비중을 둔다는
에팀켓을 지킬줄 알아야 한다.
6. 한마디 말의 여러 가지 의미
"내가 당신의 의논하기 앞서, 나는 내 용어를 정의해야 한다."고 말한 것은 프랑스 철학자
볼테르이다. 말을 막연히 혹은 애매한 상태로 하기 때문에 전달하고자 하는 것이 불충분하
게 되는 경우가 흔히 있다. 자기가 사용하는 말의 의미가 듣는 상대에게 별도의 것을 의미
할 수 있다는 사실을 잘 모르는 사람이 많다.
영국인에게 '콘'은 단순한 '곡물'로, 소맥이나 호밀이다. 그러나 미국인에게 '콘'은 '옥수
수',
발에 생긴 '티눈', 속어로는 '진부하고 과대한 감상'의 의미이다. '뉴욕'사람은 '시카고'사
람을
서쪽에 살고 있다고 한다. '캘리포니아'에서 보면 '시카고'는 동쪽이다. '강릉'사람은 '원주
'사
람을 서쪽에 살고 있다고 한다. '서울'에서 보면 '원주'는 동쪽이다. 정치용어로 '서방'은 '
유
럽'의 민주주의 국가와 미국을 가리킨다. 전후 관계를 명백히 하지 않고 쓰는 말이 의외
로
많다.
추상개념이 관계되면 언어 문제는 매우 복잡해진다. 이념을 달리하는 국가 사이에서 오해
의 비극은 쌍방 어휘에 엄밀한 동의어가 부족한 것이 원인이 될 때도 있다.
'유엔'에서 유엔 과업의 하나로 <인권헌장>을 처음 기초할 때, 이 과업의 참된 의도와 목
적을 각국 대표에게 인식시키는 일부터가 복잡한 문제를 야기한 바 있다. 관련 당사자들은
한가지 말이 각자에게 갖는 의미를 조사하여, 그 말을 정의하고 모두가 만족하는 다른 말을
찾느라 많은 시간을 소비했다. 문장은 상세히 검토되었고 때로 타협이 따랐다. 그러나 이 문
안 작성에 모인 각국 대표가 그것을 동일한 의미로 해석했을는지에 대해서는 의문이 간다.
유엔의 동시 통역사들이 연설 통역에서, 한 언어를 다른 언어로 동시에 옮겨 놓는 능력에
경탄하지 않을 수 없다. 그들은 어휘, 문법, 구문만 아니라, 연설자가 쓰는 말의 정신을 다른
말로 옮기는데 부단히 노력하고 있는 것이다.
자기가 언어를 구사할 때 의미는 자기가 정한 대로만 쓰고 다른 의미는 통하지 않는다고
하는 태도야말로, 거칠고 무익한 논쟁을 일으키는 원인이 된다. 두사람이 대화에서 동일어휘
를 사용해도 실제는 전혀 다른 것을 의미할 때가 많다.
7. 말이 많으면 실언을 한다.
"말이 많으면 실언이 있다"고 했지만, 또 말이 많은 사람을 환영하는 사람도 드물다. 그럼
에도 불구하고 대화 중에 말많은 사람이 많은 것을 어쩌랴. 그 때문에 자기 이야기는 줄이
고 상대편 이야기에 정성껏 귀기울이는 사람이 환영받는다. 경청은 우선 상대편에 대한 나
의 성실한 관심을 표명인 것이다.
그렇다고 물론 무작정 상대편 이야기만 듣고 이쪽은 아무 말 없이 잠자코 있어서는 안된
다. 말없이 뚱하면 나의 오해를 사기 쉽다. 어디가 아프면 말수가 적고, 불만스러우면 말을
않는 것이 우리들 평소의 습성이므로 주변의 오해를 사기 쉽다.
말이 많으면 은연중 내가 지닌 비밀이나 어떤 다른 비밀이 상대편에게 새어나간다. 또 계
속 일방적으로 폭포수처럼 말을 퍼부으면, 상대편은 의견을 펴지 못할 뿐 아니라 이쪽을 못
마땅하게 생각하기 쉽다.
그러나 반대로 열심히 듣는 편에 서면 우선 상대의 호감을 살 수 있고 상대의 기호와 상대
의 호오, 그리고 상대편을 분별을 알아차리기 쉬워 대응하기가 편리해진다.((손자병법))에서
도 "상대를 알고 자신을 알면 백번 싸워도 위태롭지 않다"고 하지 않는가.
이야기를 듣는 상대를 이야기하기 위한 길이요, 말하기는 남에게 나를 이해받기 위한 수단
이다. 대화를 세련되게 하는 사람이면 듣기를 여섯, 말하기를 넷의 비율로 말하고 듣는다.
그리고 말하다 듣고 듣는 말하는, 자주 바뀌는 입장이 대화에 생동감을 넘치게 한다.
대화에 활기와 윤기를 부여하는 가장 기본적인 고려가 바로 이같은 배려이다. 사람의 얼굴
에 눈이 둘이요, 귀가 둘인데, 입이 하나인 것이 많이 보고 많이 듣되 조금만 말하라는 뜻이
라는 새기는 영국 사람의 해석은 매우 흥미있는 정의라 하겠다.
8. 기분이 통하면 대화는 무르익는다
대화는 말과 표정으로 하지만 기실 마음의 교류가 실질적으로 이루어지지 않으면 대화는
의례적으로 끝나게 된다. 피차 어느 정도 마음의 문을 열어야 하는데, 이 마음의 문 열기가
어렵다. 또 한쪽이 열었다 해도 상대가 열지 않으면 대화가 본래 위치를 벗어나니 알맹이
없는 대화에 머물고 만다.
그래서 결과적으로 대화에 실상은 없고 허상만 남게 되는 것이다. 마음이 열려야 대화가
참되게 이루어진다. 초면이든 구면이든 상대편이 마음을 열어야 하는데, 마음을 여는 ;'열쇠
'
는 무엇인가? 여러 가지가 있지만 우선 호의의 발생을 자극하는 일일 것이다.
부산행 열차 안에서 옆 좌석의 손님이 내게 말을 건넨다. 그는 중년의 남자로 겉으로 보기
에 사업가 타입이다. "어디까지 가십니까?" "부산까지 갑니다." "저도 부산까지 갑니다." 목
적지가 같다. "술 좀 하십니까?" "저도 부산까지 갑니다." 목적지가 같다. "술 좀 하십니까?"
"네, 맥주 정도는 좀 합니다." "저도 그 정도라서..., 맥주나 한잔 하십시다." "네."
그는 차내를 왕래하는 판매원에서 맥주 두어병과 안주로 찐오징어 하나를 샀다. 귄커니 자
커니 두석잔 비우니 자연 긴장이 풀리고 마음이 느긋해진다. 모르는 분이지만 그런대로 동
반이 되어 심심찮게 이야기를 나누며 차 속의 지루한 시간을 메워 나간다. 참 다행스런 느
김이다. 다섯 시간쯤 걸리는 열차여행은 웬만한 인내가 아니고는 견디기 어렵다.
분위기가 무르익고 대화가 고조되자 그는 내게 수인사를 청한다. 그러자 나는, "네, 너무
늦었습니다. 정영우라고 합니다." "그럼 종시네요?" "..." "본관이 어디십니까?" "강원도 정선
입니다." "그럼 온전전이시네?" "네!" "나는 발전입니다." "순간 고조된 기분이 겉잡을 수 없
이 식어간다. 그냥 가도 될 것인데 수인사 때문에 분위기가 냉각되다니 하는 아쉬움과 함께.
그러나 분명 그에게는 기지가 번뜩였다.
"그래도 한글 종씨 아닙니까?" "..."
나는 이때 한글 종씨라는 말을 생전 처음 들었다. 전씨나 전씨는 한글 종씨임에 틀림없다.
그후 나는 기회가 닿으면 이것을 유머의 한 토막으로 강연해 삽입해 오는 터이다.
이말이 많이 퍼진 까닭인지 언제 어느 식당에서 식사를 하노라니 옆 좌석 손님들이 서로
인사를 나누는데 한 사람이 이르길 "그럼 두 분은 한글 종씨네?" 잠자코 옆에서 음식을 들
던 나는 입가에 엷은 미소를 띠우지 않을 수 없었다.
성씨가 같은 종씨나 고향이 같은 동향, 그리고 출신 학교가 같은 동문은 비록 초면인 때라
도 대화 분위기의 조성이 빠르고 또 자연스러운 마음의 교류를 꾀할 수 있다. 아마 동류 의
식이 강하게 작용하는 때문일 것이다. 다른 각도에서 보면, 공통점의 발견으로 피차 공통의
기반을 구축하고, 서로가 허심 탄회한 상태에서 대화를 나눈다고 하겠다.
그러므로 대화 중의 한쪽이 다른 한쪽에 기분을 맞춰 나가면 좀더 친밀감을 갖고 접근하게
된다. 이것은 대화의 가장 중요한 테크닉이 되는 것이다.
9. 공통의 화제가 필요하다
대화에서 화제를 빼놓고 생각할 수 없다. 어떤 화제를 선택하느냐로 우리는 종종 망설이는
때가 있다. 화제 선택은 단 둘만의 대화 때는 되도록 상대편 중심의 화제를 택하고, 둘 이상
이 모인 정황에서는 모인 사람 누구나 참여할 수 있는 공통의 화제를 꺼내는 것이 교양에
속하는 일이다. 하지만 말할 때는 상대가 듣고 싶어하는 화제를, 누구에게 말을 시킬 때는
그가 말하고 싶어하는 화제를, 누구에게 말을 시킬 때는 욕구, 행동, 지식, 상식, 호기심, 만
족을 채워 주는 데 보탬이 되거나 도움되는 화제는 누구나 듣고자 한다. 또 화제에 유머나
위트가 곁들여지면 모두가 좋아한다.
그러나 유머는 화제와 화제 사이에 삽입하는 대화촉진의 윤활유나 촉매로 사용하는 편이
보다 슬기롭다. 사람이 말하기 쉽고 말하고 싶어하는 화제라면 그의 자랑, 경험, 이해득실,
또 그만이 알고 있는 것 등이 있다. 때로는 남에 대한 욕설, 독설, 험담이 우리가 나누는 대
화의 화제와 화제 사이에 삽입하는 대화촉진의 윤활유나 촉매로 사용하는 편이 보다 슬기롭
다. 사람이 말하기 쉽고 말하고 싶어하는 화제라면 그의 자랑, 경험, 이해득실, 또 그만이 알
고 있는 것 등이 있다. 때로는 남에 대한 욕설, 독설, 험담이 우리가 나누는 대화의 화제에
서 상당한 분량을 차지할 때가 있다. 그리고 이 화제를 놓고 열기가 고조되며 어떤 이는 간
혹 핏대를 올리는 일 또한 없지 않다. 하지만 다같이 삼가야 할 일이다.
그렇기는 하나 공사간 어떤 정황에서 누가 늘어놓는 제 3자에 대한 험담을 듣고 즉각, "이
자리에 없는 사람 얘기는 그만 둡시다"고 면박주는 일은 좀 곤란하다. 그렇게 말한 사람은
사이비 군자처럼 보이겠지만, 사이비 군자의 문하생처럼 되기 쉬운 처지가 딱하다. 그러므로
남의 험담이 화제로 등장하면 그 화제를 슬며시 딴 화제로 바꿔놓는 것이 오히려 현명하다.
2. 대화에는 여러 가지 방법이 있다.
1. 말의 첫마디를 꺼낼 때
남과 상면할 때 아무리 화나는 일이 있더라도 그 첫마디는 부드러워야 한다. 먼저 자기 자
신이 자연스럽게 부드러운 분위기를 만들어야 한다. 먼저 자기 자신이 자연스럽게 부드러운
분위기를 만들어야 한다. 그리고 상대를 그 분위기 속으로 끌어들인 다음 말의 허두를 꺼내
는 것이 중요하다. 특히 처음대면하는 경우, 상대는 어느 정도 경계심을 갖기 때문에 이쪽이
지나치게 긴장한 태도로 대하거나, 또 헛점을 보이지 않으려고 근엄한 표정이나 딱닥한 자
세로 말을 걸면, 상대는 더 굳어지고 주눅이 들어 시원스럽게 말문을 열지 않는다.
그러므로 크게 실례되는 않을 정돌고 터놓는 태도로 자기 심중을 열놓으면서 웃음을 머금
고 말을 걸면, 아무리 딱딱하고 접근하기 어려운 상대라도 그 미소에 끌려 이내 말하기 시
작한다 다만 일반적인 경우, 상대가 비감에 싸이거나 불쾌하거나 기분이 가라앉은 때는 이
러한 방법이 오히려 역효과를 가져올 수도 있다.
다음은 허두를 장식하는 최총의 화제인데, 상대가 정치인이나 연예인과 같이 모든 세간사
에 익숙한 사람들이라면 단도직입적으로 본론으로 들어가도 즉각적인 응답을 기대할 수 있
으나, 일반적으로는 역시 상대편 주변의 일에 관한 이야기부터 시작하는 것이 좋다 가령 상
대편이 낚시를 즐기고 있다는 것을 알고 있다면,
"어떻습니까. 요즈음 낚시는요... 어느 쪽으로 나가십니까?" 와 같은 식으로 말을 걸고 들어
가면 상대는 어느 정도 가벼이 응답할 수 있고, 이야기를 부드럽게 끌어나갈 수 있다. 또 대
담에 앞서 상대는 이력, 교우관계, 취미 정도는 미리 알아 두는 것이 편리하다. 그리고 초대
면의 사람이나 성격을 잘 모르는 사람과는 대담에서는,
"날씨가 매우 쌀쌀해졌는데요..."
와 같은 일기에 관한 인사말이나, 호긍ㄴ 요즘 화제가 되고 있는 세상 이야기로부터 시작
해도 좋다.
지금까지 말한 것은 말의 허두를 꺼내는 서론격으로 입이 무거운 상대편으로 하여금 먼저
말문을 열게 하는 것인데, 이것이 성공하여 상대가 말하기 시작하면 언제까지나 낚시 이야
기나 날씨 이야기만 해서는 안된다. 상대가 말문을 열면 잘 이끌어서 이야기를 본론으로
끌고 가도록 한다.
본론의 화법에 있어, 질문은 되도록 구체적이고 세부적이어서 상대가 즉각 응답할 수 있는
것이어야 한다.
"이번 사건을 어떻게 생각하십니까?" 보다는,
"이번 사건의 원인은 어디에 있다고 생각하십니까?"
하고 하나하나 구체적으로 물어보면 상대도 의견을 말하기가 쉬워진다. 또,
"한글 전용을 어떻게 생각하십니까?" 하고 묻기보다,
"댁에서는 한글 전용을 찬성하십니까, 반대하십니까?"
하고 먼저 결론부터 물어 말문을 열게 하고 그 다음 이유를 물어보는 편이 낫다. 다만 상
대편이 되도록 대답하기 쉽게 해준다는 생각에서,
"한글 전용에 대해 저는 이렇게 생각합니다만..., 댁에서는 어떻게 생각하십니까?"
와 같이 먼저 자기 의견을 말하면 의지가 약한 상대편인 경우, 그의 사고를 흔들어 놓고 선
입감을 주게 된다.
요컨대 말의 허두를 꺼내는 요령은, 자연스럽고 온화한 태도로 상대를 향해 단순히 구체적
인 질문을 요령 좋게 정리해서 꺼내는 데 있다. 그러나 그 요령은 점차적으로 경험을 쌓아
나가면서 터득되는 것이다.
2. 말하기에는 10단계의 순서가 있다.
화제가 준비되면 배열이 문제가 된다. 여기서 잠시 '화제와 화재"를 구별하지 않고 쓰
고
있다. 그러나 '화제'는 이야기의 제목이나 주제를 뜻하고. '화재'는 주제를 구성하는 이야기
의
재료, 곧 이야깃거리를 말한다. 일상 대화에서의 화재배열은 그렇게 문제되지 않지만, 뚜렷
한 용무가 있을 때의 대화에서는 반드시 배열을 고려해야 한다. 이쪽에서 미리 준비했더랃
상대편이 어떻게 나오느냐에 따라 예정한 대로의 배열로 진행할 수 없을 때가 흔히 있다.
만약 자기 예정대로만 말하고 상대가 말하는 것을 듣지 않는다면, 그것은 연설이지 대화가
될 수 없다.
그러나 1대1의 대화에서 이쪽에 용건이 있어 말할 때, 설득하지 않으면 안될 때 등은 연시
적당한 화재를 준비하고 대체적인 배열을 생각해 놓아야 한다. 그것은 목적을 달성하기 위
해 이야기의 주도권을 이쪽에 쥐기 위해서이다. 하지만 함부로 주도권을 장악하는 것이 아
니라, 상대편의 반응을 보아 자연스럽게 이쪽 화제로 상대를 끌어 들이는 것이다.
그러므로 상대가 흥미를 갖는 화재로 이야기를 진전시키는 것이 순서이다. 또 화재와는 별
문제이지만, 만나자마자 하게 되는 인사말부터 나중 헤어질 때의 인사말까지도 미리 생각해
두는 것이 좋다. 대화법에는 일정한 순서가 있다. 그러나 반드시 그 순서대로 해야한다는 것
은 아니며, 말하는 목적이나 친소의 정도에 따라 그 순서는 여러 가지 형태로 달라질 수 있
다. 대체로 보아 다음 (10단계법)이 표준이 된다.
제 1단계: 처음의 인사말을 한다. 초대면이면 통성명을 하고 명함을 교환한다. 명함을 교환
하면 직위, 근무처, 자택, 전화번호 등을 알 수 있다. 한번 들어서 잊기 쉬운 이름도 명함이
있으므로 기억하기 편리하다. 후에 그에게 전화를 걸어 용건을 말할 때도 명함은 편리하다.
초대면이 아니면, "언제 어느 때 어디서 뵌 일이 있는 아무갭니다."하고 상대가 기억을 더듬
을 수 있는 인사말을 하는 것이 좋다. 그러나 자주 만나는 친근한 친근한 사이라면,
"안녕하십니까?"
"지난번엔 실례가 많았습니다."
"오래간만입니다."
하고 말하면 좋다. 그리고 비즈니스에 종사하는 사람이면,
"매우 바쁘시죠."
하는 인사말도 좋다. 그리고 비즈니스에 종사하는 사람이면,
"매우 바쁘시죠."
하는 인사말도 좋다. 분주하게 일하는 사람에게는 바븐 것이 좋고 한가하면 곤란하다.
"어떻게 바쁜지 눈 코뜰 새 없어서..."
라고 하는 말의 뜻은 바쁘기 때문에 괴롭다는 기분이 약간은 있으나, 그보다는 크게 활약
하고 있다는 자랑스러운 의미가 다분히 섞여 있다. 때문에,
"바쁘십니까? "하는 인사말에는,
"네, 덕분에... 이렇게 바쁩니다."
하고 대답해도 좋다. 이밖에도 여러 가지 표현이 있으나 제 1단 계인 최초의 인사말을 하
게 되면 서로의 좌석이 정해진다. 그것은 대개 상위자나 주인이 정하는데, 상대편이 권하는
자리에 앉는다.
제 2단계 친숙한 분위기를 만든다. 처음부터 본론으로 들어가기에는 양쪽 사이의 기분이
맞지 않으므로 자리를 잡으면 잠시 기분을 맞추기 위해 대화를 나눈다. 이른바 위밍업의 단
계 이다. 이를 위해 준비한 화재가 도움을 준다. 일기나 계절에 관한 이야기, 중간 소개자가
있을 때는 소개자의 동정등 상대편과 공통의 화제를 찾아 이야기를 나눈다.
그러나 제 2단계의 이야기에 긴 시간이 소요되어서는 안된다. 이런 이야기가 길어지다보면,
상대는 '이 사람이 대체 어떤 용건으로 찾아 왔는가?' 하고 불안감 내지는 경계심을 갖게
된
다. 그렇다고 이 단계를 없애고 넘어가면 무뚝뚝한 인상을 주기 쉽다. 짧으면 1분 아무리 길
어도 5분을 넘어서는 안된다.
제 3단계 주지를 말한다. 일단 양쪽의 기분이 어느 정도 가라앉으면 대화의 목적을 말한다.
남을 방문했을 때는 지나다 들렀다는지, 무엇을 의뢰하러 왔다든지, 세일이 목적이라든지,
무엇을 배우러 왔다든지, 어떻든 방문 목적을 간단히 말해야 한다. 만약 상대를 일부러 불렀
다면,
"이렇게 뵙고자 하는 것은..."
하고 역시 목적이나 주지를 말하고 상대편에게 일단 마음의 준비를 하게 된다.
제 4단계 친숙감과 신뢰감을 덧붙인다. 제 3단계에서 곧 본론으로 들어가도 좋으나, 필요하
다면 다시 한번 여기서 상대가 느긋한 기분을 갖도록 해준다. 즉 제 1단계에서는 이름과 직
장 및 직위를 밝히고 제 2단계에서 기분을 조정하는 위밍업을 하고, 제 3단계에서 주지의
목적을 말한 다음, 제 4단계에서 다시 한번 상대가 마음의 여유를 가지게 해준다.
그렇다고 테마와 너무 거리가 먼 이야기를 끌어내는 것이 아니라, 되도록 본론에 관계가
있고 기분을 부드럽게 하는 화재가 좋다. 일 것을 미리 준비해 두면 도움이 된다.
제 5단계 제 4단계까지는 동기부여의 단계이나 여기서 본론으로 들어가려면 어떤 계기가
필요하다. 여기에는 두 가지 유형이 있는데, 비약형과 유선형이다. 즉 비약형이란 서론과 본
론을 분명히 구분하고 돌연 본론으로 비약하는 방법이다.
"그런데..."
"그건 그렇다 해두고...."
"그래서..."
"얘기는 바뀌는데..."
등으로 무엇인가 적당한 말을 써서 본론으로의 계기를 삼는다.
유선형이란 이같이 분명한 구분을 짓지 않고 화재 자체가 다리 역할을 하는 방법ㅇ다. 알
게 모르게 상대편의 저항 없이본론으로 도입한다. 따라서 보다 적절한 화재를 쓰지 않으면
소기의 성과를 못 올린다. 서투르면 듣기 거북해진다.
가령, 취직을 부탁하러 간 사람이 세상일에 정통한 양 이야기를 이끌어 간다고 하자. 이것
은 매우 시건방진 인상을 주기 쉽다. 결국 다리를 걸치는 방법이 서투른 것이다. 차라리,
"그런데 저에 관한 얘긴데요..."
하고 분명히 구분을 짓는 편이 오히려 낫다.
제 6단계 본론으로 들어간다. 워밍업에서 비약형이나 유선형으로 본론에 들어가는데 본론
은 목적에 따라 각각 다르다. 부탁이 목적이면 부탁, 설며이 목적이면 설명, 사과가 목적이
면 사과 등 각각 본론을 말하도록 한다.
제 7단계 상대편과 더불어 말을 주고 받는다. 본론의 단계에서도 상대편이 있기 때문에 다
만 응대말을 해올 때가 있고, 말끝마다 질문을 던져올 때가 있을지 모른다. 혹은 갑자기 화
를 낼지도 모른다. 그러나 대개는 이쪽에서 말할 것을 다 끝낼 때까지 조용히 들어줄 것이
다.
결국 제 6단계가 그대로 말을 주고 받는 대화의 단계가 될 수 있으나, 보통은 이쪽의 말이
나 주장이 다 끝난 다음 제 7단계로 들어간다. 다만 이 단계에서 상대의 이야기가 딴 데로
빗나가든지 목적 외의 문제로 번질 때, 이야기가 본줄거리에서 벗어나지 않게 해야 한다. 만
일 이야기가 벗어날 때는 본래 궤도에 올려 놓기 위해 얼른 키를 잡지 않으면 안된다.
제 8단계 피차의 의견을 최종적으로 조정한다. 부탁이 목적인 이야기라면 상대가 부탁을
들어주도록, 사과가 목적이라면 용서를 받도록 조정한다. 말을 주고 받는 대화의 단계에서는
상대가 이쪽 의도를 받아들이지 않든지, 어던 우여곡절이 있든지 간에 각각 말하는 명분이
있기 마련이다. 그러므로 조저으이 필요가 발생한다. 이쪽에도 아직 못다한 말이 있을 것이
요, 상대도 만족하게 말하지 못한 점이 있을 것이므로 이 단계에서는 조정하는 일이 중요하
다.
제 9단계 확인한다. 이 단계에서는 이야기 목적이 달성되었는지의 여부를 확인하고, 의문점
이 남지 않도록 한다. 설명을 목적으로 한 말이었다면 설명이 상대에게 잘 이해되었는지의
여부를 확인한다. 이런 경우 자칫하면 오버 센스로 오해하고 있을지 모르기 때문이다. 거절
을 목적으로 하는 이야기라면 상대가 거절의 뜻을 분명히 알고 있는지를 확인한다. 이 점을
모호하게 했기 때문에 후에 물의를 일으키는 예가 적지않다. 한번 면담으로 결말을 못본 경
우에는 다음 면담을 약속하고 날짜를 정하며 그것을 확인한다. 특히 부탁이나 설득의 경우
는 단번에 결정이 나지 않을 때가 많다. 그래도 복잡한 내요의 이야기일수록 횟수를 거듭해
야 결론에 도달하는 것이다.
제 10단계 감사하고 끝맷는다. 대화가 어떤 결과를 가져오더라도 끝에 가서는 감사하고 헤
어지는 것이다. 가령, 돈 차용을 부탁하러 가서 차용받지 못했더라도 상대가 시간 내준 것을
감사해야 한다. 또 차용해 줄 의사는 있는데 돈이 없다고 할 때도 그 호의에 감사하지 않으
면 안된다. 이야기가 아직 다 끝나지 않은 때는, 어떻든 이번은 기꺼이 헤어지고 다음에 다
시 기분좋게 이야기 할 수 있게끔 길을 터놓지 않으면 안된다.
대화가 시종 잘 진행된 경우는 물론, 이쪽 의사와 반대되는 결론이 났다고 해도, 언제 어느
때 그 사람과 또 만날지 알 수 없는 것이므로, 뒷말을 좋게 하기 위해 감사하면서 대화를
끝맺는다. 이는 처음 인사에 비교되는 나중의 인사말인 것이다.
대개의 경우, 처음 인사는 수선스러우면서 나중에는 대충하는 사람이 많다. 이야말로 용두
사미격이다. 대화는 끝맺음이 중요하다. 분명하게 결론을 정리하고 마무리짓는 것으로 처음
인사말과 균형을 맞춘다.
또 본론의 대화 중 언사가 거칠어 상대를 불쾌하게 했을 때라도 그런 점을 모두 사과하고
개운치 못한 마음의 응어리를 풀어버림으로서 상쾌한 기분을 갖고 헤어지도록 한다.
3. 말하기의 여러가지 구성 방법
앞에서 말한 (10단계법)은 하나의 표준을 보인 것이지, 이 원칙을 꼭 지켜야 한다는 것은
아니다.
첫째, '10단계법'을 간략하게 5단계로 해도 좋다.
제 1단계 분위기를 부드럽게 만든다.
제 2단계 목적을 말한다.
제 3단계 본론을 말한다.
제 4단계 여담을 주고 받는다.
제 5단계 결론을 확인하고 감사한다.
즉 이야기 내용의 중요성이나 복잡성 여하에 따라 그 상황에 알맞게 정하는 것이 효과적이
다.
제 1단계에서는 자기의 이름을 인상지을 수 있는 두세가지 화재가 있으면 좋다. 제 2단계
와 제 4 단계에서는 친숙함이나 신뢰감을 만들기 위해 적절한 화재가 필요하다.
제 3단계는 가장 중요한 본론이 되기 때문에 많은 화재가 필요치 않다. 본론은 어디까지나
구체적이어야 하고 상대편이 알아듣도록 해야 한다. 제 4 단계의 부담없이 주고 받는 이야
기에서는 화재가 풍부한 편이 좋고, 제 5단계에서는 감사하는 인사를 잊지 말아야 한다.
둘째, 문장이나 화법에는 기승전결이라는 순서가 있다. 이것은 한시의 한 형식인 절구의 순
서인데, 오늘날에 와서도 이 순서가 연설 등에 자주 쓰인다. 즉 청자가 알아듣기 쉬운 도입
의 말을 맨 처음에 하는 것이 기요, 이를 다리로 하여 제 2단계에서 이것을 연장 확대하는
것이 승이요, 제 3단계에서 일전시키는 것이 전이요, 제 4단계에서 결론짓는 것이 결이라 하
겠다.
셋째, 3단계로 할 수도 있다. 즉 도입. 전개. 정리로 해도 좋고, 서론. 본론. 결론으로 해도
좋다. 이것은 연설할 때의 구성이자만 일상적인 화법에서도 이같은 구성을 취하면 효과적이
다. 먼저 말한 10단계 구성법에 적용하면 제 1~4단계가 도입이고. 제 5~7단계가 전개, 제
8~10단계는 정리와 결론이라 할 수 있다.
넷째, 화법의 순서에는 다음과 같은 논리적인 형식도 있다.
1) 역삼각형법
2) 시간적 순서법
3) 공간적 순서법
4) 병렬적 순서법
5) 인과적 순서법
6) 문제해결 순서법
7) 경중 순서법
1) 역삼각형법은 먼저 결론부터 말하고 다음에 그것을 증명하고 설명하는 화법이다. 명령.
보고 등의 경우는 먼저 결론부터 말하는 역삼각형법을 쓴다.
2) 시간적 순서법은 서사를 목적으로 하는 화법에서 잘 쓰인다. 시간적 경과에 따라 순서
를 쫓아서 이야기를 진전 시켜 나가는 방법이다.
3) 공간적 순서법도 서술이나 설명의 경우에 잘 쓰인다. 공장의 배치와 명소의 설명, 관광
버스 안내의 화법 등은 공간적인 장소 배치의 순서에 따른다. 조직의 설명, 기게 및 도면의
해설 등에 효과적이다.
4) 병렬적 순서법은 방법이나 문제를 죽 제시해놓고, 그 내용을 충분히 설명한 다음에 상
대편에게 선택권을 주어, 결론을 내리게 하는 화법이다. 이는 비즈니스 화법에 많이 쓰인다.
5) 인과적 순서법은 먼저 원인을 말하고 그 때문에 이런 결과가 된다든지, 이런 결과가
된 것은 이러이러한 원인에 의한 것이라는 식으로 원인과 결과의 인과관계로 말하는 방법이
다. 원인- 결과의 순서를 연역법, 결과-원인의 순서를 귀납법이라 한다.
6)문제해결 순서법은 몇 개의 문제를 제시하고 거기에 부합하는 적절한 대책이나 해결법
을 말하는 화법이다. 그 해결책에 어떤 폐단은 없는지, 또 최선의 해결법인지의 여부를 검토
하고 또 하나의 문제점에 하나의 해결책이라는 게 아니라 종합적인 해결을 구하는 수가 있
다.
7) 경중 순서법이란 내용이 중요한 것부터 말하든지, 또는 반대로 중요하지 않은 것부터
말해나가는 화법이다.
4.이야기를 하려면 먼저 재료를 수집하라
충분히 재료가 없이는 이야기를 풍부하게 할 수가 없다. 그러므로 이야기의 재료를 수집하
고 정리하는 것이 화법의 기초작업이라 할 수 있다.
이야기 재료의 선택은 머리 속에 '화재표'가 대충 정리되어 있어야 하며, 필요에 다라 적절
한 화재를 뽑아 쓸 줄 알아야 한다. 화재표는 각자 나름대로 작성한다.
1) 자기가 체험한 것
2) 자기가 생각한 것
3) 자기가 관찰한 것
3) 책에서 읽은 것
5) 남에게서 들은 것
등이 기초가 된다. 대문에 재료를 풍부히 하기 위해서는 기본적으로 많은 생활 경험을 쌓
고 교양을 높이는 것이 필요하다. 사람은 누구나 자기만의 독특한 경험이 있게 마련이다. 그
것을 잘 정리해 두는 것이다.
여기서 화재의 수집 방법에 대해 앞에서 말한 5개의 기초사항을 생각해 본다.
1) 자기 체험이 화재가 된다. 이는 이야기 재료로서 가장 중요한 것이다. 누가 뭐라 해도
자기가 직접 경험한 것은 화재로서 가치가 있고 생명이 있다. 그러나 모처럼의 경험이라도
무의식중에 지나쳐버리면 아무 소용이 없다. 그래서 이야기 재료를 수집한다는 태도로 주의
깊게 경험하지 않으면 안된다.
2) 자기가 생각한 것을 화재로 한다. 이야기란 결국 자기 생각을 상대편에게 전하는 것일
화재로 한다. 이야기란 결국 자기 생각을 상대편에게 전하는 커뮤니케이션이므로, 사고 역시
화재가 된다. 문득 떠오르는 생각에서 이야기가 시작되고 평소의 자기 경험을 바탕으로 생
각이 펼쳐진다. 따라서 자기 생각과 자기 체험은 밀접한 관계가 있는 것이다.
3) 자기가 관찰한 것이 화재가 된다. 즉 직장의 인간관계, 사회의 움직임, 자연의 변화 등
이 모두 이야기 재료가 되는데, 이것을 스스로 잘 관찰하는 것이다. 무심히 지나치면 화재가
될 수 없다. 말을 잘 하는 사람이나 화재가 풍부한 사람은 사물을 면밀하게 잘 관찰하는 사
람이다. 관찰한다는 것은 경험에 보탬이 된다. 풍부한 경험이 있다면 동일한 사물을 보아도
보는 각도가 틀리고 관찰하는 눈이 예민하다.
4) 책에서 읽은 것이 좋은 화재가 된다.
"아무개가 쓴 무슨 책에 이런 것이 씌어 있습니다."
고 하는 것이 좋은 화재가 된다. 어떻게 보면 자기 교양을 자랑하는 느낌이 없지 않으나 자
기가 말하느니보다 "괴테가 말하기를...""싸르트르가 말하기를..."하고 권위 있는 사람이 말한
것을 인용하면 설득력이 증대된다. 자기 경험만으로 부족한 경우, 그 방면의 책을 읽으면 선
인들이 경험한 것까지 많은 화재를 얻을 수 있다.
5) 남에게 들은 것이 좋은 화재가 된다. 독서에 의해 선인의 경험을 자기의 것으로 소화하
듯이, 남의 이야기를 들으면 남의 지식이나 경험이 나의 것이 된다는 뜻이다. 그러나 남의
말을 경청해 듣지 않으면 한쪽으로 흘려버리게 된다. 주의해서 남의 말에서도 화재를 수집
한다. 그러나 부정확한 이야기나 남의 가십(gossip)을 화재로 하면, 틀린 것을 전하는 정당
치 못한 처지에 놓이게 된다. 남의 말은 잘 검토해 정확을 기할 필요가 있다. 또 화재의 출
처를 밝혀도 괜찮을 때는,
"아무개의 말에 의하면..."
하고 출처를 밝히는 편이 좋다.
이렇게 하여 수집된 화재를 먼저 말한 바와 같이 (화재표)에 정리해두면 언제든지 이용할
수가 있다.
아무리 이야기 재료가 풍부해도 청자에게 아무 관심이 없는 것을 화재로 쓰면 흥미를 갖고
들어주지 않는다. 이야기란, 언제나 상대가 있는 것이므로 항상 상대편에 알맞는, 그리고 장
면에 적합한 화재를 선택하지 않으면 안된다. 상대편의 관심은 사람에 따라 다르게 마련이
다. 그러나 세상에는 일반적으로 흥미를 갖는 문제도 많이 있다. 이 점을 일단 염두에 두면
화재를 고르는 데 크게 도움이 될 것이다.
0 친근감 있는 것
0 가기 주변의 것
0 자기 자신의 것
0 욕구에 호소하는 것
0 변화가 있는 것
0 걱정 근심되는 것
0 진기한 것
0 새로운 것
0 구체적인 것
0 유머러스한 것
이야기는 우선 상대편에게 친근감을 주는 화재를 고르는 것이 좋다. 아무리 까다로운 이론
도 청자에게 친근감 있는 사례를 쓰면 재료로 쓰면 알기 쉬운 이야기가 된다.
만일 신문이 국제면만 다루면 읽혀지지 않을지 모르나, 자기 생활주변의 뉴스가 실림으로
써 애독되는 것이다. 화법에서의 화재도 같은 이치라 하겠다.
자기 주변의 일들을 파고들다보면 자기 자신에 귀착하게 된다. 인간은 누구나 자기 자신에
대해 최대의 관심을 갖고 있다. 소음 속에서도 자기 이름을 부르는 소리는 곧 귀에 번쩍 뛴
다. 복잡하게 편집 인쇄된 기사 가운데서도 자기 이름은 곧 눈에 뛴다. 마찬가지로 상대편에
관한 사항을 화재로 하면 상대를 기쁘게 하고 잘 듣게끔 한다.
유능한 세일즈맨은 신문을 정성껏 읽어, 누가 무엇을 하고, 누가 해외여행을 하고, 누가 어
떤 상을 받았는지를 메모해 두었가가, 당사자를 만나면 꼭 그것을 화재로 삼는다.
인간의 행동은 욕구에 의해 일어나는 것이므로 인간의 욕구에 호소하는 화재를 말하면 이
쪽 이야기를 잘 들어주게 된다. 욕구는 살아가기 위한 생리적인 제 1차 욕구와, 사회적인 제
2차 욕구의 둘로 나뉜다. 물론 제 1 차 욕구가 보다 강하다. 의식주의 화재는 이에 관련된
다. 명예 . 유행. 자존심 등이 제 2 차욕구이다. 어떻든 상대편의 이같은 욕구에 호소하는 화
재가 상대편의 관심을 끄는 것은 확실하다.
정지 상태에 있는 것보다 동작하고 있는 것이 눈에 잘 띄는 것 같이, 동적인 화재가 흥미
를 더 끌게 된다. 또 근심 걱정되는 것이나, 신경이 쓰이는 화재에도 관심이 크다. 이를테면
남극의 이야기, 에스키모의 이야기 등은 우리의 생활과 관계가 없으나 진기하므로 흥미가
잇다. 해외 토픽이 텔레비젼 시청자에게 늘 인기가 잇는 것도 바로 그 때문이다.
새로운 화재가 신선함과 기쁨을 주는 것은 최신 뉴스에 관심이 집중되는 것이나 마찬가지
이다. 우주 탐험이나 달세계 여행 등 21세기적인 화재와는 달리, 우리가 살피지 못한 태고의
화재도 새로운 화재와 같이 일종의 새로운 맛이 있는 것이다. 그러나 지나치게 추상적인 화
재는 이해하기 어렵고 싫증나기 쉽다. 때로는 슬프디 슬픈 이야기도 환영받을 수 있으나 이
것만으로는 분위기가 우울해지기 쉽다. 이야기에 뺄 수 없는 것이 유머이다. 유머러스한 화
재야말로 이야기를 보다 즐겁게 해주는 것이니만큼, 잊지 말고 준비해 놓아야 한다.
3 질문할 때, 대답할 때의 요령
1. 질문은 요령 있게 해야 한다
남에게 무엇을 질문했을 때 좀처럼 이쪽이 생각하는 바를 알아듣지 못하고 엉뚱한 답을 들
려주는 수가 있다. 이럴 때는 어떻게 질문하면 얻고자 하는 답을 끌어낼 수 있을까? 질문이
적절치 못하고 대답이 적절치 못하면 커뮤니케이션이 이루어지지 않는다. 남에게 질문할 때
는 다음과 같은 요령으로 하는 것이 좋다.
A. 묻는 목적
처음에 묻는 목적을 말한다. 목적을 알고 이쪽이 어떻게 하려는가를 상대편에게 명백히 하
는 것이다. 흔히 이런 질문을 들을 수 있다.
" 이 버스, 청량리 가요 ?"
" 안 가요!"
사실, 그 손님이 하루 종일 그곳에서 기다려도 그쪽에서 청량리행 버스가 오지 않는다. 역
시 그와 같은 질문에 그와 같이 대답하는 것은 당연하다. 조금도 대답은 틀리지 않다. 물론
더 친철하게 대답할 수 있겠으나 버스 운전기사도 바쁘기 때문에 신경을 덜 쓰게 된다.
어떻든 이것으로 질문이 제구실을 다 못한 것은 사실이다. 그것은 알고자 하는 질문의 알
맹이를 분명히 말하지 못한 것이요, 또 무엇을 말해야 한다는 목적의 중요성에 마음을 쓰지
않는 결과가 되고 만 것이다.
"청량리 가는 차 여기서 탑니까?"
이렇게 물어보는 것이 타당하다. 필요한 것을 말하는 것과, 말하지 않는 것은 어느 것이 우
리의 생활에 손실이 많을 것인가. 이같은 질문을 듣고,
" 안 가요."
하고, 그냥 떠나버릴 운전기사는 없을 것이다.
"청량리 가는 건 길 건너서 타세요."
하고 잘 일러줄 것이다. 주금 머리를 써서 질문하면 10분, 20분 기다려도 타지 못할 소니ㄱ
실을 미리 방지할 수 있다.
B. 알고자 하는 것
질문 속에 알고자 하는 것을 분명히 말한다. 목적을 명백히 하면, 다음은 상대편으로부터
무엇을 알아낼 것인가를 미리 정하고, 그 답이 나올 수 있을 질문을 한다.
"이 위스키는 어디 것이지?"
"네, 영국 것인데요."
"아니, 상표가 뭐지?"
" 네, 죠니 워커예요."
처음 질문은 보람없는 애매한 것이 된다. 알고자 하는 것을 분명히 질문하기가 쉬운 듯하
나 실은 용이하지마는 않다.
(우리가 대화에서 '네'하는 대답은 "네"나 "예"와 같은 존대말로서 어느 것을 써도 무방하
나, 아주 높이는 자리에는 '네'보다는 '녜'나 '예'를 쓴다.)
C. 둘이나 셋쯤 내놓고
둘이나 셋쯤 내놓고 상대편이 선택해서 대답하게 하는 것이다. 이것은 흔히 설문조사 등에
서 선택형으로 사용된다.
"댁이 장남인가요, 아니면 차남인가요?"
와 같이 물어보면, 그 중의 하나를 택하게 되므로 곧바로 답이 나올 수 있으나, 만약 둘다
아닐 경우에도,
"아아, 형제관계를 묻는구나..."
하는 생각이 들게 된다. 결국 질문에 합당한 대답이 나온다.
D. 이쪽에서 단답을 제시하고
이쪽에서 단어를 제시하고 그런지 안그런지를 묻는다. 이것은 대답으로 그 단어가 합당한
지 합당하지 않은지를 아는데 편리하다. 그러나 다른 답을 포함해서 답을 구할 때는 다시
한번 질문할 필요가 생긴다.
"이 시계는 롤렉스인가요?"
"아뇨."
어디 것이라고 말하는 사람도 있으나, 다만 (아뇨)라고 말하는 사람도 있다. 이럴 때 보다
적절한 질문과 대답은,
"어디 상표인가요?"
"오메가입니다."
가 된다. 질문할 때, 롤렉스인지 아니면 어떤 것이지를 크게 나누어 알고 싶을 때는,
" 이 시게는 상표가 무엇인가요?"
와 같이 상대편에게 불필요한 것을 생략하고 둗는 것이 친절하다. 이에 상대편은
" 네 , 오메가입니다.'
라고 말할 것이다.
2. 질문하는 방법 여러 가지
남에게 무엇을 묻는 방법도 여러 가지 타입이 있으니, 상대편의 상황에 따라 적절하게ㅜ
구사하는 것이 좋다.
A. 의문형의 질문
"어디 것입니까?"
"무엇입니까?"
"어떻게 생각하십니까?"
"내일은 어떤 예정이 있으신지요?"
B. '네. 아니오'형의 질문
이쪽에 어느 단어를 말하고, 상대편이 (네)나 (아니오)를 말하게 하는 타입이다.
"자네 고향이 대구던가?"
" 이 책 빌려 가도 괜찮을까? 내주 일요일에 돌려줄 것으로 약소하고...?"
C. 선택형의 질문
"부산인가, 대구인가, 아니면 대전인가?"
"이 색이 마음에 드나, 안드나?"
지금까지 단순하게 능률적인 면에서 질문의 종류를 생각했으나, 이것이 상대편에게 어떤
느낌을 주는가에 대해서는 경우가 다르기 때문에 그것은 각각 생각하는 것이 좋다.
가령, 사랑하는 연인에게,
"내일 올 테야, 안올 테야?"
하고 물으면, 오지 않아도 좋다는 생각인가 하고 의심쩍게 느낄 수 있다. 또,
"내일 영화를 볼까, 산엘 갈까?"
하고 물으면, 교제에 따라서는
" 그밖의 것은 안된다."
는 것인가 하는 저항을 남길 수 있으므로, 이럴 때는 각별히 주의하지 않으면 안된다.
D. 반문형의 질문
"내일 영화 가지 않을텐가?"
하고 물으면 반드시라 할 정도로,
"내일이라구...?"
하고 반문하나다.
" 응, 내일 영화나..."
하고 말하면,
"영화에...?"
하고 또다시 되묻는다.
이같은 사람은 이렇게 반문하는 것으로 먼저, 상대가 말한 것을 자기 자신이 앵무새처럼
되묻는다. 그런 다음에 어떻게 대답할 것인가를 자기 머리로 정리하는 것이다. 얼핏 보면 아
무것도 아닌 습관으로 보이지만 이런 버릇은 아주 곤란하다. 그것은 반문하지 않으면 머리
가 정리되지 않는 지능이 낮은 사람이나 하는 짓이다.
어릴 때부터 자신도 알지 못하는 사이에 이러한 나쁜 버릇이 굳어져버린 사람이 의외로 많
은 것 같다. 그러므로 이런 사람은 이같이 되물을 수 없는 좀 복잡하고, 긴 이야기는 전혀
머리에 들어가지 않기 쉽다.
따라서 머리 자체가 나쁘지 않은 사람이라도 이런 습관이 있다면 곤란하다. 만일 여러분
주변에 이 되묻는 버릇이 있는 친구가 있다면 즉각 고쳐주어야 할 것이다.
3. 대답도 요령 있게 해야 한다
남이 무엇을 물어올 때, 어떻게 대답해야 할지 망설일 때가 종종 있다. 어떻게 하면 요령
있는 대답을 할 수 있을 것인가. 이럴 때는 상대편이 (알기 쉽게) 대답해 주는 것이 가장 중
요하다. 어떤 경우에는 상대가 요령 있는 질문을 해오지 않더라도 이쪽에서 요령 있는 대답
을 해줄 수도 있다. 상대가 질문하는 목적이나 기분을 살피는 것이 중요하다.
상대가 무슨 목적으로 무엇을 알고 싶어 질문했는가를 미루어 짐작해야 한다. 만약 추정해
보아도 알 수 없을 때는 상대의 질문에 대해 묻는다.
" 그 모임은 어떤 모임인가요?"
" 댁에서도 입회하고 싶어서 말씀하시는 거죠?"
"네."
와 같은 답이 나오면,
"입회하고 싶어 모임에 관한 것을 묻고 있다."
고 알게 되므로 그런 상대에 설명하듯 말하면 좋다. 그러나 똑같이,
" 그 모임은 어떤 모임인가요?"
와 같은 질문에서도 단지 그 모임에 대한 지식만을 얻고자 하는 경우가 있다. 되묻기를,
"입회하시려구요?"
"아뇨, 그밖에도 많은 유사한 모임이 있기 때문에 어디가 다른가 하고...."
이처럼 질문의 목적을 알면 다른 모임과의 비교를 허두에 놓고, 그 모임의 창립의 역사나,
모임의 특색, 회원의 구성, 회장, 회비, 입회자격 등에 대해 말해주면 좋다.
이같이 질문의 목적, 질문하는 사람의 기분을 살피고 대답하면 요령있는 대답이 되는 것이
다.
4. 즐겁게 말하는 요령
A. 자기 멋대로 말하지 않는다
대화에서 가장 불유쾌한 것은 자기 멋대로 말하는 것을 들을 때이다.
"매우 놀라는 일이 있는데...."
하면서 자기 중심의 이야기가 시작된다. 처음은 누구나 진실하게 들어주나 이것이 습관적
이면 누구 하나 주의해서 들으려 하지 않고 또 듣기 괴로워한다. 이런 일은 젊은 남녀의 데
이트에서 찾아볼 수 있다. 즐거이 어깨를 나란히 하고 걸어도 자기 이야기만 자랑하며 뽐내
는 남성이 있다. 학력은 어떻고, 회사에서는 칭찬을 받고, 어느 다방에서 어떤 일이 있었다
는 등 마치 자기 선전을 늘어놓을 수가 있다. 이것을 여성이 기뻐하고 즐거이 들을 까닭이
없다. 여자도 마찬가지다.
"우리집 오빠가 요전에 유럽을 다녀왔는데요...."
"오빠가 어렸을 때...."
이처럼 오빠를 연발하면 남자는 그렇게 즐겁지 않다.
" 체 오빠 얘기 밖에 없군...."
하는 기분이 들게 된다. 1대 1의 대화에서만 아니라, 몇 사람이 모여 이야기할 경우에도 이
런 식으로 자랑스럽게 이야기하는 사람이 있다. 이것 역시 곤란하다.
사람만 보면 한탄과 우는 소리, 아니면 자랑을 늘어놓는 사람이 있다. 한탄이나 우는 소리
도 각각 질이 다르겠으나, 듣는 사람을 마치 하소연이나 받아주는 대상으로만 취급한다는
점에서는 같다. 대체로 남의 한탄이나 우는 소리를 듣기 좋아하는 사람은 없다. 열심히 들어
도 자기에게는 아무 소용이 없기 때문이다. 그것을 말하는 사람은 그것을 토로하는 것으로
가슴속이 후련애지므로 말하고 싶겠지만, 듣는 사람으로서는 유쾌한 일이 되지 못한다.
또 자만스런 이야기도 듣기 좋은 이야기는 아니다. 자만어린 이야기의 특징은 자기 자신을
최대한으로 과시하고, 남에 대해서는 살피지 않는 것이다.
B. 상대가 받을 수 있는 이야기
우리가 할 수 있는 이야기들은 상대의 나이. 성별. 학력. 이해력에 따라 천차만별이다. 그래
서 대화는 상대가 이해할 수 있는 이야기를 해야 한다.
먼저 상대에 관한 이야기를 한다. 우리는 남과 대화할 때 (당신)보다 (나)를 더 많이 말한
다. 사람은 자기 중심이 되기 쉽다. 편지 쓸 때만 해도 처음 두서너 줄은 상대편에 관한 것
이나, 그 다음부터는 거의 자기 이야기뿐이다. 자기의 근황이나 가족이야기에서부터 최근에
있었던 일 등을 면면하게 쓰는 것이다. 인간은 누구나 자기 중심적이고 편지는 자기 용건을
말하는 것이므로 부득이 그럴 수 밖에 없다. 그러나 서로가 자기 중심이므로 말할 때는 잠
깐 각도를 바꾸어 상대 중심으로 해보는 것이 요령이다. 앞에서 말한 데이트에서도,
"우리집 오ㅃ는... 오빠가..."
할 것이 아니라,
"어려서 무척 응석부리셨죠?"
"어머니의 사랑을 많이 받으셨죠?"
"최근에 뭐 재미 있던 일 없어요?"
하고 상대 중심으로 화제를 꺼낸다. 요컨대 (당신은...) (당신의...) 식으로 하는 것이다.
"우리 집사람이..."
"우리 집 딸아이가...."
가 아니라, 다음과 같이 말을 꺼낸다.
"댁의 부인께서는...."
"댁의 따님은...."
"부인께서는 미인이시겠어요."
자기 중심으로 이야기를 끌어가는 것이 아니라, 상대편 중심이 되어야 한다.
C. 상대가 기분 좋게 반응할 이야기
첫째 논쟁을 해서는 안된다. 서로 말하는 목적이 어떤 매듭을 짓는 경우나 처음부터 보통
논쟁이 벌어지게 되므로 불쾌한 감정의 대립이 일게 된다. 논쟁이 벌어지면 화법도 위압적
인 어투를 띠고 무리하게 설복시키려든다. 그러므로 논쟁에 이기든 지든 서로가 불유쾌해진
다. 이긴 쪽은 말로 눌렀다는 개운찮은 앙금이 마음속에 남고, 진 쪽은,
" 저 친구는 이유가 많아서...."
"말 하나는 잘 해...."
하고 스스로를 위로하는 기분을 갖게 되는 것이다.
논쟁이 생기는 데는 화제의 선택이 원인이 될 때가 많다. 정치. 종교. 사상 같은 것은 아무
래도 서로의 견해나 입장이 다르므로 자칫하면 부딪치기 쉽고 열을 올리기 쉽다. 그러므로
논쟁의 가능성이 보이면 화제 자체를 바꾸도록 하거나, 어떤 일치점을 곧바로 찾아내도록
한다. 이것은 절도가 없다는 것과는 다르다.
사람에게는 누구나 각각의 입장이 있는 것이므로 먼저 그 입장을 인정하는 것이다. 또 서
로에게 일치하지 않는 점이 있는 것이 당연하나, 반면에 일치점도 많이 있는 것이다. 이것을
되도록 빨리 발견하는 것이 중요하다. 그러면 상호간에 논쟁이 줄어든다. 설령, 논쟁이 일어
나도 부분적인 것이 되므로 감정 대립은 훨씬 감소한다.
둘째로 쓸데없는 말대답은 하지 않도록 한다. 가령 어느 과장과 부하 사이에 다음과 같은
대화가 오갔다 치자.
"자네 좀더 하고자 하는 기분으로 일을 해줘야 하겠네."
"일하는 것이 뭐 기분을 내면서 하는 건가요?"
또는,
"만약 괜찮다면 야근 좀 할 수 없겠나?"
"과장님, 야근시킬 것이 있으면 야근하라고 지시해 주십시오. (만약 괜찮다면)하고 이쪽 기
분을 타진하시는 것 같은 말은 말아 주십시오."
그러다 보면 심한 말까지 오가게 된다.
"자네 같은 사람이 어떻게 입사했는지 모르겠는데..."
"그야 저도 잘못이지만 저를 채용한 과장님은 더 잘못한 게 아닙니까? 안 그렇습니까?"
이처럼 불필요한 말을 보내면 그만큼 상대도 불필요한 말을 해오게 된다. 되로 주고 발로
받는 경우라 하겠다.
셋째로 이야기를 중간에서 가로채지 않는다. 이쪽에서 무엇을 말하고 있는데 옆에서,
"그렇구 말구, 그것에 대해선 나도 이런 얘기가 있어요...."
혹은 이쪽의 말이 조금 머뭇거리면,
"결국 자네가 말하는 건 이런 거지...."
하고 결론짓는 사람이 있다. 확실히 그런 결론에 틀림없다 해도 기분은 좀 묘해진다.
D. 상대의 말을 칭찬한다
상대의 말을 칭찬해도 겉치레 말이나 맹목적인 추종이어서는 안된다. 상대편에 따라 그러
한 말을 듣고 싶어하는 사람이 있으나, 여기에서는 가장 간단하고 매우 자연스런 칭찬으로
(응대말)의 효용을 말하고자 한다. 캐치 볼 하는 것을 보고,
"볼이 좋은데!"
"좋아, 좋아!"
"잘 받는데!"
"나이스 캐치!"
하는 말을 들으면 한층 기운이 솟구친다. 이같은 말이 바로 말하기에서의 (응대말)이다.
응대말을 한마디로 말하면 상대편 이야기에 보조를 맞추는 것으로, 마치 음악으로 치면 반
주와 같은 것이다. 반주가 좋은 화음을 이루듯이 응대말은 대화를 보다 부드럽게 해 주는
것이다.
이 응대 말은 쉬운 듯하나 실은 매우 어렵다. 응대말은 매우 중요하나 응대말을 보내는 상
황이나 형편, 그리고 태도가 더 중요하다. 상대편 이야기 중에서 말이 매듭지어지는 때에 응
대말을 보낸는 것이 요령이다. 상대편이 한참 이야기하는 중간에 응대말을 넣으면 불협화음
이 되기 쉽다.
또 흔히 상대의 이야기가 어떻게 발전하는지 앞이 내다보이면, 이쪽에서 앞질러 말하는 사
람이 있은데 이것은 대화를 깰 뿐 아니라 상대편에 대한 실례가 되는 만큼 조심해야 한다.
"요전에 프랑스 영화 ((바캉스))를 봤는데...."
하고 화자가 재미 있더라는 표정을 짓기가 무섭게,
"그거 재미 있더군...."
식으로 말의 허리를 자르면 상대는 불유쾌해진다.
"봤는데 어때?"
"재미있어?"
하고 상대편이 말을 계속하도록 이어 주는 응대말이 필요하다.
응대말의 종류는 대체로 다음과 같다.
0 수락의 응대말
0 유도의 응대말
0 조력의 응대말
0 부정의 응대말
0 전환의 응대말
0 동의의 응대말
0 의문의 응대말
0 감탄의 응대만
0 침묵의 응대말
0 종결의 응대말
E. 상대의 말을 이끈다
어른이 어린이와 캐치볼을 할 때, 어른은 어린이가 받기 쉽게 볼을 던지는 것은 물론이지
만, 때로는 어린이가 할 수 있는 동작을 주문하기도 하낟. 즉,
" 좀 높게 던지렴."
" 이번엔 좀더 세게."
와 같이 이끌어 나간다. 이야기도 어린이에 대해서는 이끌어 나가는 것이다.
"이름이 뭐죠?"
"그래요. 학교는?"
"나이는?"
"무엇이 제일 좋죠?"
등으로 유도하며 어린이와 대화하는 정경을 이따금 목격한다. 문제는 어린이뿐 아니라, 같
은 어른 사이의 대화도 이 리드를 정해야 한다.
레어드라는 심리학자는 (사람의 마음을 끄는 11가지 방법)중에서 제일 먼저가 질문하는 것
이라고 말하고 있다. 무엇보다 질문이 사람의 마음을 끄는 지름길이라는 것이다. 그리고 질
문 할 때는 다음 사항을 염두에 두라고 말한다.
0 내밀한 것을 알려고 해서는 안된다.
0 상대가 대답하리하고 확신되지 않을 때 질문해서는 안된다.
0 힐문과 같은 인사의 질문은 안된다.
0 이쪽을 내세우기보다 상대를 내세우도록 질문하라.
5. 즐겁게 듣는 요령
남의 말을 잘 경청해 듣는 일이란 그리 쉬운 것은 아니다. 일반적으로 남의 말을 잘 듣는
다고 할 때, 여기에는 두가지의 경우를 구별하게 된다. 그 하나가 대화를 즐겁게 하기 위한
훌륭한 듣기이다. 또 하나는 상대편의 이야기를 바르게 받아들이는 듣기이다. 양쪽의 것이
모두 중요하나 먼저 대화를 즐겁게 하기 위한 훌륭한 듣기에 대해 생각해 보자.
누구나 상대편에 다라서 자기가 생각지도 않던 것까지 말하고 싶을 때와, 이와는 반대로
과히 말하고 싶지 않은 기분이 들 때가 있다. 어떻든 남과 대화를 할 바에야 나의 이야기를
잘 들어주는 사람과 대화를 하는 편이 훨씬 즐거운 것이다.
누가 어떤 말을 할 때 단지 머리를 끄덕이든가 (응응)하고 말든가 하는 사람보다는 마음으
로부터,
"그래? 그래서..."
하는 반응을 말이나 얼굴 표정으로 나타내보이는 사람에게 보다 더 친근감이 들고 말하기가
쉽다.
"야, 큰일인데..."
라든지.
"처음 들었는데...그래?"
하고 말해주는 사람에게는 계속해 속말까지 하게 된다.
그리고 이쪽에서 하는 말에,
"그랬어요? 고생이 많겠습니다."
"재미있는데... 그거까지 말해버렸군."
하고 상대편이 나의 이야기에 마음속에서 우러나오는 응대말을 보내주면 나도 즐겁게 말할
수 있게 된다.
되받아 묻기도 하면서 이야기를 이끌어 주는 사람에게는 말하기가 쉬어지며 편안해진다.
"그래서 뭐라고 말했나?"
하든지,
"깜짝 놀랐겠는데, 그래 상대는 뭐라고 말해?"
하면서 되풀이 물으면 그만큼 이쪽의 이야기에 흥미를 갖고 진지하게 들어주고 있다는 반
응이 된다.
무엇인가 화자의 이야기에 관계있는 자기의 경험을 말하는 것은 훌륭한 청자의 듣기이다.
"그래? 나도 작년에 진해에 간 적이 있지만 겨울에 갔기 때문에 봄의 벚꽃놀이는 못봤지.
그래, 이번의 밤 벚꽃놀이는 어땠어?"
하고 자기 경험담을 말하고 곧 화순을 다시 화자에게 돌려준다. 자기가 자아도취해서 말하
면 안된다. 상대가 무슨 말을 하면 곧 말꼬리를 잡아내서 자기 이야기만을 잔뜩 늘어놓는
사람이 있으나, 이것은 보람없는 일의 하나다. 요컨대,
0 말이나 표정으로 가벼운 놀라움을 나타내 보인다.
0 마음속으로부터의 응대말을 간간이 덧붙인다.
0 되풀이 묻는 말을 곁들인다.
0 자기의 이야기도 간간이 말하지나 곧 이야기의 화순을 다시 상대편에게 되돌린다.
이같은 요령은 공허한 것으로 생각해서는 안된다, 마음속으로는 남의 이야기를 즐겁게 여
기면서 겉으로는 전혀 그런 척을 하지 않는 사람이 적지 않다. 노력을 기울여서라도 상대편
이 이쪽을 볼 때 훌륭한 청자라고 생각하게 하는 것이 매우 중요하다.
훌륭한 화자란 단지 말을 할 뿐 아니라, 사실은 말을 하면서 스스로의 생각을 진전시켜 나
가고 있는 것이다. 때문에 훌륭한 청자가 되기 위해서는 무엇보다도 화자가 편안하게 말할
수 있고 자유롭게 생각할 수 있도록 각별히 마음을 써야 한다.
4 직장에서의 가는 말 오는 말
1. 일할 때에 오가는 말
직장의 사기나 종업원의 협력관계는 여러 가지 요인으로 좌우되겠지만, 그중에서도 직장의
인간관계, 즉 상하 좌우의 커뮤니케이션이 잘되고 있느냐의 여부가 가장 큰 영향을 미친다
고 한다. 특히 일하는 사람들의 생산성은 임금이나 물리적인 환경조건보다 인간관계 여하에
의존할 때가 많거니와, 이를 잘하고 못하고 것은 주로 직장에서의 상사와 부하와의 화법, 그
리고 동료 상호간의 화법여하에 좌우된다.
이렇게 볼 때, 뭐니뭐니해도 기쁘고 즐거운 직장을 만드는 것이 선결 문제이다. 직장을 어
둡고 불유쾌한 상태로 놓아두면 직장의 능률이 오르지 않을뿐더러, 외부의 고객에 대해서도
웃는 낯으로 응대할 수 없게 된다. 과장이 계장에게 불쾌하게 말하면, 계장은 불쾌한 감정
직원에게 쏟게 된다. 인간의 감정은 이같이 순환적으로 전파하는 속성이 있다. 특히 상위자
로부터 하위자에게 전파되는 힘이 강하다.
그런 데다가 감정의 동일성이라는 법칙이 있어, 한가지 불쾌한 일이 생기면 다른 아무것도
아닌 것에 조차 불쾌감을 느끼게 된다. 그러므로 직원이 매 불유쾌한 상태에 있을 때 고객
이 찾아왔다고 하면, 이 손님은 지극히 냉담한 대접을 받게 될 것이다. 때문에 상사되는 사
람은 부하에 대해 보다 주의를 기울이는 화법을 쓰지 않으면 안된다.
가령, 같은 방 안에 있는 타이피스트에게,
"이걸 좀 타이프 해줘요."
하고 급한 편지를 부탁했다고 하자. 완성된 카피에 한자 틀린 것이 있다. 매우 급한 상태이
므로 큰 소리로,
" 한자 틀렸는데, 고쳐줘요!"
하고 말했다. 이쪽의 말이 거칠면 타이피스트는 곡 자기가 말하고 싶은 것을 참지 못한다.
"그런데 글씨가 나빠서 도무지 읽을 수가 없어요!"
하고 한수 먹이고 만다. '가는 말이 고와야 오는 말이 곱다'고 이쪽도 가만히 있지 않고,
"이 정도의 글씨는 볼 수 있어야 하는 게 타이피스트의 능력이지."
이쯤되면 좋은 인간관계는 찾을 길이 없다. 평소 같으면 1분 정도로 수정할 수 있는 타이
프가 5분 정도나 걸린다. 급한 것이면 처음부터 차분하게 부탁하는 편이 더 낫다.
타이프 친 카피에 잘못된 글자가 발견되면,
" 내 원고 글씨를 알아보기 힘들었을 거야. 한자가 틀렸군. 좀 고쳐줘야겠는데..."
하고 말하면 좋다. 시간으로 따지면 10초 이상 걸리지 않을 것이다. 대개 타이피스트는,
"그래요? 미안합니다."
하고 1분 내에 정정해주리라 생각한다.
이런 것을 생각해 보아도 직장에서의 화법이 얼마나 중요한 가를 알게 된다. 여기서 알 수
있는 것은, 첫째 말하기의 책임이 항상 상사에게 잇다는 것과, 말하기 컨트롤은 처음에 하는
편이 쉽다는 것이다.
"그런데 글씨가 나빠서...."
하고 말해 올 때, 두 번째 컨트롤할 기회가 있다. 여기서,
"그래, 내 글씨가 보기가 힘들걸. 앞으로는 좀 바르게 쓰지."
하고 말하면 듣는 사람도 좋게 듣고, 이 단계에서 컨트롤로 좋은 결과를 만든다.
직장의 인간관계를 말할 때, 흔히 공식과 비공식을 말한다. 이것은 직장 등의 집단조직을
공식조직과 비공식조직으로 나누어 생각하기 때문인데, 공식조직이란 부. 과. 계 등의 직제
를 계통적으로 볼 수 잇는 회사나 단체의 기구 조직을 가리킨다.
이에 대해서 비공식조직이 있다. 이것은 회사나 단체의 조직은 아니나, 회사 내에서의 학교
동창조직이나, 바둑 동호인, 음악 써클, 낚시회, 혹은 동향인의 모임 같은 집단조직이다. 공
식조직은 그 자체가 이미 논리적인 체계이나, 비공식 조직은 다소의 규약은 있어도 회사의
기구가 아니므로 어느 정도 비논리적이라도 좋다.
인간이란 굳이 실존주의 철학자들의 말을 빌지 않더라도 부조리한 존재이며 이론적, 합리
적으로만 살아나가는 것이 아니다. 근대 사회는 합리주의적인 사회이므로 이론적인 화법이
중심이 되고 있다. 하지만, 거기에는 감정적인 레크리에이션을 위한 비논리적인 화법도 엄연
히 쓰이고 있다. 마찬가지로 근대 기업은 합리적 경영체이나 여기서 일하는 사람들은 역시
살아 있는 감정을 지닌 인간이므로, 그런 이유에서 생긴 것이 바로 비공식적 조직인 것이다.
때문에 공식조직에서의 화법과 비공식조직에서의 화법은 달라진다. 또 인간관계를 원만하
게 하기 위해 직장의 공식적인 면 뿐 아니라, 비공식적인 면도 이용하는 것을 잊어서는 안
되다. 직장의 인간관계는 일견 공식적 화법에 의존하는 것이 좋을 것 같으나, 반드시 그렇지
만은 않다. 공식과 비공식의 양면에서 균형을 취하는 것이 바람직하다.
실제의 직무에서는 부하에게 한마디도 의논하지 않는 독선적인 과장이, 일이 끝나면 번번
히 부하들을 데리고 술을 마시러 간다. 이를 비공식 면에서 본다면 인간관계를 보다 친밀하
게 하기 위해서일 것이다. 그러나 이것이 비즈니스를 위한 단순한 회유책이라면 술 사주는
만큼 손해가 된다.
" 이 과장은 우리를 술 좀 사주고 조종할 모양이지? 그런 생각대로 잘 안될걸!"
하고 본인이 없는데서 험담할 것이 틀림없다. 오히려 술 같은 것을 사주지 않아도 과장으
로서의 지구에 충실하고 공감이 가는 처신으로 부하의 인간성을 존중해 주는 과장이라면,
부하로부터 더 존경받고 또 인간관계도 보다 좋아질 것이라고 생각한다.
말하기, 즉 화법은 단순한 기술이 아니라 그 밑바탕에는 진실과 성심성의가 깔려야 하는
것이다. 윌리엄 템플 (W. Temple 1628~ 1699)이 말했듯이, 말을 잘 한다는 능변의 자격 여
건은, 첫째 진실, 둘째 양식, 셋째 기분, 넷째, 재치인데, 이 중에서 첫째가 진실이라는 점에
는 누구나 공감할 것으로 믿는다.
2. 웃사람이 부하를 대하는 화법
부하에 대한 화법은 매우 어렵다. 직장의 인간관계를 좋게 하기 위해서는 일방통행적인 명
령으로 대하지 말고, 부하의 협력을 얻는다는 자세로 대하지 않으면 안된다. 일상적인 인간
관계를 잘 유지하면서, 직장에 좋은 협력관계를 확립해 두기 위해서는 무엇보다도 상사의
훌륭한 화법이 절실하다. 부하의 협력을 얻는 방법으로, 미국의 심리학자 라데나는,
"협력은 요구하는 것이 아니라 의뢰하는 것이다,"
라고 말하고, 다음 항목을 제시했다.
0 논쟁을 피한다.
0 자기 잘못을 솔직히 인정한다.
0 어떤 결정사항을 실천하려 할 때는 그룹 전체가 생각해낸 결론인 것 같은 체제로 정리
하고, 그들이 자진해서 일을 맡아할 기분을 만들어 준다.
0 (노)라는 부정반응이 나오더라도 일단은 그것을 긍정적으로 받아준다.
이러한 항목은 매우 상식적인 것이요, 누구나 주지하는 바의 것이나, 요는 실제의 말하기에
서 이떻게 이것을 실행하느냐 하는 점이다.
가령, 직장에서 논쟁을 하면 나쁜 경과를 가져오는 것이 분명하다. 물론 뜻하지 않게 논쟁
이 벌어지는 수도 있다. 연구회. 토론. 회의 등에서 논쟁이 벌어지는 것은 당연하나, 그렇더
라도 감정적으로 확대되지 않게 말꼬리 하나에도 신경을 써야 한다. 본질적인 문제 외에 상
대방의 말꼬리를 잡아 논쟁하는 것은 크게 삼갈 일이다. 더구나 회의 석상이 아닌 일상의
업무수행시에 논쟁을 하는 것은 가치없는 일이다. 논쟁에 패하면 역시 분하고, 논쟁에 이겼
다 해도 상대편은 논파 당했다는 불쾌한 기분을 오랜 시간 간직하게 된다.
자기의 잘못을 솔직하게 인정하는 것은 어떤 인간관계에서도 중요한 것이나, 특히 부하로
부터 잘못을 지적받았을 때에 상사는 솔직히 그것을 인정하는 것이 상식이다. 그런 상사야
말로 부하로부터 지적을 받을 자격을 갖춘 상사이다. 언제나 부하들에게 군림하는 상사는
잘못이 있어도 부하들이 좀처럼 그것을 지적해 주지 않는다.
"부장님, 이것은 잘못된 게 아닙니까?"
하고, 부하로부터 솔직히 지적받을 수 있는 상사는 그만큼 평소에 민주적인 직장 분위기를
만들어 왔다는 것이 된다. 이같은 직장이라면 언제든 사양함 없이 의견을 말할 수 있다.
상사와 부하라는 관계를 제쳐놓고도 서로가 잘못을 지적해 줄 수 있는 사이라면 바람직한
인간관계에 있다고 할 수 있다. 그러나 잘못을 지적하는 쪽이 틀린 경우가 있다. 때문에 지
나치게 단정적으로 말할 것이 아니라,
"... 잘못된 게 아닐까요?"
정도로 완곡하게 말하는 것이 좋다. 지적받는 쪽도 이렇게 감사한다.
"친절한 충고에 감사합니다. 조속히 알아보겠습니다."
이와 같이 예의를 갖춘 진심어린 충고가 오갈 수 있다면 인간관계는 상투적이기보다는 인
간미있고, 수직적이기보다는 수평적으로 개선되어 나갈 것이다.
부하에게 말을 잘 할 수 있다는 것은 작업능률에도 큰 영향을 미친다. 설득도 잘하지 못하
고 작업에 따른 협력도 얻지 못하며 사기도 올릴 수 없는 화법 밖에 쓰지 못한다면, 그런
사람은 상사로서의 자격이 없다고 생각한다. 그러면 어떻게 해야 간부로서 효과적인 화법을
구사할 수 있을까. 먼저 다음과 같은 결점을 고쳐야 한다.
0 훈시적이고 설교적이다.
0 거만하고 뽐낸다.
0 말과 행동이 딱딱하다
0 상사. 동료. 부하의 험담을 자주 한다.
0 강제적이고 명령적이다.
0 부하에게 수치감을 갖게 한다.
0 빈정대거나 핀잔을 잘 준다.
0 남 앞에서 꾸짖는다.
0 상대의 결점을 파헤친다.
0 날카롭고 융통성 없게 말한다.
0 사소한 일에도 곧잘 흥분한다.
0 자칫하면 의견 대립을 하고 논쟁을 자주 한다.
0 말로 발뺌한다.
0 불평을 하면서 투덜댄다.
0 자기가 젊었을 때는 그렇지 않았다고 자만한다
0 자기를 변명한다.
0 쓸데없이 길고 지루하게 말한다.
위에 든 항목의 경우에 많이 해당될수록 그런 화법은 부하의 환영을 받을 수 없다. 그러면
다음 항목대로 실천한다면 그 결과는 어떻게 될까?
0 의논적으로 말한다.
0 부탁하는 식으로 말한다.
0 여러 가지를 헤아리면서 말한다.
0 친숙하게 말한다.
0 상대의 장점을 치켜준다.
0 상대의 실패에 동정적이다.
0 적절하게 칭찬한다.
0 상대의 입장이 되어서 말한다.
0. 자기 잘못을 솔직히 인정한다.
0 침착하고 여유있게 말한다.
0 상대를 기분좋게 해준다.
0 너그럽게 생각하며 말한다.
0 잘 정리된 정확한 화법을 쓴다.
0 상대가 하는 말을 잘 듣는다.
상사로서의 화법에는 위의 항목 가운데 어느 것도 빼놓을 수 없는 것임을 알 수 있다.
같은 일을 시켜도 어떤 상사가 명을 하면 하고 싶은 기분이 들지 않지만, 어떤 상사가 시
키면 즐겁게 일한다는 경우가 흔히 있다. 이것이 인간관계와 화법의 .미묘한 대목이다. 아무
리 인격이 고매한 상사라도 부하에 대한 화법이 바람직하지 못하면 일은 원만하게 진행되지
못한다.
상사로서의 최대의 자격은 지도력이 있고 부하로 하여금 즐겁게 일하게 하는 능력을 갖는
것인데, 이것은 상사로서의 부하에 대한 화법의 능력과 직결된다. 화법이 바람직하지 못한
상사는 언제든지 손해를 볼 것이다.
상사의 말은 어떻든 설교나 훈시처럼 들릴 때가 많다. 부하는 이런 화법을 가장 싫어한다.
특히 비공식적인 장면에서까지 설교나 훈시를 하면 견딜 수 없는 일이다. 상사는 반드시 실
력이 있고 인격이 높은 것이 아니라, 조직상으로 윗 자리에 있는 것에 지나지 않는 경우가
많다. 결국 명령적인 화법보다는 의논적이며, 친숙하고 헤아림이 있으며, 적절히 부하를 칭
찬하고 알기 쉽게 정확하게 말할 수 있어야만 참으로 상사다운 상사라 하겠다.
3. 의뢰할 때의 말
의뢰를 목적으로 하는 말하기는 설득을 목적으로 하는 말하기와 유사하나, 조금 차이가 있
다. 의뢰할 때 의뢰하는 것을 상대편이 들어주도록 하기 위한 요소가 들어가면 이것은 설득
의 단계가 된다. 의뢰할 때는 약간 가벼운 느낌이 간다. 가령, 우편물을 넣어 달라는 매우
가벼운 의뢰로부터 큰 것으로는 취직을 의뢰하는 것까지 있다. 이것은 채용을 의뢰하는 것
이므로 설득의 부류가 된다.
가령, 간단한 의뢰라도 상대에게 폐를 끼치는 것이므로 정중한 말씨로 의뢰하지 않으면 안
된다. 설득이 아니고 의뢰이므로 상대가 못한다고 거절하면, 깨끗이 물러서야 할 성질의 것
이다. 그러나 의뢰할 바에야 되도록 거절당하지 않도록 하는 화법이 필요하다.
엽서 한 장 부쳐줄 것을 의뢰하더라도 일단 사정을 분명히 말할 필요가 있다. 물론 친하고
친하지 않음에 따라 다르겠으나, 가까운 사이라면 ,
" 이봐 좀 부탁해, 응."
하고 끝내면 되나, 그렇게 가깝지 않은 사람에게 의뢰할 때는,
"미안합니다. 제가 좀 바빠서 그런데요. 부탁드립니다."
정도의 말을 하지 않으면 안된다. 단지 일반적으로 의뢰하고 하면, '뭐야, 그 정도면 자기
가
하면 될게 아냐?'하는 기분을 상대에게 준다. 거절당하지 않음은 물론 상대가 기분좋게 응
해
주도록 말하지 않으면 안된다. 그러므로 '지금 좀 바빠서...'라는 사정을 말하는 것이 좋다.
좀더 중요한 것을 의뢰할 때는 사정을 다시 더 상세히 설명하지 않으면 안된다. 이때는 설
명을 목적으로 하는 말하기가 선행한다. 그리고 정중하게 의뢰한다. 취직의 의뢰가 바로 이
경우다. 이쪽의 사정. 희망. 특기 등을 잘 설명하고 성실로써 의뢰하지 않으면 안된다.
무엇을 남에게 의뢰할 때, 무엇보다 먼저 그 가능성을 생각해야 한다. 취직을 의뢰할 경우,
상대가 사정을 잘 이해하고 꼭 알선해 주려고 마음먹더라도 그럴 만한 힘이 없다면 아무 소
용이 없다. 상대가 곤란해 하고 상대를 무리하게 하는 의뢰는 의뢰의 방법으로는 좀 서투르
다.
기부를 의뢰할 때도 동일하다. 기부가 어떻게 사회를 위해 도움이 되는가를 충분히 설명하
더라도, 상대에게 그만한 기부능력이 없다면 상대를 곤란하게 만들 뿐이다. 기부금액도 상대
의 형편에 맞게 의뢰하지 않으면 안된다. 여기서도 상대편에 대한 정보가 필요한 것이다.
또 의뢰에는 양자택일형이 있다. 이것인가 저것인가, 이것이 안되면 저것을 하는 식으로 의
뢰하는 방식이다.
"이 회사에 채용되면 더 바랄 것이 없겠습니다만, 그렇게 되기가 어렵다고 생각하시면 어
디 다른 데라고 소개해주십사 해서 찾아 왔습니다."
이것은 소위 제 1지망과 제 2지망을 제시하여 상대편 선택에 맡겨버리는 의뢰방식이다. 이
렇게 되면 상대편도 좀 수월한 생각이 들고, 무턱대고 거절하지 못할 것이다.
물건을 빌리는 것도 일종의 의뢰이다. 우산을 빌리는 정도라면 누구라도 잘 들어주겠지만,
중요한 서적을 빌리든지 옷이나 물건, 또는 돈을 빌리는 일쯤 되면, 상당한 설명이 필요하
다. 어디에 쓸 것인지를 분명히 밝히고, 되돌려주는 시시와 방법에 대해서도 명료하게 설명
하고, 상대가 안심하도록 말하지 않으면 안된다.
4. 지도할 때, 명령할 때의 화법
설득이나 의뢰는 상대를 이쪽이 생각하는 방향으로 움직이는 것이다. 그러나 같은 사람을
움직이더라도 이쪽이 의젓한 자세로 지도하고 명령하는 화법이 있다. 이처럼 상대를 움직이
는 지도의 화법에는 이쪽의 리더쉽이 있어야 하고, 명령의 화법에는 권력의 배경이 있어야
한다. 정부라는 권력, 법률이라는 권력, 상사라는 직장의 권위, 이같은 것이 없으면 명령이
이루어지지 않는다. 그러나 지도는 권력과 달리 상대로부터 신뢰를 얻음으로써 이쪽의 말에
따르게 된다.
"횡단보도를 통해 길을 건너시오."
는 명령이지만,
"횡단보도를 통해 길을 건넙시다."
하면, 지도가 된다. 결과적으로 동일하게 횡단보도를 걷게 하는 것이지만 화법은 조금씩 달
라진다.
명령이란 원래 위에서부터 아래로 강제하여 복종케 하는 수단이지만, 지도의 화법의 되면
매우 부드러운 말하기가 된다. 그러나 지도의 화법도 그 강도가 지나치면 상대에게 강제성
의 인상을 주게 된다.
어린 자녀에게
"공부해라!"
하고 명령하는 것은 부모의 입장에서 강제하는 것이나, 오늘날과 같이 부모의 힘이 통하지
않으면 그것은 공허한 명령이 되고, 이에 복종이 따르지 않으므로 상대를 움직일 수 없다.
결국 물리적 힘을 가하면, 어린이는 이것이 싫어 공부하는 시늉만 하게 된다는 것이다.
학교 선생님의 화법은 바로 지도이다. 명령형으로 가르치는 것은 예전 방법이요, 그것은 현
대적 의미로 볼 때 교육이 아니다. 선생님의 화법은 명령과 같이 호령으로 일관하지 않으나,
긴 시간에 걸쳐 학생을 이끌어 나가는 것이다. 이에는 설명의 화법을 적용하여 상대하는 학
생들에게 어떠한 사실을 이해시키는 것이 필요하다.
명령은 강제이나 권력자가 지나치게 권력을 이용해 명령만을 연발하며, 정작 명령이 필요
할 때 그 위력이 발휘되지 않는다. 평소에는 되도록 설명하여 납득시키는 형태로 부하를 움
직이도록 하고, 부득이한 때만 과감한 판단을 내리며 단호하게 명령할 때 명령의 참된 위력
이 발휘된다.
미국의 심리학자 레어드는 명령이란 질문이라고 말하고 있다, 그 의미는 명령하는 대신 질
문하라는 것이다. 명령이란 어떤 사태를 어떻게 처리하느냐에 대한 방법을 지시하는 것이다.
상사는 부하에게 처리방법을 명령하기 전에 충분히 그 일의 내용을 설명하고,
"이러한 경우 어떻게 처리하면 좋겠나?"
하고 질문하다. 부하가,
"이렇게 하면 좋겠죠."
하고 대답한다. 그것이 명령하려고 생각한 처리법과 일치하지 않을 때는,
"그렇지, 그것도 좋은 생각이야, 그런데 좀더 좋은 생각이 없을까?"
하고 다시 두 번째 질문을 계속한다.
사람의 머리에는 그렇게 큰 차이가 없다. 또 일정의 사태를 처리하는 방법도 그렇게 많은
것이 아니다. 결국 두세번 질문하는 중에 자기가 명령하려는 것과 동일한 대답이 나오게 되
는 것이다. 이때,
"바로 그게 좋은 생각이야. 그렇게 좀 해주게나."
하고 나가면, 부하는 자기 아이디어가 채택되고 자기 계획에 의해 업무를 수행하는 것으로
생각하고, 보다 분발해서 기분좋게 나설 수 있는 것이다. 이것이 바로 레어드의 (명령- 질
문)이라는 말하기의 공식이다.
그러나 화법은 나와 너의 인간관계이므로 상호간의 신뢰감을 무시하고 다만 테크닉에만 의
존하고 테크닉을 응용하는 데 그치는 것은 바람직하지 못하다. 상사에게 어떤 성의가 보이
지 않는다면 부하 또는 기계적인 움직임 밖에 더 나타내 보이지 않을 것이다.
자기가 명령하고자 생각하고 있는 것보다 부하가 더 훌륭한 아이디어를 갖고 있다면, 마땅
히 그것을 채택해야 한다. 그러나 모든 명령이 질문으로만 행해지는 것은 아니다. 그렇게 번
거로이 할 여유가 없는 화급한 경우가 있다. 그럴 때는 사정을 잘 설명한 다음에 명령을 한
다. 이렇게 되면 명령이라 해도 의뢰의 화법에 가까워진다.
5. 복명할 때, 보고할 때의 화법
명령을 받는 사람은 정확하게 명령을 받아야 한다. 또 명령을 받은 사람은 명령을 실행하
고 결과를 복명 또는 보고하지 않으면 안된다. 이것이 복명 및 보고를 목적으로 하는 화법
이다. 복명과보고를 함께 다루고 있으나, 복명이란 명령을 받는 사람이 명령한 사람에 대해
명령을 실행한 바를 전달하는 것이요, 보고는 명령받는 것을 전제로 하지 않는다.
보고는 실행한 것, 발생한 것을 말하는 것이다. 어떤 조직에서 하부의 직원이 상부에 대해
어떤 일의 경과나 결과를 전하는 경우가 많고, 조직의 규정에 의해,
"이러이러한 경우는 보고하지 않으면 안된다."
고 정해진 경우가 있다. 또 조직에서의 하의상달이 아니라, 해외사찰 보고나 국회보고와 같
이 자기 경험이나 견문한 바를 임의로 전하는 경우도 있다.
복명이든 보고이든 사실이나 경과를 전하는 것이므로 말하는 내용도 화법도 주관을 배제하
고 객관적이어야 한다. 만약 복병, 보고 외에 의견이나 감상을 할 때는 그것이 자기 의견임
을 밝히지 않으면 안된다.
조직에서 하부의 사람이 상부에 의견을 말하는 것을 상신이라고 한다. 또 이와는 달리 신
고가 있다. 상신이든 신고든 모두 아래에서 위로 향한 말하기이나, 상신은 의견, 신고는 사
실을 전하는 것으로 구별한다. 또 신고는 조직의 규정에 의해 강제되고 있는 것, 상신하는
사람이 임의로 하는 것이다. 또 조직에서 위에서 아래로 혹은 수평으로 전달하는 것이 보고
이다.
복명. 보고. 신고 등의 화법에서, 첫째로 중요한 것은 정확이다. 설명이든 서술이든 화법은
모두 정확을 요하나, 특히 복명. 보고에서는 정확이 생명이다. 둘째로 중요한 것은 간결성이
다. 대체로 명령을 발한 사람이나 명령받는 사람은 언제나 시간이 바쁜 사람이다. 따라서 화
법이 간결해야 한다. 셋째로는 결론부터 먼저 말하는 게 중요하다. 특히 복명을 받는 사람은
가장 먼저 듣고 싶은 것이 자기가 명한 것이 성공했느냐 여부이다. 그리고 교섭한 일을 상
대가 승낙했는지 여부를 일각이라도 빨리 알고 싶은 것이다. 그러므로 지루하게 경과를 설
명하고 좀처럼 결과를 말하지 않으면 ,
"요컨대 결론이 뭔가?"
하고 다그침을 당할 것이다. 때문에 먼저 결과부터 보고하고 필요에 따라 경과에 대해 요점
을 말한다는 것이 복명이나 보고의 화법이다.
명령받은 일이 성공했을 때는 복명할 때도 보람이 있다. 그러나 이때 뽐내는 듯한 말하기
는 특히 경계해야 할 일이다. 성공하면 의기양양하게 되는 것이 인간 심리의 통성이다. 그러
나 보고를 받는 사람이나 제 3자로 보면 듣기 거북한 것이다. 명령이 잘 실행된 것은 명령
을 수행한 사람의 공적이기도 하나, 명령을 발한 사람의 판단과 명령의 내용이 적절한 때문
이기도 한 것이다. 그것을 자기만의 공적인 것처럼 말하는 것은 어림도 없는 일이다. 뽐내며
말하면 모처럼의 성공에 마이너스의 결과를 가져올 수 있다. 성공했을 때의 복명은 깨끗이
결과만의 보고로 그치고 여타의 잡다한 것은 말할 필요가 없다. 그러나 명령수행에 다른 협
력자가 있을 때는 협력자의 공적도 함께 보고할 일이다.
어려운 것은 명령 실행에 실패했을 때의 복명 방법이다. 이 경우도 역시 결과부터 보고해
야 한다. 흔히, 그보다는 경과부터 말하고 최대의 노력을 기울였느나 아무리 해도 할 수 없
었다고 말하고 싶으나, 이렇게 하면 변명을 늘어놓은 것으로 들린다. 말하기 거북해도 먼저
실행되지 못한 결과를 보고한다. 실패했다는 것은 모든 노력을 다 기울인 결과이다. 노력하
는 것은 당연하고 노력한 것을 늘어놓은 것은 무익한 일이다.
단지 실패했을 때는 명령자로서도 실패의 원인과 경과도 알고 싶기 때문에, 그 요구를 채
워주는 경과보고는 보다 성실하게 해야 한다. 성공했을 때는 협력자의 노력을 칭찬해서 말
할 일이나, 실패했을 경우에는 가령 두사람 이상이 함께 명령을 받았다 해도, 성공하지 못한
원인을 자기 이외의 사람에게 전가하는 말은 하지 말아야 한다.
계속해서 상신 또는 진언은 화법을 말하기로 한다. 진언은 충고와 같이 소극적으로 무엇인
가를 못하게 말리는 것과는 다르다. 충고는 노름을 못하게 하든가, 담배를 못 피우게 하는
것같이 무엇을 부정할 경우가 많다. 좀더 공부할 것을 충고할 때도 그것은 적극적 정신이
아니고, 공부하지 않으면 낙제한다는 식으로 배후에는 실패를 미리 막아준다는 소극성이 포
함된다. 이 소극성이 충고의 숙명이다. 그리고 위에서 아래로의 경우가 많다. 이에 대해 진
언은 적극적이고 건설적인 제안인 것이다. 또한 어디까지나 아래에서 위로 향하는 제안을
가리킨다.
모든 화법이 그런 것처럼 제안의 경우고 그 내용이 훌륭해야 한다. 때문에 진언하기 전에
내용을 충분히 검토해 놓지 않으면 안된다. 물론 진언을 받아들이는 것은 웃사람이지만 진
언의 결과가 실패할 때는 진언자도 역시 괴로운 것이다.
모든 화법에는 기회가 있는 것이나, 특히 진언은 기회를 잘 선택해야 한다. 아무리 훌륭한
아이디어도 상대편의 심리적 조건이나 장면의 분위기가 진언을 받아들이기 어려운 형편일
때는, 모처럼 진언이 쓸모없게 되고 만다. 진언의 화법은 이론적으로 정연하기보다 감정이나
분위기 등의 비합리적인 요소에 지배되는 것이므로 주위를 요한다.
진언할 때는 성공을 복명할 때와 같이 자칫하면 "내로라...'하는 기분이 표정으로 나타나
기 쉽다. 충분히 연구하고 '이 정도라면...'하고 자신을 갖고 진언하는 것이므로 힘주어 말
하는 갓이 무리는 아니나, 겸양의 태도를 보이지 않으면 그 아이디어가 채택되지 않을 때가
많다. 사실, 남이 어떻게 생각하든 필요는 없지만, 문제는 자기의 아이디어가 주위의 관심사
가 되면서 받아들여지느냐의 여부에 있느니만큼, 이럴 때일수록 효과적인 화법을 고려해야
할 것이다.
5. 손님을 응대하는 바른 말 고운 말
1. 손님을 응대하는 말
응대나 응접은 같은 뜻으로 쓰이며, 손님을 맞이하여 접대하는 것을 말한다. 여기서
는 서비스직에 있는 사람이 손님을 응대할 때의 화법을 말하고자 한다. 이 응대의 원칙에는
다음 5가지가 있는데, 즉 (친절- 간이- 신속- 정확- 공평)등으로 설명할 수 있다.
말할 필요도 없는 것이지만, 손님은 첫째, (친절)한 대우를 받고 싶어한다. 응대자는
회사나 관공서의 제 1선이요, 그 회사라는 인상을 손님에게 주게 된다. 이 친절은 당연히
정중하다는 말과 함께 붙어 다녀야 한다.
둘째, (간이)는 간단하고 쉽다는 뜻이다. (적당히)와는 질적으로 다르다. 응대받는
것이 손님의 목적이 아니므로, 관공서에 어떤 서류를 떼러 온 사람에게는 그 일을 간단한
절차로 쉽게 처리해 주면 되는 것이다. 열차 승객은 열차를 타고 빠르고 안전하게 목적지에
도착하는 것이 목적이지, 출찰. 개찰. 차장으로부터 응대의 서비스를 받는 것이 목적이 아니
다. 때
문에 그 절차가 복잡하든지 형식이 까다로우면 매우 귀찮은 것이다. 응대에서 간이가
요청
되는 것은 바로 이 때문이다. 다만 간이에 중점을 둔 나머지 너무 기계적, 사무적이면
이 또
한 손님을 불쾌하게 한다.
셋째, (신속)은 빠른 시간을 말한다. 응대받는 것은 목적을 이루기 위한 과정이므로
여기서
시간이 오래 걸리면 곤란하다. 가령, 증명을 떼려는데 접수인이 딴전을 피우면 매우
불유쾌
하다. 사람을 면회하려고 하는데 좀처럼 만나 주지 않으면 괴롭다. 식당에서 음식을
주문했
는데 종업원이 꾸물거리면 빨리 하라고 나무라고 싶다. 응대는 신속을 앞세워야 한다.
넷째, (정확)은 무엇이든 정직하고 확실하다는 뜻이다. 손님을 응대할 때 빼놓을
수 없는
것이 정확이다. 표사는 데서 (대전)이라고 말했는데 (대구)표를 주든가, 호적초본을
부탁했
는데 호적등본을 떼주는 것은 정확치 못한 소치다.
다섯째, (공평)은 어느 손님에게 치우침이 없이 언제나 공정하다는 뜻이다. 그래서
공평한
응대는 누구나 희망하고 기대하는 바이다. 창구에 많은 사람이 몰릴 때는 공평하게
선착순
으로 취급하는 것이 응대자의 일이다. 얼굴 아는 사람의 일을 먼저 처리해 주면 공평
하다고
할 수 없다. 또는 복장이나 신분에 따라 응대 태도를 다르게 하는 것은 보기 거북할
분만
아니라, 손님의 불만을 사는 원인이 되기 쉽다.
어느 식당에서의 사례이지만, 이 식당에서는 식권을 먼저 사게 되어 있다. 노무자인
듯한
한 남자가 그것을 모르고 테이블에 앉아서 종업원에게 ,
"카레라이스 하나!"
하고 주문을 하니, 종업원이
"식권을 먼저 사세요."
하고 무뚝뚝하게 대답했다. 노무자는 그제야 알겠다는 듯 식권을 살 돈을 내놓았다.
그런데
옆자리의 신사가,
"아이스크림 하나!"
하고 주문을 하니, 종업원은,
"네 ! 감사합니다."
하고 공손히 인사까지 한다. 이를 본 노무자는,
"너! 사람 보고 차별하나?"
하고 화를 벌컥 내면서 카레라이스 그릇을 내동이쳤다. 이처럼 불공평한 응대는 응
대로서
가장 서투른 짓이다.
응대받는 자체가 손님의 목적이 아니지만, 응대하는 방법이 서투르면 목적을 벗어나
손님
에게 나쁜 인상을 주게 된다. 이점 응대자의 태도가 매우 중요한 것이다. 먼저 응대자
에게는
성의있는 태도가 요구된다. 성의는 반드시 태도로 나타난다. 손님을 맞이하는데 성의
가 없으
면 손님에게 호감을 못준다.
다음은 명랑한 태도다. 응대자가 무뚝뚝한 태도로 나오면 손님은 불유쾌해진다. 접
수하는
아가씨의 명랑하게 웃는 얼굴을 보면 손님도 명랑한 기분을 갖게 된다. 지나치게 분
주하면
곧 태도가 매우 날카롭고 냉담한 듯이 보인다. 피로도가 높아지면 명랑한 표정을 지
을 수
없는 것이 당연하다. 백화점에서 폐점 시간이 가까워지면 점원들의 명랑성이 떨어진
다. 이것
은 응대자 자신의 마음가짐이라기보다는 물리적인 것으로, 경영자나 감독자가 근무시
간표를
연구해서 피로에 의한 서비스 저하를 미리 방지해야 할 일이다.
응대자는 또 신중하지 않으면 안된다. 자칫하면 간이나 신속에 정신을 쏟은 나머지
신중성
을 잃기가 쉽다. 그러므로 제 1선의 응대자에게는 이 신중성이 가장 크게 요구된다.
제 1선
은 회사로서의 비즈니스를 받아들이는 입구이며 동시에 출구이기 때문에 신중을 기하
지 않
으면 안된다. 경솔한 태도가 회사의 신용을 떨어뜨리고 금전적인 손실을 초래하는 수
가 많
다. 그리고 응대자는 책임감이 강하지 않으면 안된다.
2. 상품을 판매할 때의 말
이것은 대화 중에서 가장 어려운 과제이다. 그것은 목적이 상대에게 인포메이션을 주
고 상
대에게 어떤 변화를 일으켜 행동으로 옮기게 하는 것이기 때문이다. 사람을 행동시키
는 것
은 설득하는 것으로 매우 어려운 것이다. 점포 판매와 출장 판매가 있으나, 공통적으
로 주의
할 것을 말하면 다음과 같다.
(1) 상품에 대한 지식을 충분히 갖는다 평소부터 자기가 파는 상품을 잘 연구해야
한다.
또 거기에 관련된 일이나 다른 회사의 제품 등을 잘 조사하여 각각의 상품을 비교하
고, 장
점과 단점을 알아둔다. 그리고는 자기 상품의 장점에는 자신을 갖고 명랑하고 친절하
게 소
개하는 것이다.
(2) 판매에는 인격이 따라야 한다 아무리 풍부한 상품의 지식이 있어도, 교언영색
으로 상
대를 교묘하게 리드하는 것만을 능사로 삼는 사람은 참된 세일즈맨이 아니다. 참된
세일즈
맨의 정신은 세일즈맨 자신의 인격에서 출발해야 한다. 나쁜 것은 나쁘다고 인정하는
공평
한 안목과 공정한 생각을 가지고 참되게 자기 업무를 수행하는 사람은 초조해 하지 않
아도
마침내 신용을 얻게 된다. 세일즈맨이 신용을 얻지 못하면 생명으 잃은 것이나 마찬
가지이
다.
"저 사람은 신용있는 사람이야. 저 사람이면 믿을 수 있지."
하는 소리가 들려야 한다. 세일즈맨은 신뢰를 획득하는 것이 무엇보다도 중요하다.
(3) 손님을 대하는 태도 어떤 세일즈맨이라도 손님에 대한 태도만은 되도록 기분좋
게 하
려고 노력한다. 먼저 세일즈맨은 여러모로 신경을 쓴다. 그러나 아무리 신경을 써도,
어째서
이렇게 하지 않으면 안되는가를 이해하고 있지 않으면 부자연스럽게 되기 쉽다. '인간
은 감
정의 동물'이라 이르는 것처럼 손님의 행동은 왕왕 감정에 의해 좌우되는 것이다.
상대의 욕구가 무엇인지를 이해하고 그 욕구를 채워 주면 상대는 만족하고, 이쪽이
생각하
는 대로 움직여주는 것이다. 요컨대 손님의 근심 걱정을 잘 분석하고 욕구를 충족시
켜주는
것이 상대에 대한 태도의 근본이 되어야 한다.
(4) 말은 언제나 공손하게 인간의 욕구인 자존심을 만족시켜 주기 위해, 경어를
공손히
써서 나쁜 인상을 주지 않도록 하는 것이 중요하다. 보다 정중한 말이 상대를 만족시
켜 줄
뿐만 아니라, 기분 좋은 인상을 주는 것이다.
(5) 이야기 순서는 5단계로 한다 사람을 움직이기 위한 순서로 이야기를 5단계로
나눈다.
세일즈맨은 이 5단계 화법을 염두에 두고 한 걸음 한걸음 여유있게 진행해 가는 것이
좋다.
0 상품 자체에 주의를 끄는 단계
0 상대에게 상품이 필요하다는 것을 느끼게 해주는 단계
0 상대의 필요감을 채워 주는 단계
0 구체적인 방법을 설명하는 단계
0 주문을 받는 단계
이 단계는 상대에 따라 시간이 걸릴 경우와 이야기가 곧 풀릴 경우가 있다. 어떻
든 성
공을 거두려면 이 5단계에 들어가기 앞서 손님과 세일즈맨의 인간관계, 결국 신뢰관계
가 형
성되지 않으면 안된다. 이것을 바탕으로, 한단계씩 손님에게 맞추어 이야기를 진전시
켜 나가
지 않으면 손님은 끝까지 따라 오지 않는다. 손님의 마음을 잘 포착하여 상대편이 자
진해서
사도록 만든다. 이쪽이 압력을 가하면 반드시 뒤로 물러서게 마련이다. 여기에는 많은
연습
이 필요하고 경험이 매우 중요하다.
흔히 세일즈맨 교육을 보면 표면적이고 세부적인 기술의 습득을 중시하는 경향이 되
고 있
다. 그러나 스피치 커뮤니케이션의 기초지식이 뒷받침되는 훈련이 아니면 아무래도
임기응
변이라는 즉흥성의 위험이 따르게 된다. 세일즈맨은 먼저 바른 대화의 훈련을 쌓지
않으면
안된다. 상품을 판다는 일은 결국 상품을 파는 사람의 인격을 파는 것과 같다. 그래서
그 인
격을 어떻게 관리하며 어떻게 표현하느냐가 스피치 커뮤니케이션 분야의 연구 과제가
되어
있다.
3. 까다로운 상대를 대할 때의 말
세상에는 다루기 힘들고 이해력이 박약한 사람이 있다. 그러나 현명한 사람은 이같은
인물
이라고 계속 나의 편으로, 나의 친구로, 나의 손님으로 바꿔 나간다는 사실을 동시에
알아둘
필요가 있다. 먼저 까다로운 상대라고 해서 이쪽이 소극적인 태도를 취해서는 안된다.
미국
의 실업가 버논 하워드(V. Howard)는 이런 경우를 '설득력을 시험하는 좋은 시험대'로
생각
하라고 주장한다. 여기서 그의 주장을 간추려 본다.
까다로운 인간이라도 이쪽에서 잘 교섭하면 정복이 가능하다. 때문에 지금부터는 까
다로운
사람의 나쁜 인상, 미운 말투, 달갑지 않은 도움 등은 표면 뿐이라 생각하고 접촉한
다. 이처
럼 신선한 견해를 세우면 누구나 승리에 연결되는 교섭의 정도에 들어서게 된다.
남자든 여자든 자기가 좋아서 까다로운 사람이 되려고 하는 인간은 없다. 이 사실을
처음
부터 마음속에 새겨 놓지 않으면 안된다. 다루기 힘든 사람이란 실상 이러한 자기
모순을
괴로워하는 인간이다. 문제시되는 인간은 행복하게 사는 것이 실제 가능하다는 사실을
모르
고 있다.
어떤 까다로운 사람도 우리와 전혀 동떨어진 인간은 아니다. 남이 찾는 사람이 되고,
장점
은 칭찾받고, 결점은 용서받고 싶으며, 상대편이 자기 기분을 알아주기 바라는 심정이
다. 때
문에 보통 사람보다 까다로운 사람을 설득하기 쉬울 때가 있다.
그런데 남을 타일러 설득하려 해도 좀처럼 상대는 그렇게 쉽게 자기 약점을 가르쳐
주려고
하지는 않는다. 자기가 소심한 것을 자인하고 싶지 않기 때문이다. 그럴 때는 상대가
불안하
게 여기는 정체를 이쪽에서 먼저 간파하지 않으면 안된다. 물론 솜씨가 있어야 한다.
여러모
로 탐색해 본다. 상대가 고백하기 쉽게,
"무엇인가 분명히 하고 싶은 것이 없는가?"
하고 묻는 것이 좋다. 이러한 질문은 마음속의 공포와 갈등을 털어놓게 하는데 아주
좋은
방법이 된다.
그러면 상대의 불안을 어떻게 제거해 주면 좋을까. 이럴 때는 이쪽의 사정은 이야
기하지
않는 것이 좋다. 그보다는,
"이런 생각을 하시면 마음속의 번민이 깨끗이 가십니다."
하는 식으로 말한다. 이와 같이 일단 불안을 제거해 주면 그때부터 판매는 수월하다.
이 공
포로부터의 자유는 광고기획자들이 잘 쓰는 방법이라는 것에 주목할 일이다.
" 이 안전 타이어면 펑크 걱정은 없습니다.!"
" 이 보험에 들면 경제사의 스트레스가 없어집니다."
등을 참고해 본다. 때문에 상대에게 이쪽의 계획대로 하면 아무 걱정할 게 없다고 말
해준다.
사람을 설득하려면 상대에게 좀 지나친 행위가 있더라도 못 본 체하고, 그 반대로
적극적
인 행위가 그의 이득이 된다는 것을 가르쳐 주어야 한다. 그렇기 때문에 상대를 가깝
게 하
려면, 이쪽과 협력하는 경우에는 어떤 이득이 있다는 것을 먼저 말할 필요가 있다. 가
령, 수
입의 증가, 평판의 상승, 관록이 붙는다는 등 구체적이고 분명한 것을 약속해 준다.
내일의
행복을 위해서는 오늘 무엇을 하지 않으면 안된다는 사실을 상대의 마음속에 깊이 새
겨주는
것이다.
상대를 이쪽으로 끌어들일 때 겁에 질렸다든가, 소심하다든가, 허약하다고 비판해서
는 안된
다. 실제가 그렇다고 해도 이쪽의 작업은 상대의 공포를 제거해 주는 한편, 상대의
허점은
이쪽에서 잘 체크해 둔다.
지금까지 말한 것에서 기억해 두어야 할 3가지 아이디어를 정리해 본다.
0 다루기 까다로운 사람은 공포와 불안에 떠는 인간이라고 생각한다. 그 사람에게
문제점
이 많으면 많을수록 불안도 크다. 때문에 그만큼 이쪽의 침착한 계획과 인내심이 강한
설득
력이 필요하다.
0 인간의 완고성은 공포를 덜어 주면 협력으로 바뀐다. 무엇을 판매하든가 무엇을
상담할
때도 이 방식은 효과적이다. 어느 경우에 가서 상대는 '예스'라고 말할 것이다. 답은
간단하
다. 자기가 동의한 결과에 이미 공포가 가셔지면 상대는 바로 이쪽 편이 된다.
0 말을 좀처럼 하지 않는 사람은 겉보기만큼 그렇게 다루기 힘들지 않다. 인간학의
권위
자 카렌 호니(K.Horney 1885~1952) 박사는 이렇게 말했다.
" 나 자신은 이렇게 믿고 있다. 인간에게는 잠재능력을 신장시켜 훌륭한 인간이 되고
자 하
는 욕구가 있을 뿐만 아니라, 그것을 성취하는 능력이 있다. 인간은 변할 수 있다. 언
제까지
든 계속 변해 간다."
슈퍼마켓 체인의 사장이 된 하워드는 그가 일개 사무원으로부터 큰 사업가가 되기까
지, 보
통 사람의 반 정도의 세월이 필요했을 뿐이다. 그의 성공은 까다로운 손님을 대할 줄
아는
재능이 있었기 때문이다. 손님이 상품에 흠이 있다고 투덜대도 잘 응대할 줄 알았다.
또 점
원들의 일신상의 괴로운 상담에도 언제나 잘 응했다.
바꾸어 말하면, 그는 어려운 문제를 지닌 인간을 달 다루는 능력 때문에 이례적으로
성공
한 것이다. 그는 '이같은 상대에게는 이같이 대해야 한다'는 특이한 요령을 알고 있
으며, 솜
씨 있게 다루는 요령을 다음과 같이 말하고 있다.
4. 이같은 상대는 이같이 대해라
다음에 말하는 항목은 우리가 잘 볼 수 있는 사람들의 기분이나 태도이다. 어느 것이
든 사
람을 응대하는 경우 흔히 있는 일이다. 그래서 하워드는 이같은 사람에게는 이같은
방법으
로 응대하는 것이 가장 바람직하다고 한 것이다. 이 방법은 비단 비즈니스에서만 적용
할 것
이 아니라, 사회생활의 모든 인간관계에서도 응용할만한 것이라고 생각된다.
0 싸움하듯 말할 때 상대가 욕이나 잡소리를 하더라도 한쪽으로 흘리고, 이쪽에서
는 조
용히 생각하면서 자기의 목표 달성을 위해서 치밀한 방도를 강구한다.
0 말이 없을 때 상대가 입을 다물고 있을 때는 유도심문의 방법을 쓴다. 상대편
의중에
있는 것을 찾아서 뽑아낸다.
0 소심할 때 상대가 소심해서 무엇을 망설이고 있을 때는, 이쪽에서 시원스레 선의
와 원
조를 약속한다.
0 부담스러울 때 이런 저런 부탁을 염치없이 해오는 상대가 있다. 그런 괴로움에
시달리
지 않게 해야 한다.
0 잘난 체할 때 잘난 체하는 것은 스스로 자기를 내세우고 싶어하는 일이므로, 당
분간은
그렇게 하게 내버려둔다.
0 협박적일 때 협박적인 태도를 취하는 상대를 그대로 받아들여서는 안된다. 이럴
때는
단호하게 대처한다.
0 열의가 없을 때 상대에게 무엇을 하고자 하는 열의가 없을 때는, 이쪽의 열로
불태워
준다. 인간의 행동에는 열이 필요하기 때문이다.
0 탐색을 해올 때 상대가 이쪽의 비즈니스 사정을 탐색해올 때가 있다, 그럴 때는
모른
척하고 방비를 굳게 한다.
0 위엄을 부릴 때 상대가 체면을 세우고 위신을 지키려고 할 때는 그대로 존중해서
받아
준다. 그러면서 이쪽은 거기에 대응할 방법을 생각한다.
0 마음이 약할 때 상대가 마음이 약해졌을 때는 적절하게 동정을 보인다. 그러나
지나친
동정은 금물이다. 동정은 마음 약한 것을 부채질하기 때문이다.
0 싫증이 날 때 상대를 대하는 것조차 싫증이 날 때는, 도대체 어째서 이런 인간을
상대
하고 있는가 하는 생각을 버리고, 전혀 다른 각도에서 생각을 고쳐 본다.
0 비능률적일 때 능률이 오르지 않는 것은 능력이 부족하다기보다는 그 사람이 게
으른
탓이다. 그런 사람에게는 부지런한 친구를 소개해 준다. 이것으로 자기를 반성하게 된
다.
0 사람을 미워할 때 누구를 미워한다는 것은, 자기는 그 사람만 못하다는 열등감에
서 오
는 수가 많다. 이런 사람에게는 자신감을 심어주는 것이 좋다.
0 잔소리꾼일 때 남의 일에 관심을 가지고 잔소리까지 하는 사람이 있는데, 그런
사람은
환영할 만하다. 축하할 일이다, 이쪽 일에 신경이 쓰여 어찌할 도리가 없다는 것은,
이쪽이
상대에게 얼마나 중요한가를 뜻하기 때문이다.
0 독선가일 때 독선이란, 자기 혼자만이 착하고 옳다고 믿고 객관성을 무시하는
행동이
다. 이런 사람에게는 세상에는 잘난 사람이 많다는 것을 말해 주어야 한다.
0 두려워할 때 상대를 두렵게 하는 사건, 생각, 사태에 상대가 정정당당하게 대처
하도록
도와준다. 공포란 두려운 것이 아니라, 잘못 생각할 때만 두려운 것이다.
0 갈팡질팡할 때 상대가 근심 걱정으로 갈팡질팡할 때 먼저 자신감을 복돋워주고
당당하
게 행동하게 해 준다. 불안을 없애는 데는 강력한 의지가 필요하다.
0 하찮은 일에 신경을 쓸 때 상대가 당면한 문제는 뒤로 미루듯 하고, 하찮은 일에
신경
을 쓰는 경우가 있다. 이럴 때는 일의 경중이나 완급을 비교해 주면서 적절하게 지적
해 주
어야 한다.
0 성을 잘 낼 때 성을 잘 내는 사람이 있다. 성격적으로 과민하기 때문이다. 이런
경우,
어떤 일이 있어도 상대와 맞서서 성을 내서는 안된다. 상대의 성이 가라앉기를 기다려
그때
부터 이야기를 시작한다.
0 완고할 때 상대편이 몹시 완고할 때, 이쪽이 원하는 대로 무엇을 시키려고 정
면으로
접근해서는 안된다. 그럴 때는 한발짝 물러서서 현명한 접근 방법을 찾아야 한다.
0 현실을 외면할 때 상대가 현실문제를 외면하고 엉뚱한 방향으로 갈 때, 여러 가
지 경
우의 실증을 제시해 준다. 그리고는 현실을 제대로 파악하도록 가르쳐 준다.
0 기분이 언짢을 때 목적을 달성하지 못했을 때는 누구나 기분이 언짢은 법이다.
이럴
때일수록 상대를 위로해 주면서 기분을 살려준다.
0 사리에 어두울 때 사리에 어둡다는 것은 판단력이 없다는 뜻이다. 이럴 때는 좋
은 선
례를 들어주면서 올바른 길을 택하게 해 준다.
0. 오만할 때 상대가 오만하게 나올 때는 그대로 받아준다. 그러나 이쪽의 인내가
결코
허약하지 않다는 것을 깨닫게 해 준다.
0 내성적일 때 내성적이란, 겉으로 나타내지 않고 혼자서만 속을 앓는다는 말이다.
이런
사람을 달래다 보면 이쪽이 지치고 만다. 그럴 때는 '네 멋대로 해라. 나는 간다'하면
그때서
야 '어쩌면 좋으냐'고 하면서 매달리게 된다.
0 무책임할 때 무책임한 사람은 대개 일의 뒷처리를 하지 못하는 사람이다. 남의
뒷치닥
거리는 하기 싫다고 불평하는 사람이다. 이런 사람에게는 책임이란 어떤 것인가의 좋
은 본
보기를 보여 주어야 한다.
0 남의 흉을 볼 때 남의 흉이 아니면 할 말이 없는 사람이 있다. 그런 사람에게
는 그
감정을 다른 데로 돌리게 하고, 화제를 바꾸게 유도한다. 그리고는 남을 헐뜯는 말은
자신을
해치게 되고, 남을 이롭게 하는 것이 자신의 밑천이 된다는 것을 일깨워 준다.
0 불친절할 때 불친절하다는 것은 상대편에게 불쾌한 기분을 주는 일이지만, 그
보다도
자신을 괴롭히는 일이다. 사람의 마음이 명랑하지 못할 때 불친절이 나오기 때문이다.
5. 손님이 불평불만을 받아주는 요령
손님의 불평불만을 처리할 때, 다음과 같은 점에 유의한다.
첫째, 상대편 입장에 서서 냉정하게 듣는다. 상대가 이야기를 끝낼 때까지 열심히 들
어 준
다.
상대가 한마디 하면 그것을 가로막아,
"아녜요, 그것은 말예요...."
하고 변명하든가, 이유를 억지로 말하든가, 책임회피의 말은 하지 않도록 한다.
상대는 이쪽의 변명을 듣고 싶은 것이 아니다. 불평의 구체적인 처리를 요구하고 있
을 뿐
이다. 노하고 있는 손님에게 빈정거리듯이 웃어서는 안된다. 얼굴 표정을 바르게 하고
진지
하게 들어야 한다.
또 흥분하고 있는 손님을 자극시켜 이쪽마저 흥분해서는 안된다. 처음에는 조용히
불평을
말하는 손님이라도 이쪽이 안색을 바꾸면 점차 안색이 변해 간다. 그러다가 목소리가
높아
진다. 성난 감정의 물결을 타면 냉정할 수가 없다.
불평을 말하는 손님에게는 어떻든 그 감정을 전부 털어놓게 한다. 이쪽은 그 불만
토로를
충분히 받아들이는 입장이 되어야 한다. 조용히 들어주면 노한 손님도 점차 감정이
풀리게
된다. 냉정과 평온을 되찾은 손님은 '점잖치 못하게 소릴 질렀군....' 하고 후회한다.
상대의 기분이 조용히 가라앉을 때, 이쪽의 의견을 말하면 상대도 이쪽에서 하는 말
에 귀
를 기우여 주게 된다.
상대가 불평을 모두 말했을 때,
"정말 죄송합니다. 어려우시지만 저희가 미흡했던 점을 다시 한번 일깨워 주십시오."
하고 공손히 대답하면,
" 응, 결국 이런 것인데...."
하고 불평을 되풀이 말하는 중에 상대의 흥분도 가라앉을 것이다. 동시에 자기가 잘못
말한
것도 느낄 수 있을 것이다.
상대의 불평을 뿐 아니라, 상대가 불평을 말하고 그 불평의 이유를 충분히 이해하고
있음
을 알려준다.
"못마땅한 점은 바로 이런 것이죠. 손님께서 말씀하시는 것은 너무나 당연한 말씀
입니다.
제가 손님의 입장이라도 저 역시 그렇게 생각할 것입니다. 죄송합니다."
둘째, 불평의 참된 원인을 조사한다. 단지 몸을 굽히고 저자세만으로 사과하는 것은
서투르
다. 상대가 말하는 불평불만을 액면 그대로 받아들여야 좋을 때도 있으나, 그렇지 않
을 때가
있다. 불평의 뒤에 숨겨진 참된 원인을 찾아내지 않으면 불평의 진정한 해결책은 불
가능하
다.
셋째, 대책을 생각한다. 상대의 입장에 서서 '어떻게 하면 상대의 불만을 해결할 수
있을까'
라는 것을 구체적으로 생각하고 재빠르게 행동으로 옮기지 않으면 안된다. 상대는 변
명보다
어떻게 해줄 것인가를 알고 싶은 것이므로, '이렇게 하겠습니다.'하는 것을 분명하게
상대편
에게 전해 준다.
" 네, 잘 알겠습니다. 배전의 지도와 편달을 바랍니다."
식으로 형식적인 말은 하지 않는 것이 좋다.
"그럼, 내일 3시까지 수리해 드리겠습니다."
라고 하든지,
"곧 일을 착수해서, 늦어도 오늘 저녁까지는 새로운 제품을 배달해 드리겠습니다."
라고 구체적으로 대답하나다.
이같은 해결책을 듣지 못하는 한, 손님의 불만과 불신은 해소되지 않는다. 한때 잘
수식된
말로 손님을 달랬다 해도 사후 처리를 신속히 하지 않으면 그 회사는 모처럼의 손님을
계속
해서 놓치고 말 것이다.
불만처리의 요령은 손님으로 하여금,
"아아, 불만을 잘 말했다."
하고 스스로 느끼게끔 해야 한다. 손님에게 만족감을 주는 판매사원이 있는 한, 무수
한 손님
이 기다리고 있을 것이다.
6 매력과 호감을 주는 화법
1.첫인상은 대단히 중요하다.
최초의 상면은 인간관계의 시발이요, 사귐의 계기가 되므로 첫인상은 대단히 중요하
다. 대
뇌 기억 흔적의 계열 속에서는 최초에 들어온 것이 끝까지 남기 쉽다는 연구결과고 있
듯이,
첫인상은 반영구적인 편견을 심어 놓게 되는 경향이 있다고 한다. 처음의 대화가 잘
풀려
나가면 다시 만나고 싶으나, 첫인상이 나쁘면 두 번 다시 만나고 싶지 않은 것이 인간
의 마
음이다. 초대면에서의 첫인상은 외부로 나타나는 용모. 복장. 태도. 동작 등에서 새겨
진다.
상대편 입장에서 말하자면, 먼저 나를 본다, 그리고 나의 말을 듣는다, 좀더 적극적
일 때는
용건이 무엇인지를 듣는다, 라는 순서가 되므로, 최초에 나를 보는 그때의 첫인상이
중요한
것이다. 특히 복장에 주의한다. 어딘지 모르게 초라하고 단정치 못한 세일즈맨에게서
상품을
사고 싶은 손님은 한사람도 없을 것이다. 파는 상품의 포장에는 신경을 쓰면서, 파는
사람
즉 자신의 인간 포장에는 신경을 쓰지 않는 세일즈맨이 의외로 많은 것 같다. 세일즈
맨이라
면 먼저 자기 자신에게 잘 어울리고 개성적인 이미지를 지닐 수 있는 복장을 갖추어
야 한
다.
누구를 방문할 때는 상대편에 조화되는 복장이 아니면 안된다. 단정치 못한 복장, 불
결하고
초라한 차림으로 사람을 만나면 상대도 이쪽을 대수롭지 않게 깔보기 쉽다. 태도나
표정에
대해서도 주의한다. 준비된 이야기나 화법보다 자기도 모르게 나타나는 동작이나 얼
굴표정
으로 이쪽의 바탕이 드러나는 수가 있다. 처음 상대가 이쪽을 보는 순간에 마을믕 끌
어당기
는 듯한 밝고 명랑한 표정, 분명한 걸음걸이로 상대에게 접근한다. 자세를 바르게 갖
고 쾌활
한 태도로 면접한다.
사람의 인상은 개인의 매력을 나타내는 상표이다. 상대가 이쪽을 평가하고 주목하는
정도
는 이쪽에서 어느 정도의 인상을 주느냐에 따라 정해진다. 간혹 매너나 절차를 무시하
고 단
도직입적으로 거침없이 접근하는 세일즈맨이 있다. 그러나 어지간히 좋은 상품이든지
세일
즈에 자신이 없다면 부적합하고 위험한 행동이다. 마음이 조급하고 바삐 돌아가는 손
님 중
에 사무적인 이야기만으로 만족하는 사람이 있을지는 모르나, 세일즈의 행동이 너무
가벼워
서는 안된다.
또 초대면의 인간은 마음속으로 어떤 움직임을 갖는지를 알아 둘 필요가 있다. 알지
못하
는 사람들이 상면하면 얼굴을 마주하는 순간 서로가 상대는 어떤 사람인지를 평가하
게 된
다. 어떤 생각을 하는 사람인지, 어떤 행동을 취할 사람인지, 자기보다 수준이 높은
사람인
지 아닌지, 이익을 가져다 줄지, 손해를 끼칠지 등등, 마음 한 구석에 긴장으로 방위
태세를
취하면서 상대를 관찰한다. 서로가 거의 상대편 힘의 정도를 탐색하는 스포츠 선수와
같은
관계에 놓인다.
케냐(Kenya) 초원의 동물들은 원주민이 활이나 창을 갖고 걸어갈 때와 백인이 총을
갖고
있을 때, 인간에의 접근방법이 다르다고 한다. 인간과 어느 정도나 떨어져 있어야 안
전한가
를 동물 특유의 민감한 감각으로 파악한다. 이것을 위험거리라고 부르자. 동물들에게
인간이
돌맹이나 나무토막처럼 보인다면 위험거리는 영이 될 수 있겠으나, 인간만큼 방심할
수 없
는 동물도 없다는 것을 그들은 잘 알고 있으므로, 이 거리는 좀처럼 좁혀지지 않는다.
누구에게 무엇을 팔기 위해 면접할 때도 이같은 위험거리, 즉 상대의 심리적 저항에
직면
할지 모른다는 각오를 해두지 않으면 안된다. 모르는 사람이 사무실 문을 노크하고
들어오
면 누구이든 경계하며 이렇게 생각한다.
" 이 사람은 도대체 누구인가? 어디서 왔는가? 무엇하러 왔는가?"
그러므로 아무리 구변이 능하다 해도 이러한 의문부터 풀어줌으로써 저항을 누그러
뜨리고
상대의 마음을 풀어놓아야 한다. 나아가 마음의 갑옷을 벗기고 본심인 마음의 심층부
와 접
할 수 있게 배려해야 한다. 이렇게 하지 않으면 상대는 언제까지나 가면을 쓰고 의례
적이고
형식적인 응대를 하는 것이다.
초대면의 경우, 두사람 모두의 마음 속에 긴장이 일기 마련이다. 한사람 주변에는
하나의
심리적 힘이 형성되므로, 두사람이 접근하면 안정되어 있던 힘이 대립하는 두 힘의
교합으
로 인해, 일시 혼란해지고 마음의 물결이 일게 되는 것이다.
일상생활에서는 대개 가벼운 인사가 교환되고 자기소개가 행해진다. 그리고 마침내
대립이
풀리고 양쪽의 심리적인 힘이 통일된다. 여행할 때, 열차 속에서 옆에 앉은 모르는
사람과
친해지는 과정을 생각해 보면 알 수 있다.
대활 서로라 어울린다는 것은 이 두가지 심리적인 힘이 통일되는 것, 즉 마음과 마음
이 결
합되어 하나의 공동의 장이 이루어진다는 것이다. 그러므로 초대면에서는 먼저 이
긴장을
풀고 혼란을 가라앉혀, 곧 통일의 장을 만들지 않으면 안된다. 그러기 위해서는 상대
의 방어
직인 마음을 풀어주고, 경계하지 않아도 좋다는 것을 인식시킨다. 우정이나 존경의 뜻
을 나
타내보이고 적의가 없음을 알린다. 선수를 쳐서,
" 꼭 이 상품을 사시라고 온 것은 아닙니다."
하고 상대를 안심시키고 경계심을 풀어준다. 그러나 일단 경계심이 풀리더라도 대담이
진행
되는 동안 상대편에게 부단히 마음을 쓰지 않으면 안된다. 왜냐하면 재차 상대편
마음의
문이 닫혀지기도 하고 경계심이 더 긴장되기도 하기 때문이다.
" 네, 알겠습니다. 그 정도로 합시다."
고 할지 모른다. 그러므로 일이 다 이루어지기 전에는, 면접 대담 중이라도 레이다와
같이
예민하게 상대의 태도. 표정. 어조 등의 변화에 대해 주의하지 않으면 안된다.
2. 인간미가 넘치는 친근한 표정
상대의 호감을 사고 사람의 마음을 움직이는 말이 필요할 때, 그 말이 즉시 나올 수
있게
하기 위해 어떻게 노력할 것인가. 세일즈맨은 되도록 많은 사람을 만나 많은 경험을
쌓는
것이 중요하다. 많은 손님과 만나면 사람의 심리를 자연스럽게 알 수 있기 때문이다.
또 세
일즈맨 자신에 대해 손님이 어떻게 생각하는지를 아는 것도 필요하다. 손님의 말은 자
기 자
신을 연마하는 거울이 되기 때문이다. 심리학이나 임상 심리학을 읽어도 좋으나 추
상적인
경우가 많다, 따라서 좀더 구체적인 설명을 필요로 한다. 미국에 이솝 그림 (Aesop Gr
imm)
이한 유명한 카피라이터 (copywriter)가 있는데, 그는 광고인이 되기 위한 자격이랄
까 조건
을 다음과 같이 제시했다.
(1) 사회 상식 70%
(2) 자기의 상품에 대한 지식 15%
(3) 광고의 전문 기술 15%
가 있어야 한다고 지적하고 있다. 이 비율이야 어떻든 광고인이 되기 이전에 사회인
으로서
의 상식이나 양식에 비중을 둔다는 점에 대해서는 거의 동감이다.
이것은 광고인이 되려는 삶을 위해 말한 것이나, 광고인이 아닌 세일즈맨이라 하더라
도 적
절한 조언이라고 생각된다. 그리고 덧붙여 세일즈맨의 마음가짐을 말하면, 첫째는 시
야를 폭
넓게 가질 것이요, 둘째는 유연성을 지녀야 한다는 것이다.
세일즈맨 아니 비즈니스맨이 되면 도무지 독서를 한다든지 교양을 넓힐 틈이 없다고
들 한
다. 연구나 독서라 해도 당면한 꼭 필요한 것에 국한하면 직무에 관한 것 밖에 생각할
수가
없다는 것이다. 그러나 그것은 누구나 하고 있는 것이므로, 남과 격차를 갖는 매력 있
는 사
회인이 되기 위해서는, 되도록 직무 이외의 분야까지 폭넓은 관심을 가지고 견문이나
교양
을 높일 일이다.
또 하나 유연성에 대해서는 설명이 여지가 없으나, 정면으로 볼 뿐만 아니라 이면
으로도
보고, 때로는 옆으로 보는 무난한 관찰을 통해 사물을 보는 법과 올바른 판단력을 몸
에 지
녀야 한다. 이같이 여유있는 마음가짐으로 출발해야 매력있고 개성있는 화법을 익힐
수 있
게 된다.
그리하여 얼마쯤 남과 다른 특징이 있고, 성격이 부드럽다고 해서 그것만으로 과연
남에게
어필할 수 있을 것인가. 매력있는 인간으로서 상대에게 좋은 인상을 주기 위해서는
자기를
표현할 수 있어야 한다. 여기에서 무엇보다도 말하기, 즉 화법이 문제가 된다. 성실
한 인간
이면서 어휘가 부족하고 표현력이 없는 까닭에 상대의 감정을 헤치고 오해를 받는 일
이 많
다. 그것이 개인 간의 교제라면 세월이 흐름에 따라 이해받을 수 있으나, 판매세계에
서는 첫
인상으로 승부가 결정되는 것이다. 앞으로의 비즈니스는 인간에 의해 격차가 생기고
승부가
정해진다. 이때, 인간의 매력은 거의가 말씨요, 화법에 의한대 해도 과언이 아닐 것이
다.
한편 가장 좋은 서비스는 상대에게 긴장감을 주지 않는 것이다. 이 점으로 볼 때, 세
일즈맨
에게는 좋은 뜻으로 조금은 흐트러진 점이 엿보이게 하는 것도 좋다. 다만 헛점이 있
고 단
정치 않아 보여도 믿음만은 줄지 않는 의미에서의 흐트러짐이다. 인간적인 친근감이
느껴지
며 소탈하게 말을 건넬 수 있는 타입이 바로 이 경우일 것이다. 그렇다면 틀에 박히지
않은
생생한 인간미를 느끼게 하는 말씨가 바람직하다. 그러므로 여기서 연구를 필요로 하
는 것
은 직접 판매에 연결되는 사람의 마음을 움직일 수 있는 화법이다.
텔레비전 수상기를 판매하는 세일즈맨이 가정 방문에 나섰다. 오래 되었다고 생각되
는 구
형의 수상기가 마루에 놓여 있어 새것을 팔 요량으로,
"아주머니, 꽤 오래된 수상기군요, 요새는 신제품이 많이 나오고 있습니다. 이제 이
런 구형
을 좀 바꾸어 보시는 게 어떨까요?"
이같은 화법이라면 이 세일즈맨은 반드시 실패한다. 꽤 오랜된 수상기라는 표현이
상대에
게 심리적인 저항감을 준다. 이런 때는,
"아주머니, 참 귀한 수상기군요, 매우 곱게 보신 모양이지요. 지금 얼마나 됐지요?"
이렇게 말을 건네야 할 것이다. 그렇다면 상대편도,
"그렇죠? ... 인제 좀 갈 때가 된 것 같아요."
하고 이쪽 말에 응답을 할 것이다. '오래 된'이라는 말 대신 '귀하다', '꽤 오래'라
는 말 대신
에 '곱게 보았다'는 수식을 쓰면 최소한 상대의 저항이나 반발을 피할 수 있다.
그러므로 전자는 서투른 화법, 후자는 능숙한 화법이라고 간단히 비교해 볼 것이
아니라,
어째서 후자와 같은 화법이 효과적이냐 하는 점을 연구해 볼 필요가 있다. 전자는
팔기만
하려는 자기 본위의 발생이나, 후자는 상대의 입장에 서서 말을 건네고 있다. 누구나
자기가
오래 애용하는 물품에 대해서는 경제상의 형편을 떠나 정서적인 애착을 느끼는 것이
다. 이
렇게 볼 때 전자와 후자는 그 화법의 반응에 대한 대단한 차이를 드러낸다. 때문에
세일즈
맨에 있어 이와 같은 화법은 판매의 심리학과 직결된다.
지금 보인 예에서도 알 수 있으리라고 생각되지마, 세일즈맨은 상품을 가장 중요하게
다루
어야 한다. 이것이 판매에 성공하는 관건이다.
화제를 좀 비약시켜 본다. 어느 대학 잔디밭 팻말에,
"저를 사랑해 주세요."
하는 호소문은, 잔디밭에 들어가지 말라거나 잔디를 밟지 말라는 표현에 비해 호감을
안겨
주는 표현이다. 즉 매력있는 화법이란 이런 데서도 찾아볼 수 있다는 것을 알아야겠
다.
3. 매력을 낳는 이미지
인간이 무의식 중에 상품을 산다고 하면 크게 놀랄 것이다. 그러나 이미 잠재지각력
이라는
광고 실험이 행해져 일대 센세이션을 일으킨 바 있다. 이것을 '보이지 않는 광고'라
이르는
데, 단속적인 광고그림을 3천분의 1 정도의 순간노출로 영화스크린이나 텔레비젼 영
상으로
투영, 시청자의 지각에 호소한다. 손님에게는 보이지 않아도,
"목이 마르다. 코카콜라를 마시자."
라는 문구를 넣은 콜라병을 스크린에 비치면 매상이 단번에 배가한다는 것이다. 손님
은 스
스로 의식하지 못하는 사이에 동기를 부여 받는다. 놀라운 일이다. 심리학적인 방법으
로 동
기 조사를 행한 결과, 놀라운 일이다. 심리학적인 방법으로 동기 조사를 행한 결과,
사람들
의 행동에 영향을 주는 것은 심층심리의 작용임을 점차로 알게 된 것이다.
전기 냉장고, 선풍기 등의 구매동기 조사에 의하면,
"손님은 어째서 어느 회사의 제품을 샀습니까?"
라는 질문에 대부분의 사람은,
"그 회사의 모터가 좋아서."라고 대답했다. 그러나 그들은 그 회사의 모터가 다른
회사 제
품보다 더 좋은지의 여부를 시험해 보지 않았음, 모터의 좋고 나쁨을 정확히 판단할
능력이
거의 없다. 그것은 과학적 근거를 가진 지식이 아니라, 사람들의 소문이나 광고 선전
등에
의해 알지 못하는 사이에 믿어버리게 된 것이며, 따라서 실체가 없는 심중의 이미지
를 산
것이다.
반스 패카드의 문명비평에서 흔히 인용되는 예화지만 어째서 치약을 사느냐고 여러
살마에
게 물어보니,
"충치를 예방하기 위해."
라고 대답한다. 그러면 밤에 자기 전에 모두 이를 닦느냐고 물으니, 그렇지 않다는
대답이
다. 그보다는 대개 아침에 일어나서 이를 닦는 것이다. 그것은 입안을 개운하게 하기
위해서
였다. 이것이 참된 동기이다. 때문에 약품이라는 뜻이 풍기는 이미지를 주는 말로는
치약이
잘 안 팔린다. 보다는 '상쾌함'을 강조하고 사람들의 의식 속으로 파고드는 편이 효
과가 있
다.
"당신의 이를 진주처럼 희게 빛내 준다."
젊은이들은 이 문구의 이미지에 끌려 치약을 산다. 전기세탁기는 '실용품'이라는 이
미지로,
비누는 '아름다울 미'의 이미지로 보급한 까닭에 판매고가 크게 올랐다.
사람들은 그 상품보다 상품의 이미지를 높이 사고 있다. 자동차를 팔 때는 그 사람의
사회
적인 지위의 이미지를, 관광버스의 차표는 즐거운 여행의 이미지를, 농기구는 작업의
능률을
내세워야 한다.
앞으로는 점차 기술혁신이 활발해져 품질은 어느 것이나 거의 비슷해질 것이므로,
판매면
에서 중요한 요소한 자연히 상품의 이미지일 수 밖에 없다. 품질이나 기능이 좋은 것
만으로
는 불충분하다. 상품의 이미지를 손님의 심층심리에 새겨 주고 감정이나 정서를 자
극하지
않으면 손님은 움직이지 않는다.
미국 캐치프레이즈의 콩쿨에서 1등상을 받은 입술연지의 광고 문구는,
"아이, 안돼요."
라고 한다.
"우리는 아버지대부터 00신문만 보고 있다."
"어느 다방 이외는 다니지 않는다."
등으로 말하는 사람은 그 신문, 그 다방의 이미지에 사로잡혀 있다는 증거가 된다.
반드시
내용이나 실질을 객관적으로 평가하고 있는 것은 아니다. 가령, 때를 놓친 상품이라도
새로
운 이미지로 바꾸어 놓으면 전혀 새것으로 둔갑할 수도 있다.
이렇게 되면, 한겨울에도 여름 못지않게 맥주가 팔리고, 우기가 아니라도 우비가
팔린다.
유행의 창안은 상품의 이미지 변화를 꾀하고 새롭게 보이는 데에 요체가 있다.
"비프 스테이크 그 자체보다 지글지글 타는 소리를 팔라."
고 한 미국의 판매 지도자 엘머 휠러의 교훈은 유명하다. 상인은 항상 어떻게 하면
손님의
마음속에 생생한 이미지를 심어 줄 수 있는가를 연구하지 않으면 안된다.
4. 이과장과 김과장의 대화
실제의 대화는 매우 복잡하고 천차만별이므로 대화의 경험을 쌓아 나가는 일이 매우
중요
하다. 이론만 알아가지고 좀처럼 생각한 대로 나가지 못하는 경우가 많은 것은, 각종
스포츠
나 자동차이 운전 등과 유사하기 때문이다.
운도신경을 쓰는 경우에는 훌륭한 지도자를 따라 훈련받는 것이 그 방면에 능숙해지
는 지
름길이다. 대화에서도 이같은 사람과 가까이 지낼 수 있다면 대단히 좋은 일이다. 그
러나 실
제는 뜻대로 되지 못한다. 그러므로 자기가 자기를 훈련하는 일, 곧 자기 연수가 필
요해진
다. 대화가 잘 진행된 경우에는 어느 점이 좋았고, 또 잘 진행되지 못한 경우에는 개
선해야
할 점이 무엇인가를 반성해 보도록 한다. 대화를 구성하는 각 항목에 대해 체크해 보
면 그
것이 분명하게 밝혀진다.
그러기 위해 구체적인 대화의 예를 많이 찾아 내서 이를 검토해 보는 일도 좋겠으나,
그것
을 그대로 흉내내어 사용한다는 것은 무의미한 일이다. 비즈니스맨에게는 언제나 창
의적인
것이 요구되기 때문이다.
대담할 때 상대와 입장이 같고 의견이 일치하는 경우는 예외지만, 문제는 이장이나
의견이
다른 때의 대담방법이다. 그대는 언제고 자기만이 정당하다고 할 수 없고, 설령 정당
하다 해
도 상대에게는 상대대로의 생각이 따로 있는 것이다. 만약 양쪽이 자기가 말하고 싶은
것만
을 말한다면 언제까지나 평행선으로 나아갈 뿐, 대담은 실속 없이 끝나게 될 것이다.
매우 간단한 예를 들어 보자. 어느 상사의 김 과장이 거래선 대기업의 이과장과 상담
을 나
누고자 생각한 경우, 어떻게 할 것인가? 보통은 먼저 전화로 상대편의 형편을 물어봐
야 한
다.
김과장: "이과장이십니까? 그동안 안녕하셨습니까? 저 김과장입니다. 바쁘신데 전화
로 죄송
합니다. 다름 아니라 좀 만나 뵙고 말씀드릴 게 있어서..."
이과장: "아, 그렇습니까. 지금 일에 몰려서 좀처럼 시간 내기가 어려운데요..."
김과장: "바쁘시군요. 꼭 만나 뵙고 말씀드려야 할 얘긴데요. 좀 잠깐만이라도 뵈었
으면 하
는데요."
이과장: "그거 참 난처한데요. 지금 형편 같아서는 어쩔 수가 없군요."
이래서는 좀처럼 면회 약속을 받기 어렵다. 이과장의 반응에 대한 김과장의 응수가
문제된
다. 좀더 구체적으로 말하면, 처음 말의 허두를 꺼낼 때부터 개선할 점이 나타난다.
김과장: "좀 급한 일인데요. 이번에 새로 나온 신제품에 관해 긴급히 상의드릴 일이
있는
데, 오늘 중으로 약 한시간쯤 틈을 내주실 수 없겠는지요?"
이과장: "아, 그러시군요, 마침 공교롭게 지금 막 급한 용무로 일이 몰려서 좀처럼
그렇게
시간내기가 어려운데요."
김과장: "아뇨, 다만 얼마라도 시간을 좀 내주셨으면 하는데요. 매우 바쁘실 텐데
갑자기
이런 부탁드려서... 다만, 이 문제는 이과장 의견이 앞으로의 방향을 결정하는 데 큰
힘이 될
뿐 아니라, 더욱이 이과장의 협력만 얻는다면 이과장에게도 훨씬 좋은 결과가 올 것으
로 생
각하는데요..."
이과장: "그래요? 그럼 마음이 약해지는데요..."
김과장: "그럼, 이렇게 하면 어떨까요. 이과장게서 틈이 없으시니 내일 낮까지 한
30분만
어떻게 시간을 내주실 수 없겠는지요?"
이과장: "네, 알겠습니다. 그렇다면 어떻게 해보죠. 그럼 내일 낮 12시에 저에게
와주십시
오."
김과장: "감사합니다. 무리한 부탁을 드려서 미안합니다. 내일 12시에 꼭 찾아뵙겠
습니다.
그럼 안녕히 계십시오."
여기서 김과장은 이과장이 받아들이기 쉽도록 이야기를 이끌고 있으며 자기 사정만을
말하
는 것도 아니어서 비교적 효과가 있다. 이과장은 김과장이 말하는 것을 듣고 즉각
응하지
않으며 한시간 계획이 반으로 줄어 들면 괴로운 점도 없지 않으나, 그래도 형편에 따
라 어
떻게든 시간을 얻어낼 방법을 찾아내는 것이 문제이다. 30분간의 약속과 약속시간 1
2시를
엄수해야 할 것은 물론이다.
5. 호의와 호감이 오가는 대화
"인간은 애정에 있어서 동물과 크게 다른 점은 두 살마의 정다운 대화이다."
이는 성교육의 권위이며 산부인과 의사인 마스터즈 박사의 말이다. 사랑하는 남녀
사이의
비밀스런 대화란 인간에게만 주어진 즐거움의 하나이다.
대화는 말이란 볼을 던지고 받는 캐치볼과 같은 것이라 말할 사람이 있다. 이것을
스무스
하게 잘 하면 양쪽 마음은 이어지고 대화는 마냥 즐거워진다. 캐치볼에는 던지는 요령
이 있
고 받는 요령이 있다. 던진 볼이 캐처의 미트 속으로 잘 들어가게 하려면 어떻게 할
까. 볼이
바운드하든지 높이 난다면 캐처는 재미가 없다. 대화에서도 캐처인 청자의 심리에 꼭
들어
맞지 않으면 안된다. 피처는 캐처의 얼굴을 바라보고 몸의 자세와 미트의 위치 등을
계산에
넣고 마음에 들어맞는 정확한 볼을 던진다. 또 캐처는 피처의 얼굴을 보고 몸의 자세
와 동
작을 충분히 계산하고 마음에 꼭 맞는 정확한 태세를 취한다.
결국 던질 때는 받는 쪽의 입장에서 던지고, 받을 때는 던지는 쪽의 입장에서 받는
다. 이것
이 캐치볼의 간단한 요령이다. 이와 마찬가치로 대화도 우정있는 말의 캐치볼이 되어
야 한
다.
남이 싫어하는 화자에는 다음의 두가지 유형이 있다.
즉 청자의 입장이나 감정을 이해하지 못하는 경우와, 청자가 좋아하지 않는 방법으로
말하
는 경우이다.
가령, 신경이 둔한 세일즈맨은 사람들 앞에서 상대의 열등감을 자극하는 말을 예사로
지껄
인다.
"그 혹은 언제부터 생겼습니까? 혹은 유전이라죠?"
너무도 어처구니 없는 말을 함부로 한 것이다. 이와 같이 남이 가리고 싶은 데를
들추어
내는 사람이 있는가 하면, 남에게 혐오감을 주는 말을 뇌까리는 사람도 있다. 그런
사람의
말투는 다음과 같다.
1)오른쪽이라면 왼쪽이라는 식으로, 이렇다고 하면 저렇다는 식으로 상대와 꼭 반
대되는
화법을 쓴다.
2)모든 사물을 부정적인 면에서 취하고 긍정적으로 보지 않는 화법을 쓴다. '별고 없
으시군
요'하면 되는 것을 '어디 편찮으신가 보죠. 오늘은 안색이 나쁘신데요...', '김사장
은 크게 재
미를 본 모양이던데요.'하면 좋을 것을 '김사장은 우연하게 한몫 번 거죠. 그런건 오
래 가지
못합니다.'와 같은 말이다.
3) 상대편의 자존심을 꺾는 화법을 쓴다. '아마 이 정도의 고급품을 가진 사람은 거
의 없을
걸요'와 같은 자만어린 이야기나, '그 회사는 틀렸다구요'. '그곳의 상품은 결함
뿐이죠'등
등 타사 제품을 헐뜯는 것 같은 화법이다.
4) 상대편의 페이스에 맞추지 않는 화법을 쓴다. 분별 없이 유행어를 뽐내 보이고
상대의
관심 밖의 화제를 끌어 낸다.
5) 독선적이고 단정적인 화법을 쓴다. '이렇게 결정된 게 아닙니까'라든지, '확실히
그건 그
렇습니다', '그것은 절대로 틀린 다구요' 따위의 독선적인 화법을 쓰는 상대와 대화에
서 유쾌
할 리는 만무하다.
우리는 이런 불유쾌한 상대와는 대화가 되지 않으므로, 진정한 대화의 상대자는 다음
과 같
은 사람이라야 한다는 것을 생각해 볼 수 있다.
1. 믿음직한 사람
2. 이해를 같이 하는 사람
3. 자기에게 호의를 갖는 사람
4. 자기와 취미가 같은 살마
5. 자기의 가치를 인정해 주는 사람
이런 사람들과 진정한 대화를 하기 위해서는 다음 사항에 유념한다.
1. 거짓을 말하지 않고 불확실한 사실은 단언하지 않는다.
2. 상대와 더불어 고락을 함께 한다.
3. 칭찬의 말을 아끼지 않는다.
사람을 설득하기 위해서는 상대의 호의를 얻지 않으면 안된다. 다시 말해서, 대화는
호의에
서 시작해서 호감을 남기는 기술이어야 한다.
7. 연기와 연출이 있는 화법
1. 혼자서 연기하고 연출한다.
미국 대통령 아이젠하워는 텔레비전에서 연설할 때, 배우 로버트 몽고메리를 연출고
문으로
하여 세밀한 주의와 지도를 받았다는 이야기가 있다. 1960년의 선거에서 젊은 미남
케네디
에게 패배한, 눈썹이 굵고 눈이 움푹 파인 데다 코가 큰 사나이 닉슨은 1968년에 새로
운 모
습으로 뉴스 프로그램에 등장했다. 성조기의 빨간 줄을 배경으로 감회색의 양복, 순백
의 와
이셔츠, 검정과 상아빛 줄무늬 넥타이의 복장으로 이미지 변화를 시도한 것이다.
닉슨은
1960년 선거의 당시를 이렇게 회상했다."
화자는 이야기의 효과를 올리기 위해 훌륭한 연출가 구실을 다하지 않으면 안된다.
그러므
로 베테랑급의 세일즈맨은 넥타이 한 개의 색조에도 신경을 쓴다. 손님의 복장 기호를
조사
한다. 상대에 따라 지나치게 빈틈없는 복장이 경계심을 불러일으키는 경우도 있기 때
문이다.
몇가지의 담배를 호주머니에 넣어두고 상대편 담배보다 더 좋은 것을 피우지 않는다.
세일즈맨에게는 쇼우맨십이 필요하다고 한 앨머 레터맨은,
"쇼우맨십은 드라마이다. 기억하게 하는 것이다. 아이디어 그 자체가 아니요, 아이
디어를
제시하는 방편이다. 동일한 아이디어라도 훌륭한 쇼우맨십의 이점을 첨가하는 것으로
흥미
진진한 것이 된다. 쇼우맨십이 없으면 아무리 훌륭한 아이디어라도 사장되고 마는 것
이다."
상인은 자신이 극본을 쓰고 연기하고 연출한다. 그리고 손님을 기쁘게 해주면서 판
매라는
쇼우를 리드해 나간다. 세일즈맨은 작가요, 배우요, 연출가이다. 결국 일인삼역을 하
는 셈이
다. 그는 줄거리를 설정하고 작전을 세워서 연기를 효과적으로 전개한다.
교섭을 잘하는 사람은 절호의 기회를 겨냥한다. 상대를 보고 절호의 기회를 선택하여
시의
적절한 인터뷰를 한다. 이야기를 전개하기 위해 일충 유효한 조건을 만든다. 효과를
감소시
키는 마이너스의 조건을 줄이고 플러스의 조건으로 바꿔 가는 것이 연출의 수완이다.
즉 배
경에 우스꽝스런 만화를 그려 놓고 희극에 어울리는 무대를 장치한 다음,
"자아, 사람을 울려주는 비극을 해 다오."
라고 하면 무리일 것이다. 어느 악기 판매점에서는 쇼우 윈도우만을 보고 지나가는
손님의
발걸음을 멈추게 하기 위해 점포에 있는 악기에 큰 황색 리본을 달아 놓았다. 이를 본
손님
이 발길을 가게 안으로 옮겨 들어오자, 점원은 손님에게 공손히 인사를 한 뒤에 파란
볼펜
을 내주었다.
"이게 뭡니까?"
"잠깐 그 리본에 사인 좀 부탁합니다."
'왜요?"
"사인받은 것을 다른 분이 갖고 싶어해도 팔지 않으려고 하기 때문입니다."
손님의 마음을 끄는 교묘한 연출의 하나이다. 멋을 부리는 요령은 때와 장소에 따라
복장
을 갈아입는 것과 같다.
이것도 일종의 연출이다.
"부부가 불화하면 방 치장을 바꿔 보라."
는 것도 부부화합을 위한 연출이다. 대담의 환경이나 장면의 조건을 고려하고, 대담
에 어울
리는 분위기를 만들어 이족의 이야기를 듣기 쉽게 그리고 받아들이기 쉽게 한다.
가장 좋은 대화장면을 만든다. 청자와 장면을 분석하고 마음과 마음의 연결을 겨냥한
다. 청
자는 어떤 사람인가? 아는 사람인가, 모르는 사람인가? 심리적인 관계는 어느 정도의
깊이
인가? 화자에 호감을 갖는가? 무관심한가? 아니면 반감을 갖는가? 어떤 타입의 사람
인가?
성격이나 행동의 유형은? 신념이나 사고의 경향은? 화제에 대해 청자는 어느 정도나
아는
가? 장소는 어딘가? 때는 언젠가? 말하기 좋은 장소인가? 바쁜 때인가? 한가한 때인가
? 제
3자는 없는가? 등의 조건을 점검해 놓는다.
그렇게 한 다음에 상대의 입장을 존중하고 상대의 기분에 맞추어 이야기를 꺼내지 않
으면
모처럼의 상면이 효과를 거두지 못하게 된다. 어떤 사람에게, 어느 때, 어느 장소에
서, 어떤
방법으로 말하면 좋을까? 장면에 맞춰 청자의 반응을 보고 어휘, 화제, 어투를 선택해
이야
기의 방향을 잡아 나간다. 목표는 어디까지나 설득이다. 다만 이쪽의 연출 속셈을 상
대가 간
파하게 해서는 안도니다. 판매 성공을 위한 연출의 결정적인 요인은, 결국 판매시의
열의와
서비스 정시에 있음을 잠싣 잊어서는 안될 것이다.
2. 좋은 대사를 골라서 쓴다.
뇌쇄라는 말에는 여자가 하도 아름다워서 남자를 매혹시켜 그 마음까지도 사로잡는다
는 뜻
이 있다. 우리가 일상 쓰는 말 가운데도 사람을 뇌쇄시키는 말들이 적지않다. 세일즈
맨의
대사에는 이러한 요소가 포함되어야 한다.
그 가운데는 전근대적인 어휘들도 적지 않지만, 아직껏 사용되고 있고, 또 ㅎ과도 높
은 것
이 많다. 비즈니스와 같은 합리적인 사고가 필요한 세계에서는, 오히려 구태의연한
말들을
골라 그것을 신선하게 각색하여 매력을 더해 주는 경우가 적지 않다.
"나는 쓸쓸하다."
"그대는 나의 첫사랑과 닮았다."
이같은 표현은 진지한 사랑의 표현이라기 보다 말의 기교나 농담으로 들리기 쉽다.
그러나
최근에는 남녀간의 대화에서 뿐 아니라, 세일즈의 세계에서도 쓰여지고 있다. 호감을
사는
어구의 성격과 구조에 대해 알아보자.
먼저 상대의 급소를 찌르는 결정적인 말이어야 한다. 상대가 이쪽의 설득에 응할가
말까,
살까 말까 하고 망설이고 있을 때, 한마디 말로 상대를 이쪽으로 끌어들이고 설득에
응하게
하여 살 결심이 서게 하는 것이다. 영화광고 등에는 이같은 의미로 상대를 뇌쇄시키는
어구
의 문안이 흔히 쓰이고 있다.
"사랑에 도취한 청춘/ 애정의 그윽한 향기/ 매혹의 감동 명화/ 끊이지 않는 여성인파
!...(밀
애)"
"서로 갈구하면서도 결합할 수 없는 비통한 사랑!... 애정영화의 결정판!(위험한 여
로)"
때로는 허황되고 과정된 표현이 결정타가 되기도 한다.
"공수래 공수거의 인생!"
"일생 일대에 한번 밖에 없는 기회!..."
따위와 같이 완곡한 표현의 말이 리드미컬하게 상대를 취하게 할 때도 있다. 그러나
뇌쇄
적인 어구가 효과를 내는 것은 쫓기는 사람이 구원을 청해오는 위기일발의 때라든지,
감동
적인 분위기의 상황에 있을 때이다.
비즈니스나 세일의 세계에서는 뇌쇄적인 어구보다는, 세일을 스무스하게 성공으로
이끌기
위해 상대편을 인정해주고, 상대편 우월감을 호소하는 것이 필요하다. 그것은 칭찬하
는 말이
나 거의 비슷하다고 생각된다. 간단하게 칭찬의 말이라 하면 진부한 겉치레말로 여길
지 모
르나 그것과는 사뭇 다르다. 마음에 없는 겉치레말과는 달리, 좋은 의미의 헛점이나
빈틈을
찌르는 말이라고 하는 편이 좋을지 모르겠다.
비즈니스맨이나 세일즈맨의 세계에서는 상대를 인정해주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하다.
이것
은 호의어린 인간관계가 형성되어 나가는 것이다. 특히 비즈니스 세계에서는 상대편의
우월
감에 호소하는 것이 필요하다.
"역시 아주머니께서는 눈이 높으신 편입니다."
이런 말이 자연스럽게 나왔다고 하면 상대를 기쁘게 할 것이 틀림없다. 뇌쇄 어구의
현대
판은 칭찬의 말이지만, 이것은 대체적인 뜻이고 칭찬의 말 속에는 상대를 인정한다
우월감
에 호소한다. 상대의 호의에 감사하고, 답례를 말한다는 의미가 다분히 담겨 있다.
3. 잘 듣는 사람이 잘 이해한다.
부탁, 교섭, 상담은 모두 대담이라는 형식으로 행해진다. 기본적으로 1대 1의 개별
커뮤니
케이션이다. 그러나 정해진 자리에서의 공공 연설은 다수의 청중이 상대가 되는 것
이므로,
아무래도 생각하고 다듬어진 말들을 조심스럽게 하지 않으면 안된다. 청중과의 심리적
인 거
리에는 일정한 한계가 있다. 거기에 비해서 대담은 바로 눈앞에 상대편이 있다. 상대
와의 심
리적인 거리를 좁힐 수 있고, 인간적인 접촉속도가 매우 빨라진다. 대담은 청자와 화
자의 공
동작업이다. 말하는 것과 듣는 것은 표리일체가 되어야 한다. 특히 사태가 긴박한 때
에 상대
가 노하든가, 비통해 하든가, 흥분할 때는 마땅히 청자의 입장이 되어야 한다.
링컨이 변호사로서 성공한 이유를 질문받고 이렇게 대답한 적이 있다
"나는 법정에서 변론할 때, 그 준비로 내게 주어진 시간의 3분의 2를 상대에 관해,
또 그가
말할 것 같은 것에 관해 생각한다. 그리고 나머지 3분의 1을 나 자신과 자신이 말할
것에
대해 생각하는 식으로 해왔다."
부탁이나 교섭이나 상담은 상대를 일방적으로 누르고 굴복시키는 강력한 담판과는 다
르다.
무리하게 억지로 이쪽 의견을 밀고 나가서 승리했다 해도 그것은 일시적일 뿐, 후에
어떤
형태로든지 꼭 반격을 해올 것이다. 이족이 말하는 내용을 잘 이해시키고 납득시켜
협조적
인 분위기에서, 이쪽 도대로 상대를 움직일 수 있다면 이때 비로서 설득은 100% 성
공을
거둔 셈이 된다.
이같은 관점에서 보면 마구 떠들어대는 것이 얼마나 서투른 방식인지를 알게 된다.
마치
수도꼭지를 틀어놓은 것 같은 말하기의 일방통행만큼 어리석은 화법은 없다. 그러므로
우선
청자의 입장에서 듣는 것이 훨씬 현명하다. 상대편에게 꽃다발을 안겨주면서 이쪽
의견을
제시해 나가는 것이다. 어떤 종류의 교섭에서든 화자나 청자는 이해득실을 계산하고
대화에
임하는 것이다. 이때 대립된 쌍방의 의견의 일치점을 찾아내지 못하면 이야기는 평
행선을
긋고 대화는 결렬되고 만다.
화법의 표현기술이 아무리 훌륭해도 청법의 이해기술이 부족하거나 미숙하면 안된다.
화법
과 청법 이해기술이 부족하거나 미숙하면 안된다. 화법과 청법은 대담이란 궤도를
달리는
차의 두 바퀴이다. 설득의 명인 소크라테스는 아테네 청년을 설득할 때,
"먼저 그대들이 무엇인가를 말해달라. 그것에 따라 나는 판단할 것이다." 라고 말한
바 있
다.
미국 국무장관으로 명성을 날렸던 키신저는 사람들과 항상 접촉교분을 유지했고 사회
저명
인사들이 필요로 하는 예절과 점잖은 몸가짐을 익혔다. 예를 들면, 자기 의견을 상대
편에게
납득시키고 싶으면, 자기 의견 보다 먼저 상대편의 의견을 그 사람의 입장에서 충분히
들어
주는, 그런 대화법을 익힌 것이다. 당시의 식자들은 이같은 키신저의 대화법이 그가
국제왹
에 성공하는 데 큰 몫을 한 것이라고 칭찬했다.
많이 듣고 적게 말한다. 상대편이 이쪽보다 더 많이 말한다는 것은 그만큼 이쪽의
제안에
대한 관심과 흥미와 열의가 있다는 증거라 생각해도 좋다. 그것이 없다면 상대는 말하
지 않
았을 것이다. 상대편 스스로 선택하고 스스로 결정한 의사라는 식으로 이끌어 나간다.
가령,
이쪽의 유도로 결정된 것이라 하더라도 이쪽은 겉으로 조언자 이상의 입장을 취해서는
안된
다. 강제성을 띤 판매, 자만, 웅변 등은 상대의 자존심을 깍는다. 상대의 입장과 처지
를 생각
하지 않는 교섭은 성공할 수 없다. 판매장면에서는 어디까지나 손님이 주가 된다.
말하는 사람의 입장에서 듣고, 듣는 사람의 입장에서 말해야 한다. 청자의 입장에서
는 듣는
태도가 중요하다. 대담 중 상대편이 하는 말 한마디 한마디를 깊이 이해하는 것은 물
론, 전
체의 이야기 속에서 그 말이 어떤 연관성을 갖는지, 이야기 전체의 관계에서 그것을
이해하
지 않으면 안된다.
상대는 무엇을 말하려 하는 것인지, 그 목적은 무엇인지, 어째서 그런 것을 말한
것인지,
모순된 점은 없는지, 등을 순간적으로 포착하여 응답해 나간다. 따라서 듣는 태도가
신중해
야 하는 것은 당연하다. 뿐만 아니라, 필요없이 옆을 보든가, 손과 발을 움직이든가,
하품을
하면서 억지로 참든가, 쓸데없이 히죽히죽 웃든가 해서는 안된다.
상대가 하는 이야기에 흥미를 갖고 적극적으로 경청해야 한다. 이쪽이 융통성 없이
무뚝뚝
한 표정을 하고 있으면 말하기가 거북하다. 거리낌 없이 말할 수 있도록 부드러운
자세를
취한다. 듣는 기술이 인생에 있어 얼마나 큰 가치를 갖는지를 좀더 깊이 깨달을 필요
가 있
다.
4. 마음을 건드리는 질문을 한다.
질문은 자극이다. 관심없어하는 상대를 이쪽 화제로 끌어들여 흥미를 불러일으키고
문제의
식에 불을 붙인다. 그리고 상대도 한몫 끼어 생각하게 한다. 정확한 어휘로 질문이 행
해지면
그 문제는 절반쯤 해결된 것과 같은 것이다. 질문의 자극으로 청자의 마음에 반응이
일어난
다. 그도 그 문제를 생각한다. 그리고 응답하는 경우도 있고, 역으로 묻는 사람에게
되묻는
경우도 있다. 이러한 질문 응답의 과정을 통해 공동사고의 자리가 마련되고 문제해결
의 실
마리가 풀리는 것이다. 우리는 일상생활에서 자문자답의 형식으로 판단을 내리기도 하
고 결
정을 짓기도 하는 버릇이 흔히 있다.
가령, 장기를 둘 때도
"저렇게 가면 이렇게 되고, 이렇게 가면 어떻게 될까? 음,.... 아무래도 안되겠는걸.
"하고 머
리속에서 소리 없는 소리로 문답을 행한다. 이같은 문답형식의 커뮤니케이션을 통해,
일찍이
공자, 석가, 그리스도가 진리를 계발해 온 것이다.
질문해도 상대가 대답하지 않으면 이때의 무용한 것이 되고 만다. 교섭도 상담도 이
루어지
지 않는다. 유능한 화자는 그의 대화 속에 반드시 질문을 삽입하고 상대를 리드해
나간다.
질문을 유효적절히 하면 이렇게 하라는 직접적인 화법보다 훨신 효과적일 때가 있다.
강한
암시력을 지녔기 때문이다.
가령, "목숨을 무릅쓰라"는 표현보다 "죽는 것이 그렇게도 두려운가?"하고 한마디의
질문을
던지는 편이, 병사에게 분발하라는 격려가 되는 것이다.
"나, 어젯밤 꿈에 누구를 본지 아세요?"
하고 가까운 여인으로부터 질문을 받으면, 남자는 흠씬 사랑에 빠질는지 모른다.
젊은 에디슨이 발명한 기계를 판매하려 할 때, 상대편 기업가로부터,
"얼마나 받으려고 하나?"라는 질문을 받고,
"글쎄요, 얼마나 주시겠습니까?"
하고 역으로 질문한 때문에 자기가 예상한 것보다 더 많은 액수를 받았다고 한다.
어느 보험회사의 뛰어난 세일즈맨은 면접시간 내주기를 사절한 한 갑부에게,
"10년이나 걸려 훌륭한 저택을 마련하셨는데, 그것을 잘 유지하기 위해 단지 10분쯤
시간
을 내주셨으면 하는데, 안된다는 것은 어떤 뜻입니까?"
"좋아요, 뭘 말씀하려는 거요?"
"네, 그럼 말씀드리겠습니다."
하고, 스무스하게 화재보험 가입을 권유한 것이다.
도대체 입을 떼지 않는 뚱한 사람을 상대로 할 때, 청자의 입장이 되려면 이쪽에서
먼저
질문을 던져야 한다. 다만, 질문을 할 때 다음과 같은 점에 주의한다.
1. 대답하기 쉬운 질문을 한다.
2. 기꺼이 대답할 수 있는 질문을 한다.
3. 대답을 피할 수 없는 질문을 한다.
첫째, 답을 구하는 질문이므로 먼저 대답하기 쉽게 질문하지 않으면 안된다. 별로 말
이 없
는 사람이라도 가벼이 대답하기 쉽게 질문한다. 그러기 위해 순서를 잘 짜고 간결하게
질문
한다. 동시에 여러 가지를 질문하지 않는다. 하나의 과녁을 향한 일제 사격과 같은 중
복되는
질문은 상대를 혼란시킬 뿐이다.
"그 사람은 젊은 사람입니까? 여자입니까? 예쁜가요?"
하고 계속적으로 질문을 퍼붓는 것은 어린이들의 방식이다. 한가지 질문으로 한 가지
대답
을 들으면 다음 질문으로 넘어간다는 식으로 상대가 대답할 겨를을 줘야 한다. 간결한
질문
이란 구체적이고 짤막한 말로 묻고, 이에 간단히 답할 수 있는 질문이다. '누가? 언제
? 어디
서? 왜? 무엇을? 어떻게?'라는 육하원칙의 질문법은 매우 간명하고 응용범위가 넓다.
질문
의 순서를 연구하고 간결한 질문법을 구사하는 것으로 상대의 본심을 찾아내고 여러
가지
문제점을 캐낼 수 있다.
둘째, 상대가 기꺼이 대답할 수 있는 질문인데, 이것이야말로 청자 입장에서 가장
즐거운
방식이다. 상대가 어떤 질문을 받으면 좋아할까를 고려하고 질문을 던진다. 인간은 자
만스런
동물이다. 누구나 자만하고 싶은 것을 가지고 있다. 자기만 아는 새로운 뉴스나 인포
메이션
을 말하고 싶다. 자기만 독점하고 있는 것, 자기만의 특기는 비밀로 하는 것이 안타갑
다. 미
국의 실험심리학자인 윌리엄 제임스는, "자기 표현은 인간의 가장 강한 욕구의 하나이
다."라
고 말했다.
자만할 수 있는 취미, 특기, 건강, 가족, 지위, 재산, 체험, 그 무엇이든 좋다. 아무
리 겸허한
사람이라도 이같은 것에 관해 질문을 받으면 곧장 입을 열고 싶어진다.
"이처럼 영업이 번창하는 것은 무엇인가 놀라운 비결이 있는거 아닙니까?"라든지, 또
는
"어떤 방식으로 뒷바라지를 하셨기에, 자녀분들이 모두 일류대학에만 입학하는지요?"
라는 질문에 잠자코 있을 사람은 없을 것이다. 인간은 입을 잠시도 쉬고 싶어하지 않
는 동
물이다. 동시에 이렇게 자만하면서도 인간은 허약한 데가 있다. 조금만 약점을 건드리
면 울
음을 못참는다. 누구에게선가 동장받고 싶어한다. 불만이 있으면 말하고 싶어한다. 배
출구를
찾는 것이다. 상대가 기꺼이 답할 수 있는 질문은, 상대에게 어떤 문제가 있는지를 알
아내어
그것에 알맞는 질문의 화살을 던지는 것이다.
셋째, 대답을 피할 수 없게 하는 질문이다. 인간은 이익과 손해에 민감한 동물이다.
그 물
음에 대답하지 않으면 자기에게 불리한 사실이나 불리한 입장을 승인하는 곤란한 처지
가 되
는 경우라면 그 누구도 잠자코 있지 않는다. 무고한 혐의는 견딜 수 없는 것이다. 무
고한 죄
는 승복할 수 없다. 잠자코 있으면 손해를 본다. 그런 때는 돌 같은 사람도 외치게 된
다.
"당신이 회사 공금을 10억원이나 축내고 있다는 소문이 되는데 그것이 사실인가요?"
하는 질문을 받으면 대답하지 않고 있을 사람은 없다. 두꺼비 처럼 입을 꾹 다물고
있는
상점 주인이라도,
"여기서 파는 상품은 모두 깨끗하지 않은데요..."
하고 비난받을 때, 입을 계속 다물고 있을 수는 없을 것이다.
"크게 손해를 보셨는데, 그 이유를 알고 계신가요?"
이같은 질문에 대부분의 사람은 무관심하게 있을 수 없는 것이다. 질문할 때 유념해
야 할
사항은 힐문하는 것 같은 인상을 주게 되면 안된다는 점이다. 또 상대에게 불쾌감을
주는
듯한 질문도 마이너스이다.
"건강이 나쁜 것 아닙니까. 안색이 안좋군요."
와 같은, 상대가 감추고 싶은 것과 사사로운 문제에 대한 질문은 금기 사항이다. 질
문으로
상대가 수치를 느끼게 된다면 모든 일이 허사로 돌아간다.
경이적인 판매실적을 올린 미국 생명업계의 제일가는 세일즈맨인 프랭크 베트거는 말
했다.
"내가 하는 모든 대담은 주의깊이 생각한 일련의 질문으로 구성되어 있다. 대담에
임해서
는 적극적인 주장보다 질문하는 편이 효과적이다."
5. 먼저 인포메이션을 얻어라
기술혁신에 따라 새롭게 면모를 갖출 새 제품들이 차례로 등장하고 있다. 대량생산으
로 품
질도 균일성을 띤 유사한 상품이 시장에 넘친다. 또 소비자의 소득수준이나 교육수준
이 향
상되면서 생활양식도 크게 변모하고 있다. 따라서 고객 욕구도 나날이 고도화되고 다
양화되
어, 그 구매태도와 선택방법 또한 계속 급속도로 바뀌고 있다.
품질이나 상표가 우수하다고 하여 책상다리를 하고 앉아서 판매의 매너리즘에 빠져
있는
세일즈맨은 없는가. 변화의 흐름에 적응한 새로운 판매방법을 개발하지 않으면 이미
고객은
떨어져 나간 것과 같다. 판매란 단순히 제품을 파는 것으로 끝나는 것이 아니다. 상품
을 파
는 것이 아니라 인포메이션을 판다. 이 결과로 상품이 팔려나가는 시대가 바로 오늘
날인
것이다.
가령, 승용차를 판매할 때에는 견고성과 경제적인 가격보다 차형이 조금이라도 크게
속도,
외관, 승차감과 같은 감각적인 매력으로 요점을 옮겨간다. 또 내구성보다 색조, 품
위, 디자
인, 유행성 등의 의장이 중요시된다.
요컨대, 상품 자체의 물적인 가치보다 그 제품에 부가된 인포메이션의 가치가 구매
동기를
유발시킨다. 그런 점에서는 가구도 동일하다. 한 개나 두 개를 파는 것이 아니고 그것
이 세
트로 갖추어져, 집안 전체의 구조에 조화되는 높은 센스의 문화를 파는 것이 된다.
주택의 경우도 물론 마찬가지다. 고립된 건물 자체만을 파는 것이 아니라, 건물을 에
워싸고
있는 환경이나 무드 있는 생활을 파는 것이 된다. 넥타이라 하더라도 넥타이만을 파는
것이
아니고, 양복, 와이셔츠, 포켓치프 등 구색을 갖춘 전체적인 효과를 겨냥하여 개성적
인 기소
를 파는 것이 된다.
소비자의 상품 지식은 놀랄만큼 크게 보급되고 있다. '원가 대봉사!'와 같은 과대
문구나
직업적인 동정, 거짓 웃음으로 판매하는 시대는 이미 지나간지 오래이다. 오늘날에
와서는
상품의 품질이나 성능을 광과는 것만으로 사람들의 마음을 움직일 수 없다. 제품의
가치를
어떻게 살리느냐와 같은 새로운 사용법의 지혜를 파는 시대인 것이다. 결국, 이쪽에서
제공
하는 인포메이션의 가치가 승부의 요체가 된다.
현대의 세일즈맨은 주문받는 사람이나 제품을 수송하는 사람이 아니라, 상품구입의
결정에
큰 도움이 되는 인포메이션을 제공하는 인포메이션의 보급자이다. 상품 구매계획의
충고자
이며 상담역이 되는 두뇌적인 컨설턴트인 것이다.
고객의 입장에서 문제를 이해하고 상대편에게 도움이 되는 인포메이션을 지참하는 것
이 세
일즈맨이 하는 작업의 일단이다. 입놀림의 형편 좋은 화법보다 무엇을 전달하는가의
이야기
의 내용인 문제인 것이다. 앞으로의 개인 판매에서는 인간과 인간의 접촉만이 아니라
인포
메이션이 보급자로서의 능력이 보다 높이 평가되므로, 인포메이션이 풍부하고 설득력
이 강
한 세일즈맨이 모든 구매자의 환영을 받게 될 것이다.
그러나 아무리 가치 있는 인포메이션을 제공하더라도, 인포메이션의 효과적인 제시
방법을
연구하지 않으면 안된다. 설득력 있는 인포메이션 전달의 요령은 다음 3개 항목을 중
심으로
이야기를 구성하는 데 있다.
1. 흥미를 불러일으킨다.- 이쪽의 이야기가 상대편의 관심사와 연결될 수 있는가?
2. 이익을 강조한다.- 이쪽의 이야기는 상대에게 중요한 것인가? 어떻게 이익이 되
는가?
그 이점이란 무엇인가?
3. 증명한다- 진정 이익을 가져 오는가? 그 근거와 뒷받침은 확실한 것인가? 사실을
드러
내 보일 수 있는가?
인포메이션의 전달은 흥미와 이익과 증명의 3개 사항으로 구축될 때 좋은 설득효과를
거두
는 것이다. 레이다와 같이 날카로운 촉각을 갖는 세일즈맨만이 정보화와 사회의 첨병
으로서
활동의 신천지를 개척해 나갈 수 있는 것이다. 누구나 연구하지 않으면 전진할 수 없
다. 새
로운 판매전술을 부단히 연구하여 새롭게 전진할 일이다.
8. 전화를 걸 때, 받을 때의 화법
1. 일상생활에서의 전화
우리는 일상생활에서 전화 없이는 살 수 없게 되었다. 전화는 상대가 꼭 있으며, 누
구나 거
리에 관계없이 전화로 대화를 한다. 비즈니스 교섭과 현대생활의 급속한 진전 때문에
전화
는 면담. 편지. 전보보다 훨씬 효과적으로 이용되고 있다.
현실적인 의미로 볼 때는 전화 걸기란 곧 사람을 만나는 것이나 다름이 없다. 그러나
통화
쌍방은 서로 보이지 않으므로, 이 점을 고려한 특별한 에티켓이 있어야 한다. 사교상
전화건
비즈니스 전화건 예의 바르게 해야 한다는 기본원칙은 다를 바 없다.
(1) 전화는 빨리 받아야 한다 전화 벨이 울리면 되도록 빨리 받는다. 누구나 기다
리는 것
을 싫어하기 때문이다. 독서 중에 벨이 울리더라도 전화부터 받아야 하고, 음식을 조
리하는
중에 벨이 울리더라도 조리를 중지하고 전화부터 받아야 한다.
회사에서 비서에게 구술 중이든 고객과 담소 중이든 '실례'라는 말로 일단 양해를
구하고
전화부터 받는다. 요컨대 전화 벨이 울리면 곧바로 전화를 받도록 해야 한다.
그리고는 '여보세요.'하고 응대하든지, 또 무엇을 물어올 때는 '네, 그렇습니다.'하
고 기분좋
게 친절하게 대답한다.
(2) 전화에서의 화법 수화기를 들면 빠르게 말하지 않고, 명확히 발음하도록 주
의한다.
'에...','아...'의 꾸미는 소리는 내지 않고, 다만 '네','아니오'를 분명히 말한다.
고개를 끄덕이든지 머리를 옆으로 저어도 상대편에게 보이지 않고, 얼굴을 맞대고
말할
때같은 의미를 전하는 표정이나 제스처를 상대편이 볼 수 없음을 잊어서는 안된다.
전화에서 의미를 분명히 해 주는 것은 음성 뿐이다. 이쪽 주위가 소란스러워 얘기
듣기가
어려울 때에는 저쪽이 말을 듣기 좋게 송화기를 손으로 막아 준다. 그렇게 해주면
주위의
잡음이 차단되고 이쪽 음성만 통하게 된다.
라디오나 텔레비전을 켜 놓은 경우는, 그 수리가 말소리에 혼입되지 않게 음량을
줄인다.
통화중 전신경을 집중, 상대에게 예를 다한다. 상대편 이야기에 흥이 나지 않더라도
통화하
면서 잡지나 책을 읽거나, 텔레비전을 보고나, 옆 좌석 이야기에 참견해서는 안된
다. 이쪽
주의가 산만하다는 것이 저쪽에 알려지면, 저쪽을 불쾌하게 한다.
명료하게 말하면 할수록 잘못 듣고 잘못 생각함이 없는 즐거운 통화가 되는 것이다.
전화
는 언제나 부드럽고 자연스러운 음성으로 명료하게 말해야지, 어물어물 말하거나 속
삭이듯
말하면 상대를 힘들게 하고, 꼭 들어야 할 말도 놓치게 된다. 더구나 말이 빠른 버릇
이 있는
사람은 상대편이 알아듣게 차근차근 말하도록 해야한다.
(3) 번호가 틀렸을 경우 전화가 걸려 왔는데 번호가 틀리면 '아니예요'라고 큰 소
리로 외
치고 곧장 끊어서는 안된다. 성난 목소리로 '몇 번이라구요?'하고 묻는 것 역시 불유
쾌하고
아무런 도움이 안된다. 전화 건 사람의 최초의 말로 대개는 번화 틀린 것을 알 수 있
으므로,
"미안합니다. 번호가 틀렸습니다."
로 족하다. 확실히 하려면 이쪽 번호를 알려 주는게 좋으나, 그것 역시 불필요한 일이
다. 한
편 이쪽이 틀린 번호로 걸었을 때는 먼저 미안하다고 말한다. 더욱이 잘못이 그쪽에
있다는
듯한 인상을 주지 않도록 해야 한다.
" 거기 몇번이죠?" 하고 기분 나쁘게 묻는 것은 무례한 짓이요 불쾌한 일이다.
(4) 상대편의 시간 형편 전화를 걸어 어느 정도 이야기가 길어지면 상대편 시간
형편이
어떤지를 먼저 물어보는 것이 예의이다.
" 좀더 말씀을 드려도 될까요?" 하고 물어본다. 저쪽이 약속이 있어 급히 나가야 한
다든지,
가족이 모여 지금 막 식사할 채비라도 할 때, 잠깐 말한다 해놓고 10분씩이나 이야기
를 계
속하면 안된다. 그럴 때는 나중에 다시 걸겠다고 말하고 일단 전화를 끊는 것이 좋다.
이쪽에서 건 것이므로, 상대가 예의 바른 사람이면 먼저 전화를 끊지는 않는다. 이쪽
이 끊
기를 기다릴 것이다. 이런 경우 빨리 끊지 않으면 상대를 괴롭히는 셈이 된다.
(5)끊는 말을 분명히 한다. 이야기가 끝나면 기분 좋게 '안녕히 계세요." 또는 '이
만 끊습
니다.'를 분명히 말하고, 전화 끊기에 앞서 그것을 상대편이 알게 한다. 가벼운 기분
으로 '자
그럼' 하고 찰칵 수화기를 놓으면 상대편 말을 도중에서 끊는 결과가 된다. 전화 끊은
것을
분명히 하지 않고 멋대로 끊은 일로 해서 말다툼이 일어나는 수가 많다.
(6) 도중에 끊어졌을 때 이쪽에서 건 전화가 도중에 끊어지면 수화기를 다시 제
자리에
놓고 다시 걸어본다. 장거리 전화인 경우 교환을 불러 사정을 말하고 다시 한번 연
결되게
부탁한다. 또 저쪽에서 걸려 온 전화가 도중에서 끊기게 되면 그때는 곧 수화기를 놓
고 기
다린다. 수화기를 쥔 채 '여보세요, 여보세요.' 하는 것은 불필요하고 상대가 아무리
여러번
걸어도 전화는 통화중일 것이다.
(7) 먼저 이름을 밝힌다. 비즈니스 전화건 사교 전화건 이쪽에서 전화를 걸었을 때
엔 상
대가 나오면 곧 자기 이름을 밝힌다. 저쪽이 이쪽 목소리를 잘 아는 것이 절대 확실한
경우
는 별문제이다. 그러나 '여보세요.'만으로 전화 건 쪽이 누구임을 알 것이라 생각해서
는 안된
다. 또 이쪽 목소리를 저쪽이 즉각 몰라본다고 화낼 일이 아니다.
"누군가 맞춰 보세요."
하고 말하는 것은 애교도 아니요, 재미 또한 없다. 단지 무례일 뿐이다.
(8) 전화로 장난해서는 안된다. 이것은 말할 필요도 없이, 기분 나쁜일이다. 장난
전화가
걸려와, 아무 죄 없는 사람이 귀찮고 불쾌한다는 이야기를 듣는 일이 많아. 장난 전화
의 형
태중에는 특별히 주의해야 할 것도 있다. 이런 장난 전화는 그것으로 즐거울 것이 전
혀 없
고 결과적으로는 남을 놀라게 하고 성나게 할 뿐이다. 시간과 금전을 낭비할 뿐 아니
라, 하
나의 사회악으로 지탄받아야 할 일이다.
(9) 전화 교환양의 친절 전화 교환양만큼 예의가 바른 사람은 없다고 생각한다. 전
화 쓰
는 사람 역시 교환양에 대해서 정중하고 예의 바르게 말해야 한다. 전화 번호가 확실
치 않
으면 일단은 번호부에서 찾는다. 그래도 번호가 나오지 않을 때는 교환양에게 묻는다.
번호
가 확인하지 않았는데도 적당히 다이얼을 돌려서는 안된다. 틀린 번호에다 대고 전화
를 걸
면 나믕 방해하고 자기 시간과 돈을 낭비할 뿐이다.
교환양에게 물어보든지 장거리 전화의 신청, 무엇인가 부탁을 할 때에는 "고맙습니다
!"라는
인사를 잊지 않아야 한다. 교환양 또한 사람인만큼 때로 실수가 없을 수 없다. 고도로
능률
적이고 매우 정밀한 최신식 전화 설비 역시 잘못이 있을 때가 있다. 지장이 있다 하여
교환
양을 개인을 책망해서는 안된다. 장거리 전화가 도중에서 끊어지면 교환양을 불러
사정을
정중히 말하고, 나아가 수고를 끼쳤다면 인사를 해야 한다.
(10) 본인 대신 전화에 응대할 때 수고하는 가정부가 집주인 대신 전화를 받을 때
는 반
드시 주인 이름을 대야 한다.
"000씨 댁입니다." 또는 " 000씨 아파트입니다."
하고 말하면 매우 좋다. 전화 번호를 대는 방편 역시 같다. 전화 건 쪽에서 주인을 찾
을 때
는,
"어디의 누구시라고 전할까요?"
하고 물으면 좋다. 그런 다음에 주인이 전화를 받게 한다.
본인이 사회적으로 저명인사이거나, 특별한 용무로 전화가 자주 걸려와 본인이 나서
면 크
게 시간을 빼앗기는 경우가 있다. 그럴 때는 사람을 대신 내세워 저쪽의 용건만을
메모해
두었다가 나중에 용무를 처리하는 경우도 있다, 그러나 그런 부류의 사람이 아니면
자기에
게 걸려온 전화는 반드시 자기가 받는 것이 예의이다. 또 걸려오는 전화를 가려서 받
고 싶
은 경우도 있다. 그럴 때는,
"000씨가 지금 계신지 알아보겠습니다. 전화 거신 분이 누구시라고 할까요?"
하고 말하도록 비서에게 일러 놓은 것도 하나의 방법이다.
(11) 통화는 알맞게 해야 한다. 우리는 모두 전화로 친구와 대화를 나누고 소식을
교환한
다. 그러나 너무 긴 시간 전화로 말하는 것은 삼가야 할 일이다. 누구나 예고 없이 친
구한테
가서 한시간 이상 머무는 일은 없다. 이와 마찬가지로 친구에게 전화를 걸어 쓸데없는
소리
를 하면서 친구의 예정을 방해해서는 안된다. 특히 한가한 부인들 중에는 전화에다 대
고 시
간에는 아랑곳없이 별의별 잡담을 늘어놓은 사람이 있는데, 이는 참으로 몰상식한
짓이다.
이같은 장시간의 전화는 남의 시간을 빼앗고 자기 시간을 낭비하는 것밖에 되지 않
는다는
사실을 명심해야 할 것이다.
(12) 어린이와의 전화 철 모르는 어린 아이에게 전화를 받게 해서는 안된다. 어린
애로 하
여금 전화를 받게 하여 까닭 모를 이야기를 하게 하고 그것을 귀엽게 생각하는 사람
이 있
다. 이런 장난을 하고 만족스러워하는 부모는 즐거울지 모르지만 전화를 한 사람에게
는 불
유쾌한 노릇이다. 상대가 친척이건 친한 친구이건 어린애와 말하고 싶다면 잠시만 수
화기를
쥐게 한되 조금만 말하게 해야 한다. 그리고 평소에도 전화벨이 울리면 어린애가 어
른보다
먼저 수화기를 들게 해서는 안된다.
(13) 10대들의 전화 장난 10대의 소년소녀 중에는 전화로 장난질하며 집의 전화를
독점
할 때가 많다, 현실 문제로는 그것이 단순한 이야기로 끝나지 않는다. 철부지 자녀들
의 끝도
없는 전화를 내버려 두는 것은 본인뿐 아니라, 남에게도 적지 않은 피해를 준다는
사실을
일깨워 주어야 한다. 전화가 지니는 사회 공공성을 깨우쳐 주고, 통화는 늘 짧게 하도
록 가
르치고, 심심풀이로 전화를 쓰지 않게 잘 타일러야 한다. 공중전화의 경우, 그것이
특히 중
요하다.
(14) 공중전화를 쓸 때 공중전화는 누구의 전화도 아닌 그야말로 모든 시민이 함께
쓰는
전화이다, 그런데도 이를 독점하다시피하는 사람이 있어 이따금 말썽이 생긴다. 공중
전화 앞
에서는 아무리 바쁘더라도 차례를 기다려야 하고, 아무리 하고 싶은 말이 많더라도
요점만
간추려서 통화를 짧게 해야 한다. 그리고 남들이 보고 듣는 장소이니만큼 고운 말씨,
세련된
화법을 잊어서는 안된다.
(15) 남의 집 전화를 쓸 때 장거리 전화인데 부득이 이웃집 전화를 빌리든지, 또
손님으
로 간 남의 집에서 장거리 전화를 걸 때는 반드시 전화료를 분명히 계산해서, 고맙다
는 인
사와 함께 건네야 한다. 통화가 끝나면 요금을 알려달라고 교환양에게 부탁한다. 시내
전화
면 고맙다는 인사 정도면 좋다.
2. 비즈니스의 전화
(1) 전화에 나올 때 회사의 대표 전화에 나올 때는 일반적으로 알려진 회사의 명
칭이나
소속 부서를 먼저 대는 것이 좋다. '감사합니다','안녕하세요'라는 인사는, 이름을
댄 다음에
하면 따뜻한 느낌을 준다.
(2) 신속한 응답 전화에는 항상 빠르게 나와야 한다. 늦게 받으면 비즈니스에 지장
이 올지
모르기 때문이다. 교환대가 설치된 회사는 교환양이 다른 전화로 바쁠 때라도, 걸려온
전화
를 아무 말 없이 그대로 연결해서는 안된다. 연결하면 호출음이 안나므로, 전화 건
사람은
응답이 안 들리니 전화가 끊긴 것으로 판단하여 수화기를 놓을지도 모른다.
교환양이 전화를 즉각 다루지 못할 때,
"잠깐 기다려 주세요."
한 다음, 취급중인 전화를 처리한다. 다시 기다리게 한 사람에게 회사 이름을 대고,
인사하
며 기다리게 하여 미안하다고 사과한다. 교환양은 항상 전화 건 사람의 요구를 들은
다음,
"생산부로 돌려 드리겠습니다." 또는
"000씨 방으로 돌려 드리겠습니다."
하고 상대편의 부탁을 명백하게 복창한다.
(3) 시간이 걸릴 때 전화 건 사람이 부르는 내선이 통화중일 경우에는,
"미안합니다. 000씨 전화는 지금 통화 중입니다. 기다리시겠습니까, 아니면 000씨가
나중에
전화를 거시도록 전해 드릴까요?"
하고 말한다.
우수한 교환양은 항상 전언표와 볼펜을 가까이 놓아두고, 전언 내용을 지체없이 메
모하든
지 번호를 메모할 수 있도록 하고 있어야 한다. 상대를 기다리게 했을 때, 오래 걸리
면 30초
마다,
"미안합니다. 000씨가 아직 통화 중입니다."
고 말한다. 통화가 끝나면
"그럼 연결시켜 드리겠습니다."
하고 명랑한 어조로 말한다.
(4) 회사 안에서의 전화 회사의 내선 전화에 나올 때는 부과의 명칭이나 이사실
명칭을
먼저 대고, 곧 자기 이름을 말한다.
"생산부의 000입니다." 또는
"김 이사실 이정숙입니다."
(5) 전화 돌리기 자기 부서에 잘못 걸려온 전화를 다른 부서로 돌려주는 일을 귀찮
게 생
각해서는 안된다. 전화 건 사람에게 전화 돌리는 까닭을 잘 이해시켜야 한다. 생산부
사람이
면,
" 그 자료는 저희 부서엔 없고 판매부에 있습니다. 그쪽으로 돌려 드릴까요?"
하고 말하면 상대는 전화 응대가 적절하다고 예의 바르다고 생각할 것이다.
돌려줄 때는 전화기 후크 스위치를 천천히 몇차례 누른다. 그것을 급히 누르면 교
환양이
신호를 모를 수가 있다. 교환양이 나오고 전화 건 상대편 이름을 아는 경우라면 다음
과 같
이 말하면 좋다.
"아무개씨 전화를 판매부로 돌려드리세요."
그리고 교환양의 확인을 기다린 다음 수화기를 놓은다. 어떤 경우이든 비즈니스 전화
는 상
대편 편의를 고려하여 아무리 바빠도 예의 바르게 해야 한다. 단골손님일지도 모르는
상대
를 불쾌하게 하든지 난처하게 해서는 안된다. 한번 실례를 하면 나중에 변명을 해도
소용이
없다.
(6) 전화를 끊을 때 이야기 도중에 장거리 전화나 국제 전화가 와서 부득이 전화를
끊어
야 할 때는 상대편에게 정중히 양해를 구해야 한다. 그리고는 기다릴 수 있는지, 나중
에 다
시 걸어도 괜찮은지를 물어 본다.
"잠깐 기다리세요."
하고 말한 다음, 상대를 3분 이상을 기다리게 해서는 안된다. 상대를 기다리게 해놓
고 이쪽
은 무엇을 찾느라 예상 외로 시간이 걸리면 반드시 까닭을 상대편에게 알려야 한다.
잊은
게 아닌가 생각하리만큼 상대편을 오래 기다리게 해서는 안된다.
(7) 비서가 나올 때 사장한테 온 전화를 일단 비서가 받아야 할 때는 약간의 여유
가 필
요하다. 사장에게 전화가 연결되기 전에 상대편 이름을 알고자 하면 비서는,
"어디의 누구시라고 전할까요."라고 해야 한다.
무뚝뚝하게 "누구시죠?" 하고 묻지는 않는다.
사장이 특정인 전화 외에는 받지 않는다고 할 때 비서는,
"미안합니다. 사장님께서 지금 전화 받으실 수 없는데요, 어디의 누구시라고 전할까
요?"
하고 친절하게 말한다. 또 비서 스스로 판단이 안될 때는,
" 사장님께서 지금 방에 안계신데요, 찾아 보겠습니다. 어디의 누구시라고 전할까요
?"
하고 말한다.
상대편 이름을 물은 다음 사장이 전화 못받는 뜻을 말하면, 본인이 있는데도 전화받
고 싶
지 않다는 인상을 줄 염려가 있기 때문이다.
다른 회사의 비서로부터 그쪽 사장을 대신하여 전화가 걸려 온 경우, 현명한 비서는
저쪽
이름을 물어보고 자기 사장에게 전하여, 전화받겠다고 하면 곧 수화기를 돌려준다. 어
느 쪽
사장이 먼저 나오느냐는 문제로 두사람의 비서가 언쟁하는 일이 있는데 이것은 무의미
한 일
이다.
또 사장이 실제로 방에 없든지 전화상대와 대화하고 싶지 않을 경우, 비서는 전화 건
사람
에게 무엇인가 자기가 할 일이 없겠는지를 묻는다. 그것을 먼저 묻지 않고 나중에 다
시 전
화를 걸어 달라고 하는 것은 무례하다.
(8) 예의를 잃지 않는 전화 아무리 바쁜 지위에 있는 사람이라도 본인이 직접 전화
를 걸
고, 상대가 나오면 반갑게 통화하는 것이 원칙이다. 그렇기는 하나 현실적으로는 그
사람이
활동 상황에 따라 그렇게 되기를 기대하기는 어렵다. 그래서 비서제도가 생기게 된
것이다.
비서는 전화걸기를 부탁 받으면 저쪽 직원이나 비서에게 이쪽 회사 이름과 웃사람
이름을
대고 웃사람이 이내 받도록 재빠르게 연결한다.
사장이나 이사가 비서에게 전화를 걸게 하고 저쪽 사람을 한참 기다리게 하는 것은
큰 실
례가 된다. 전화에 관하여 사장이나 이사가 범하기 쉬운 가장 으뜸가는 무례는, 대체
로 전화
를 걸라고 일러놓고서 자신은 방을 떠나, 저쪽이 전화에 나왔을 때 비서가,
"미안합니다. 김이사님이 조금 전에 방에서 나가셨습니다. 나중에 다시 전화하겠습니
다."
하고 답하게 하는 경우이다.
아무튼 비즈니스 전화건 사교상 전화건 예의를 잃지 않게 항상 조심해야 한다.
3. 전화 화법은 정확해야 한다.
전화는 상대의 용모나 표정, 그리고 동작을 볼 수 없으므로, 어정쩡한 태도로 어지간
히 말
해서는 그 메시지가 완전히 전달되지 못한다. 그것은 마치 잡음 속에서 듣는 라디와
같은
효과 밖에는 되지 않는 경우가 많다. 그래서 전화 화법에서는 다음과 같은 사항에 유
의해야
한다.
(1) 강조할 때는 강조하면서 말하라 중요한 비즈니스는 전화보다는 직접 면담하는
것이
유리함은 말할 것도 없다. 전화에서는 상대의 표정이나 동작을 볼 수 없으므로, 어디
까지나
말로써 강조할 것은 강조하고 설득할 것은 설득해야 한다.
이를테면 기쁜 소식은 기쁜 성조로 말하고, 중요하고 심각한 일이면 그와 걸맞는
어조로
말해야 한다. 이 경우의 좋은 본보기로 라디오 드라마를 들 수 있다. 이드라마를 들으
면 성
우의 화법은 말의 억양으로 그 분위기를 조성하여 청자에게 실감을 강하게 준다. 그런
데 면
접화법의 경우, 그같이 말한다면 기분이 나지 않을 뿐 아니라, 도리어 어색해진다.
그러나
성우의 이같은 테크닉은 전화화법에서는 유용하며 응용할만 하다.
(2)소근대는 화법은 금물이다 서로 만나서 이야기할 때는 가만가만 소근대다시피
말할
수도 있겠지만, 전화에서 이같은 화법은 금물이다. 무슨 이야기를 하든, 똑똑한 발음
으로 상
대편이 충분히 알아듣게 분명히 말해야 한다.
뿐만 아니라, 지루한 이야기, 불필요한 형용사, 혼돈하기 쉬운 말, 분간하기 힘든
말, 일반
화되지 않는 외국어 등을 쓰는 것은 혼란만 초래할 분이다.
(3) 숫자나 고유 명사는 재확인하라 전화에서 금액이나 수량을 전할 때, 또는 사람
의 이
름이나 지명을 나열할 때는 반드시 상대편이 복창하게 하여 재삼 확인한다. 금액이나
수량
은 많을수록 세심해야 하고, 특히 인명인 경우 무슨 글자인지를 확인한다. 이를테면
그냥
전씨가 아니라 전씨, 전씨, 전씨 중에서 어느 전씨인지를 알게 해야 한다. 지명인 경
우도 전
라도 광주, 경기도 광주, 강원도 고성, 경남 고성 등이 있으니 유의할 일이다.
(4) 대답은 '네, 알겠습니다'로 흔히 만나서 말할 대는 그렇지 않은데, 전화 앞에
서는 갑
자기 딱딱한 음성을 내면서 긴장하는 사람이 있다. 그리고는 시종 '네','네'만으로
대답한다.
이때의 '네'는 그냥 건성으로 대답하는 '네'인지, 아니면 알겠다는'네'인지를 알 수
없다. 그러
므로 그 이야기를 알아들었으면 반드시 '네, 알겠습니다.'로 분명히 의사를 밝혀야
한다. 그
래야만 상대편도 마음을 놓일 수 있을 것이다.
(5) 용건의 가짓수를 먼저 말하라 전화 걸기에 앞서 용건의 내용을 정리하고 그
가짓수
를 메모한다. 이를 정리하지 못한 사람은 전화기를 들고 그저 '그래서', '그런데'하
면서 좀처
럼 용건을 말하지 못하다가 나중에 가서야 용건을 들먹인다. 이런 사람은 비즈니스의
낙제
생이다.
"용건이 셋 있습니다. 하나는...."
하고 용건을 하나씩 말해 나간다. 그리고 메모 용지를 전화기 곁에가 두고 언제라도
적을
수 있게 준비해 놓아야 한다.
9. 격려할 때, 위로할 때의 화법
1. 격려할때의 말
그저 어깨를 두드리며,
"정신 바짝 차리고 잘 해봐."
하고 말해주는 것도 격려임에는 틀림없으나, 진정 힘이 될만한 격려라고는 할 수 없
다. 격려
를 하려면 그것이 정신적 지주가, 될 수 있는 말을 해야 하는 것이다.
"자네의 전도에는 많은 고난이 가로놓여 있으리라 생각되나, 자네의 그 열성과 능력
이라면
어떤 고난인들 겁난 것이 없을 것이라 믿네."
"자네의 과감한 정신과 투철한 책임감으로 해서, 이 일이 훌륭한 성과를 거둘 것이라
고 기
대하네."
한 선배가 젊은 후배의 손을 잡고 이와 같이 말했다면, 그것은 자극이 되며 힘이 될
것이
다. 이런 경우, 일방적이요 형식적인 말로 건성으로 할 것이 아니라, 상대와 장면에
잘 적응
하도록 성의가 포함된 격려를 해야 한다. 그렇게 할 때 상대도 진실로 고마워 할 것이
다.
나폴레옹 (B. Napolen 1769~1821)이 모스크바를 향해 진군할 때, 보르지노의 구릉에
서 그
의 장병을 격려한 유명한 말이 있다.
"지금이야말로 여러분은 그 동안 여러분이 열망해온 위대한 싸움에 임하는 것이다.
승리는
여러분 양 어깨에 걸려 있다. 후세의 사가들은 여러분의 공적을 기록해 길이 전할
것이다.
여러분은 모스크바 근교의 대전에 참가하는 위대한 용사들이다.'
라고 한 것이다. 실상 이 싸움은 나폴레옹에게 최초의 고전이 된 것이었으나 그것은
후의
일이고, 장거리 행군으로 피로에 지친 장병에게,
"그동안 여러분이 열망해온 위대한 싸움에 여러분이 임하는 것이다.'
라는 말로 일대 분발을 촉구했다는 것은 아주 훌륭한 격려의 예이다 나아가 승리는 장
병들
에게 달려있다는 것을 기정 사실로 인정하고, 후세 사가가 그것을 역사에 기록하여 길
이 전
할 것이라는 것까지 약속하는 데야 무리해서라도 더 큰 용기를 내지 않을 수 없을 것
이다.
괴테 ( J.W Goethe 1749~1832)는 암담한 처지에 빠진 사람을 보고 이렇게 격려했다.
"다시 한번 힘있게 대지를 밟고 일어서라! 사람이 사는 것은 단 한번 뿐이다. 자기
자신을
남에게 부담하게 할 때, 한 사람 인간의 운명을 책임진다는 것이 어떻다는 걸 나는 잘
알고
있다. 그러니 자네는 죽어선 안된다., ."
상대가 어떤 사람이었는지, 어떤 사정이 있었는지는 알 수 없으나, 이같은 격려를
받으면
죽음에서 활기를 되찾는 기분이었을 것이다.
"사람이 사는 것은 단 한번 뿐이다."
'자네는 죽어선 안된다."
는 말이 얼마나 깊은 감명을 주었을 것인가?
젊은 파스퇴르(L. Pasteur1822~!895)가 전인미답의 세균학 연구에 전념하고 있을
때, 이를
본 그의 스승 비오 (J.B. Biot 1774~1862)는 이렇게 격려했다.
" 인간의 불안정한 상태에서 일어나는 여러가지 일은 잠시 경멸할 수 있는 용기를
가져야
하네. 그런 일에 정신을 흐트려서는 안되지. 그리고 뜻을 강하게 갖고 자네의 이 훌륭
한 길
을 계속 찾아나가게. 상은 최후에 가서 받는 것이네. 보다 뚜렷한 자격을 갖출수록
그만큼
포상이 확실하다는 사실은 재론의 여지가 없다네. 많은 사람들이 자네를 위해 효과
적으로
일할 수 있는 것을 충심으로 기뻐하고, 자네를 위해 진력하는 것을 명에로 여길 때가
머지
않았다고 생각하네."
이야말로 제자를 생각하는 진정어린 격려라 하겠다.
2 권유할 때의 말
사회생활에서 사람에게 무엇을 권유할 일이 더러 잇다. 그러나 이때의 말하기란 참으
로 어
려운 것이다. 여러 가지 경우가 있을 수 있고, 권유하는 쪽과 권유받는 쪽의 인간관계
에 따
라 권유하는 방법도 다르다. 여기서는 상대가 친구이고 권유하는 내용이 가령, 영화를
구경
가자는 임시적인 것과, 어느 모임에 가입할 것을 권유하는 등의 반 영구적인 것의
두가지
경우를 생각해보기로 하자.
남을 어떤 일에 권유하려면 자기 자신의 그 일에 콘 관심을 갖고 있어야 하는 것이
전제이
고, 여기에 상대편을 찬성시키고 참가하게 하는 것이 그 내용이 된다.
그러므로 권유는 다음과 같이 해야 한다.
0 어째서 권유하는가.
0 자기는 어째서 이 일에 전부터 관심을 갖고 있는가, 거기서 어떤 이익을 얻었는가.
0 자기가 권하는 것을 상대가 하면 그에게 어떤 이익이 생기는가, 이 일로 해서 일
어나는
손실은 없는가, 손실의 책임은 누가 보장하는가.
0 모든 사실을 구체적으로 설명한다.
이러한 권유에 상대가 동의해 줄 때는, 거기에 따르는 모든 주선을 이쪽에서 책임지
고 해
주어야 한다. 그럼으로써 두사람 사이의 인간관계는 그 일로 해서 보다 친숙해질 것이
다.
3. 부탁할 때의 말
남에게 무엇을 부탁할 때 어떻게 말하는 것이 좋을까? 부탁이란 대개의 경우, 부탁하
는 사
람의 이익이 되고 부탁받는 사람에게는 괴로움이 되는 수가 많다. 그러므로 부탁이란
하기
어려운 것이다. 한마디로 말해 부탁에는 여러 가지가 있으나, 먼저 두가지로 크게 나
누어 볼
수 있다.
0 금전 문제에 관한 것.
0 취직, 혼담, 그밖에 인사에 관한 것.
이 중에서 어느 쪽이 더 어려우냐고 할 것 같으면, 금전문제에 관한 것이다. 돈을 빌
리자든
지, 빌리는 돈의 보증인이 되어 달라든지, 또는 돈 빌려줄 사람을 소개하라고 부탁하
는 것은
최악의 경우, 상대편에게 큰 손해나 폐를 끼치게 된다. 취직이나 혼담의 경우는 상대
의 지
위. 신용. 권위 같은 것을 이용하고자 하는 것이다. 돈을 빌릴 때처럼 적극적인 손해
를 끼치
는 일은 적으나 그래도 결과가 나쁘면 상대의 체면을 손상시킨다는 것은 알고 있어야
한다.
그 대신 부탁한 일이 잘 진행되면 상대에게도 기쁨을 줄 수가 있어야 한다. 가령 돈
을 빌
리는 경우라면, 그 돈이 유리한 사업에 투자되어 크게 성공했을 때는, 돈을 빌려준
사람의
기분 또한 더없이 좋을 것이다. 일을 여기까지 끌어가는 것이 매우 중요한데, 일단
이렇게
성공만 하면 그때는 돈을 빌리고자 머리 숙일 필요는 없다. 반대로 저쪽에서 "어때,
이 돈을
좀 활용해보게" 또는 "자네, 내 딸 보았던가?"하고 나올 수 있다.
부탁이란 대개의 경우 자기보다 지위나 신분이 높은 권력이나 재력을 갖고 있는 사람
에게
하는 것이다. 그리고 이같은 사람은 자신이 성공자라는 자부심을 갖고 권력이나 재력
위에
책상다리를 하고 앉아 있다. 시종일관, 부탁해 오는 사람을 밀어내는 것이 습관처럼
몸에 익
숙해진 사람이다.
그러므로 평범한 방법으로는 그 사람에게 접근하기가 어렵다. 방법은 여러 가지가
있겠지
만, 무엇인가 표적을 찾아야 한다. 만나자마자 한마디로 불쑥 상대의 심중에 호소할
수도 있
다. 이것도 때로는 가능한 방법이다.
부탁한다는 것은 씨름과 같은 것으로 상대를 넘어뜨리느냐, 내가 넘어지느냐의 둘 쭝
의 하
나이다. 그러므로 말을 잘 해서 결과적으로 부탁하는 목적을 이루지 않으면 안된다.
마음가
짐은 어디까지나 정정당당하게 나가야 한다. 달리 말하면 '진심은 통하는 것이다'라
는 신념
을 갖고 상대를 설득한다
상대편에게 손해나 페를 끼치는 것이 처음부터 확실한 것 같은 일이면 애당초 부탁하
지 않
는 편이 좋다. 그것은 상대를 속이는 일이 되기 때문이다. 어디까지나 사실을 말하고
지적으
로 호소하며 성실에 기초를 두고 설명한다. 이렇게 하면 상대도 지적으로 이쪽의 입장
을 이
해하고 그 부탁하는 바를 타당하다고 생각하여 이에 응해준다. 그것이 부탁하는 방법
의 정
도이다. 상대의 동정에 매달리든가, 상대가 이쪽을 불쌍히 여기게 하는 방법은 일종의
구걸
이다.
무엇이든 부탁하는 일은 이쪽이 그것을 필요로 하고 그것으로 곤란을 겪고 있는 것이
확실
하므로, 이쪽의 사정이나 입장을 상대가 잘 알게 설명한다. 그러기 위해 필요한 설명
재료를
갖추어 간다. 가령, 돈을 빌리는 경우이면 어디에다 쓰고, 언제까지 갚겠다는 점을
분명히
입증하는 것이다. 부탁하는 것은 그 성공률이 반반이므로 조금도 비굴할 필요는 없다.
비굴
한 태도의 말로써는 결코 상대를 움직일 수가 없다.
흔히 경험하는 일이지만, 중요한 부탁이 있어 찾아 갔는데, 좀처럼 말이 나오지 않
아, 아무
래도 좋을 다른 세간사만을 늘어놓다가 자리에서 일어설 때쯤 갑자기,
"'실은....'
하고 말하는 사람이 있는데, 이것은 부탁하는 방법치고는 아주 낙제다. 되도록 처음부
터 오
늘은 부탁이 있어 찾아 왔다고 당당하게 용건을 말한다. 그래야 부탁받는 입장에서도
기분
이 불쾌하지 않다.
4. 호소할 때의 말
사람에게 무엇을 호소할 경우가 있다. 개인이 그 사정을 호소하든 사회적인 것을 일
반에게
호소하든 간에, 자기에게 중대한 것이 상대편에게는 어떠한 이해관계도 없다든가, 이
쪽은 그
것을 의의있는 것으로 생각해도 상대에게는 아무런 관심도 갖지 않을 때가 많다. 그
러므로
무엇을 호소하더라도, 그것에 대해 좀더 명확하게 말하거나 큰 목소리로 여러사람이
알아듣
게 하면서, 사람의 마음을 움직이지 않으면 안된다. 먼저 듣는 사람이 그것에 관심을
기울여
주지 않는 한, 사정을 아무리 말한대 해도 그것은 아무 소용이 없는 일이다.
자기에게 있어 얼마나 중대한 것이냐가 아니라, 상대의 감정이나 이성에 어떻게 반
향하는
가에 따라 사람의 마음이 움직인다. 그러기 위해서는 자기 중심으로 일방적인 말만 할
것이
아니라, 상호 공통의 관념을 일으키는 말을 해야 한다.
그것이 사회적인 문제라고 해도 사람들은 쉽게 움직이지 않는다. 그러나 인도. 애국.
자유.
평화. 평등 등과 같은 표현에 역점을 두고 호소하면, 대개의 경우 이같은 권유로 해서
사람
들의 마음을 움직일 수 있다. 그와 같은 표현이 사람의 공감을 사는 것이다 어떤 사업
에 있
어 일반의 협력을 구하든가, 상품을 선전할 때 이같은 방법을 써서 공통의 관념을 일
으키는
말을 잘 구사하면 의외의 효과를 올린다.
사람은 누구나 남의 사정을 중요하게 여기거나, 남의 생각에 동의해야 할 의무는 없
다. 하
지만 자기가 갖는 생각이나 관념에 강하게 호소하면 무관심하게 있지는 않는다.
"나라 사랑하는 마음에 호소해 부탁드립니다.'
"인도상의 문제로 여러분의 협력을 바라마지 않습니다."
"평화를 위해 이 사업을 반드시 성취하겠습니다."
고 말하면, 인도. 평화와 같은 말은 그것이 아무리 공통의 관념에 있는 것이라도 흥미
를 끌
수 없다. 그때는 신선한 어감을 갖는 말을 하든지, 새로운 감각으로 호소해야 한다.
"남자라든가 여자라든가 하는 구별을 하기에 앞서, 서로가 인간이라는 점을 생각해
야 할
게 아니겠습니까?"
하고 말하면 공통의 관념인 인간이라는 말이 새로운 느낌을 일으켜 준다.
또 개인의 사정으로는 불우한 처지를 호소하고 조력을 구한다든지, 사업의 상태를 호
소하고
그 해결에 힘을 빌려달라고 청하는 일이 있다. 그럴 때는 그냥 사정을 말하는 것이
아니라,
상대에게 호소하는 힘 있는 의사표현이 필요하다. 힘 있는 의사표현을 하는 데는, 상
대의 자
부심. 자존심. 인간성. 감정 등에 작용하는 말과, 상대의 인격. 이해. 의협 등에 신뢰
를 보이
는 일을 고려해야 한다. 이를테면,
"사장님의 배려와 이해만이 저에게 힘이 됩니다."
"제가 하고 있는 일이 결코 무의미하지 않다는 것을 사장님은 이해해 주실 것으로
생각합
니다."
"사장님의 인격에 의지하는 일 이외에 지금의 저에겐 딴 방법이 없습니다."
"사장님께서 지원만 해주시면, 이 일은 어떤 고난이 있어도 꼭 성공시키고야 말겠습
니다."
이 정도면 어느 만큼은 상대편이 귀를 기울이게 된다.
이 세상에 자부심 없는 사람이 없고 뽐내고 싶지 않은 사람이 없다. 어떻든 사람에게
무엇
을 호소할 때는 그 사람을 그 일에 끌어들이는 의사표현 능력이 없으면 안된다. 그것
은 감
정적으로 동정을 구하는 식의 방법이 아니라, 적극적으로 나서서, 상대편을 설득시키
는 데
있다.
이상은 개인과 개인 사이의 호소하는 일을 말해 왔지만, 여기서는 사회적으로 호소
하거나,
전략적으로 호소할 때는 어떻게 해야 하는지를 살펴보기로 한다.
제2차대전중 미국의 어느 중공업 공장에서 급히 몇천명이나 되는 노동자를 필요로 하
게 되
었다. 매우 중요한 군수품 생산공장으로 작업은 힘들고 위험이 따랐다. 이런 사정이
밖에 알
려졌는지 공장 소재지에서는 응모자가 거의 없게 되었다. 그래서 당국에서는 새로운
모집계
획을 세우고 당시에 노동자가 풍부한 뉴욕주의 버팔로시에서 모집하기로 결정했다.
그때의
모집 포스터에는 다음과 같이 쓰여 있었다.
"남자가 하는 일을 두려워하지 않는 남자를 구함. 그대의 체내에는 참된 정열의 피가
흐르
고 있는가? 그대의 자매들은 이 일을 감당할 수 없다. 매우 힘든 작업이다."
남자의 자존심에 호소한 이같은 어구가 잘 먹혀들어가서 때에 맞추어 2천여명의 노
동자를
공장으로 보낼 수 있었다.
뉴욕주의 명지사로 불리운 스미드가 취임 벽두에 봉착한 문제는, 중범자만을 수용하
고 있
는 싱싱 교도소의 소장에 적임자를 임명하는 일이었다. 적임자를 물색하던 중에 젊은
정객
인 로우예스에게 희망을 걸고 직접 만나 여러모로 권해 보았다. 그러나 그것은 매우
곤란한
임무이며 지금껏 오래 근무한 사람이 별로 없을 뿐 아니라, 불과 3주일만에 그만둔
사람까
지 있어 로우예스는 선뜻 승낙하려 하지 않았다. 그러므로 스미드지사는 이렇게 말해
본 것
이다.
"그대가 주저하는 것은 무리가 아니네. 그 자리는 국무장관급의 대인물이 아니면 맡
기 어
려운 요직이어서.... 내가 자네 같은 소장에게 눈을 돌린 것이 잘못된 일인지 모르겠
네."
이 한마디 말은 망설이고 있던 로우예스를 분발시키는 힘이 되었다. 그는 대인물을
필요로
하는 직무를 맡아 자기 수완을 걸어 보고 싶던 참이었다. 그는 마침내 그 곤란한 임무
를 떠
맡아 훌륭히 수행해 나갔다.
사람은 누구에게나 자기를 중히 인정받고 싶은 소망이 있다. 그리고 자기가 중시되고
자기
가 하고 있는 일이 높이 평가받는다고 생각하면 그 일에 최선을 다한다.
"이 일은 자네가 좀 해주지 않으면 안되겠네...."
등의 말에 사람은 감격하기까지 한다. 다수의 부하를 거느리는 지도자의 경우라면 그
부하
의 이름을 외우는 것만으로 부하의 환심을 살 수 있다.
나폴레옹은 기억력이 좋아 모든 연대의 장교 이름을 모두 기억할 정도였다고 한다.
이것이
그에 대한 부대의 신뢰를 두터이한 원인이 된다. 사람의 자존심을 만족시키는 몇마디
의 말
이 대단히 중요할 수 있는 것이다.
5. 사절할 때의 말
남이 무엇을 부탁해오면 무리라는 생각이 들어도 이를 거절하지 못하고 그대로 받아
들이고
나서 후회할 때가 많다. 이럴 때 어떻게 말하면 좋을 것인가.
사절한다는 것은 상대편의 입장을 생각하면, 매우 어려운 일이다. 사절하는 내용에
따라 다
르겠지만, 먼저 다음과 같은 마음가짐이 필요하다.
상대편이 희망하는 것을 들어주지 않으면 상대편의 기대에 어긋나는 것이므로 상대는
이중
의 손실을 보는 셈이다. 첫째, 얻고자 한 것을 얻지 못한다. 둘째, 부탁한 사람이 부
탁을 들
어주지 않는다. 가령, 그 기대가 일방적인 것에 지나지 않는다 하더라도, 그리고 이
쪽은 아
무 책임이 없다 하더라도, 부탁할 때까지의 인간관계상으로 보아 가만히 있을 수는 없
다. 상
대가 그 정도의 부탁은 들어주리라 생각하고 부탁한 것이므로, 이쪽에서는 미안하다는
사과
가 필요하다.
"모처럼 부탁이신데 들어드리지 못해 대단히 죄송합니다."
"부탁하신 일, 노력을 해보았으나 역시 잘 되질 않는군요."
그리고 기대에 어긋나게 된 이유를 분명하게 말한다. 그러나 말을 해서 상대가 지
나치게
마음 상할 것 같으면, 아무 말 않는 것이 오히려 상대에게 친절이 될 수도 있다.
"되도록 돈을 빌려드리려 했는데 저도 이 달에 여행을 다녀오느라 지금은 가진 걸 다
써버
린 뒤이고, 어머님께 부탁했으나 이 달은 세금을 다 내서 아무래도 지금은 여유가
없다고
하십니다. 하지만 앞으로 생기면 꼭 빌려드리겠습니다."
불가능한 이유를 있는대로 말하고 동시에 앞으로는 꼭 빌려 주겠다고 말하는 것으로,
이쪽
이 상대편을 결코 불신하는 것이 아니라는 점을 알려 줄 필요가 있다.
이 중에서도 혼담을 사절하는 경우가 가장 어렵다. 그것이 상대편의 사람을 소개받을
때나
이쪽의 사람을 상대편에게 소개할 때, 기본원칙은 그 사절의 이유를 어떤 경우에도
상대편
탓으로 돌려서는 안된다는 것이다. 혼담 뿐 아니라, 사절할 때의 말은 어떤 내용의
것이든
이유나, 원인을 상대편에게 두어서는 안된다. 어디까지나 상대를 감싸주고, 이유는
오직 이
쪽에 있다는 것을 찾아내어 말해야 하는 것이다.
6. 위로할 때의 말
시험에 실패한 사람이나 유족을 위로할 때, 어떻게 말해야 좋을지 망설이게 된다.
사람을
위로하기란 쉽지 않다. 우리가 마음속으로부터 위로하고자 할 때, 비록 말로써는 다하
지 못
한다 해도 마음은 상대편에게 전해져야 한다. 이런 경우 말을 지나치게 잘하면 오히려
공허
하게 들릴 수도 있다.
그러므로 위로의 말은 입놀림에 그치지 않도록 한마디 말이라도 신중히 하는 것이 중
요하
다. 그래야 받아들이는 사람의 마음속으로 깊이 스며든다. 자기에게 유사한 체험이
있다면
가령 입학시험의 실패, 부모의 상, 금전의 손실 등 자기에게도 비슷한 일이 있었음을
말하
고, 거기서 어떻게 벗어났는지를 체험담으로 말해도 좋을 것이다.
위로에 있어서 가장 중요한 것은 당사자가 위로받는 상태에서 한시 바삐 빠져 나오도
록 하
기 위해, 구체적으로 주어진 상황이나 상태를 개선하도록 돕는 것이다.
"어떤 일이든 힘이 되어드리고 싶습니다. 거리낌없이 말씀해 주십시오."
하고 말함으로써 마음의 지주가 되어준다.
"또 무엇이든 상의하실 일이 있으면 언제고 전화해 주십시오. 기다리고 있겠습니다.'
실의에 빠진 사람에게 이처럼 물심 양면으로 도와줄 사람이 있다는 것은 마음든든한
일이
다. 반면, 이같은 일에 얼굴을 맞대고 말하기가 익숙지 않은 사람은 무엇인가 좀 열적
게 느
껴져서 마음으로는 기꺼이 도울 생각을 하면서도 차마 입밖에 내어 말하지 못하는 수
가 있
다. 이럴 때는 누구를 시켜서 자신의 뜻을 전하는 것도 하나의 방법이다.
어떤 불행한 일이 생긴 사람에게 특히 금전관계의 상담자가 없는 것은 가장 쓸쓸한
일이
다. 물론 이쪽도 경제적 여유가 없을 수 있겠으나, 그 사람만은 꼭 재기시켜 주고 싶
다고 생
각하면, 그럴 때는 자기에게 다소의 무리가 있더라도 도와주는 것이 옳다.
도움을 주는 쪽과 도움을 받는 쪽은 여유의 정도가 다르다 .더구나 돈을 빌리고 빌
려준다
는 것은, 대개는 안면이나 친분에서 이루어지는 일이다. 그런데 그것이 자칫 잘못 되
는 날에
는 "돈 잃고 친구 잃는다."는 불행한 결과를 가져오는 수가 있다. 얼마만큼의 돈 때
문에 오
랜 교분이 있던 친구를 잃었다면, 그보다 가슴 아픈 일이 어디 또 있겠는가?
그래서 옛날부터 이르기를, '친구 사이에는 돈 거래를 하지 말라.'고 했다. 만일 넉
넉한 처
지에서 친구에게 돈을 빌려주었을 때는, 그 돈은 주는 순간부터 아예 잊어버리는 것이
친구
의 도리라고 했다.
10. 비평할 때, 항의할 때의 화법
1. 비평할 때의 말
어떤 것이 좋고 어떤 것이 옳다는 것은 주관에 따라 다르다. 꾸짖는 사람의 주관으로
는 사
회의 상식적 통념으로 보아 정당하게 생각된다 해도, 꾸짖음을 받는 쪽에서는 그 반대
가 옳
다고 믿고 있을 때가 있다. 이때 꾸짖는 사람은 상대편의 생각이 틀린 것을 잘 설명하
고 납
득시키지 않으면 안된다. 그러나 처음부터 꾸짖기보다 상대의 좋은 점을 칭찬하면서
잘못을
일깨우는 편이 효과적이다.
가령, 여사원 한사람이 짙은 화장을 했다고 하자. 그런데 회사의 사풍이 검소하다면
좀 곤
란하다. 또 시대의 풍조라 해도 낮 시간의 직장에서 짙은 화장은 바람직하지 않다고
가정하
자. 그러나 그 여사원 자신은 주관적으로 매우 아름다운 화장이고 그것이 정상이라고
믿는
다. 이런 경우, 과장이 그 여사원에게 짙은 화장을 삼가라고 말하고자 할 때 , 어떠
한 화법
을 쓰면 좋을 것인가. 상사로서 여사원의 화장법에 관한 불만을 말하기란 매우 난처한
일일
것이다.
"이것 봐. 그렇게 야한 화장은 우리 회사의 사풍에는 어울리지 않지. 눈밑을 그렇게
검게
칠하면 더 예쁜가?"
하고 말하면 그 여사원은 틀림없이,
"아무리 과장님이래두 너무 하시지 않아요? 개인의 화장까지 간섭받고 싶지 않아요.
어떤
화장을 하든 개인의 자유니까요. 지나친 참견은 삼가주세요."
하고 반발하게 된다. 이래서야 비평이 될 수 없다. 역시 그 여자의 심리를 생각하고
그 여자
의 입장에 서서 함께 생각해주는 자세가 아니면 안된다. 더욱이 어떤 것이 아름답고
어떤
것이 아름답지 않으냐는 것은 시대에 따라, 인종과 풍속에 따라 척도가 각기 다른 것
이니만
큼 위에서 본 예와 같이 불쑥 그것이 아름답지 못하다고 단정적으로 말하는 것은 곤란
하다.
이럴 때는 효과적인 화법을 생각해야 한다. 그 여사원의 성격이나 기호, 평소의 말투
를 잘
보아두지 않으면 안된다. 성격에 따라 먼저 든 예와 같이 솔직하게 직접 말하는 편이
좋을
경우가 있고, 조용히 아무도 없는 데서 타이르거나 여러 사람이 있는 앞에서 말하는
것이
효과적일 때가 있고, 퇴근 길에 다방에라도 가서 주의를 주는 방법도 있을 수 있다.
어느 것이 좋을 것인지는 과장이 부하의 성격과 자신의 성격에 대해 미리 알고 그것
을 감
안해야 한다.
"잠깐 과장실로 와 줘요."
이쯤 되면, 조금 지나치게 모가 난다. 동료인 다른 여사원들은 눈치 빠르게도,
"과장님에게 무슨 꾸중을 듣나 보다."
"무슨 일로 꾸짖을까?"
"화장이 너무 야하다고 야단 맞을지 모르지."
등등으로 짐작할지 모른다. 그렇다면 유감스럽다. 여기까지를 배려하는 것이 화자의
당연한
자세다.
그러므로 회사 퇴근 시간에 과장은 문제의 여사원과 동료 여사원들에게 자연스럽게,
"오래간만에 차나 한잔 할까?"
하고 넌지시 건넨다. 그리고는
"문영숙씨, 오늘 머리는 멋진데...."
"그래요? 어제 했어요."
"그렇군. 김영희씨의 블라우스는 새로 산 거지?"
"과장님은 여러 가지를 관찰하시는군요."
"그야, 과장은 과원의 여러 가지 점에 대해 신경을 써야지. 더군다나 오늘처럼 미인
들과의
데이트를 할 수 있는 것도 과장 자리에 있는 덕분이겠지."
"과장님은 여러모로 잘 아시는 것 같아요"
"아냐, 정말이야. 계속해서 살펴보면 이은정씨의 목걸이도 잘 어울리고.... 그리고
눈화장은
아이 섀도우라하든가?"
"네, 그래요."
"내가 남자로서 보기에 이은정씨의 미모라면 오히려 연한 화장이 더 어울릴 것 같
은데....
모르지, 내가 뭐 아나?"
이 정도의 대화라면 과장의 의도는 충분히 문제의 여사원에게, 그녀의 마음을 상하지
않고
완곡하게 전달될 것이다. 이튿날 그녀가 엷은 화장으로 출근했다면, 그것은 정면으로
야단친
것보다 더 효과적인 비평의 화법을 쓴 결과라 하겠다.
이 예에서 알 수 있듯이, 질책을 하더라도 갑자기 꾸짖지 마로 먼저 장점을 찾아 칭
찬하고
이에 덧붙여 '이런 점을 고치면 더욱 더 좋을 것'이라고 타일러 주는 것이 효과적인
방법이
다.
사람의 결점을 고쳐주거나, 비평하기란 매우 어렵다. 비평하는 화법에 대해 미국의
심리학
자 레어드는 말했다.
"미욱한 사람은 남을 노골적으로 적나라하게 비평하고, 꼭 비평해야 할 사람은 비
평하지
않는다."
남을 비평하는 화법의 요령으로 다음 6가지를 들 수 있다.
0 남이 없는 데서 조용히 비평한다.
0 미소를 띠고 친절한 태도로 비평한다.
0 처음에는 그 사람의 장점을 먼저 칭찬해주고, 상대에게 자극을 주지 않도록 한다.
0 상대가 흥미를 갖도록 접근한다. 상대가 거리낌없이 느끼게 혹은 마음 상하지 않게
접근
한다.
0 건설적으로 비평한다. 방법을 제시한다. 결점을 지적하는 데 그쳐서는 안된다. 제
대로 비
평할 줄 모른다면 가만 있는 편이 낫다.
0 비평한 다음에는 다시 한번 칭찬해주고 등이라도 한번 가볍게 두드려 준다.
비평한다는 것은 질책이나 교정과는 조금 다르나, 질책이나 교정을 비평의 형식으로
말할
수 있다. 비평도 결점을 고쳐주는 한 가지 방법이기 때문이다.
앞에서 예를 든 과장의 화법도 대체로 이 6가지 원칙에 따르고 있다. 다만 남이 보는
앞이
아닌 데서 조용히 말한다는 점과는 반대로, 일부러 동료들을 불러냈으나, 이 경우 성
공한 것
으로 보인다. 말하기는 모두에게 동일한 방법으로 해야 하는 것은 아니다. 상대의 성
격이나
그 장면의 분위기에 따라 유연하고 적절하게 바꿀 수 있다.
그러나 일반적으로는 남이 있는 앞에서 꾸짖지 않는 편이 좋다고 일러 온다. 남이 보
는 앞
에서 공공연히 꾸짖는 경우와 당사자 한사람만을 불러 조용히 말하는 경우와는 효과
면에서
상당한 차이가 생긴다. 친절한 태도로 먼저 칭찬하고, 상대가 흥미를 갖도록 접근하여
효과
적으로 교정의 목적을 달성하는 것이 비평의 요령이다.
2. 변명할 때의 말
남에게 오해를 받든가 비판을 당하는 입장에서 설명을 요구받을 경우, 비굴해지지
않으려
면 어떻게 변명해야 좋을 것인가. 변명은 양해와 비슷하나 다소 성격이 다르다. 양해
는 부주
의나 잘못에 대한 사과가 주가 되나, 변명은 설명이 불충분했던 것을 어느 기회에 다
시 명
확히 덧붙이는 것이다.
변명이라고 하면 첫째로 머리에 떠오르는 것이 그 유명한 '소크라테스의 변명'이다 '
아폴로
기아'라는 그리스어가 영어에 들어와 'apology', 'apologize'가 되었다.
소크라테스는 사람이 많이 모이는 시장에 나가 청년들을 모아놓고, 진리와 정의의
존귀함
을 역설했다. 그러나 그리스의 전제자들은 소크라테스를 마음속으로 증오하여 끝내는
그를
고발하고 법정에 세운다. 법정에 선 피고는 대개 배심원들에게 동정을 구하여 죄를
덜고자
하는 것이 상례인데, 소크라테스만은 그런 짓을 하지 않고 자기 행위의 정당성을 당
당하게
변명한 것이다. 도리어 자기를 고발한 사람이야말로 잘못된 것이라고 논박했다.
재판의 결과, 모든 배심원의 표수인 5백표 중에서281이라는 표수가 소크라테스를
사형에
처할 것을 결정했다. 결국 소크라테스는 인정에 호소해 죄를 덜기보다, 오히려 정의에
투철
한 까닭으로 사형의 결과를 가져온 변명을 수행한 것이다.
만약 역사의 움직임을 반대로 상상하고 소크라테스가 이 법정에 서서 목숨을 아까와
한 나
머지, 자기의 언동을 모두 번의하고 애원했다면 지금까지의 그의 행위는 모두 거짓이
되고
말았을 것이다. 뿐만 아니라 플라톤 (Platon 427~347 BC)이 글에서 소크라테스를 존경
의 염
으로 묘사했을리도 없고, 소크라테스 같은 사람이 아테네에 있었다는 사실조차 지
금까지
남아 있을 리가 없을 것이다.
매우 위대한 변명의 예를 인용했으나 반드시 이렇게 대단치 않더라도, 변명은 일반
재판이
나 일상생활에서도 끊임없이 행해지고 있다.
변명하는 목적은 말할 것도 없이 상대편의 오해를 풀고 진실을 명백히 하는 데 있다.
따라
서 변명은 어디까지나 지적으로 남이 어느 정도로 오해하고 있는지를 명백히 하고,
진실의
입장을 사실에 기초하여 설명하고, 이것으로 상대편 뿐만 아니라 제3자도 충분히 납
득시키
는 것이 되어야 한다.
이때 자신이 타인들로부터 오해받는 불리한 입장이라 해서 감정적이 될 필요는 없다.
특히
상대가 오해하고 비난할 때는, 보다 냉철히 설명에 힘을 기울여 오해를 풀어야 한다.
3. 항의할 때의 말
항의할 필요가 있을 때는 마음과 기분이 언짢든가 감정이 격한 상태이다. 그러므로
흥분해
서 폭언을 터뜨리기가 쉬우나, 이렇게 해서는 항의의 목적을 달성할 수 없다. 어떠한
항의이
든 그 목적은 자신의 감정을 터뜨리는 것이 아니라 상대편에게 그 일에 대해 잘 고려
하게
하든가 반성하게 하는 것이므로, 너무 지나친 말투는 아무런 효과를 거둘 수가 없다.
그보다
는 부드러운 표현으로, 납득이 갈 수 있는 말로, 상대의 감정이 상하지 않게 우회적인
방법
으로 항의하는 것이 좋다.
"우리는 개인의 자유에 대한 침해를 용서할 수 없다. 그런데 당신은 개인의 자유를
침해했
다. 때문에 우리는 당신을 용서할 수 없다."
이같이 삼단논법으로 항의하는 방법도 있다.
이 경우, 처음 제1단의 말은 논쟁의 여지가 없는 일반성 있는 공명한 개념이어야 한
다. 이
어 제2단에서는 이 개념에 저촉되는 상대의 구체적인 행위를 든다. 그리고 제 3단에서
는 제
1단과 제2단의 관계에서 나온 것을 갖고 엄숙하게 항의하는 것이다. 이 방법은 상대의
감정
이나 말한 것을 받아들일 필요가 없이 상대를 누르면서 강하게 항의하는 방법이다.
사회적인 의미를 갖는 항의나 상대가 사회적 단체일 경우, 이렇게 하는 것이 좋다.
제1단으
로 가져가는 말이 어떠한 것이냐에 따라 상대에게는 매우 뼈아픈 항의가 된다.
최초의 인도 총독인 헤이스팅스(Hastings 1732~1818)가 인도에서 행한 폭정을 영국
의회에
서 탄핵한 에드먼드 버크(E. Burke 1732~1797)의 연설은,
"나는 중의원을 대신하여 헤이스팅스를 탄핵합니다. 그는 중의원의 신임을 배신한
것입니
다. 나는 영국민을 대신하여 헤이스팅스를 탄핵합니다. 그는 영국민의 예부터 내려오
는 명예
를 더럽힌 것입니다. 나는 인도인을 대신하여 헤이스팅스를 탄핵합니다. 그는 인도인
의 권리
를 유린하고 그 국토를 사막으로 만든 것입니다. 끝으로 나는 인류를 대신하여 인류
공동의
적이요, 비인간적인 헤이스팅스를 탄핵합니다."
고 말한 것이다. 이같이 반복으로 어세를 점점 더 강하게 힘주어 나아가는 방법이
항의의
유형으로 효과가 크다.
그러나 개인적인 경우의 항의로서 이런 것은 너무 지나치고 또 온당하지 못하다.
항의라
하더라도 흥분하지 않고 차분하게 말하는 것이 한층 효과적일 때가 있다. 또 상대의
감정을
고려하여 대화 중에 넌지시 끼워 말할 수도 있다.
항의를 하는 데 그치지 않고 그것을 상대편이 받아들이게 할양이면 상대의 기분을 해
치지
않도록 해야 한다. 항의를 할 때는 한번 말해주어야겠다는 마음이 앞서서, 그것이 상
대편에
게 어떻게 받아들여지느냐에 대해 생각하지 않으나, 이렇게 하면 모처럼 항의한 것도
보람
이 없게 된다. 그러므로 서둘지 말고, 항의의 목적을 달성할 수 있게 감정을 자제한
화법이
필요하다. 이와 함께 상대가 기분좋게 이쪽 말을 들어 주도록 언어 표현에 세심한
주의를
기울이지 않으면 안된다.
" 이런 얘기를 듣기 좋아하시진 않으리라 생각합니다만."
" 댁에서는 이 일을 모르셨던 것은 아닌지요?"
"말씀 드리기 어렵습니다만 선생의 인격을 믿고 한 말씀을 드리겠습니다."
와 같이 상대의 처지를 세워주고 항의하면 감정적으로는 재미가 없어도 이성이 막지
못하는
것이다. 이같은 말에는 겸손해지는 것이 인간이다.
마땅히 해야 할 항의라 하더라도 지나치게 격하거나 흥분하기보다, 언제나 상대의
경우를
살펴가면서 의도한 바를 이룰 수 있도록 말해야 할 것이다.
4. 저항을 없애는 요령
비즈니스에서 가장 골치아픈 일은 손님으로부터 저항을 받는 일이다. 이런 경우, 현
명하게
대처할 수 있는 방법을 알아본다.
마음의 문을 닫는다는 것은 상대에 대한 저항이다. 이 심리적 저항이 반대나 거절
이라는
태도로 나타나는 것이다. 대체로 다음 5가지의 저항을 생각할 수 있다.
(1) 호의를 가질 수 없어서 저항한다. 이쪽에 호의를 가질 수 없으므로 찬성할 기분
이 들지
않는다. 그래서 마음의 문을 닫고 만다. 싫다는 저항은 남이 싫어하는 것이나, 싫어할
것 같
은 것을 말할 때 일어나기 쉽다.
(2) 경계를 위해 저항한다. 이쪽 의견에 대해 불안을 느낀다. 말주변에 속아 넘아가
는 것은
아닌가? 속임수에 걸려드는 것은 아닌가? 이것을 사면 누가 비웃지는 않을 것인가?
등과
같은 불안에서 싹튼 경계로 자기 방어의 본능에서 상대는 이쪽을 가까이 하려 하지 않
는다.
(3) 이쪽의 간섭 때문에 저항한다. 누구나 남에게 간섭받기를 싫어한다.
"좀 귀찮은데.... 바쁜 중에 갑자기 찾아오다니..., 무슨 용건인지 모르겠으나 지금
은 바쁘단
말이야...."
상대는 분주한 자기 시간을 빼앗기기 때문에 저항한다.
(4) 이해되지 않기 때문에 저항한다. 이쪽에서 파는 상품의 가격에 이해가 안간다든
가, 혹
은 상품에 대한 편견이나 오해에서 오는 저항 등이, 극단적인 경우에는 분개로 나타난
다.
" 난 그런 얘기 듣는 사람이 아니라구, 가보시오."
(5) 욕망 부족 때문에 저항한다. 욕심이 없다. 욕망이 없으므로 이쪽의 의견이나
제안에
전혀 흥미와 관심을 보이지 않는다. 즉, 무관심이란 형태로 저항한다.
이와 같이 손님은 마음속으로 여러 가지 저항의 자세를 취하므로, 세일즈맨은 이들
5가지
의 저항을 없애 나가지 않으면 안된다. 그러면 어떻게 하면 가능할까?
(1) 호감을 얻지 못하는 데서 오는 저항이므로 나쁜 인상, 불쾌한 이미지는 수시로
제거해
준다. 대담중인 이쪽 태도에 불친절, 냉정함, 거치른 표현, 불확실성, 건방진 점 등의
요소가
있는 것은 아닌지 생각해 본다. 좋고 싫은 감정은 의외로 이쪽이 미처 생각 못한 미세
한 것
에서 발생하는 수도 있다. 손님이 가장 싫어하는 것은 세일즈맨의 이기주의다.
(2) 경계를 위해 저항하는 것이므로 불안의 싹을 즉각 제거하는 것이다. 무엇이 어째
서 불
안한 것인가? 파는 사람인가? 파는 상품인가? 아니면 세간의 평판인가? 어떻든 선수
를 쳐
서 능동적으로 상대를 안심시키고 불신을 제거해 준다.
선수를 쳐서,
"이 점에 불안을 느끼시는 거죠, 당연합니다. 그러나 그럴 염려는 없습니다."
"손님께서는 그렇지 않으시리라 생각합니다만, 염려스러워 말씀드리자면 세간에는 간
혹 이
상품에 대해 잘못된 의견을 가지고 계신 분도 있는 모양입니다."
(3) 간섭받기 때문에 귀찮아하는 것인데, 아무리 귀찮아해도 면담하지 않으면 처리할
방법
이 없다. 상대의 흥미를 끄는 면접 방법을 연구한다. 흥미와 관심의 최대 요서는 이
익이다.
상대에게 이익되는 것을 끌어낸다. 가령, 돈버는 이야기라면 아무리 귀찮아도 누구든
지 듣고
싶어 한다.
(4) 이해되지 않기 때문에 갖는 저항이므로 판매 상품의 가치를 이해시키지 않으면
안된다.
오해나 곡해의 원인을 즉각 파악한다. 이쪽의 화법이 불완전하고 정보의 제공이 부족
한 것
은 아닌지를 생각해 본다.
(5) 욕망의 부족인데, 욕망을 불러 일으킬 도리밖에 없다. 상대에게 이쪽 상품이 얼
마나 필
요한 것인가를 납득시킨다. 필요성에 호소하면 욕망은 자연스럽게 일어난다. 누구나
필요한
것을 원하기 때문이다.
11.논쟁할 때, 반대할 때의 화법
1. 논쟁할 때의 말
사람은 설령 자신이 틀렸다 하더라도 남의 비난에 대해서는 방어적인 태도를 취하고
자기
가 정당함을 주장한다. 요컨대 인간은 항상 자기가 정당하다고 믿는 있는 것이다. 그
러므로
논쟁의 경우 논리적으로 정당하다 해도 정면으로 맞부닥치면 반격을 이끌어낼 뿐, 정
당성이
반드시 승리한다고는 할 수 없다. 자신의 정당한 논리를 상대에게 인정받느냐 여부는
말하
기에 달려있다.
미국의 정치가요 과학자이며, 유명한 문학적인 ((자서전))을 남긴 프랭클린 (B. F
ranklin
1706~1790)은 논쟁에 경험이 많은 사람이다. 그는 상대가 명백히 틀렸을 때도 그 틀린
점을
노골적으로 지적하거나 엄중히 공격하니 않고, 언제나 "그것이 이러한 것은 아니냐?"
는 식
으로 반성을 촉구하고 상대가 나름대로 변명할 여지를 갖게 해 주었다고 한다. 그는
젊었을
때 크세노폰 (Xenophon 434~355 ? BC)이 쓴 ((소크라테스의 변명))이라는 책을 즐겨
읽었
는데, 여기에 나와있는 여러 가지 논쟁의 예를 보면, 겸손한 질문의 형식을 취해 의견
을 말
하는 것이 논쟁에 이기는 방법이었다는 것이다.
남에게 무엇을 묻는 것은 그만큼 지식을 얻어 자신에게 이익이 되는 데도 불구하고,
사람
들은 그것이 손해나 보는 듯 싫어하며 반대로 남에게 무엇을 가르치려고만 한다. 모르
는 것
에 대해 질문을 받게 되면 창피할지 모르나, 그것이 대답할 수 있는 범위 안의 것이라
면 질
문만큼 사람을 만족스럽게 하는 것도 없다. 사람은 누구나 어떤 점으로는 자기가 선
생이라
생각하고 선생이 되고자 하는 경향이 있다. 질문의 형식으로 논쟁에 이기는 것은 바
로 이
점을 응용하는 것이다.
"여기서 의문이 생기는데 사실은 어떤 것입니까?"
"이 점에 대해 의견을 듣고 싶습니다."
이렇게 해서 상대에게 말을 시킨다. 자기 의견은 질문의 형식으로 나타내고, 어디까
지든 따
져 물어나가면 마침내 상대는 답이 궁해진다. 그리하여 이쪽이 말하는 것에 상대도
마침내
동조함으로써, 시끄러운 논쟁을 일으키지 않고 논쟁에 승리하는 결과를 가져 온다.
논쟁을 논쟁으로 끌어나가다 보면 결말이 나지 않은채 결렬되어, 흑도 백도 없게 된
다. 그
렇게 되면 논쟁을 계속하는 것이 불필요해진다. 담배라도 한 대 피우든지 논쟁을 처
음으로
되돌려 백지화하지 않으면 안될 것이다.
또 한가지 방법은 화제를 바꾸어 화제를 꺼낸 쪽이 상대를 공격할 수 있다. 링컨은
훌륭한
이론가였으나, 상대가 워낙 고비에 세어 아무리 해도 잘못을 인정하지 않는 때는, 곧
잘 화제
를 바꾸어 말했다.
"좋아요. 그럼... 소는 다리가 몇이라고 생각하오?"
"네개 아닙니까?"
"그렇지. 그런데 가령 꼬리를 다리로 보면 모두 몇이요?"
" 다섯이죠."
"바로 맞았어. 이점이 자네의 잘못이란 말이야. 소의 꼬리가 다리라고 말한 것만으
로 다리
로 될 수는 없지 않소? 자네의 문제는 바로 이런 것일세!"
이렇게 해서 그는 사실의 기초 위에 설 수 없는 잘못된 주장을 인식시킨 것이다.
미국의 어느 노동운동의 지도자는 노조원의 한사람으로부터,
"내가 비협력자라는 증거가 어디 있는지 말씀하시오."
라는 말을 듣고 이렇게 말했다.
"그렇지, 자네가 이러한 이유로 비협력자라고 증명하기는 어렵지. 그러나 집오리처
럼 소리
를 흉내내고, 집오리처럼 걷고, 집오리와 같은 털과 발을 갖고, 집오리와 같이 어울
려 있는
새를 보고 나서, 그것이 집오리라곤 할 수는 없지 않나."
크게 대들어 맞서려던 상대가 이 말에는 굽히고 아무 말도 하지 못했다.
논쟁을 시작하려면 끝이 없다. 논쟁에 진정으로 이기는 방법은 화제를 다른 것으로
돌려
되도록 논쟁을 안하는 것이다. 논쟁이 계속하는 한, 어느 한쪽이 이기기란 어렵다.
논쟁의
여지가 없도록 한 다음에 상대를 침묵케 하는 것이 제일이다.
"논쟁을 하려는 건 아니오.'
하는 말은 논쟁을 오히려 부추기는 결과가 된다. 상대편 말에 말려들거나 말로 다투는
것을
피하고 그 이상 가는 논리를 내놓든가, 앞에서 말한 링컨이나 노조 지도자의 이야기처
럼 항
변하지 못하게 상대에 접근하는 것이 좋다. 여기서 말을 일단 멈추고 그 이상 지나친
말은
하지 않는다. 그것을 보충하느라 무엇인가 또 말하면 논쟁이 다시 원점으로 돌아가
수습하
기 어렵다.
상대가 끝가지 끈질기게 물고 늘어지면 어떻게 할 것인가. 상대편 페이스에 말리지
않으며
상대가 말하는 중에 논리에 어긋나는 점이나 모순을 드러내면 그것을 붙잡도록 한다.
상대
가 말한 것에 대해,
"자네가 말한 대로라면 이것은 이렇게 되는 게 아닌가."
"먼저 이렇게 말한 것을 지금 와서 또 다르게 말하면 모순이 아닌가."
와 같이 은근히 반박하는 것이다.
문제 가운데 쟁점의 기초가 되는 것을 인정하도록 말하게 하고, 그 말을 받아 상대에
게 던
지면 상대는 자기가 한 말에 얽매여 움직일 수 없게 된다. 어떠한 경우에도 상대에게
먼저
말하게 하고 상대가 말한 것을 듣는 것이 편하다. 상대편 이야기도 들으면서 거기에
대한
답변을 생각하고, 대책을 세운다. 이것은 논쟁에 이기는 하나의 방법이기도 하다.
또 힘이 우세하면 자기 의견을 주장하고 그것을 지켜 나가면 별로 문제될 것이 없다.
그러
나, 상대와 비교해 열세에 있으면 자기 의견을 내세워 상대편을 공격하는 것이 유효할
때도
있으니 이는 신중히 판단할 일이다.
아무튼 논쟁이란 하지 않는 것이 상책이다. 그래서 ((손자병법))에 말하기를, "백번
싸워서
백번 이기는 것은 최선의 것이 아니다"라고 했다. 즉 백번의 전투에서 백번을 승리하
면 이
보다 더 좋은 것이 없겠지만, 그러나 손자는 이것이 최선의 방법이 아니라고 했다. 그
보다는
"싸우지 않고서 적군을 굴복시키는 것이 최선의 방법이라"라고 했다. 그렇다 우리가
사회
생활을 하는데 누구와도 논쟁을 하지 않고 지내는 것이 가장 현명한 처신이라 하겠다.
2. 반대할 때의 말
남의 의견을 반대해서 의견을 말하기란 매우 어렵다. 반대 의견을 말할 때, 말하기에
상당
한 주의를 기울이지 않으면 의외라 할 만큼 상대편을 노하게 할 때가 있다. 개중에는
참으
로 화가 나서 반발하는 사람이 있다. 이럴 때가 가장 안된 것은 자기가 남을 화나게
한 것
에 전혀 관심이 없다는 듯 개의치 않는 일이다. 그런 행동은 자칫하면 남을 무시하는
것으
로 보인다.
남의 의견에 반대할 때는 한마디 말에도 신중하게 주의할 일이다. 그렇지 않고 오
래도록
생각한 끝에 모처럼 말하는 것인데, 즉흥적인 발상으로 마구 반대하는 사람이 있다
'아니죠, 그것은 좀더 생각하고 제안하는 편이 좋아요."
들째 상대편의 주장이나 의견은 아예 듣지 않고, 일방적으로 비난하고 공격하듯 반
대하는
사람도 있다.
"틀렸다구요. 그런 안은 터무니가 없다구요."
셋째, 상대편의 말을 충분히 알려고 하지 않고 자기의 주장만을 밀고 나가려는 사람
도 있
다.
"그것보다 이것이 훨씬 좋다니까."
감정의 논리는 복잡한 것이지만 일반적으로 노여움은 자기의 행위니 사고가 반대에
의해
제지받을 때 발생하는 것이 라고 한다.
어린이나 동물의 노여움을 관찰해 보면 확실히 생각대로 되지 않을 때 노여움을 일으
킨다.
자기의 모처럼의 발언이 반대에 부딪치면 그것이 아무리 정중한 반대라도 화가 나게
마련이
다. 더구나 듣기 거북한 말로 반대를 받으면 상대가 어떠한 사람이든 화가 난다.
그러나 아버지, 맏형 또는 회사의 간부나 모임의 간사의 입장이 되면 때로는 비교적
다루
기 쉬운 아랫사람에게 흔히 거북한 말로 반대하는 경우도 있다. 그리하여 주위 사람들
을 불
유쾌하게 만들곤 하는데, 우리 사회가 명랑해지려면 이러한 권위주의적인 화법은 고
쳐나가
야 할 것이다.
그러므로 반대해야 할 때, 어떠한 마음가짐과 어떠한 말로 해야 좋을 것인가를 생
각하지
않을 수 없다.
먼저 상대편 의견에 대한 동감과 그 장점을 지적해서 말한다. 찬성할 점과 장점은
누구의
의견에나 반드시 있는 것이므로 그것을 말하는 것이다.
"저는 아무개의 의견에 찬성입니다. 특히 새로운 회원을 대우하자는 것은 충분히
연구할
점이라고 생각합니다."
과장된 표현의 말을 쓰지 않고 원안에서 지적할 수 있는 문제점을 말한다. 반대 의견
은 원
안 제안자가 미처 생각하지 못한 문제에 주의가 쏠린 사람에게서 나오기 마련이다.
어떠한
훌륭한 안에 대해서도 확실히 모순은 있다. 그리고 대안을 잇대어 내놓는다.
"분명히 아무개의 의견은 신입회원의 대우로서 하나의 안이라고 생각합니다만 그것은
한편
으로 치우친 감이 있습니다. 저의 안을 말해도 좋겠습니까?"
식으로 의사의 허두를 말하고, 여기서 약간 쉬었다가 모임의 사회가 말하라고 할 때
비로소
말한다. 이러한 논리적인 과정을 밟으면서 말하는 것은 제안자의 신경을 덜 날카롭게
하는
하나의 좋은 방법이다. 이때, 제안자는 자기 안에 대한 반대가 나온다고 긴장하고 있
을 것이
다.
"신입 회원에게 6개월간 실습비를 면제해주고 6개월 이상 되는 회원에게는 실습비를
받는
다고 하면, 6개월 이상 있으면 손해가 되므로 회원들은 6개월이 되면 그만두고 언제나
새로
들어온 편이 유리하게 됩니다.... 때문에 아무개의 안은 신입회원 대우의 한가지 안으
로 세워
놓고, 그밖에 또 어떤 안이 있는지를 여러분께서 보다 진지하게 토의하도록 하는 것이
좋겠
습니다. 사회께서는 저의 이 안도 채택해 주시길 바랍니다.
이것은 직접적으로 반대하지 않고 토의에 붙이게 한 것이다.
이상은 모임에서 반대의견을 주고 받는 화법이다. 그러나 개인적인 경우, 이를테면
세일즈
맨이 팔려는 상품에 대해 손님이 거절하는 반대의사를 나타냈다면 그때는 어떻게 하는
것이
좋을까?
상품을 거절하는 반대에 부딪치면 당황한 나머지 즉각 변명하려드는데 그래서는 안
된다.
손님이 어째서 그러는지를 자문해 본다. 반드시 이유가 있기 마련이다. 그 이유의 참
된 근거
를 찾아내고 반대의 참된 포인트를 포착해야 한다. 그리고, 자기가 쓴 방법이 정당했
는지의
여부를 반성해 보는 것이다. 이쪽 설명을 상대가 완전히 이해하고 있는지 어떤지?
반대를
불러일으킬 것 같은 방법은 아니었는지? 거절당하고 어떻게 했는지?
성공한 세일즈맨은 이같은 자기 반성으로서 거절의 벽을 허물고 의기소침해서 탈출하
는 계
기로 삼는다. 그들의 실적은 자기 반성을 되풀이하는 데서 쌓여 나간다. 시장의 불
황, 구매
력의 감퇴, 덤핑하는 사람의 방해, 고객의 오해, 상품의 결함, 광고의 부족, 소비자
운동 등,
팔리지 않는 구실을 내세우기에 앞서, 조용히 자기의 방법을 되돌아보는 사람은 언젠
가 판
매 찬스를 포착하게 된다.
반대에 직면하면 상대편의 이야기가 끝날 때가지 조용히 듣기만 한다. 듣고 있는 중
에 상
대의 거절하는 이유나 근거를 알게 된다. 일단 상대의 의견에 찬성의 뜻을 표시해 놓
고, 다
음에 반격으로 옮기는 것이 정석이다.
3. 의견을 내세울 때의 말
사회생활에서는 자기의 의견을 말해야 할 때가 많다. 잦은 회의석상에서, 대로는 휴
게시간
의 잡담에서도 질문을 받고 의견을 말하게 된다. 이때 의견이 없다고 하는 것은 사회
적으로
생활하지 않고 있다는 것이나 마찬가지이다. 이렇게 되면 곤란하므로 항상 화제에 오
를 수
있는 모든 사항에 대해 미리 알고 있어야 한다. 의견의 준비만으로는 부적하고 그
의견을
표방하는 기술을 몸에 익히고 있어야 한다.
의견을 말할 때 장황하게 끌면 안된다. 왜냐하면, 남의 의견을 듣는 우리의 습관에는
누구
나 자기 의견에만 마음이 쏠려, 남의 의견에는 그렇게 신경을 서서 들어주지 않기 때
문이다.
내용을 잘 취사선택해서 짤막하게 말하지 않으면 회의의 긴장이 풀리고, 대화의 흥이
깨지
며 자기 의견이 철저하지 못함을 드러내는 결과가 된다. 자세한 것은 설명을 요구받
을 때
구체적으로 말하고 요점을 명확히 단적으로 말해야 한다. 의견을 말 할 때 정확한
표현이
무엇보다 중요하고, 정확치 못한 의견은 아니라고 해도 좋다
다음은 의견을 내세우는 데 있어 좋은 예화들이다.
예일대학 교수 슈르만은 포드 자동차회사와 그 노동조합과의 사이에 일어난 분쟁에
대해
의견을 말할 기회가 있었다. 한사람의 공원이 채용된지 일곱달만에 작업능률이 부진
하다는
이유로 면직되었다. 조합측은 그 공원의 작업이 빠르지 못한 것은 인정했으나, 그것을
알아
내는 데 어째서 회사는 일곱달씩이나 걸렸는지를 문제로 삼았다. 이에 대해 .슈르만
교수의
의견이 필요하게 된 것이다
"어디가지나 회사가 판단을 하는 데 느리기는 했어도, 그렇다고 해서 곧원에게 불충
분하게
작업을 해도 좋다는 권리가 있다고는 생각지 않는다."
고 하는 것이 그의 의견이었다. 조합은 이에 복종했다. 또 부품의 부족으로 포드회사
는 5만
명의 공원을 정직시키지 않으면 안될 경우가 생겼다. 이들공원의 대부분은 모두 유급
휴가를
하게 되어 있기 때문에, 회사는 정직의 처음 2주간은 휴가로 하기를 희망했다. 이렇게
하면
작업을 다시 시작할 때 휴가를 할 사람도 없고, 또 실업 보상금의 감정면에서 회사는
2백만
달러 이상의 절약이 가능한 것이다.
그러나 조합측은 이에 반대하고 나섰다. 그 이유는 휴가를 희망하는 시기에 대해서는
적절
히 고려할 권리가 종업원에게 있음을 주장했다. 그래서 도 슈르만 교수의 의견이 필
요해진
것이다. 그는 쌍방의 생각이나 말한 것을 잘 검토해 본 후에 다음과 같이 의견을 말했
다.
" 휴가는 조업과 조업 사이의 휴식의 시기이지만 정직은 조업과 조업 사이의 애가 타
는 시
간이다. 그러므로 무기한 정직은 휴가로 볼 수가 없다."
이 의문의 여지없이 명백한 슈르만 교수의 의견에 회사측도 따르지 않을 수 없었다.
의견을 말할 때 이처럼 명확한 태도를 취해야 하나, 그것을 상대에게 너무 지나치게
강제
해서는 안된다. 전혀 의견 같은 것이 없다는 사람이면 몰라도 어떠한 의견이 있는 사
람에게
는 남의 의견이 곧이곧대로 받아들여지기 어렵고 때로는 거부될 수도 있다. 특히 강한
의견
일수록 감정적으로 반감을 사기 쉽다. 의견을 말한 이상 그것이 받아들여지지 않으면
아무
소용이 없으므로, 상대가 마음의 문을 열고 들어주도록 의견을 표현하는 방법의 연구
가 필
요하다.
상대와 정면으로 맞서 논쟁할 각오가 되어 있다면 몰라도 보통은 상대가 자기 의견과
다를
때 그 대립하는 화제는 말하지 않는 것이 좋다. 상대의 입장이나 성격을 생각하면서
의견이
같은 이야기부터 시작한다. 이 점에 대해서는 자기도 의견이 같다는 것을 강조하고,
그런 다
음에 의견 차이점을 말하도록 한다. 그렇게 하면 대개의 경우는 상대가 감정적인 입장
을 피
하고 이쪽 말을 들어주게 되는 것이다.
교회의 앞 마당에 전쟁의 참화를 잊지 않기 위한 기념물을 설치하고 싶다고 생각한
어느
목사가, 이 일을 교회의 집회 석상에서 제안해보기로 했다. 사람은 누구나 남의 의견
에는 반
대하고 싶어한다는 것을 잘 아는 그는 자기 의견을 꺼내는 데 이 점을 계산해 넣고,
"우리 교회 앞 마당에 00전쟁을 잊지 않기 위한 기념물을 세워야 한다고, ... 이런
제안을
하는 분이 있는데, 이제 와서 그런 일은 별로 의미가 없다고 생각하는데요....'
하고 말을 꺼냈다, 그랬더니 한사람이 일어나 목사쪽을 향해,
"의미가 있고 없고 간에 그 일에 신경을 못쓴 것은 우리의 잘못입니다."
고 말했다. 목사는 양보하는 듯한 어조로 이렇게 물었다.
"그러면 교회 안에 작은 기념물이라도 설치할까요?"
" 교회 안에다요?"
하고 또 다른 사람이 이에 덧붙였다.
"교회 안에 만들어 놓으면 교구사람의 반도 볼 수가 없죠. 교회 구내에서 가장 잘 눈
에 띄
는 데다 세워야죠.'
"그렇다면 나도 좋습니다."
하고 목사가 반응을 보였다.
"그런데 목제가 좋겠죠?"
상대는 힘 주어 주장하기를,
"영구적인게 아니면 안됩니다."
목사는 여러 사람의 얼굴을 살피면서 말했다.
"물론 십자가는 아닐 테죠?"
하니, 목사의 이번 의견도 깨끗이 묵살되었다.
"십자가가 아니면 무얼로 하겠습니까? 희생과 봉사와 평화를 상징하는 데 십자가만큼
적당
한 것이 달리 있습니까?"
하고 목사는 자기 의견을 포기한 것처럼 상대의 주장을 받아들인다. 그날밤, 그가 건
축 설계
사에게 보낸 편지에는 다음과 같은 내용이 적혀 있었다.
" 그 기념물에 대해서는 몇번씩 말한 대로 진행시켜 주시오."
정면으ㅗ 말하면 통하지 않는 의견도 상대의 의견을 따라 되도록 끌고 나가면 아주 쉽
게 통
하는 것이다.
"부장님은 이 문제를 대체로 이렇게 생각하시는 것으로 압니다만...."
하고 의향을 타진하고 그 의견에는 자기도 반대하지 않는다는 식으로 이야기를 진전시
킨다.
이런 경우, 그것이 상식으로 고상한 것이라면 반대받을 이유는 거의 없다.
위대한 상식인으로 통하는 프랭클린도 젊은 시절에는 그리 신망을 얻지 못했다. 정당
한 것
은 어디까지나 정당하다는 식이어서, 자기 의견을 말할 때 상대를 누르는 듯한 태도를
보이
고 거만하다는 비난을 받기도 했다.
이는 사회적으로 공적인 활동을 하는 데는 아주 좋지 않은 태도이다. 이 점을 알아차
린 프
랭클린은 지금까지 그가 즐겨 써오던 '확실히', '의심할 바 없이', '이렇게 해야 한
다' 등 단정
적으로 말하던 스타일을 바꾸어 다음과 같은 화법을 쓰게 되었다.
"나 (저)는 이렇지 않은가 생각합니다."
"나 (저)는 아무래도 이렇다고 생각합니다."
"나 (저)는 이렇게 알고 있습니다."
"이러한 이유 때문에 그렇다고는 생각지 않습니다."
"대체로 그렇지 않나 생각합니다."
"내(제)가 틀리지 않았다면 그것은 이럴 것입니다."
"이렇게 하면 어떻습니까?"
와 같은 스타일로 고친 것이다.
효과는 즉각 나타났다. 그는 이 일을 세계적인 명저로 꼽히는 그의 자서전에서 말하
기를,
"겸손한 태도로 자기의 의견을 말하므로 남에게 쉽게 받아들여지고, 반대받는 일이
드물게
되었다. 자기 의견이 틀린 경우라도 그렇게 창피하지 않았고, 자기가 정당한 경우에는
일층
용이하게 남을 설득시킬 수 있었다."
자기의 존재를 명백히 보일 필요가 있을 겨우나, 상대에게 자기를 강하게 인상지어
주기
위해 의견을 강하게 주장하는 것은 좋다. 그러나 의견을 통하게 하는 것이 첫째 목적
이라면
그것을 약하게 표현해도 효과적일 때가 있다. 강한 화법이 사람의 귀에 잘 들린다고만
생각
할 수 없는 일이다.
영국의 시인 포우프(A. Pope 1688~1744)는,
"확실한 것은 확신이 없는 것처럼 말하라."
고까지 이르고 있는 것이다. 이는 상대의 기분을 고려하지 않으면 자기의 의견을 남에
게 전
할 수 없다는 뜻이 아닐까?
12 감명을 주고, 감정을 전할 때의 화법
1. 남에게 감명을 주고자 할 때
미국의 백화점 왕으로 유명한 모리스 골드브렛을 중심으로 한 무리의 남녀가 점심 테
이블
을 앞에 놓고 앉아 있었다. 이윽고 골드브렛이 자리에서 일어나 조용히 말하기 시작했
다.
"여러분, 모두 저를 보아 주십시오. 지금 이 자리에 앉아 계신 분들 중 몇사람이 암
으로 즉
을지 알고 계십니까? 45세 이상이면 네사람 중에 한사람은 암으로 죽을 것이라고 합
니다.
이것은 명백하고 냉혹한 사실입니다. 그러나 이러한 상태는 오래도록 계속되지는 않을
것입
니다. 왜냐하면 여기에는 가능한 대책이 있기 때문입니다. 그 대책이란 암을 치료하는
방법
과 그 발생 원인을 연구하는 것입니다. 여러분은 이 연구사업을 돕고 싶지 않으십니까
?"
그러자 청중의 마음 속에는 '뭐라고?'하는 대신에 '물론이죠!'하는 반응이 일어났
다. 1분도
채 될까말까한 사이에 골드브렛은 청중의 마음을 장악하여, 그가 앞장서고 있는 인
도주의
적인 캠페인에 많은 사람을 끌어들일 수 있었던 것이다.
호의적인 반응을 얻는 일은 언제 어디서고 모든 화자가 목적하는 바이다. 골드브랫의
경우,
청중의 적극적인 지지와 찬동을 얻을 만한 극적인 이유가 있었다.
그는 그의 아우 네이산과 함께 거의 무일푼으로 시작, 마침내는 연간 1억달러를 넘는
매상
을 올리는 백화점 체인을 이룩한 것이다. 그러나 그후 그의 아우 네이산이 병을 얻었
고 암
으로 세상을 떠나고 말았다. 골드브랫은 시카고대학 암연구소에 최초의 1백만달러를
기부하
고, 자기는 사업에서 손을 떼고 암과의 싸움에 일반의 관심을 끌기 위한 캠페인에 헌
신하게
된 것이다. 이같은 사실이 골드브랫의 인격과 어울려 청중 속으로 파고든 것이다. 성
실 열의
진지성 등의 모든 요소가 청중에게 많은 감명을 주어, 많은 사람들이 기꺼이 그 캠
페인에
관심을 갖게 한 것이다.
(1) 신뢰받는 인격을 갖추어라
고대 로마의 수사학자요, 교육자인 퀸틸리아누스(Quintilanus 30~100)는 연사란 '
스피치에
익숙한 훌륭한 사람"이라고 정의했다. 즉 말하기 기술 뿐 아니라 성실과 인격을 강
조하고
있다. 유능한 화자가 되기 위한 조건으로 이 기본적인 자격은 더 없이 중요하다.
피어폰드 모건 (J.P. Morgan 1837~1913)은 "인격이야말로 신용을 얻는 최상의 수단"
이라고
했지만, 이것은 청중의 신뢰를 얻는 길에도 그대로 통하는 말이다. 또 알렉산더 울
고드는
"성의를 갖고 말하면 그 목소리에는 어떤 사기사도 흉내낼 수 없는 진실의 울림이 숨
어 있
게 된다."고 말했다.
특히 말하는 목적이 사람의 마음을 끌어야 하는 경우에는 자신의 신념을 확신하는 데
서 오
는 열의를 갖고 말하는 것이 필요하다. 다시 말하면, 어떤 주제로 남의 마음을 끌기
전에 먼
저 자신의 마음을 사로잡지 않으면 안된다
(2) 받아들일 분위기를 만들어라
월터 스코트 (W. Scott 1771~1832)는 다음과 같이 말했다.
"마음속에 새겨지는 모든 관념. 개념. 결론은 이에 반대되는 아이디어로 방해받지 않
는 한,
참된 것으로 받아들여진다."
청중의 심적 상태를 화자가 말하는 것에 긍정할 수 있게 만드는 것이다.
또 링컨은 이렇게 말했다.
"어떤 논의를 시작할 때, 상대편의 찬성을 얻기 위해 나는 먼저 누구라도 찬동할 수
있는
공통의 관심사를 찾으려고 힘쓴다."
링컨은 당시 인화물처럼 위험한 노예문제를 논의할 때도 언제나 상대를 맏아들이는
자세를
취하고 있었다. 당시 중립적인 신문 미러 (Mirror)지는 링컨의 연설에 대해 다음과 같
이 전
하고 있다.
"최초의 30분간은 링컨의 주장에 반대하는 사람도 거의 동의를 갖게끔 말했다. 이에
기초
를 두고 링컨은 차츰 청중을 리드하여 끝내는 그들을 그의 장중에 놓은 것 같이 느끼
게 이
끌어 갔다."
청중에게 논란을 불러일으키는 화자는 다만 청중의 저항을 돋구기만 할 뿐이다. '나
는 이러
저러한 것을 증명해 보일 테다'고 시작하는 것은 옳지 못한 일이다. 청자는 그것을
하나의
도전으로 받아들여, '해볼테면 해봐라'는 식이 되기 쉽다.
그러므로 화자나 청중 어느 편이나 다 같이 믿는 바의 것을 강조하는 식으로 이야기
를 시
작하고 누가 대답해도 좋은 적절한 질문을 던지는 것이 훨씬 유리하다. 여기서 비로소
화자
와 더불어 그 답을 얻는 진지한 방향으로 청중을 이끌어 나갈 수 있게 되는 것이다.
해답을 찾는 중에 청중이 사실을 분명히 알도록 제시하고 결론은 어디까지나 청중 스
스로
내린 것으로 청중이 느끼게 한다. 사람은 누구나 자신이 발견한 진실에 대해서는 다른
것과
비교조차 하지 않는 강한 신앙을 갖게 마련이다. 그리고 의견의 차이가 아무리 심하
다해도
전원이 찬동할 수 있는 공통의 기반은 반드시 발견되는 법이다. 하나의 실례를 들어본
다.
1960년 2월 3일, 영국의 수상 해롤드 맥밀런 (H. Macmillan 1894~1965)은 남아프리카
연방
의 상하 양원 합동회의에서 연설했다. 그의 연설은 인종차별정책이 대세를 지배하던
때에
입법기관을 향해 영연방이 취하는 인종차별 철폐의 견해를 나타내지 않으면 안되었다.
그러나 맥밀란 수상은 이 근본적인 견해의 차이를 연설의 허두에서는 말하지 않았다.
맥밀
런 수상은 먼저 남아연방의 눈부신 경제발전과 남아연방이 세계 평화에 기여한 여러
가지
성공적인 사례들을 하나씩 들면서 그 일을 칭찬했다. 그런 다음 서로가 견해를 달리하
는 문
제를 미묘하게 끌어냈다. 그러나 그는 여기서도 피차가 갖는 의견의 차이는 각각의
입장에
서 확신을 갖는다는 점을 잊지 않고 지적했다. 그의 전체 연설은 조용하면서도 힘 있
는 것
이었다.
그는 다음과 같이 말했다.
"영연방의 국민으로서 남아연방에 대해 원조와 격려의 손길을 뻗치는 일은 우리의
마음속
으로부터 희구하는 바입니다. 그러나 솔직히 말해 여러분의 정책 중에는, 우리의 관할
지역
에 있어 현재 우리가 실현코자 하는 자유스러운 인간이라는 정치목적에의 깊은 신념을
감추
지 않고는, 지원과 격려를 보낼 수 없게 하는 견해가 있습니다. 우리는 우방으로서 쓸
데없이
남을 책하든가 스스로를 과장함이 없이 다만 오늘날의 세계에 있어 우리들 사이에 있
는 이
견해의 차이에 공동으로 직면해야 할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3) 진정에서 우러나온 말을 하라
화자는 자기 생각을 상대편에게 전할 때, 상대편이 반대입장에 서는 경우라도 이쪽에
서 열
의를 갖고 말해야 청자의 마음 속에 화자를 반대하는 생각이 덜 일어나게 된다. 열의
나 성
의가 전해지면 상대편의 부정적인 생각이나 반대되는 입장을 바꾸어 놓을 수도 있다.
화자
가 청자의 마음을 끌고자 할 때는 어떤 이론에 중점을 둘 것이 아니라 청자의 호의어
린 감
정을 불러일으키는 편이 보다 효과적이다. 감정은 차가운 관념보다 강력하다. 호의어
린 감정
을 불러일으키려면 어디까지나 화자는 진지해야 한다. 아무리 미사여구를 잘 쓰고,
아무리
적절한 실례를 잘 들고, 아무리 조화된 음성과 우아한 제스처를 쓰더라도 말하는 내용
이 진
정에서 우러나오는 것이 아니라면 모든 것은 겉치레로 그치고 만다.
청중에게 감명을 주려고 생각하면 먼저 자기 자신이 어떤 사실에 감명하고 있어야
한다.
청중에게 전해지는 것은 화자의 눈동자를 통해 빛나고 화자의 음성을 통해 퍼지며
화자의
태도를 통해 나타나는 화자의 정신이다.
화자가 말할 때는 언제나, 특히 화자의 목적이 청자의 마음을 끄는 데 있다면, 화자
의 태도
가 청중의 태도를 결정한다. 만일 화자가 무책임한 언동을 보이면 청중도 무책임해진
다. 화
자가 발랄하면 청중도 활기를 갖는다.
4) 청중에게 경의를 표하며 친구 대하듯 하라
사람은 누구나 사랑받고 존경받고 싶어한다. 사람의 마음 속에는 자기 자신은 가치
있는
인간이라는 의식이 있게 마련이다. 만일에 그러한 생각을 상실하게 되면 화자는 이
야기할
자신을 영원히 잃게 된다.
자신을 내세우고 때로는 폭발하기 쉬운 것이 사람의 본성이다. 그러므로 상대편을
적으로
만드는 대신 자기편으로 만드는 일이 현명하다. 화자가 제시하는 제안은 반대자가 모
두 믿
고 있는 것에 가깝다는 것을 이해시키면 반대자는 화자가 말하는 것을 쉽게 받아들인
다. 그
것은 화자가 말한 바의 가치를 깨뜨리려는 배타적인 생각이 일어나는 것을 방지한다.
만일 우정의 관계를 펴지 못하고 적대관계로 나간다면 말싸움이 시작되고 쌍방이 모
두 마
음만 상하게 된다. 이런 싸움은 언제나 무승부로 끝난다. 쌍방은 다같이 무엇 하나 상
대편을
납득시키지 못하고 끝내고 만다. 사람의 마음을 끌고 감명을 주는 것을 목적으로 말
할 때,
먼저해야 할 문제는 청자의 마음속에 화자 자신의 생각을 심어주고, 그리하여 청자의
반대
되는 생각이 떠오르지 않게 하는 것이다.
여기에 익숙해지면 언제나 자신있게 말할 수 있고 남에게 영향을 미칠 수 있다. 우리
는 일
상생활에서 어떤 문제에 대해 전혀 의견을 달리하는 사람과 마주 이야기하지 않으면
안될
때가 많다. 그럴 때마다 우리는 우리와 생각이 다른 사람들을 우리와 같은 생각에 동
조시키
도록 노력해야 한다.
2. 무엇을 반문할 때의 화법
피뢰침의 발명자로 유명한 프랭클린이 공개로 공중 전기의 실험을 할 때이다. 이
씰험을
턱없는 일로 생각한 사람이 핀잔을 주듯이,
"대체 그것이 어디에 소용이 된단 말인가?"
라고 했더니, 이에 대해 프랭클린은 반문하기를,
"갓난아기는 어디에 소용이 되겠소?"
하고 단 한마디로써 상대의 비난에 대해 급소를 찔러 주었다.
반문이란 반격이므로 어디까지나 상대를 보복하는 것이다. 이렇게 하면 장황하게 설
명하고
변명하는 데 따른 정신적인 노력을 덜 수 있다. 단도직입적이므로 박력이 있고 목표를
그르
칠 염려가 없으므로 효과적이다. 상대가 예의에 어긋나는 사람이 아니라면 반문으로
상대를
일축하고 일단 끝맺는 것이 효과적일 때가 많다.
예컨대 시사문제에 대한 대화에서 자기 의견은 말하지 않고,
"당신은 이 일에 대해 어떻게 생각합니까?"
하고 떠보는 사람이 있다. 의견이 있는데 그것을 상대에게 말하는 게 좋다면 물론 길
게 말
을 해서라도 상대가 납득할 때까지 이야기해주는 것이 좋다. 그렇게 할 틈이 없고 따
로 의
견을 들려줄 흥미가 없는 상대라면, 또 의견이 없고 의견이 없다는 것을 상대에게
말하고
싶지 않을 때는,
"당신은 어떤 의견인가?"
고 반문해 주면 좋다. 그러한 사람들은 대개 특별한 의견을 갖고 있지 않을 때가 많
다. 그러
므로 이와 같은 반문화법으로 일침을 놓으면, 그것으로 이야기를 일단락지을 수가 있
다.
"당신의 일을 사람들은 이렇게 말하고 있소."
와 같이, 자기의 생각까지 한데 섞어 친절을 베푸는 체 하면서 악평을 늘어놓는 사람
이 있
다. 이같은 사람을 상대하여 불유쾌한 감정으로 젖어드는 것이 싫다면,
"그래서 당신은 어떻게 생각하고 있단 말이오? 딴 사람이 말하는 것에는 흥미가 없
소."
하고 말해주면 좋다. 이야기는 이것으로 끝난다.
어떠한 신상문제에 대해,
"어떻게 할 작정인가?"
하고 이쪽의 태도를 질문받았다고 하자. 그러면 상대는 그것으로 어떤 책동을 해올지
모른
다. 혹은 비난의 재료로 삼을지 모른다. 이때 분명한 태도의 표명을 할 수 없을 때,
"당신은 어떻소?"
하는 반문으로 깨끗이 상대의 의도를 되돌려 주면 간단하다.
어려운 문제를 갖고 사람을 곤란하게 하고 이쪽의 타협안을 무시하는 사람이 있다.
상대가
던진 낚시바늘에 물리면 불리하다. 그런 사람에게는 속을 보이지 말아야 한다.
"그럼 어떻게 하면 좋단 말입니까?"
하고 반문하고, 반대로 상대의 뜻을 살피는 것이 일을 이쪽에 유리하게 이끄는 방법이
다.
반문은 여러 경우에 듣기 귀찮은 것을 생략하고, 상대의 우둔한 질문, 근성이 나쁜
질문,
흉계가 숨은 난제 등을 되돌려 주거나, 우회적으로 피하는 데 편리하다. 때로는 상대
가 한
말에 날카로운 역습을 가하는 무기이기도 하다.
3, 서술과 묘사를 잘 하려면
일의 차례를 좇아 차근차근히 말하는 것을 서술이라고 한다. 그러므로 어느 경우의
화법에
서도 서술을 잘해야 한다. 서술은 누구나 언제든지 여러 가지로 할 수가 있다.
이를테면 어제 하루를 어떻게 보냈는가를 서술할 수 있고, 또는 먼 나라를 여행한
이야기
를 재미있게 서술할 수도 있다. 좀더 크게는 내가 세상에 태어나 어릴 적부터 노년에
이르
기까지 살아온 일생을 서술하는 긴 이야기도 할 수 있다. 이와 같은 이야기를 글로 쓰
게 되
면, 그것이 곧 (자서전)이 되는 것이다.
서술은 어떤 사실의 발생을 시간적 순서에 좇아 순서있게 말할 수 있고, 순서를 역으
로 하
여 최근의 시점에서 점차 과거로 거슬로올라가는 방법도 있다.
경찰이 검찰로 보내는 진술조서는 피의자의 진술을 정리해서 쓰는 것이나, 작성된
조서는
서술적이어서 출생서부터 범행 당시까지의 생활기록과 용의사실, 범행 동기부터 종료
시까지,
그리고 도피경위와 체포될 때까지를 시간적으로 기록하는 경우가 많다.
이때 피의자는 반드시 계통적으로 진술하는 능력이 있는 것이 아니므로 이것저것 두
서없이
말하는 것이 보통이다. 그와 같이 횡설수설한 이야기를 바탕으로 하여, 경찰관이 요
령있게
간추려서 서술적인 진술서로 고쳐 쓴다. 이것이 바로 서술적 화법의 한 타입이다.
서술적 화법에서 필요한 것은 무엇보다도 육하원칙이다. 즉 '누가 (who)? 언제 (w
hen)?
어디서 (where)? 왜 (why)? 무엇을 (what)? 어떻게(how)?' 했나를 명확하게 살려야
하는
것이다. 이러한 요소가 빠지면, 사실을 정확하게 포착해서 말했다고 할 수 없다.
서사를 목적으로 하는 화법에는 어떤 사실의 경과를 말하는 경우와 하나의 어떤 상태
를 말
하는 경우가 있다. 먼저 든 예의 진술조서와 같은 것은 경과의 서술이다. 이와는 달리
서울
시청 앞 지하철 광장의 복잡한 공간을 본 대로 느낀 대로 서술하는 것은 상태의 묘사
이다.
상태의 묘사는 사진이나 회화와 같이 찍혀진 것이나 그려진 것을 구어로 표현하는 것
이다.
그래서 사물의 형상이나 색채를 눈으로 보듯 말하지 않으면 안된다. 상태의 묘사에서
는 형
상. 색채. 음향 등이 기본이 된다. 여기에는 말하기 이전의 상태를 관찰하는 일이 선
행한다.
때문에 정확히 본 그대로 말하기 위해서는 잘 관찰하지 않으면 안된다.
이에는 사람마다 오감의 차이가 있듯이 약간의 차이를 볼 수 있다. 형상에 대해서는
매우
정확하지만 색채에는 약한 사람이 있다. 또 색상을 잘 보지만 음조는 잘 듣지 못하는
사람
이 있다. 그런가 하면 음감에는 아주 뛰어난 사람도 있다. 그러므로 자신의 장단점을
미리
알고 화제를 정리하는 것이 좋다. 이와 같이 상태를 묘사하는 화법에서는 형상. 크
기. 소리
등을 모두 충실히 표현해야 한다. 특히 사물을 묘사할 때는 화자가 감정을 직설적으로
표현
하지 않고, 객관적으로 그 정상을 묘사하여 청자로 하여금 스스로 알게 하는 것이 효
과적이
다.
4. 감정을 전하고자 할 때
논리적으로 이론을 말하기는 비교적 쉽다. 서술. 의견. 명령. 보고의 말하기는 대개
논리적
인 화법이다. 그러나 사교. 의뢰. 설득의 경우는 이론으로만 기울어져서는 안된다.
이론적으
로 조리가 맞지 않으면 곤란하나, 조금이라도 상대의 감정을 해치지 않고 그리고 감
정적으
로 이쪽의 부탁이나 설득에 응해주도록 하는 화법이어야 한다. 한가지 주의해야 할 것
은 감
정이라고 하면 대개 좋지 않은 의미로만 통하는 경우가 있으나, 여기서는 그런 의미가
아님
을 먼저 밝혀 둔다.
그런데 감정을 전하는 화법이고 보면, 전하는 내용이 감정인만큼 듣고 있는 상대편도
이것
을 감정적으로 받아들이도록 말하지 않으면 안된다. 그러므로 감정을 전하는 화법은
매우
어렵다. 감정이란 본래 주관적이고 개별적인 파토스(pathos)인데 비해, 말이란 객관
적이고
일반적인 로고스(logos)인 것이다.
주관적인 파토스를 객관적인 로고스로써 표현하는 데에는 무리가 따른다. 가령,
"나는 당신을 사랑합니다."
라고 말할 때, 이것은 나라는 제1인칭이 당신이라는 제2인칭을 대상으로 사랑한다는
행위,
혹은 사랑하고 있다는 상태를 표현하고 있는 것이다. 그 자체는 객관적인 명제요, 논
리적인
서술이다. 그러나 이것만을 말하는 것으로 나는 괴롭다, 번민하다 등의 멈출 수 없는
감정의
표현을 나타낼 수 있겠는가.
분명 이것은 나의 감정 표명이지만, 이 감정은 깊이가 있는 것으로 셋이나 네 개의
나열된
품사를 단순히 발음하는 것만으로는 표현되기 어렵다. 나 자신의 파토스를 표명하는데
객관
적인 로고스를 갖고 하지 않으면 안된다는 것은 아이러니가 아닐 수 없다. 자기의 깊
고 넓
은, 타는듯한 감정을 기존의 말을 나열하는 것만으로는 표현할 수 없다.
이같은 감정의 커뮤니케이션이 되면 이미 언어의 영역을 벗어나게 된다. 모든 비언어
적 커
뮤니케이션에 의존하든가 혹은 비언어적 요소의 병용을 뜻하게 된다.
"나는 당신을 사랑하고 있습니다."
라는 논리적인 명제를 말하면서 뚫어지게 쳐다보는 눈동자는, 말로 할 수 없는 만감을
전할
지 모른다. 혹은 이단계에서 자기의 감정을 도저히 말로는 표현할 수 없을지 모른다.
그렇다
면 한마디 말도 없이 다만 잠자코 바라보기만 하는 편이 보다 풍부한 커뮤니케이션이
될 것
이다.
그렇지만 말하기로 감정을 건할 수 없다면 대화의 연구가 되지 못한다. 자기 감정을
말로
어떻게 표현해야 보다 진실하게 전달할 수 있는지를 생각하지 않으면 안된다. 이쯤 되
면 단
순한 화술이 아니라 종합적인 화법의 문제가 대두된다. 이를 순서 있게 말하면 다음
6가지
로 나눌 수 있다.
0 자기의 감정을 분명하게 확립하는 능력
0 그것을 객관적으로 포착하는 능력
0 그것을 표현하는 적당한 어휘를 선택하는 능력
0 그것을 적절히 배양하는 능력
0 그것을 말하는 적절한 억양
0 거기에 적절한 표정 및 태도와 동작
이같은 요소의 종합적인 결과로 자기 감정을 풍부하게 전할 수 있다.
먼저 구름처럼 피어나는 자기 감정은 겉잡을 수가 없다. 혹은 거칠고 온화하여 그것
을 그
대로 표출하기란 매우 어렵다. 경우에 따라서는 말로 표현하기보다 오선지에 악보로
표현하
든지, 캔버스에 물감으로 칠하는 편이 나을 때도 있다.
어떻든 자기로서도 겉잡기 힘든 감정을 표명하기 위해 먼저 자기 자신이 자기 감정을
분명
히 확립하지 않으면 안된다.
어린 아기는 자기 감정을 스스로 확립할 능력이 없으므로 자기 감정을 남이 알도록
표현할
수 없다. 때문에 기쁠 때는 기쁜 듯이 웃고, 슬플 때는 울며, 기분 나쁘면 발을 동동
구른다.
그것뿐이다. 그러나 어른이 되면 자기 감정을 분명히 확립할 수 있게 된다. 성인과 어
린이가
구별되는 것은 주로 감정을 지배할 수 있느냐의 여부에 달려 있다. 감정에 얽매이지
않고
주관적인 것을 객관적으로 표현하는 것은 매우 어렵다. 이것이 바로 오늘날의 화법이
다.
감정을 객관적으로 처리하는 화법은 어른이 되지 않으면 할 수 없는 것이나, 교육에
의해
자기 감정을 객관적으로 표출하는 훈련이 가능해진다. 화법을 잘 터득하려면 근본적으
로 자
기 감정을 파악하는 것이 중요하다.
13. 칭찬할 때, 치켜세울 때의 화법
1.남을 칭찬할 때의 말
사람을 칭찬하기란 매우 어렵다. 사람이 칭찬받으면 곧,
" 이 사람이 겉치레 말을 하는 건 아닌지."
" 이 사람이 마음에도 없는 말을 농해 사람을 치켜세우러는 건 아닌지."
" 이 사람이 나를 칭찬해놓고 무슨 일을 부탁하려는 것이 아닌지."
등으로 생각할 염려가 있기 때문이다. 또 칭찬하려는 사람도 진실하게 칭찬하고자 해
도 과
연 상대가 액면 그대로 받아줄 것인지 하는 의문 때문에 얼른 칭찬이 나오지 않는다.
그러
나 그런 것에 지나치게 신경을 쓸 필요는 없다. 나폴레옹은 겉치레 말을 싫어하는 사
람이었
다, 그러나 어느 때,
"각하는 겉치레 말을 싫어하십니다."
라는 말을 들었을 때 싱긋 웃었다고 한다. 겉치레 말을 싫어했던 나폴레옹도 이러하거
늘, 마
음속으로부터 생각하는 것을 좋다고 말하는 것에 신경 쓸 필요는 없다.
칭찬하는 말에서 공통되는 중요한 요소는 다음과 같다.
0 먼저 그 일에 대해 감동한 것, 훌륭하다고 생각한 것을 과장하지 말고 솔직히 말
한다.
0 그 내용에 대해 구체적으로 어떤 점이 훌륭하다고 생각했는지를 확실하게 말한다.
이것
으로 상대는 단지 말만의 칭찬이 아니라 진정으로 자신을 알고 칭찬해 주는 것이라 여
기게
된다. 어디까지나 그 일의 내용에 대해 하나의 확실한 견해를 갖고 그 기준에 비추어
칭찬
해야 한다.
0 그 사람의 훌륭한 점이 제3자나 자기에게는 없는 점이라는 것을 강조해서 말한다.
그것
이 사실이라면 그렇게 말하는 것이 당연한 일이다.
0 칭찬하는 말은 건성으로 하지 말고 상대편 마음에 닿도록 진정으로 말해야 한다.
일반 가정부인들이 간혹 탄식하는 말의 하나가,
"우리집 애기 아빠는 아무리 맛있는 음식을 차려놔도 한마디 칭찬이 없어요."
라는 것이 있다. 가령,
"맛이 어때요?"
하고 물어보면, 으례 무표정하게,
"응...."
하고 건성으로 대꾸하기 보다는 부인이 묻기 전에 한마디쯤,
"좋은데..."
하고 칭찬하면 얼마나 집안이 명랑해질 것인가. 물론 마음에도 없는 겉치레 말은 금
물이다.
그러나 마음으로 생각하는 범위 내에서 확실히 표현하는 것이 필요하다. 이런 말은
무엇보
다도 상대에게는 격려의 뜻이 되고 자신감을 주게 된다. 동시에 더욱 열심히 노력해야
하겠
다는 의욕을 복돋운다.
주의할 점은 칭찬의 말을 잘못 하면 본의 아니게 겉치레 말이 될 염려가 없지 않다는
것이
다.
"정말 자네는 천재란 말이야!"라든지,
"댁의 가족은 모두 재능이 뛰어나시기 때문에...."
따위의 칭찬은 지나치므로 주의하는 것이 좋다. 입에 발린 겉치레 인사는 하지 않는
것이
좋다.
필자는 종종 이같은 인사를 받는다. 이를테면,
"요즘 라디오 방송을 잘 듣고 있습니다."
이쯤되면 공감이 가는 인사이므로 고맙기까지 하나,
"요즘 텔레비전을 통해 매일 잘 시청하고 있습니다."
하면 필자는 아연실색한다. 텔레비전 방송과는 무관한 필자에게 이같은 인사는 인상을
찌푸
리게 한다.
또 하나, 이것은 모든 화법에서도 마찬가지이겠으나, 특히 칭찬할 때 주의할 것은,
어조와
음성이 차분하지 못하고 건성으로 하면 안된다는 사실이다. 만약 어조와 음성을 건
성으로
나타내면 칭찬하는 말을 해도 받아들이는 사람이, 이쪽 의도를 진실하게 전해받지 못
할 염
려가 있기 때문이다.
2. 남을 치켜세울 때의 말
어느 대회사의 사장이 말하기를,
"그대가 만약 누구에게 존경을 받고 동시에 그대가 그 누가 갖고 있는 재능이나 인격
에 대
해 경의를 표할 수 있다며, 그대는 그 사람에게 그대가 희망하는 바를 기대할 수 있
다."
고 했다. 만약 어떤 사람에게 무엇을 훌륭하게 성취시키려면, 그 사람이 그 일에 적격
이라고
그 능력을 인정해 주지 않으면 안된다.
"자네가 이 일을 못할 따닭이 없네." 혹은,
" 이 일을 못해낼 자네가 아니지."
와 같은 말이 얼마나 자신감을 복돋우며, 일을 훌륭히 성취하게 하는지, 지도자의 경
험이 있
는 사람이라면 잘 알 것이다.
입사한지 얼마 안된 한 신입사원이 있다. 머리는 나쁜 편이 아닌데 집중력이 약하고
작업
능률이 부진하다. 어느날, 소속부장이 그를 불러 이렇게 말했다.
"자네는 어떤 재능이 자네에게 숨겨져 있는지를 잘 모르는 것 같군."
신입사원은 어리둥절하게 놀란 듯이 부장을 바라보며 탄식조로 중얼거렸다.
"저는 그런 걸 생각해 본 적이 없습니다."
그러나 이튿날부터 그는 아주 다른 사람이 되었다. 작업능률이 오르고 민첩한 판단과
적절
한 일의 처리로 뛰어난 솜씨를 발휘하게 되었다.
물론 재능이 없다면 그것을 발휘할 수 없으나, 그를 인정하고 높이 평가하면 기대에
어긋
나지 않으려고 필사의 노력으로 경주하는 것이 바로 인간이다.
사람을 치켜세우는 것이 자기에게 손해가 되는 듯 생각하는 것은 인간관계의 계산을
잘못
한 탓이다. 인정받는 감격이나 인정하는 능력을 결국 우리 모두에게 유익한 것이다.
록펠러 (J.D.Rockefeller 1839~1937)는 사람을 치켜세워 주는 것을 그의 사업 성공의
비결로
삼은 사람이다. 간부 사원인 베드포드가 남미에서 물품구입을 잘못한 탓으로 회사에
100만
달러의 손해를 끼쳤을 때, 록펠러는 마땅히 그를 견책해야 했으나, 베드포드가 최선을
다해
서 투자액의 60%를 회수한 사실을 인정, 그를 치켜세워주었다.
"훌륭히 성과를 거두었네. 항상 그렇게 좋은 성과를 거두기가 쉽지 않네."
이런 말을 들으면 실패를 만회하기 위해 어떤 노력이라도 기울이고 싶은 기분을 갖
게 된
다. 사람을 치켜세우는 것은 지도자가 잊어서는 안될 작업의 하나다. 말 한마디로 그
것이 가
능한 일이고 보면 자본이 들지 않는 유익한 투자인 것이다.
3. 즐거움을 주는 대화
상투적인 말로 하면 맛도 없고 멋도 없지만, 예의를 결하든지 입장이 난처한 경우,
그것을
재미있게 돌려서 하는 말이 위트(wit)이다.
나이트 클럽에서 눈부시게 아름다운 미인이 목걸이에 금으로 세공한 비행기를 달고
있다.
한 남자 손님이 그것을 눈여겨본다. 미인이 그 장식을 자랑스럽게 생각하고,
"제 목걸이가 신기하신 모양이죠?"
하고 말한다. 손니미은 머리를 좌우로 흔든다.
"아니오, 사실을 말한다면, 나는 비행기 같은 건 아무래도 좋아요. 그 비행기 착륙
장을 눈
여겨본 거요...."
이 경우에,
"당신을 눈여겨보는 거지. 매우 아름답기 때문에...."
라고 말하면 표현이 진부하고 지나치게 노골적이어서 부자연스럽다. 따라서 진실치
못하다.
실제로 눈여겨보는 것은 미인 그 자체임에 틀림없다. 그러나 그렇지 말하지 않고, 목
걸이에
달려있는 비행기에 연결시켜 착륙장을 눈여겨보고 있다고 했기 때문에 유쾌하게 들리
는 것
이다. 이런 위트를 말하면, 미인도 새침하지 않고 저절로 이쪽으로 마음이 이끌리게
된다.
일단 재미있는 표현으로 주목을 끌고, 말하고 싶은 것을 전하는 데 위트는 큰 구실을
다한
다.
정신분석학의 창시자로 유명한 심리학자 프로이드 (S. Freud 1856~1939)가 든 예가
있다.
민중의 증오심을 사고 있는 두사람 자본가의 초상이 나란히 걸려 있다. 이것을 본 한
사람의
노동자가 외쳤다.
"그런데 구세주는 어디 있는 거지?"
그리스도가 골고다의 언덕에서 처형될 때, 그 양쪽에는 공개 처형된 도적이 있었던
것을
두고 한 말이다. 이것은 노골적으로 도적이라는 말을 하지 않고 두사람의 자본가를
도적으
로 가리킨 것이 된다. 그들이 도적이라면 그들과 나란히 처형된 그리스도가 있어야
하는데,
그 그리스도의 모습이 보이지 않는 것은 어찌된 일인가 하고 묻는 것이다.
"저놈들은 모두 도적이다."
라는 노골적인 표현을 쓰기보다 앞서의 위트가 훨씬 강한 반향을 얻는다. 이같이
위트가
들어가는 말은 노골적으로 말하기 어렵거나 노골적으로 말하면 지장이 생길 때, 힘차
게 급
소를 찌르면서 상대를 비켜서게 하는 데 안성맞춤이다.
어느 의사가 그의 자가용차 수리를 서비스공장에 부탁했는데, 수리비용이 너무 엄
청나게
비싸서 기분이 상했다.
"단지 두세시간 정도의 작업에 이처럼 비용이 많아서야 되겠소. 당신들은 의사인
나보다
더한데...."
자동차 수리공은 대답하기를
"저는 비싸다고 생각하지 않습니다. 그 정도는 당연히 받아야합니다. 의사선생님들은
늘 똑
같은 사람만 다루시지만 저희들은 매년 새로운 형의 차를 연구해야 합니다."
이 수리공은 의사에게 가볍게 응수한 것이다. 말할 것이 있어도 이같은 위트로 말하
면 상
대는 저절로 물러서기 마련이다. 의사의 완전 패배일 수 밖에 없다.
잠시 호텔에 머물고 있는 한 남성, 이따금 마시고 있는 위스키의 양이 자기도 모르
게 크
게 줄어든 것에 신경이 쏠렸다. 그래서 그는 위스키 병 라벨에 표시를 해놓았다. 그런
데 그
날밤 호텔에 돌아와보니, 그 방의 당번이 메모지에 써놓은 다음과 같은 글이 있었다.
"연필로 표시해 놓은 그 사정을 말씀해 줄 수는 없습니까? 이렇게 고급인 위스키에
물을
탈 수는 없지 않습니까?"
여기서 '물을 탈 수는 없지 않습니까?'라는 대목은 매우 훌륭한 위트라 할 수 있다.
"이렇게 고급인 위스키가 놓여 있길래, 조금 몰래 마셔본게 아닙니까?"
라고 해서는 위트가 되지 않는다.
"그런 용렬한 일을 하시면 마신 것을 감추기 위해 물로 채워 놓을지도 모릅니다."
라고 말할 것을 그렇게는 안하고, 그것을 덮어 두고 힘차게 급소를 찔러 말하기를
"물을 탈 수는 없지 않습니까?"
라고 말한 데에 위트가 번쩍인다.
또 술에 관한 것으로, 인색하기로 유명한 스코틀랜드 사람의 이야기가 있다. 야구
구경을
하는 목사 곁에서 스코틀랜드 사람이 한손에 술병을 들고 조금씩 마시고 있었다. 보다
못해
목사가 그것을 꾸짖으려고,
"나는 69세가 되지만 지금껏 알콜을 한방울도 입에 댄 적이 없소."
하고 말했다. 이에 대해 스코틀랜드 사람의 말이 걸작이다.
"걱정하지 않아도 좋습니다. 새삼스럽게 술을 권하지는 않겠습니다."
이렇게 당하면 아연해서 두 번 다시 말하지 않게 된다. 때문에 위트는 말하기에 따라
사교
나 처세에 유효한 무기가 되고 또 대화를 활기있게 하는 자극제가 됨을 알 수 있다.
"건강은 좋은십니까?"
하고 물어 보니, 유머 감각이 풍부한 버나드 쇼 (B. Shaw 1856~1951)가 대답했다.
"나 정도의 나이가 되면 건강하든가 아니면 죽었든가 둘 중의 하나지."
건강하지 않으면 죽었을 것이고, 살고 있는 것은 건강하게 때문이라고 말한 것이다.
"보는 바와 같이 건강하지.'
또는,
"지금까지 살고 있으니까 건강한 편이지."
하고 말하면, 지나치게 당연한 응답이 된다. 과연 쇼답게 사람을 한번 반격하는 듯한
말로
대답한 것이다. 이러한 위트에 넘친 말이 대화 중에 끼는 것은 매우 바람직한 일이다.
우리는 모두 일상적인 평범한 말에 지쳐있다. 새로운 표현으로 이 권태감을 씻어
버려야
한다.
소포를 부치려고 우체국에 가져간다. 우체국 직원은 그것을 잘 살펴본 다음, 뭐 깨질
것이
없느냐고 묻는다. 그런 때에 이렇게 말했다고 하자.
"깨지기 쉬운 거요? 글쎄요, 세상에서 가장 깨지기 쉬운 거라면 약속이 제일이겠지
요."
이같은 말 한마디도 한잔의 커피 이상으로 사람의 머리를 식힐 수 있을 것이다.
여배우 헬렌 헤이즈 (H. Hayes 1900~1993)가 제2차 대전 당시, 미국 상원에 나가
유럽으
로부터의 난민 아동에게 미국 입국을 허가하는 법안을 가결해 주도록 간청한 일이 있
다. 이
것을 어느 상원의원이 야유했다.
"그럼 당신은 어떤 애인지 보지도 않고 애를 맡으려고 하는 건가요?"
헤이즈는 이에 질세라,
"나는요, 자기 아기라도 낳기까지는 본 일이 없어요."
하고 응수했다. 적절한 때에 터뜨리는 훌륭한 위트는 몇시간에 걸친 수만 마디의 변
명보다
휠씬 큰 힘을 갖는다.
13명의 자녀를 둔 어머니에게 누군가가 이렇게 물었다.
"그렇게 여러 자녀들을 돌보시기가 어렵지 않으신가요? 어떤 비결이라도 있는 건지요
?"
이윽고 어머니는 말했다.
"애가 하나인 때도 그 애만을 위해서 하루의 시간을 모두 뺏겼는데요, 아무리 열셋
이라고
해서 그 이상의 시간을 뺏길 수는 없지 않아요?"
새로 고용된 사람이 나태한 것은 아니나 아무래도 작업능률이 오르지 않는다. 이를
지켜
보던 공장장이
" 그 정도의 일을 갖고 오늘 안으로 다하지 못했군."
물론 비난하는 뜻이 말 속에 포함되어 있으나, 상대는 놀라는 기색이 조금도 없다.
"걱정하실 것 없습니다. 내일도 해가 뜨고 모레도 날이 밝지 않습니까?"
위트에 대해서 지금까지 들어본 예화를 듣고 여러 가지로 이해가 되었으리라 생각
한다.
그것은 상대편의 허를 찌르고 분명히 대답하고 싶지 않은 질문을 잘 얼버무릴 수도
있다.
또는 노골적으로 말하면 실례가 될 장면을 재치있게 임기응변해 나가는 것이다. 이론
만으로
도저히 깰 수 없는 것을 위트로 대항하면 쉽게 깰 수도 있고, 화가 잔뜩 난 사람도 위
트 앞
에서는 격한 감정을 웃음과 함께 가라앉힐 수 있다. 매우 곤란한 문제에도 위트가 주
효하면,
원만한 해결을 쉽게 가져 오는 일이 많다.
만족한 행복을 누리고 있는 사람은 별문제로 해도, 사람은 누구나 생활에 변화가
있기를
희망한다. 하지만 실제 상황에서는 좋은 변화는 별로 없고, 질병이나 사고 같은 나쁜
변화이
든가, 아니면 10년이 하루같이 아무 변화가 없는 것이다. 그래서 생활의 침체를 깰 수
있는
위트가 환영받는 것이다. 이와 같이 위트는 유머와 함께 사람을 즐겁게 해주는 말의
윤활유
이다.
사교상의 대화에 있어서는 특히 위트가 중시된다. 화제가 진기한 것이든가, 뉴스가
풍부하
든가, 대화의 내용이 가치있는 것이든가는 별도이지만, 새삼스러울 것도 없는 남의
뒷공론,
그날의 신문기사 정도를 화제로 진력나게 길게 끄는 이야기를 하는 사람은 상대편을
싫증나
게 한다.
이때 멋이 있고 반짝이는 위트가 얼굴을 내밀면 사람에게 신선감를 되찾아 준다.
그리고
대화에 탄력이 생기고 해이해진 대화를 긴장시키고 활기 찬 의견을 끌어낼 수 있다.
사교의
대화에 밸 수 없는 것이 위트이고, 위트있는 화자는 어디서나 환영받으며 사교계에서
늘 중
요한 위치를 차지하게 된다.
4. 친근감이 있는 대화
엘리노어 루즈벨트 (E. Roosevelt 1884~1962) 부인이 전후 독일에서 강연할 것을
청탁받
았다. 그녀는 프랑스어, 이탈리아어, 독일어도 할 수 있으므로 독일에서는 그 나라
의 말로
연설하리라고 마음을 정했다. 전시 수년간 독일어를 쓰지 않았으므로 자기의 녹슬은
독일어
를 갈고 닦기 위해, 그녀는 독일로 향하는 비행기 속에서 열심히 그 나라말을 연습했
다.
마침내 연설을 하게 되었다. 그때의 연설에서 그녀는 독일국민이 전쟁범죄의 책임을
지지
않으면 안된다고 강력하게 주창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그녀는 독일 관민들로부터
열렬한
환영을 받았다. 그것은 무엇보다도 독일어로 연설한 것이 그들에게 친근감을 불러일으
킨 것
이다.
당시 청중의 한사람은 다음과 같이 말했다.
"승자의 처지에 있는 사람이 피정복국민들 앞에서 피정복국의 말로 친근하게 연설한
것은
역사상 이것이 처음이다. 그 때문에 나는 자유민주주의라는 것을 믿어도 좋다고 생각
했다."
이 경우는 정치적인 의미에서도 감격하게 한 것이지만 자기들의 언어를 써주는 데 대
해 사
람들은 얼마나 호감을 갖는지를 입증한 예라고 본다.
방언문제는 별도로 하더라도 도시 사람의 일상어로 농어촌 사람과 친교를 도모하는
대화
는 기대하기 어렵다. 좀 서투른 말하기라도 농어촌에서 쓰는 일상어로 말을 걸면 저쪽
도 오
랜 구면과 같이 이쪽을 대해 준다.
선생다운 말만 쓰면 학생은 그 선생을 경원하고 가까이 하기를 꺼린다. 그러나 선생
이 학
생 말을 쓰면 곧 거리감이 없어지고 학생이 그 선생에게 가까이 접근한다.
장사하는 상인에게는 상인의 말로 상인의 마음을 쉽게 끌 수 있다. 어떠한 교섭을 잘
진행
하려 할 때, 상대편이 쓰는 말의 스타일을 잘 연구하는 것이 지름길일 때가 있다. 같
은 스타
일의 말로 대하면 상대편은 안도감을 갖고 긴장을 풀고 친근한 태도로 대화에 응해 준
다.
원만한 대인관계의 유지를 위해 남과 더불어 어울려 나가는 데는 화제가 중요한 것이
긴하
나, 서로 공통되는 말을 사용하는 것도 그 못지않게 중요하다.
사실 연설에서도 연사가 청중과 공통의 기반을 구축해 놓는 일이 무엇보다 선행되어
야 한
다. 공통의 기반을 갖는다는 것은 하나의 동류의식을 형성한다는 것과 거의 같은 의
미이다.
그리고 그것은 청중과 동일한 스타일의 말을 쓰는 것으로 상당한 효과를 거둘 수 있는
것이
다.
루즈벨트 대통령은 항상 대다수의 방송 청취자에게 접근하고 그들의 마음을 포착하고
자 유
의했다. 그러기 위해서는 청취자들이 쓰는 말을 자기도 즐겨쓰면서 연설했다. 그랬더
니 그
반응은 대단히 좋았다고 한다.
사람과 사람 사이의 친교를 돈독히 하려면 같은 취미, 사상의 공감, 같은 연령, 동
향, 동창
등의 관계도 물론 중요하지만, 대화의 수준이 공통되어야 한다. 취미가 같고, 사상이
같고,
같은 나이이고, 동향이라는 사실이 사람과 사람사이의 관계를 친숙히 한다는 것도 앞
서 말
한 동류의식이 있기 때문이다. 아무리 고향이 같고 취미가 같다 하더라도 대화의 내용
이 맞
지 않으면 친근감이 싹트지 않는다.
14 암시를 줄 때, 숫자를 쓸 때의 화법
1. 사람은 누구나 암시에 걸리기 쉽다
사람을 움직이는 데는 직접공격보다 간접공격 쪽이 마찰이 적어서 좋으나, 간접공
격보다
도 효과가 큰 것은 암시화법이다. 인간은 많든 적든 암시에 걸리기 쉬운 경향을 띠고
있다.
암시에 걸리기 쉬운 정도는 성인보다는 소년이, 소년보다는 아기가 더하다. 특히 부모
의 자
식에 대한 권위적인 암시력은 강하다. 또 일반적으로 여성은 남성보다, 무지한 사람은
교양
인보다 암시에 걸리기 쉽다고 한다.
암시작용을 이용한 화법은 다음과 같이 두가지 경우로 나누어 생각할 수 있다.
1)소극적인 암시화법 침묵에 의한 암시이다. 화법이 능한 사람은 의식적으로 침묵한
다. 침
묵하는 것으로 의사와 감정을 표현하는 것이다. 한가지 포인트를 강조하려 할 때, 큰
목소리
로 과장되게 떠드는 것만이 능사는 아닐 것이다. 때로는 침묵하는 편이 훨씬 포인트를
강조
하는 효과가 있다. 사람을 꾸짖을 때, 칭찬할 때, 침묵하는 편이 좋을 경우가 있다.
또 질문
을 받고 침묵하고 있을 때는 의문이나 거부나 반항을 의미할 경우가 있다. 침묵은 소
리 없
는 암시의 화법이다.
2) 적극적인 암시화법 직함이나 큰 숫자 같은 것은 그 자체에 암시력을 갖는다.
"아무개 박사가 이렇게 말하고 있다."
"아무 사장도 찬성이다."
암시에 약한 것이 인간이므로 명함에 직함을 나열하는 경향이 없지 않다.
"그동안 약 1천개 가량 팔았습니다. 이제 겨우 5개 밖에 안 남았습니다."
숫자가 어떤 암시적인 마력을 갖고 있는 것인가? A상점에서는 950원짜리를 850원에
할인
하고 B상점에서는, 1050짜리를 950원으로 할인했는데, 어느 쪽의 할인이 더 많으냐고
질문
해 오면 대부분은 B 상점의 것이 더 많다고 대답한다.
광고인은 암시에 가득 찬 뇌쇄적인 문구를 창안하는 데 지능을 짜고 있고, 판매에 능
한 세
일즈맨은 언어의 적극적인 암시력을 고도로 활용한다.
"이것은 우수한 상품입니다. 하나 사시죠."
라고 하는 것은 소박한 직접공격이다.
"파리의 여성들은 모두 이것을 애용하고 있습니다."
라고 하면, 사달라고 하지 않더라도 여성의 마음은 움직인다.
최근, 의상계에서 외 유명메이커의 상표사용을 계약판매하는 것만 보더라도 알 수 있
다. 외
국상표를 쓰는 것은 외래품을 선호하는 심리에 편승한 암시전술인 것이다.
암시화법에 의한 간접공격에는 확실히 강한 설득력이 있다. 같은 것을 설명하더라도
결점
보다는 장점쪽을 강하게 암시하는 화법을 써 본다
"대단한 미인이지만 키가 약간 작군."
이라고 하는 것과,
"약간 키는 작지만 대단한 미인인데."
라고 하는 것과는 받아들이는 느낌에 현저한 차이가 생긴다.
"약간 가격은 비싸도 매우 귀중한 물품이구먼."
이라고 하는 것과,
"매우 귀중한 물품이지만 약간 가격이 비싸구먼."
이라고 하는 것도 동일한 사실을 말하는 것이지만, 말의 순서나 음성표현에 따라 암시
의 효
력은 다양하게 나타난다.
베테랑급의 세일즈맨은 이같은 암시화법을 잘 쓴다. 주유소에서는 운전사에게,
"몇 갤런이죠?"하고 묻지 않고,
"만 탱크로 하죠?"하고 묻는다. 대개의 대답은 오케이다.
가령, 설농탕집에서도,
"특제로 하실까요, 보통으로 하실까요?"
하고 묻기보다는,
"설농탕은 모두 특제시죠?"
하고 물을 수 있을 것이다.
대부분의 손님은 상인이 말하는대로 따르기 마련이다.
2. 상거래에 효과적인 암시화법
암시화법에서 중요한 점은 이쪽에 마이너스가 되는 부정적인 암시어를 쓰지 않고,
플러스
가 되는 긍정적인 암시어를 쓰는 것이 정석이다.
"아마도 그렇게 생각하지는 않으셨겠죠."
라고 하기보다는,
"이미 잘 아시리라 믿습니다만...."
라고 하는 편이 좋다. 상대는 이미 아는 것으로 착각할 수 있기 때문이다.
"오늘은 약주 자시지 말로 일찍 들어오세요."
라고 하기보다는,
"오늘은 곧장 들어오세요."
라고 하는 편이 좋다. 술과 같은 암시를 줌으로써 잊고 있던 욕망을 자극하는 것이다.
"제 얘기에 거짓말이 없다는 것은 인정해 주시리라 생각합니다만...."
하고 말하는 것도 서투르다. 어딘지 모르게 거짓처럼 들린다.
" 이 통조림은 3개월 동안은 부패하지 않습니다."
라고 하기보다는,
"이 운동화는 1년을 신어도 새것으로 보입니다."
라고 하는 편이 효과적이다.
'사지 않겠습니까?' '마음에 안드십니까?' '싸다고 생각되지 않으십니까?'와 같은 부
정암시로
질문을 받으면, '사지 않겠다' '마음에 들지 않는다' '싸지 않다'는 인상이 상대편
머리속에
심어지고만다. 그래서 무의식중에 부정적인 대답이 나오게 되는 것이다.
'꼭 마음에 드시죠' '잘 어울리십니다' '어떤 손님이든 기뻐하십니다'와 같은 긍정
암시를 주
게 되면 상대도 '과연 그렇군'하고 무의식중에 긍정하게 된다.
어느 양품점의 넥타이 판매대에서 점원이 여성손님을 응대하고 있다. 손님은 20대의
아가
씨이다. 살 생각은 충분히 했는데 어떤 색상을 고를까 하고 망설이고 있다. 좀 잘못
응대하
면 놓칠 가능성도 있다. 능한 점원은 긍정적인 암시화법으로 손님을 유도해 나간다.
"선물하실 거죠?"
"네...."
"25,6세쯤 되신 남자분이죠?"
"네 ... 그래요...."
"세련된 무늬를 좋아하시겠죠?"
" 네 그렇죠
" 이 무늬 꼭 마음에 드시지요. 이건 요즘의 유행색입니다."
이렇게 말하면서 두세가지를 보인다. 손님은 잠깐 망설인다.
"이 무늬면 꼭 마음에 드시죠?"
"그래요."
" 이것은 멋지죠?"
"네,"
"그럼, 이걸로 하시죠."
"그럼, 그러죠."
이와는 반대로 부정암시로 말하면 어떻게 될까?
"이것은 안될까요?"
"그렇게 좋지 않은데요."
"화려한 것은 안되나요?"
"너무 화려해도 곤란해요."
"수수한 건 더 안되죠."
"이건 수수하지도 또 화려하지도 않은 좋은 무늬라고 생각되지 않습니까?"
"좋음 무늬인데, 좀 오래된 느낌이군요."
"자신 없는데요, 진열장 속의 것을 보시죠...."
암시화법을 쓰는 상인은 반드시 판다는 긍정적인 자기 암시를 자신에게 준다. 긍정적
인 자
기 암시는 뜻밖의 힘을 발휘한다. 팔겠다는 신념은 이윽고 상대의 마음을 움직이고 만
다.
3. 은근히 해야 하는 PR화법
요즘의 우리생활 속에서 PR(Public Relation)이란 말은 누구나 쓸 정도로 익숙해져
있다.
"저 친구는 자기 PR이 능해서 출세가 빨라...."
"그 아가씨한데 자기PR을 어지간히 한 모양이군."
등과 같이, 흡사 PR시대에 살고 있는 느낌이다. 그러면 대체 PR의 정의는 무엇인가?
이것
은 매우 어려운 문제이나, 대체로 다음과 같이 정의할 수 있다.
1) PR이란 경영관리자가 고객. 종업원. 공중 일반의 호의와 이해를 얻고자 하는 계
속적인
홍보활동으로서, 그것을 안으로는 자기 분석과 교정에 의해, 밖으로는 모든 표현 수단
에 의
해 해결해 나가는 것이다.
2) PR이란 개인이나 제도가 개개인이나 집단의 신뢰 및 호의를 구하기 위해, 먼저
그 방
침. 서비스 행위를 무엇보다 상대 이익이 되게 조정하는 계속적인 활동이요, 다음에
그 방
침. 서비스. 행위의 설명에 의해 완전한 이해와 평가를 확보하고자 하는 것이다.
3) PR이란 개인이나 사업이 보다 많은 공중의 신뢰를 얻기 위해 보다 바람직한 공중
의 이
해를 낳게 하려는 기술이다.
이 말을 요약하면, PR,은 자기 사업에 궁극적으로 이익을 가져오는 것이 목적이다.
요컨대
잃고 얻으라는 득과 실의 역순이다. 언제든 공손하게 처신하여 상대의 호감의 대상이
되고,
인간관계나 사업관계에 있어서 만약의 경우를 위하여 늘 대비해 두는, 부단한 준비활
동이라
생각하면 PR의 정의를 쉽게 알 수 있다.
보통의 상업광고나 비즈니스화법이 자기 회사의 제품이나 자기를 알리는 직접수단이
라면,
,PR은 그 뒤의 보이지 않는 힘이라 할 수 있다. 때문에 PR은 표면적이어서는 안된다.
빗물
이 자연스럽게 땅에 스며들어 마침내는 그것이 지하수의 원천이 되어, 샘이 솟아나듯
작용
하는 것이 PR의 본래 모습이다.
상업광고나 비즈니스화법은 무엇을 호소하는지를 누구나 분명히 알게 된다. 그러나 P
R은,
" 이 이야기는 이러이러한 목적이 있고, 또 당신의 호의를 얻기 위해 호소하고 있는
것이
다."
본래 PR은 미국에서 노조공세의 예봉을 약화시키기 위해 발달한 것이다. 근대 메카니
즘은
기업체의 인간관계를 기계적인 것으로 생각하는 경향이 있다. 그렇기 때문에 경영자와
종업
원간의 의사소통이 소원해지고 오해가 발생하기 쉽게 되는 것이다. 이 오해를 풀어주
기 위
한 수단이 PR이다.
예를 들면, 사보. 후생시설. 오락기관의 정비 등이 그 한가지 현상이다. 그리고 주주
에 대한
PR은 경영보고서 등을 통해 알기 쉽고 활발하게 행해진다.
대외적으로는 담배회사가 불조심 선전에 힘을 기울이고, 자동차판매회사가 교통안전
운동에
협력하는 등이 좋은 예이다. 미국의 예를 들자면, 벨 전화회사에서는 교외의 아름다운
주택
지구에 있는 재료창고를 인근의 주택과 어울리게 가꾸고 있다. 집 주위에는 나무를 심
고, 뜰
에는 잔디를 심으며, 지붕 위에는 텔레비전 안테나마저 세워놓고 있다. 이것은 부근의
자연
경관과 분위기를 조화시켜 주민의 감정을 달래기 위한 PR적인 조치이다.
PR이 잘 행해지면 기업에 대해서도 상품에 대해서도, 또 개인에 대해서도 세간이나
주변
에서 잘 이해해 주고 호의를 갖게 된다. 이같은 PR이 쌓이면 상품광고는 물론이거니
와 그
회사의 이미지가 좋게 심어진다.
PR은 분위기를 만드는 것이다. 그러기 위해서는 친근의 분위기, 신뢰의 분위기, 호의
의 분
위기를 조성하는 말과 태도가 되풀이되지 않으면 안되다. 그러므로 자기를 위한 주위
의 호
의어린 분위기를 만들기 위해 경쟁회사를 비방하거나 누구를 험구해서는 안된다. 그
보다는
칭찬의 말이 좋은 분위기를 만들어 준다.
"그 회사 제품도 많이 쓰고 있습니다. 그런데 우리 회사 제품에는 이러한 장점이
있답니
다."
" 그 사람 참 열심입니다. 저도 지지 않게 일하고 있습니다."
이같은 화법이 곧 자기 PR이 된다. 아무튼 경쟁회사나 경쟁상품을 비방하는 언동은
결코
자기를 위한 좋은 분위기를 만들 수 없음을 알아야 한다.
우리가 하는 선의의 말이 언제나 좋은 PR이 된다.
"날씨가 차가워졌습니다. 건강은 좋으신지요?"
" 오늘 아침 지하철은 만원이었는데, 용케 타셨군요."
"소나기가 굉장했는데, 별로 젖지 않으셨군요."
이것은 상대를 걱정하는 말이다. 이같은 말에도 따뜻한 인정의 교류가 흐르고 있다.
이것이
또 PR적인 분위기를 만드는 원동력이 된다. 그러므로, 자기에게 유리한 분위기를 만
들도록
항상 염두에 둔다.
PR화법은 생활에서의 자기광고 화법이어서는 안되지만, 자기를 말하는 것은 필요하
다. 그
러나 그것은 어디까지나 아무렇지 않은 듯 자연스럽게 말하는 것이 포인트이다. 결코
자기
광고의 기미를 느끼게 해서는 안된다. 가령 직장에서,
"미심쩍어서 이 서류를 벌써 만들어 놓았습니다."
"어젯밤 집에서 좀 조사해 봤습니다."
이같은 말에는 자기 광고의 기미가 엿보인다기 보다는, 상대 또는 거래처에 대해
자기가
부단히 신경을 쓰고 있다는 의도가 충분히 상대에게 느껴지게 한다.
" 어른께서 편찮으시다는 소식을 들었는데, 차도가 어떠신지요? 집사람도 무척 걱
정하고
있습니다."
이같은 말은 상대에 대해 자기 집안에서도 가정적으로 당신에 관한 것을 화제로 삼
고, 신
경을 쓰고 있음을 알게 모르게 드러내는 것이므로, 역시 자기를 말하는 것이 된다.
PR의 목적은 많은 사람에게서 호의를 얻는 것이다. 그리고 그것이 발전하여 번영으로
까지
이끄는 것이 PR의 본래목적이다. 때문에 PR화법의 포인트도 모름지기 그것과 동일 취
지에
따라 전개되지 않으면 안된다는 것이다. 팔기 위한 직접적인 비즈니스화법은 아니더라
도 비
즈니스화법을 스무드하게 전개하기 위한 준비화법이다. 이 준비화법에 의해 자기에 대
한 호
의. 신뢰. 우정을 모아 놓는다. 때문에 PR화법의 포인트는,
"당신에 관한 것을 언제나 마음에 간직하여, 당신의 이익이 되도록 나는 나의 행동에
신경
을 쓰고 있습니다."
라는 분위기가, 말하는 구석구석에 나타나지 않으면 안된다.
PR화법의 전개에는 찬스를 이용하는 것이 유리하다. 상대의 생활. 행동. 사업 등을
항상
주의깊게 관찰하고, 때와 경우에 따라 찬스를 포착하여 그것을 효과적인 PR화법으로
활용
하는 것이 중요하다.
직장의 일상생활에서도 지각한 사람에 대해.
"... 차가 그렇게 밀린 줄은 모르고, 어디가 아파서 못 나오나 생각했다네."
하고 말하면, 상대는 감사와 호의어린 기분을 갖는다. 이것도 상대의 지각이라는 찬스
의 이
용이다. 세일즈맨이라면,
"수해가 대단한데, 이 근처는 어떤가 하고 걱정이 되어서 들렀습니다."
라고 하면, 이것은 우연히 닥친 수해라는 하나으 찬스를 이용한 것이 된다.
PR의 포인트는 찬스의 이용이다. 자기에 관한 것을 말하기보다 찬스를 이용, 상대에
관한
것에 신경쓰고 있다는 분위기에서 말하는 것이다. 이것이 호의로 변해 돌아오게 된다.
4. 숫자의 힘을 이용하는 화법
숫자는 불가사의한 힘을 갖고 있다. 특히 그것이 현대적 감각을 가진 사람을 상대
로 할
때는 가정 강력한 힘을 발휘한다. 결국, 숫자는 권위에 대한 복종과 같은 심리를 지니
고 있
는 것이다. 때문에 광고의 경우에도 가능한 한 숫자로 성능이나 효용을 표시하려는
노력이
뒤따르고 있다.
예를 들면, 어느 종합 비타민의 광고에 쓰인 성분표만 해도 그것을 광고로 볼 때,
누구나
21종류나 되는 성분이 함유된 강력 비타민제임을 강하게 느끼게 된다.
그러나 실제는 어떤 종합 비타민제도 대체로 동일 성분으로 구성되어 있는 것이다.
단지
무엇을 알리고자 하는 초점을 성분표라는 숫자로 뽑아 놓은 것이므로, 특별하고 강력
한 비
타민제라는 느낌을 숫자의 마력에 의해 인상받는 것이다.
또 이런 것이 있다,
"한번에 한알씩 하루 두 번 복용하시면 됩니다."
결국, 한번에 한알, 하루에 두 번이란 숫자가 우리에게 강한 호소력을 불러일으킨다.
어느 고속버스의 광고문에 '서울에서 불과 80분'이란 것이 있었다. 이것은 1시간 20
분을 뜻
한다. 그러나 1시간 20분이라 하는 것과 80분이라 하는 것과는 그 숫자에 대한 감정이
다르
다. 80분이라 말한 편이 어딘가 속도가 빠른 감이 있다.
이처럼 숫자는 정확성. 이론성. 과학성 등의 이미지 외에 속도감도 포함하고 있는 것
이다.
또 '1천원입니다'하고 말하고 싶은 것은 985원이라고 하면 상대에게 주는 이미지는
매우 싼
값이라는 느낌이 들고 정확한 가격이라는 인상을 받는데, 그 차이는 불과 15원인 것이
다.
약품 등의 광고에 '순도 100%'라고 흔히 쓴 것을 보지만, 우리가 느끼는 이미지는 실
상 대
단치 않다.
그러나 '순도 98.3%'라고 말하면 정확성이 있고, 매우 순도가 높은 느낌을 받는다.
실제는
100%보다 98.3%가 낮은 순도이나, 숫자를 구체적으로 나타내보이는 것으로 그것은 생
생한
감정을 가져온다. 우리의 비즈니스화법도 온전히 이와 동일하다. 개략적인 숫자로 상
대를 설
득하려 해도 좀처럼 상대는 숫자의 마력에 걸려들지 않는다. 그러나 구체적인 숫자
화법을
전개하면 정확성의 인상은 훨씬 강력해지고, 숫자의 마력은 생생하게 상대에게 접근한
다. 이
것이 숫자를 잘 다루는 테크닉이요, 이것으로 숫자에 감정이 생겨난다.
생명보험의 세일즈맨이 끈덕지게 계산방식을 설명해 나가면 대체 결론은 어떻게 되
느냐고
묻고 싶은데, 중요한 결론보다 그 과정만을 복잡하게 말하는 화법에 때로 우리가 당
황한다.
이것은 능한 비즈니스화법이라 말할 수 없다. 숫자화법은 정확성과 함께 또 하나 다른
효용
이 있음을 잊어서는 안된다.
그것은 스피드라는 효용이다. 누구이든 분주하게 일하는 것이 현대이다. 상대의 이
야기를
기분좋게 응대하면서 여유를 갖고 들어줘야 하겠지만, 꽉 짜여진 스케쥴에 쫓겨 그것
이 불
가능하다. 이럴 때 필요한 것이 요령있는 신속한 설명이다.
숫자화법은 장황히 설명해야 할 것을 숫자에 의해 간결하게 말하는 것이다. 간결하게
단시
간 내에 이야기를 결론지을 수 있다는 장점이 있음을 잊어서는 안된다.
숫자는 또 반복에 의해 효과를 더한다. 에를 들면,
" 작년 1년간 우리회사의 생산량은 약 1천 5백만톤입니다."
라고 하는 설명은 너무 간명하므로, 1천5백만톤이란 숫자가 상대의 마음에 강하게 새
겨지지
않는다. 그러나,
"작년 1년간 우리회사의 생산량은 대체 얼마쯤이라고 생각하십니까? ... 1천만톤이
라고 생
각하십니까? 어림도 없습니다. 1천만톤을 가볍게 돌파하고 1천4백5십만톤이라는 놀라
운 생
산량을 기록했습니다. 1천4백5십만톤이라고 하면 A회사와 B회사를 합친 생산량에 거
의 육
박하는 숫자입니다."
라고 하면, 거의 같은 1천5백만톤의 생산량보다도 훨씬 강력한 인상을 상대방에게 준
다. 이
것을 숫자 응용의 반복화법이라고 한다. 결국, 생산량. 성능. 제품 등이 타사의 것보
다 훌륭
하다는 것을 숫자로 상대에게 알리고 싶을 때는 이 숫자의 반복화법을 크게 이용할 필
요가
있다.
비즈니스화법에서는 머리를 쓰는 데 따라 얼마든지 숫자화법을 이용할 수 있다. '서
류작성
을 다 했습니다.'하는 상사에 대한 보고도,
"서류는 카피와 함께 3부를 작성했습니다. 카피 하나는 5페이지로 되어 있습니다."
라고 보고하면, 이것은 훌륭한 비즈니스화법이다. 상대에게 주는 인상이 선명할 것음
물론이
다. '지각했습니다'하는 사과도,
"15분 지각했습니다."
라고 사과하면, 예의도 바르고, 행동이 분명한 느낌을 준다. 숫자화법은 지나치게 냉
정하고
인상도 냉랭하므로 자칫 오해받을 소지가 없지 않으나, 급변하는 현대사회에서는 보다
설득
력 있고 시대에 어울리는 화법이라 생각된다.
15. 재치있는 여러가지 화법
1. 부정을 긍정으로 바꿀 때
사실만큼 분명한 것은 없다. 사실 앞에서는 누구도 반대를 말할 수 없으나, 어떤
사실은
눈에 보이지 않으므로 말로 설명해야 할 때도 있다. 이때 설명의 표현이 빈약하면
반대의
여지가 생기고 또 상대편의 수긍을 얻을 수 없다. 때문에 남에게 무엇을 수긍하게
하려면
그 사람의 입장이나 기호, 이해를 고려하고 찬성할 수 있게끔 이야기를 끌어가지 않으
면 안
된다. 또 인간은 감정의 동물이므로 사람의 감정에 기분 좋은 말로 호소해 나가면 다
소 이
익에 반대되고, 형편이 바쁘고 찬성할 수 없는 때라도 마음을 바꾸어 수긍해 준다.
미국의 개척시대를 다룬 영화에 ((북서로 가는 길))이라는 작품이 있다. 흉악한 토
착민 토
벌에 원정나간 의용병의 고투를 그린 것으로, 부상한 병사를 남긴 채 전진하려 하자,
전우
가 이에 맹렬히 항의하는 장면이 있다. 이때 이를 꾸짖는 대장의
"지금의 나는 지휘관이다. 인간이 아니다!"
라는 그의 냉엄한 말은 전우를 계속 전진하게 한다. 인간이 아니라고 했으나 사실은
인간이
요 지휘관이다. 그러나 그 사실에는 눈을 감고 인간이 아니라는 말에 수긍하는 것이
다. 이
경우, 장황한 설명으로 납득시키려 하면 상대편을 더욱 격하게만 만들 뿐 효과는 없
다. 하지
만 엄밀히 말해 설명도 이유도 되지 않는 "나는 지휘관이다, 인간이 아니다"라는 한
마디가
상대편 마음에 뜻있게 울려 반발할 수 없도록 한 것이다.
요컨대, 이같은 역설적 표현은 상대를 감정적으로 만족시킨다. 여기서 주의할 것은
그것이
결코 상대를 이성적으로 만족시키고 있는 것은 아니라는 사실이다. 이처럼 사람이 감
정적으
로 만족하면 이성적으로 따지려 들지 않는 것이 보통이다.
1912년 미국 대통령 선거 당시 윌슨 (T.W. Wilson1856~1924)은 전국을 유세했다. 그
는 대
학총장 출신으로 정계에서는 신출이므로 선거민의 신뢰를 획득하기가 좀처럼 쉽지 않
았다.
뉴 멕시코주 유세에서 어느 청중의 한 사람이,
"그런 것을 말해도 당신은 아마츄어 정치인이 아닙니까?"
하고 야유를 퍼붓자, 다수의 청중이 이에 동감을 나타내고 장내에는 어색한 분위가
감돌았
다. 모처럼의 열변이 마이너스 결과를 가져온 듯했다. 그러나 윌슨은 웃으며 즉각 응
수했다.
"말씀하신 대로 나는 아마츄어 정치인입니다. 그러면 한가지 물어보겠습니다. 대체
아마츄
어 정치인과 프로페셔널 정치인의 구별 기준은 어디에 있는 것입니까? 내가 생각하
기로는
프로페셔널 정치인은 무엇인가 이익이 있어 정치를 하는 사람이고, 아마츄어 정치인은
정치
를 좋아하는 사람입니다."
이말로 야유는 가라앉았고, 우뢰와 같은 박수가 터졌다. 이것은 야유섞인 비난에 대
한 항의
라고 말할 수 있으나, 상대가 말한 것을 역이용함으로써 비난을 막아낼 수 있었던
것이다.
이 방법은 사람을 긍정시키는 데 매우 효과적이다.
제2차 세계대전이 터지기 바로 직전, 이탈리아가 불법으로 이디오피아를 침략한 적이
있다.
영국이 이를 막지 못한 처사에 대해 그 이유를 질문받은 처칠 (W. Churchill 1874~196
5) 수
상은 질문자를 향해,
"귀하는 고래의 습성을 아십니까?"
상대는 그런 것은 모르고, 고래의 습성같은 것을 연구할 겨를도 없다고 대답했다.
"그럼 기회가 닿으면 한번 연구해보시기 바랍니다. 매우 재미있는 일입니다. 고래는
종종
껍질을 벗는데, 껍질이 없어지고 무방비의 위험이 닥칠 때는 바다의 왕인 고래도 바다
를 왕
래하지 않고 갈라진 바위틈에 몸을 감추고 새로운 껍질이 생길 때까지 끈기있게 기
다립니
다. ...지금의 영국은 이 껍질이 굳어질 때까지 기다리지 않으면 안됩니다."
어떤 특별한 화법을 구사한 것은 아니나, 비유를 써서 사정이 불가피했던 점을 설득
한 것
이다. 보통의 말로는 받아들여지지 않는 것이라도 적절한 비유로 말하면 긍정하게 된
다.
이것은 비유가 이해되기 쉽고 이야기를 부드럽게 전개시킬 뿐 아니라 이성보다 감정
에 호
소하는 점이 있기 때문이다. 비유는 감정을 움직이는 수단이요, 또 적의 공격을 잘
피하는
방패의 구실을 한다. 하지만 복잡한 문제를 비유로 표현하는 것은 무리이고 동일한
비유를
반복하면 효력이 없어진다.
2. 의미를 넌지시 강조하는 반어
18세기 유럽에서 패권을 휘두른 프리드리히 (Friedrich 1712~1786) 대왕은 코린의
대전에
서 공격을 주저하는 어느 포대의 병사들을 향해 이렇게 꾸짖었다.
" 이 용기없는 사람들아! 그대들은 영원히 살 것 같은가?"
이것은 말할 것도 없이,. "죽는 것이 두려우냐!"는 뜻을 강조한 것이다.
"죽는 것이 그렇게도 두려우냐!"라고 말하면, 이 말은 상대에게 강한 반향을 일으키
지 못한
다.
그러나 그것을 "영원히 살 것 같은가?"라고 뜻을 강조하면, 말이 날카로와 상대를
때리는
정도가 매우 강하다.
"자네는 그런 짓을 해도 좋다고 생각하는가?"
"자네는 그러고도 현명하다 할 것인가?"
"그대는 틀리지 않았다고 생각하는 것인가?"
상대를 힐난하든지 상대의 잘못을 꾸짖을 때, 뜻을 강조해 말하는 것이 보다 효과적이
다.
그러므로 이 경우, 뜻을 강조하는 말을 쓰는 것이 보통 있는 일이다. 뜻을 강조하지
않고,
"그대는 옳다고 생각하는 것인지?"
라고 말하는 것으로는 틈이 벌어지고 사이가 늘어져서 힐난하는 뜻이 드러나지 않는
다. 뜻
을 한층 강조해 말하는 결과가 되는 반어의 활용은 위에 말한 경우 외에 좀더 기교적
인 것
을 포함하는 사용법이 있다.
제1차 세계대전에 있어 마르느의 대회전의 최초의 승리는 죠프르 (Joffre 1852~193
1) 원수
의 힘이라는 것이 일반적인 견해였으나, 그 중에는 이 사실을 인정하지 않는 여론도
있었다.
어느 신문기자가 원수를 만나서 물어보았다.
"각하, 마르느 전투의 승리는 누구의 공입니까?"
원수는 얼마 동안 생각하다가 대답하기를,
"그것을 나는 말할 수 없소. 다만 마르느 전투에서 만약 패전했다면 그 책임은 모두
내게
돌아왔을 것이 틀림 없다는 것만은 확실하오."
결국 죠프르 원수는 마르느 대회전의 승리를 가져 오게 한 것이 자기라는 것을 말한
것과
똑같다. 그것을 노골적으로 자기의 공이라고 말하고 싶지 않았기 때문에 패퇴했을 때
의 책
임을 가정한 것이다. 이와 같이 반어는 분명히 말하고 싶지 않으나, 말하지 않으면 안
될 것
을 넌지시 상대편이 깨닫게 겨냥하고 말하는 방법이다.
클레오파트라(Cleopatra)나 맥베드(Macbeth)부인 역을 맡아 훌륭한 연기를 보인 것으
로 평
판이 높았던 영국의 여배우 랑드리는 상당히 나이가 들었는데도 누구 하나 그녀의
나이를
아는 사람이 없을 만큼 젊고 아름다왔다. 그녀의 늙지 않는 아름다움에 놀라는 사람이
있으
면, 그녀는 미소를 머금고,
"같은 나이의 사람들과 견주면 그렇겠죠."
라고 항상 똑같이 대답한다.
어느 때 누가 나이를 물어 보았는데, 당시 65세였던 그녀는,
"65세라고 하면 수도원에서는 그렇게 큰 일이 못되겠지만 여자에게는 꽤 먹은 나이
죠."
라고 대답했다. 노인들이 많은 수도원에서 65세란 그렇게 신기한 일이 못되지만, 그녀
는 젊
지 않은 65세가 되어서도 충분히 사람을 매혹시키는 아름다움을 지녔던 것이다. 그녀
는 그
것을 말하는데,
"이렇게 젊다 해도 벌써 65세가 된걸요."
하는 어법으로 말하지 않고, 나이든 이들이 많은 수도원을 인용하여,
"수도원에서는 그렇게 큰 일이 못된다."
하고 반어로 65세라는 나이가 여자에게는 상당한 것이라는 걸 알리고, 자기가 젊다는
것을
뒷받침해보인 것이다.
미국에서 가장 저명한 설교가의 한사람이었던 비차가 세상을 떠났다. 따라서 비차를
대신
해 다음 주 일요일 강단에 서도록 초빙된 사람이 아보트이다. 아보트는 분발해서 그의
설교
를 준비했다. 몇번인가 원고를 다시 쓴 다음 만족하게 되자, 그는 아내에게 보이고
솔직한
비평을 요구했다. 아내는 그것을 읽고 난 다음,
" 이것은 평론잡지의 원고로는 가장 훌륭한 것이라고 말할 수 있겠어요."
하고 말할 뿐이다. 기실 설교는 독특한 것이요, 잡지원고 같은 것은 아니다. 잡지원
고를 낭
독하는 것 같은 설교라면 사람의 마음을 움직일 수가 없다. 아내가 본 바로는 아보트
가 준
비한 원고가 설교로서는 좋은 게 못되었다. 직접적인 표현으로,
"설교로서는 안되겠는 걸요."
하고 말하면 남편의 노력을 무시한 것이 된다. 그러므로 이같은 내용의 뜻을
"평론잡지의 원고로는 좋아요."
와 같이 반어로 말한 것이다. 아내의 비평이 의미하는 것을 깨달은 아보트는 원고 없
이 강
단에 섰다. 원고에 의존하지 않고 그의 입에서는 힘이 넘치는 웅변이 용솟음쳤다. 대
성공이
었다. 그래서 그는 비차의 후계자가 된 것이다.
직접적으로 말하면 사람의 기분을 해치는 일이 있다. 남의 기분을 속속들이 헤아릴
필요는
없겠지만 말하지 않고는 안될 경우가 있다. 이럴 때는 간접적으로 암시하는 것이 좋
다. 이렇
게 우회적으로 넌지시 말하는 것이 반어이다.
가까운 사람에게 비평적인 말을 할 때, 반어가 편리하고 상대편 감정을 해치지 않
으므로
호감을 살 수 있다. 반어의 이용가치는 매우 크다고 말할 수 있다.
3.임기응변할 때의 재치
성실한 것이 처세에 있어 기본적인 태도이다. 말이라고 예외일 수는 없으나, 그렇다
고 해
서 너무 직선적으로 말해서는 곤란하다. 때와 경우에 따라 말하기에 재치와 임기웅변
의 솜
씨가 뒤따라야 한다.
미국의 상원의원 루이스는 언변과 태도가 우아할 뿐 아니라, 동시에 행동 또한 빈
틈없는
사람이었다. 이 사람이 어느 때 선거운동 중에 어느 정도 이름이 알려진 지방정치인을
만났
다. 그러나 루이스는 그 사람의 이름을 전혀 잊고 있었다. "이름을 잊어서..."라고 말
하면 상
대를 무시한 결과가 되어 결례를 범하는 것이다. 난처하게 된 루이스는 아무렇지 않은
듯이
이야기를 나눈 다음, 임기응변으로,
"아무리 해도 이름이 생각나지 않아서...."
라고 말했다. 상대는 약간 언짢은 듯한 얼굴 표정으로,
"(존스)라고 합니다. 잊고 있다니 섭섭합니다."
라고 대답한다. 루이스는 그것을 가로 막고,
"아니, 아니 성이 아니라, 성이 (존스)라는 건 잘 압니다. 내가 잊고 있는 것은 (존
스)씨의
이름입니다."
이렇게 말하면 상대가 (존스)라는 사실을 생각해 내고, 결국 성을 잊은 것이 아니
었다는
결과로 판명, 상대를 불유쾌하게 하는 것을 피할 수 있다. 이때 그 지방 정치인이
(빌)이라
고 대답했더라도 당황할 필용없이 그 장면에 잘 대처할 수 있는 임기응변의 재치는 있
는 것
이다.
"이름을 잊은 것이 아니고 내가 기억하지 못한 것은 바로 성입니다."
고 말하면 좋은 것이다. 이 정도의 재치가 발휘된다면 우리 인간관계에 큰 이로움이
있을
것이다.
누구나 연애를 하면 상대편 여성을 실제보다 더 좋게 보려고 하는 것이다. 이에 대해
몰리
에르(Moliere 1622~1673)의 희극에 다음과 같은 말이 있다.
"창백한 얼굴의 여인이면 마치 치자꽃 같다고 말하고, 소름이 끼칠 만큼 거무스름한
여인
이면 밀빛이어서 건강미가 있다고 한다. 또 여윈 사람이면 우아한 모습으로 보고, 비
대하면
자세가 무게 있는 것으로 본다. 아름답지 않은 여인은 자연미가 있다 하고, 보통 이
상으로
큰 체격이면 마치 여신과 같다고 우러러보고, 몸이 작으면 신의 묘기를 축소 시켜 보
는 듯
하다고 말한다. 거만하게 구는 여자는 여왕의 관이라도 씌우고 싶게 되고, 꾀를 피우
며 돌아
오는 것은 재색이 되고, 저능은 붙임성 있는 좋은 사람이고, 말이 많은 것은 주변이
좋은 사
람이 되며, 말없는 내성적인 타입은 순진한 연인이 된다."
사랑하는 연인의 경우는 실제로 그렇게 생각한다. 매사는 말하기에 따라 크게 좌우된
다. 똑
같은 내용이라도 언어표현 한 가지로 상대를 기쁘게 하고 만족하게 한다. 무엇이나 느
낀 그
대로를 정직하게 말하면서도 상대를 고의로 기분 나쁘게 하는 일은 없도록 해야 한다.
글씨가 서툰 사람에게,
"글씨가 좀 서투르군요."
라고 말하면, 그 정직한 말에 감사히 생각할 사람이 과연 있을까? 아무리 친한 친구와
의 사
리라도 좋은 낯으로 대하지 않을 것이다. 그러므로 이 경우에,
"글씨에 어떤 취향이 있는 건 아닙니까?
라고 말하면 글씨가 좀 서툰 것은 잘 알아도,
"아녜요, 글씨가 잘 안돼서 그래요."
하고 즉각 웃는 낯을 짓는다. 상대의 기분을 생각하고 표현에 주의하는 것이다. 나아
가 주의
하는 이상으로 재치와 임기응변이 작용하면 말의 재치로 위험한 곤경을 벗어나고 생각
치 않
은 저력을 발휘한다.
남이 보는 앞에서 실수를 저지르면 말의 재치가 통하는 한, 그것을 가벼운 애교로 끝
내 버
릴 수 있다. 어느 부인이 양식의 모임에서 버터로 튀긴 감자를 포크로 찍으려는 순간,
잘못
해서 찍히지 않고 감자가 굴러 테이블 밑으로 떨어졌다. 그것을 모르는 체하면 될 것
을 멍
청히 손에 포크를 든 채 테이블 밑을 이리저리 살피게 되었다. 바로 이때 옆좌석에 앉
은 가
까운 어떤 손님이 재치있게,
"때굴때굴 땍때굴 어디로 가나."
라고 말하자, 주위 여러 사람의 얼굴에는 생각하지 않은 미소가 떠오르고 조심성 없는
행위
가 애교로 바뀐 것이다.
아인슈타인(A.Einstein 1879~1955)부인이 어느 날, 잡지사로부터,
" 인슈타인 박사의 상대성 원리를 부인은 알고 계신지요?"
하고 질문을 받았다. 약간 당황한 부인은 잠시 머뭇거리다가 마침내 미소를 지으며
이렇게
말했다.
"아뇨, 잘 모릅니다. 저에게 가장 중요한 것은 아인슈타인을 이해하는 것이죠.
부인은 처음 어떻게 대답할까 하고 잠깐 망설였을 것이다. 그러나 이해하고 있다고
말했다
가 어떻게 이해해고 있느냐고 재차 질문받게 된다면 귀찮은 것이다. 그렇지만 잘 알지
못한
다고 하면 지나치게 애교없는 대답이 된다 말의 재치로 질문을 현명하게 피한 것이다.
장면
에 맞고 잘 어울리게 쓰는 말의 재치는 사교와 대인관계에 매우 유익한 구실을 하는
것이
다.
4.남의 감정을 건드리지 않으려면
자기가 말하고 싶은 대로 말하면 문제가 없다. 그러나 상대의 감정을 해치지 않게
말하기
란 좀처럼 쉽지 않은 것이다. 신병으로 인하여 면회를 사절한 괴테의 편지에 다음과
같은
것이 있다.
"지금껏 매우 유쾌히 말상대를 해 주시고 친절을 베풀어주신 데 대해 충심으로 감사
하며,
유감입니다만 다음 사실을 전해 드리고자 합니다. 다름 아니라 의사가 단연 밤의 모든
방문
객의 면회를 사절하도록 명한 것입니다. 이 때문에 제가 어느 정도나 손해를 입는가를
귀하
께서는 가장 잘 아실 줄 믿습니다. 다만 정오를 전후한 약간의 시간은 당신을 만날 수
있어
퍽 다행으로 생각합니다. 그러나 저는 말하는 것이 금지되어 있으므로 이 점 널리 이
해하시
고 용서해주시기 바랍니다."
아무리 병이라 말해도 면회를 거절 당하면 다른 사람과 차등을 두어 거절한 것이
아닌가
하는 느낌이 들고 기분이 좋을 수 없다. 이 점을 고려해서 괴테는,
"이 때문에 제가 어느 정도나 손해를 입는가를 귀하께서는 가장 잘 아실 줄 믿습니
다. "
의 한 어구를 넣어 상대의 감정을 해치지 않도록 크게 배려한 것이다.
어느 문필가는 평소에 잘 알지 못하는 사람이 쓴 책의 서문을 부탁을 받고 다음과 같
이 대
답했다.
"저같은 형편의 건강으로는 필력도 약하니 가능하시면 뜻을 거두어주실 것을 바랍니
다. 모
처럼의 부탁을 거스르는 것 같아 괴롭습니다만, 작자를 잘 알지 못하는 처지에 서문을
쓴다
는 것이 매우 어려워 큰 걱정입니다. 저도 저번에 제가 쓴 작품집의 서문을 저의 문단
선배
에게 부탁한 일이 있습니다. 그러나 그 글을 보니 저의 책에는 적합치 않아 모처럼
써받은
서문으로 인해 크게 낭패한 적이 있습니다."
거절하는 이유가 있더라도 이같은 경우, 단지 거절하는 것만으로는 기분을 해칠 염려
가 없
지 않다. 그러므로 자기가 서문을 써받고 낭패한 경험을 예로 든 것이다. 이같이 자기
경험
담을 내세우면 무정한 듯한 느낌을 다소 완화하고, '그렇다면 도리 없군.'하고 상대가
단념하
게 된다.
어느 모임에서 식사가 끝난 뒤 손님 한분이 간단한 연설을 부탁받았다. 그는 천천히
자리
에서 일어나 먼저 의례적인 인사를 말하고 긴히 말해야 할 것이 있는 듯한 얼굴 표정
으로
다음과 같이 이야기했다.
"옛날 로마에서는 원형극장에 사자를 풀어 놓아 노예를 잡아먹게 하는 매우 참혹한
장면을
연출하고, 이 광경을 바라보며 즐거워했다고 합니다. 그러던 어느날의 일입니다. 한
사람의
노예에게 지금 막 사자의 이빨이 닿으려는 순간, 그 노예가 사자의 귀에 무엇인가를
속삭이
더니, 어찌 된 영문인지 사자는 처음의 맹렬한 기세는 어디 가고 홀연히 목 뒤의 털
을 움
츠리고 저만치 물러가는 것입니다. 그래서 이번엔 좀더 난폭한 사자를 풀어 노예를 향
해 대
항하게 했으나, 노예가 무엇인가를 속삭이더니 또 다시 사자는 의기가 소침해지고
맥없이
물러서는 것입니다. 세 번, 네 번, 연거푸 사자를 풀어놓아도 결과는 같았습니다. 매
우 기괴
한 일어서서 그 노예에게 (대체 너는 사자를 무력하게 만드는 어떤 주문을 외운 것이
아니
냐?)고 물어 보니, 노예가 대답하기를 (아무 주문도 아는 것이 없습니다. (나)라는
음식에
덤벼 드는 것은 좋으나 그 뒤에 곧 식후 연설을 하지 않으면 안된다는 사실을 일러줬
을 뿐)
이라고 하는 것이었습니다."
식후 연설(after -dinner speech)을 하는 것처럼 보이면서 할 수 없다는 변명을 말
한 것이
다. 이쯤 되면 격이 높은 거절의 말이다. 하지만 꼭 이대로 흉내낼 수는 없다. 아무
할 말
이 없으면,
"저의 서투른 이야기로 모처럼의 분위기를 깨뜨릴 수 없으므로 오늘은 사양해야겟습
니다."
정도로 말하면 좋다. 상대나 장소, 정황에 다라 각각 감정을 해치지 않는 화법이 잇
다. 말
이란 조금만 마음을 쓰면 얼마든지 좋은 묘안이 떠오르는 것이다.
5. 반발을 사지 않으면서 자기 주장을 펼친다.
상대편의 반발을 사지 않으면서, 자기 주장을 펼쳐나가기란 매우 어려운 일이다.
상대가
말한 것에 대해 서투르게 (노)라고 말하면 상대의 기분을 상하게 되고 상대도 이쪽의
반발
을 느낀다. (노)라고 하더라도 동정적으로 말하지 않으면 안된다. 처음부터 (노)라고
하기보
다,
"과연 당신의 말이 옳다. 당신이 말하는 뜻은 잘 안다."
와 같이 일단 상대가 말하는 것을 이해한다고 말한다. 그리고 나서 자기의 입장으로는
그것
을 받아들일 수 없는 이유를 말해야 한다. 이때 그 제안을 아예 거절하기보다는 그
제안의
실현성이 없음을 조리있게 지적하는 것이 좋다.
이같은 거절의 화법을 영어로는 (YES.BUT) 방식이라고 한다. 처음에는 일단 (예스)
라 말
해 상대의 입장을 인정하고 그 다음에 (그러나) 하고, 이쪽에서 말하고 싶은 것을 말
한다.
이 방식은 직장에 있어서의 인간관계를 잘하는 경우에 쓰일 뿐 아니라, 가정생활이나
사회
생활에 응용해도 매우 유효하다. 또 국제 외교의 무대에서도 이 화법은 흔히 쓰인다.
1958년 흐루시초프(N.S. Khrushchev 1894~1971)가 미국을 방문했을 때, 당시 미국
대통령
아이젠하워가,
"어떻습니까? 미국의 민주주의적 생산방법은 놀라운 거죠? 이처럼 생산이 크게 증
가하고
있습니다."
하고 자랑하자, 흐루시초프는,
"네, 민주주의적 생산방식은 참으로 놀랍습니다. 그러나 ...."
하고 말했다. 신문의 사설의 논조도 실은 (예스.벗)의 방식을 쓰는 경우가 비일비재하
다. 다
시 말하면 긍정하면서 부정하는 방식이다. 이같은 방식은 부정으로 일관하는 것보다
비교적
반발이 적다. 요컨대 먼저 상대의 입장을 인정하고난 다음, 이쪽의 입장을 이해시키면
서 결
과적으로 이쪽의 목적에 협력하게 하는 재치있는 화법이라고 하겠다.
6. 완곡한 표현을 써야 한다
진한 빨간색 복장에 보석을 눈부시게 장식한 매우 뚱뚱한 중년 부인이 유명한 디자이
너를
방문하여 과연 그 취향에는 자신이 없었는지,
"대관절 나는 어떤 색을 입는 게 좋겠어요?"
하고 의견을 물어보았다. 의상 전문가인 디자이너는 차분하게 그녀를 바라본 다음
말하기
거북하다는 듯한 표정으로,
"아주머니, 나비는 고상하고 아름다운 색깔이지만 코끼리는 그렇지 않은 것이 조물주
의 뜻
인 것 같습니다...."
이 말은 넌센스의 우스개에 불과하지만, 말하기 거북한 것을 말할 때 상대를 자극하
는 일
이 없고 불쾌한 생각이 들지 않게 하려면 여러 가지 방법의 완곡한 화법이 있다.
어느 정도 애매하게 암시를 줄 때는 유명한 정치가나 대학교수가 한 말을 인용하여,
"아무개가 이렇게 말했다고 생각합니다만...."
하고 말해 두는 것이 무난하다.
사상이나 이념에 따른 입장이 있어, 어느 사람 앞에서 자기 의견이라고 드러내놓고
말하기
가 곤란하거나, 자기 의견에 관한 언질을 상대편에게 주기가 곤란할 때는 일반적인
경향을
내세우는 방편이 있다.
"일반적인 경향은 이렇습니다."
" 이렇게 알려진 것으로 소문이 자자한 모양이죠?"
하고 말하는 것이다.
또는 상대로부터 얻고 싶은 대답이 있을 때 미리 의중을 떠서 말하면, 상대는 비교
적 덜
주저하게 된다.
"이 일에 당신이 반대하지 않을 것으로 알고 있지만...."
"당신은 물론 첫 번째의 지지자입니다."
"당신이 찬성할 것으로 알고 먼저 얘기합니다만...."
등으로 이야기를 전개하면 좋다. 그것이 대단히 신중한 고려를 요하는 것이 아닌 한,
찬성할
것인지 아닌지 갈피를 못 잡는 상대도 이쯤되면 찬의를 표하지 않을 수 없게 된다.
"자네 스스로는 그렇게 믿는다 해도 일반이 보는 견해는 어떨지...?"
와 같이 상대를 완곡한 표현으로 비난할 수도 있다.
어느때 어느 경우에든 엄격한 말로 논쟁을 해서는 안된다. 그보다는 완곡한 표현으로
대인
활동을 온화하게 하는 것이 바람직하다.
16 사교 모임에 나갔을 때의 화법
1. 소개할 때, 소개받을 때
우리가 사교 모임에 나간다는 것은 교우관계를 보다 넓히면서, 그 친밀감을 두터이
하기
위해서이다. 그러므로 훌륭한 인간관계를 바라는 사람은 분별 없는 말로 남을 괴롭히
는 일
을 하지 않는다. 한걸음 더 나아가 예의 바르고 사려 깊은 행동으로 상호 교류에 지장
을 주
지 않도록 노력한다. 이를테면 무대 중앙을 독점하지 않고, 상대편이 무관심한 것은
화제로
삼지 않는다. 항상 분명하고 간결하게 말해야 하며, 사회 관습을 존중하고 말을 올바
르게 구
사해야 한다.
대화의 첫째 조건은 에티켓이 바탕이 되어야 한다. 누구를 만나든 언제나 자연스럽고
품위
있게 상대편의 인격을 존중해야 한다. 그것은 상대편에 대한 깊은 이해와 바른 평가를
하는
일이다. 이때의 근본 바탕은 친절이다. 친절이 없다면 에티켓은 그 의미를 상실한다.
1) 소개하는 순서 사람을 소개할 때, 한층 정중히 모셔야 할 사람이 있으면 그
이름을
먼저 대야한다. 남성을 여성에게 소개할 때에는 여성의 이름을 먼저 대고 그런 다음에
남성
이름을 댄다. 그러나 약간의 예외가 있다. 귀빈이나 웃어른, 또는 사회 각계의 지도
자 앞에
서 여성을 소개할 때에는 순서가 나중으로 되기도 한다.
젊은 여성을 나이가 비슷한 남성에게 소개할 때는 남성의 이름을 먼저 댄다.
한편, 자녀가 친구를 부모에게 소개하는 경우에는 친구부터 먼저 소개해야 한다. 그
러나 서
양 사람들은 대개 아버지나 어머니의 이름을 먼저 대고 그들에게 친구를 소개하는 것
이 관
습이라고 한다.
군대, 행정기관, 학교 사회, 회사 등과 같이 지위가 분명한 조직에서는 먼저 아랫사
람을 웃
사람에게 소개한다. 중사를 소위에게, 대위를 대령에게, 신임 부장을 회사 이사에게,
강사를
교수에게, 교수를 학장에게 각각 아랫사람의 이름을 먼저 대면서 인사를 올린다. 이때
성명
과 직위명만 대는 것이 상례이다. 또 학장이나 사장이 저명한 내방객에게 소개되는
경우는
손님 이름이 먼저 불리운다. 손님에 대한 예의 관습이 지위에 우선하기 때문이다.
이상에서 보는 바와 같아, 사람을 소개하는 순서는 때와 장소에 따라 꼭 일정하지가
않다.
사교모임 같은 데서의 관례로 보면 대체로, 1) 친소관계로 보아 자기와 가까운 사람부
터 먼
저 소개하고, 2) 손아래 사람을 손위 사람에게 먼저 소개하고, 3) 남성을 여성에게
먼저 소
개하는 것으로 되어 있다. 그러나 여기서도 남성이 사회적인 명망이 있다거나, 연세가
높을
때는 당연히 여성을 먼저 소개해야 한다.
2) 소개하는 방법 몇가지 사람을 소개할 때, 소개할 사람을 소개받을 사람 앞에 서
게 하
고, "아무개 부인, 이쪽은 아무개 씨입니다."하고 말하면 무난하다. 또 서로 처음 만
나는 자
기의 두 친구를 소개할 때에는, "두사람은 내가 자주 말해 잘 아는 사이겠지만"하고
말을
꺼내면 한결 부드럽게 들린다.
한쌍의 부부를 다른 부부에게 소개할 때에는 부부를 한사람씩 소개하는 것은 번거롭
다. 그
래서 부부 단위로 하는 것이 좋다. 한쪽 부부가 연장이면 먼저 연소의 부부를 소개한
다. 한
쪽 부부를 특히 정중히 모셔야 할 때, 그 부부에 대해 다른 부부를 소개하도록 한다.
말은
간단히, "아무개씨 내외분, 이쪽은 아무개씨 내외분입니다."라고 한다.
또 소개하려는 사람이 자기와 특별한 관계가 있을 때는, 그 사실을 그대로 말하면 좋
다. 가
령, "이쪽은 000박사이신데, 저와는 고등학교 동창이고, 지금은 A대학 교수이십니다.
" 직함
이나 학위를 가진 사람을 소개할 때에는 반드시 그것을 덧붙여 말하는 것이 좋다.
3) 소개할 때 조심해야 할 것 매우 규모가 큰 파티에서는 나중에 온 사람을 거기
있는
모든 손님에게 소개하려 해서는 안된다. 그런 경우에는 즐거운 기분을 잃지 않도록
하면서
주위에 있는 사람들에게만 소개한다. 파티에 친구를 동반했을 경우, 먼저 주최자에게
소개하
고, 그런 다음에 주최자가 형편을 보아서 참석자 여러분에게 적당히 소개하도록 한다.
길에서 함께 가는 동행이 있을 때, 약간 인사할 정도의 사람과 마주쳤다면 서로 소개
할 필
요는 없다. 그렇게 하면 상황만 복잡해질 뿐이요, 소개한 다음 부자연스러운 침묵이
흐르기
쉽다. 음식점에서 누구와 함께 식사하는데 친구를 만났을 때도 이와 비슷하게 하면 된
다. 친
구가 자신의 옆을 지날 때 잠깐 일어서서 한두마디 나누는 정도로 그치는 것이 좋다.
4) 소개받을 때 소개 받을 때 가장 보편적인 인사말은 "안녕하세요?", "반갑습니
다."이다.
특히 젊은이들 사이는 방긋 웃으며 간단히 '안녕' 하기도 한다. 첫인사에 미소는 어
울리는
것이지만, 엄숙한 분위기에서만은 미소하지 않는 것으로 알아두어야 한다.
"만나서 매우 기쁘게 생각합니다."하고 격식 차린 딱딱한 인사는 가급적 피하는 것이
좋다.
소개받은 인물이 귀에 익은 인물이거나, 존경하는 인물이거나, 그의 비즈니스에 흥미
를 갖
는 인물이라면, "늘 만나 뵙고 싶었습니다." "만나 뵈서 기쁩니다. 전부터 말씀 많이
들었습
니다."하고 말해도 좋다.
5) 악수는 아무하고나 하지 않는다 악수는 아무하고나 하는 것이 아니라 조금은
생각해
볼 문제이다. 남성이 여성에게 소개되었을 때 여성이 손을 내밀지 않는 한, 또 여성이
손을
내밀 때까지는 남성이 먼저 청해서는 안된다. 남성끼리 소개된느 경우는 고의로 반감
을 나
타내는 것이 아니면 양쪽이 서로 손을 내매는 것이 관례이다.
일반적으로 연상인 사람에게 소개되는 경우는, 상대가 남성이든 여성이든 그가 악수
를 청
하기까지 기다린다. 물론 이쪽이 주인으로 손님을 맞는다면 이쪽이 먼저 손 내미는 것
이 당
연하다. 여성이 손을 내미는 데 일정한 관습은 없다. 여성이 남녀 어느 쪽에 소개되어
도 손
을 내미는 것은 따스한 태도이다.
악수는 남에게 인사하고 친밀감을 더하는데 매우 자연스러운 동작이다. 악수하는 방
식으로
그 사람됨을 안다고 말한 이가 있지만 매우 당연한 생각이다. 마음이 온화하고 외향
적이면
건강한 사람은 열렬히 악수한다. 부끄러워하고 내성적이며 자신 없는 사람은 어딘지
모르게
맥빠진 인상을 주는 흥미없는 악수를 한다.
남에게 소개될 때, 자신의 좋지 못한 버릇을 보이지 않게 해야한다. 이를테면 지나치
게 격
의없이 접근해도 안되고 상대편 손을 너무 억세게 잡아도 안된다. 너무 오래 악수해도
안되
고, 또 기운없이 손을 내밀어 자기는 아무것도 안하고 상대편만 악수하게 하는 것 역
시 결
코 바람직하지 못하다. 미소와 곧은 악수, 친절한 말이 항상 적절한 것이다.
6) 소개받은 뒤 남에게 소개된 뒤 잠자코 있으면 안된다. 상대가 말을 걸면 흥미있
게 듣
고 가능하면 비슷한 흥미있는 얘기로 응대한다. 상대가 얘기 실마리를 풀어오지 않으
면 이
쪽에서 먼저 말머리를 꺼낸다. 상대편의 이야기에 대해 무엇인가 알고 있으면 그것을
응대
하면서 상대를 대화에 끌어들이는 재치있는 질문을 한다.
화제가 자기에게 맞지 않으면 흥미있는 최근 뉴스에 관해 얘기하거나, 또는 파티가
얼마나
즐거운 모임인가에 대해 얘기해도 좋다. 폭설이나 폭우 등 일기에 관한 화제가 되어도
좋다.
그러나 '좋은 날씨군요'하는 식의 틀에 박힌 문구가 안되도록 해야 한다. 그처럼 불필
요하고
싱거운 말이 없다.
7) 입이 마르고 가슴이 두근거릴 때 처음 나가는 파티에서 남을 만나거나 모르는
사람과
얘기할 것을 생각만 해도, 입이 마르고 가슴이 두근거릴 때가 있다. 그럴 때는 기분을
전환
하여 마음을 즐겁게 가져야 한다. 말 많은 것은 말없는 것보다 사교적으로 큰 결점이
라 생
각하는 것이 좋다.
무엇을 말하고자 할 때, 망설이거나 무슨 생각을 두고 고심할 필요는 없다. 말하자면
이와
같은 사소한 일에 얽매이지 않도록 해야 한다. 좀더 기분을 편히 가지면 웬만한 일은
잘 풀
리게 되어있다.
8) 말하기 보다 듣기를 잘 해야 한다 우리는 모두 한결같이 세련된 능변이 되도록
선천
적으로 재능을 부여 받고 있는 것이 아니다. 능변이란, 가슴 속에 10분의 9는 말하고
싶은
것으로 가득하고, 10분의 1은 말하는 방법으로 채워져 있다고 했다. 잘 생각한 다음
말하고
싶은 것이 있으면 그것만으로 자동적으로 훌륭히 말할 수 있다. 자연스럽게 행동하고
꾸미
지 않도록 해야 한다. 대화는 되도록 자신의 흥미 영역보다 상대편 흥미의 영역에서
행한다.
그렇게 할 때 두려움이 저절로 없어지고, 자신만만하게 즐거운 시간을 보내게 될 것이
다.
매력있게 말 잘하는 사람의 대부분은 가장 흥미있는 화제를 가진 사람이 아니라, 가
장 흥
미를 갖고 남의 얘기에 귀를 기울이는 사람이다. 듣기를 잘 하는 사람은 언제나 호감
을 살
수 있다. 특히 여성이 남성의 얘기를 듣는 경우에는 더욱 그렇다.
대화할 때 가장 좋지 못한 버릇은 남의 얘기의 허리를 꺾는 것과, 자기 얘기만 늘어
놓으며
자기만 흥미있는 듯이 얘기를 하는 것이다. 이런 사람일수록 상대편 얘기를 끝까지
듣도록
노력할 줄 알아야 한다. 듣기를 잘 하는 사람은 상대가 말하는 동안 자기 애기를 준
비하는
여유를 가질 수 있다. 이와 같이 듣기를 잘 하는 사람은 결코 무례하다는 비난을 받는
일은
없다.
2. 사교하는 자리에서의 대화
일반적으로 말해, 사교적 모임은 토의, 토론이 없는 것이 특색이다. 이완된 자유로
운 분위
기 속에서 토의, 토론이 되는 화제를 내지 않도록 하고, 설령 남이 시작해도 말려들지
않는
것이 가장 좋다. 이러한 사실은 전혀 사사로운 일에 속하는 개인적 논의의 경우 특히
더 적
중한다. 물론 남의 말에 무조건 동의, 추종하라는 의미는 아니다.
"그것이 제가 말하고 싶던 거예요."하고 말하는 것은 쓸모 없을 뿐 아니라, 가장 중
요하게
생각한 자신의 소신을 부정하고, 신뢰하는 사람을 배반하는 일이 될지도 모르기 때문
이다.
일에 따라서는 모두에게 매우 심각한 중요성이 있으므로 자기가 한 말에 언제든 책임
을 져
야 한다. 이것은 매우 미묘한 문제를 수반하고 임기응변으로 행동하기가 어렵다.
어느 지방색은 매우 저열하다고 누군가 말한다면, 그럴 때는 그 지방 사람들의 자
존심을
위해 또 사회의 건전 풍토 조성을 위해, "제 견해가 다소 다른지 모르지만 저는 그
말씀에
동의 할 수 없군요."하고 의견을 조용히 말하는 것이 원만한 방법이 된다. 사교상 대
화란 논
쟁 없이 항상 즐거운 상태로 계속하는데 중요한 의미가 잇는 것이다.
어려운 상황이라 해서 화를 내고 무례하게 행동하면 결국 얻는 것은 없다. 조용히 예
의 바
르게 자기 주장을 말하면, 주어진 장면에서 비록 효과가 없더라도 좋은 여운을 남기게
된다.
이런 경우 존경을 받을만한 말을 남기게 되면 훗날 결실되는 씨앗을 뿌린 결과가 되기
도 한
다. 또 음성의 크기를 적절히 억제하고 평정을 잃지 않도록 하면 노여움과 경멸의 큰
소리
를 내기보다 한층 효과적일 것이다.
무엇을 논의하는 도중 자신이 모순에 빠지거나 혹은 상대편 주장이 우세하고 이쪽 잘
못이
지적되었을 경우, 자기 잘못 인정하기를 꺼리거나 부끄러워해서는 안된다. 한두 가지
논점을
양보하는 것은 의논 전체의 포기가 아니다. 포기하면 완전 패배이다. 어떻든 아는 체
하지
않고 또 외고집 부리지 않는 것으로 주위의 존경을 받게 될 것이다. 사고 방식이나
개인적
기호에 관한 것으로 무리하게 버텨서는 안된다.
"저는 이렇게 생각해요." 라든지 "취미나 신념은 다 다르나 제 생각은``````."하고
말하면 권
위를 휘두르거나 고압적인 자세를 보인 것보다 분위기가 훨씬 부드러워진다.
그 밖의 사교모임의 대화에서 주의할 점은 다음과 같다.
1) 불쾌한 화제는 피한다 좌중 누군가를 당혹시키거나 불쾌하게 만들 우려가 있는
화제
는 피한다. 주어진 장면의 누가 불쾌히 여기는 화제를 남이 꺼냈을 경우, 얘기를 딴
방향으
로 돌리든지 문제를 딱 잘라 다른 것으로 바꾼다. 이쪽이 주의 못하고 누구에겐가 고
통스런
화제로 얘기가 시작되면, 실례라 말하고 화제를 바꾼다. 아무리 분위기가 좋은 모임
이라도
어느 특정인을 크게 당혹시키는 말을 해서는 안된다.
2) 청각 장애가 있을 때 귀가 부실한 경우 주저하지 말고 이 사실을 상대에게 알려
주도
록 한다. 상대편 얘기를 반복시키기보다는, 큰 소리로 말해 달라고 분명히 부탁하는
것이 예
의이다. 청각 장애가 현저하면 꼭 보청기를 쓴다. 보청기에 의존하는 일이 이제 그렇
게 흉
될 것 없다. 안경 쓰는 것을 대부분 부끄러워하지 않는 것과 같다고 하겠다.
3) 외국어로 우쭐대지 않는다 외국어에 능통하여 그 나라 사람들과 자유로이 말할
수 있
고, 읽을 수 있다면 매우 훌륭한 일이다. 그러나 외국어 지식을 아무데서나 우쭐대
보이는
것은 세련되지 못하고 풋내나는 일이다. 또 어려운 문구나 고전 인용을 자주 해서는
안된다.
그것은 마치 무엇을 얘기할 때에 툭하면 상투어나 속담을 꺼내는 것처럼 배려가 부족
한 인
상을 남에게 준다. 되도록 국어를 유효하게 쓰도록 몸에 익히면, 단지 멋을 부려 보이
는 문
구로 외형을 꾸미기보다 한층 능변이 될 것이다.
4) 난체하지 않는다 상대가 아무리 자기보다 못한 처지에 있는 사림이라도, 대화에
임해
난체하지 않게 조심해야 한다. 쓸데없는 우월감은 삼갈 일이다. 자기도 모르는 사이에
교양
이 낮은 사람이나 문화적으로 혜택을 받지 못한 사람에게 예상외로 거만한 말씨나
행동이
나타나는 수가 있다.
"이 점 모르시는 것 같아 자세히 설명 드리겠어요."하고 말하면 상호 반목의 벽만 쌓
일 뿐
이다.
자기 전문 분야에서는 쓰지만 일반적으로 쓰지 않는 전문용어는, 그것을 모르는 사람
과 대
화할 때는 가급적 쓰지 않아야 한다. 상대편이 구체적인 설명을 부탁하면 당연히 정
중하게
알기 쉽게 설명한다. 그러나 어떤 나이, 어떤 지위에 있는 사람이든 상대를 낮춰 말
해서는
안된다.
5) 젊은 청중에게 말할 때 대학이나 고등학교의 젊은 학생들 모임에서 말할 때 미
리 염
두에 둘 점은, 나이든 사람은 지나간 사실을 기억하고 있어 매우 자연스럽게 그것을
떠올리
지만, 학생들은 설명을 덧붙이지 않으면 어떤 의미인지 모를 수 있다는 것이다. 가령
'815해
방' 전후의 일들이나 '625전쟁' 당시의 이야기를 해도, 학생들은 태어나지 않았을 때
의 일이
므로 잘 이해하지 못할 것이다. 따라서 이런 경우에는 설명을 충분히 덧붙여 주어야
한다.
설명이 부족하면 내가 말하고자 하는 요지가 상대에게 잘 전달되지 않는다.
6) 모임에서의 금기사항 아무리 대화가 무르익어도 그 분위기가 소란스러워서는 안
된다.
음성 크기는 상대편에게 들리 정도로 해야지, 다른 사람들이 귀를 돌리게 해서는 안된
다.
누가 말한 것임을 말하지 않고 남의 의견이나 신경 쓰이는 문구를 인용해서는 안된
다. 그
러나 꼭 인용 가치가 있는 이야기라면 반드시 그 출처를 밝히고 말해야 한다.
남성은 한번 만난 여성을 이름으로 불러서는 안된다. 여성이 그래도 좋다고 할 때까
지 기
다린다. 여성이 그것을 말하지 않으면 항상 'OOO여사'나 OOO씨'와 같이 존칭을 붙여야
한
다.
상대편의 문법이나 발음의 잘못을 남 앞에서 지적해서는 안된다. 제삼자가 없는 때라
하더
라도, 상대편이 자기 자녀나 학생이 아니면 그렇게 말하는 것은 경솔하다. 고의로 모
범을 보
이듯 아는 체해서는 안된다.
지나치게 겉치레 말을 해서는 안된다. 정도가 지나치면 무의미해진다. 상대가 겉치레
말을
하면 겸허한 자세로 자기에게 그런 자격이 없다고 잘라 말하지 말고, 다만 감사하다는
말로
받는 것이 좋다. 말을 계속하기 위해 요령 부득의 얘기를 지껄여서는 안되고, 모르는
것을
아는 체하지 않는다. 또 화제가 되고 있는 최근의 베스트셀러를 읽었느냐는 질문을
받으면,
아직 읽지 못한 때에는 변명하지 말고 솔직히 읽지 않았다고 말해야 한다. 질문 받고
답을
모르면 우물쭈물하지 말고 분명히 모른다고 말하는 것이 좋다.
가능하면 대화를 불유쾌하게 끝내지 않는다. 되도록 불일치의 것은 대화에 끌어들이
지 않
아야 한다. 이쪽 노력에도 불구하고 대화가 곤란해진 경우, 상대와 헤어지기에 앞서
최소한
몇 분간은 부드럽게 하여 그것을 해결하도록 노력한다. 성바오로는 '에베소인에의 편
지' 중
에서 현명하게도 "화를 낸 채로 해가 저물게 해서는 안된다"고 썼다.
사교적 모임에서 쑤군거리든지 옆에 바싹 붙어 얘기하든지 해서는 안된다. 또 여럿이
모여
얘기하는 중 남이 있는데 단 한사람과 길게 개인적 얘기를 해서는 안된다. 세 사람이
모였
을 때, 다른 둘이 무엇인가 개인적 얘기로 무아경이 되면 정중히 사과하고, 그 장면에
서 벗
어나도록 한다. 그리고 남의 애기를 엿들어서는 안된다.
7) 헤어질 때의 인사 대부분의 모임에서 특히 젊은이는 연장자인 주빈보다 먼저
일어서
거나 헤어지기를 제의해서는 안된다. 그것은 큰 실례가 되기 때문이다. 또 자신이 주
빈일 경
우에는 기회를 보아서 일어서는 것이 손님에 대한 배려가 된다. 그래야만 다른 손님들
이 헤
어지든 더 있든 무례하다고 생각지 않는다.
또 헤어질 때는 반드시 인사를 예의 바르게 정중하고도 간단히 한다. 어떤 사람은
헤어지
는 인사를 수다를 떨면서까지 길게 하는데 이는 꼴불견이다. 헤어지는 인사는 간단해
야 한
다. 가장 간단한 것은 "안녕히 가세요."나 "안녕히 계세요."이다. 한밤의 모임이면 "
살펴 가
세요", "편히 쉬세요". 도 좋다.
어느 쪽이든 간단하면서도 적절하다고 하겠다.
3. 정찬 때의 스피치
조찬회, 오찬회, 만찬회 때, 식후에 하는 의례적인 연설을 식후 연설 또는 정찬 연
설이라
고 한다. 이를 흔히 테이블 스피치라고 하는데 이는 잘못 쓰여진 말이다.
정찬 연설의 화제는 참석자 사이에 친숙하고 명랑한 분위기를 조성하여 그 모임의 목
적에
맞도록 선택한다. 말하는 이는 호의와 흥미가 가득한 이야기를 간결하게, 정해진 시간
안에
끝내도록 해야 한다. 더욱이 호화스런 만찬회일수록 참석자는 졸음을 참기 어려우므로
졸음
을 깨우는 유머러스하며 쾌활한 이야기가 필요하다. 다음에 정찬 연설을 능숙하게 할
수 있
는 요건을 들어본다.
1) 이야기 장면이나 분위기에 맞는 화제를 선택한다. 연회 분위기를 깨는 내용의 이
야기를
해서는 안된다. 그런 사람의 이야기를 듣는 것처럼 지겨운 일은 없다.
2) 말하는 이의 이야기를 분명히 들을 수 있게끔 특히 주의한다. 정찬연설에 있어서
공통
되는 난점은 말하는 소리가듣는이들에게 잘 들리지 않는 점이다. 연회장은 음향 효과
가 좋
지 않은 것이 보통이다. 식기 부딪치는 소리, 옆사람과 소근거리는 소리 등 소음이 많
은 가
운데 뒤돌아 앉아 있는 손님도 있다. 이런 상황에서 말하는 이는 모두가 듣도록 특별
한 노
력을 기울일 필요가 있다.
3) 생기있고 낙천적일 것, 즐거운 사실을 말하고 유쾌한 표정으로 말하는 것이 중
요하다.
언제나 건설적인 의견을 말하며 부정적인 의견은 말하지 않는 것이 상식이다. 말하는
이가
정열적으로 말함으로써 듣는 이는 긍정적인 마음이 피어나고 또한 인간미가 풍부한
친밀감
을 느끼게 해주어야 한다.
4) 향토색을 풍부하게 한다. 참가자가 잘 알고 있는 친밀감 넘치는 사실과, 말하는
이의 이
야기를 연결시키고, 특히 참석자 중의 유명한 사람의 이름을 들어 언급하면 듣는 이에
게 친
밀감을 더할 수 있다.
5) 구체적인 이야기를 한다. 추상적인 것이나 알지도 못하는 내용을 길게 말하는 것
은 듣
는 이를 싫증나게 한다.
6) 이야기를 할 때는 가급적이면 빠른 속도로 말한다. 이 이야기는 매우 재미있다는
전제
를 해서는 안되고, 또 자신이 매우 선량한 사람이라는 듯이 말해서는 안된다. 말하는
이가
잘난 체하는 것처럼 흥을 깨는 것도 없다. 또 이미 널리 알려진 농담이나 유머를 지
각없이
하는 것은 효과적이지 않다. 그처럼 퇴색한 말들이 오히려 흥을 깬다는 사실을 명심해
야 한
다.
7) 아무리 자기 주장이 있더라도 큰 소리를 친다거나 지나친 잔소리를 해서는 안된
다. 그
것은 즐거운 만찬회의 분위기를 깨기 쉽기 때문이다.
8) 정해진 시간 내에 이야기를 마친다. 전체의 프로그램을 고려하여, 시간 내에 이
야기를
요령껏 끝맺어야 한다. 여러 사람의 돌아가는 시간이 늦어지지 않도록 각별히 마음써
야 할
일이다.
17 좌담회에 나갔을 때의 화법
현대생활에서는 좌담하는 모임에 나갈 기회가 종종 있다. 두 사람이 마주하며 말하
는 것
을 대담이라 하고, 셋이 앉아서 하는 이야기를 정담이라 하고, 그저 부담 없이 몇이서
정답
게 이야기하는 것을 간담이라 하고, 또 몇 사람이 둘러앉아서 자기 생각을 거리낌없이
자유
롭게 이야기하는 것을 방담이라고 한다.
좌담회는 적어도 5,6명 이상 많게는 14,5명 정도까지, 마주 자리를 잡고 앉아서 한
두 가지
의 주제를 가지고 상호간의 의견을 나누는 모임이다. 그러므로 그 분위기는 자유로워
야 하
고 각자의 의견을 충분히 나타낼 수 있어야 한다.
근자에 보면 방송, 신문, 잡지 등에서 하는 유명인사들의 좌담회, 동업자끼리 공동
과제를
주제로 한 비즈니스 좌담회, 또 아파트에 사는 이웃사촌이 되는 주부들의 생활문제
좌담회
등을 비롯하여, 각계 각층의 여러 가지 좌담회가 있다. 그와 같은 유익한 좌담회에
나가서
어떻게 말하며 어떻게 행동하는 것이 좋을까를 생각해 보고자 한다.
1. 좌담할 때에 꼭 지켜야 할 사항
우리가 좌담할 때 다음과 같은 마음가짐은 어떤 경우에도 적용될 수 있으므로 잘 활
용해
야 할 것이다.
1) 말하기를 독점해서는 안된다 좌담의 참된 의미는 자유로운 의사교환이다. 때문
에 혼
자 말만 내세우는 것은 좌담이 될 수 없다. 혼자 말만 내세우는 것은 연설이나 강연이
지 좌
담에서는 있을 수 없다. 그런데 좌담에서도 청산유수로 끝없이 혼자만 말하고 상대편
은 입
도 못 열게 하는 사람이 있다. 그래서는 안된다.
그런 사람일수록 상대의 입장이나 생각은 고려하지 않고 오직 자기만이 떠들어대면
만족하
는 것이다. 사람은 남의 이야기만 듣는 것이 아니라, 자기도 무엇인가 말하고 싶은 것
은 누
구에게나 있는 자연스러운 욕구인 것이다.
그런데도 계속 혼자만 말한다고 하면 그 모임은 어떻게 되겠는가? 또 말하기를 독점
하는
사람일수록 남의 이야기를 중도에 곧잘 끊기도 한다. 누구도 이런 사람과는 두 번 다
시 모
임에 나와서 이야기하려 하지 않을 것이다.
2) 침묵으로 일관해도 안된다 시종일관 침묵하는 사람이 있다. 아무리 이쪽이 열심
히 말
해도 그 말을 알아듣는지 어떤지 한마디 대꾸도 없이 그저 침묵하기만 한다. 그래서
무슨
근심 걱정이 있는가 생가가혹 물어보면,
"뭐 별로 그런 건 없습니다``````." 하고 대답한다. 그러면 무엇에 대해 노하고 있는
가고 물
어봐도 전혀 그런 일은 없다.
아무리 흥미 있는 이야기를 해도 시큰둥한 표정을 짓고 있다. 이같이 뚱한 사람을
상대로
하기보다는 오히려 벽을 향해 말하는 편이 낫다. 이처럼 극단적인 사람은 하루 속히
그 나
쁜 버릇을 고쳐야 한다. 그렇지 않으면 여러 사람이 모이는 좌담에 참석할 자격이 없
는 것
이다.
3) 뽐내지 말아야 한다 남이 보는 앞에서 뽐내는 것은 사실 흉하다. 누구라도 뽐내
보여
서는 안된다. 그러나 세간에는 사람을 응대할 때 지나치게 뽐내는 사람이 있다. 이런
사람을
보고 어느 심리학자는, 그것은 자기의 열등의식을 감추려는 행동이라고 지적했다. 이
같이 좋
지 않은 성벽을 지닌 사람은 스스로 반성하며 빨리 고쳐야 할 것이다. 좌담회에서도
이 같
은 사람은 간혹 볼 수 있다.
4) 겉치레 말은 요령 있게 해야 한다 겉치레 말이 있다. 사교적인 입장에서는 어느
정도
필요한 말이다. 결코 부정적으로만 볼 것이 못된다. 말하자면, 이른바 이야기 속의 감
미료라
고 할 수 있다.
사람은 누구나 결점이 많으므로 그것을 느낀 대로 말해서는 이 세상을 살아나가기가
힘들
다. 따라서 어느 정도의 겉치레 말은 필요한 것이다. 겉치레 말은 쓰기에 따라 상대를
기쁘
게도 하고 또는 싫어하게도 하기 때문에, 요령 있게 쓰기란 매우 어렵다. 그래서 겉치
레 말
을 잘 하려면 결코 상대편이 겉치레 말을 겉치레로 느끼지 않도록 해야 한다.
본래 좌담에서는 겉치레 말이 없어야 바람직하나, 실제의 경우는 그렇지 않으므로
적절히
써야 할 때가 있다.
5) 독설은 금물이다 이야기의 감미료와는 달리 일종의 조미료로서 독설, 즉 험구가
있다.
이것도 쓰기에 따라서 좋을 때가 있으나 겉치레 말 이상으로 그 활용이 매우 어렵다.
한마
디로 험구니 독설이니 하지만, 풍자, 핀잔, 야유, 비판, 충고, 배격, 냉소, 조롱 등
의 여러 가
지 유형이 있다. 이것이 조화되고 혼합되어서 경우와 장면에 따르는 것이므로 반드시
적합
하다, 부적합하다 또는 필요하다, 불필요하다고 간단히 말할 수는 없다.
물론 처음부터 악의를 품은 험구는 이른바 악담이니 문제 외로 한다. 또 좌담회에
참석하
지 않은 사람에 관한 험구는 삼가야 한다. 그러나 다분히 유머가 섞인 풍자나 야유 등
은 좌
담 자체를 한층 윤기 있게 해주는 수도 있다. 이 같은 험구는 겉치레 말 이상으로
상대를
기쁘게 해준다. 사이좋게 개들은 얼핏 보기에 심히 싸움을 하듯이 서로 물어댄다. 이
화 흡사
하게 사이좋은 사람끼리는 자칫 험구를 해대고 싶은 것이다. 그렇다 해도 상대가 싫
어하는
급소는 피해야 한다.
어떠한 경우에도 상대편에게 피해를 주는 독설이나 험구는 하지 않는 것이 현명하다.
6) 한탄은 삼가야 한다 자기가 당하는 역경이나 고통을 친한 사이에서 터놓고 말하
는 것
은 누구나 하는 일이다. 그러나 세상에는 남과 만나기만 하면 한탄부터 늘어놓는 사람
이 있
다. 마치 그것밖에는 딴 화제가 전혀 없다는 듯이 항상 불평 불만 고통 등을 말한다.
이렇게
되면 듣는 쪽은 분명 싫증을 느끼므로 한탄하는 사람을 경원하게 된다.
한탄은 남성보다는 여성 쪽이 많이 한다고 하면 편견일까? 아무튼 한탄스럽게 말하는
남자
는 남자답지 않고, 여자 또한 한탄을 자주 하게 되면 그 인품이 떨어지고 만다. 그러
기에 한
탄조의 말은 어떤 경우에도 탐탁하지 않다. 따라서 이야기 중에 꼭 한탄을 해야 할 일
이 있
을 때는 약간의 정도로 그치는 것이 좋다. 약간의 한탄은 애교도 있고 동정을 받을 수
도 있
다. 요컨대 한탄만을 내세우지 않도록 주의할 일이다.
7) 자랑하지 않는다 아내 자랑, 자식 자랑, 집 자랑, 그리고 재산이 없다고 말하
면서 은
근히 하는 재산 자랑, 그리고 또 말하지 않아도 좋은, "나는 인류의 모대학을 나왔지
``````."
혹은, "그 유명한 아무개가 나의 친척이지``````."등 자기 자랑을 하는 사람이 있
다. 그러나
이런 자랑을 분별없이 한다면 누구도 그런 사람을 상대해 주지 않을 것이다. 아무리
훌륭한
이야기를 해도 자기 자랑이 섞이면 그 인상은 플러스, 마이너스, 제로가 되어 그 사람
은 경
멸받게 된다.
자랑에는 여러 가지가 있다. 속이 들여다보이는 즉흥적인 것이 있는데, 이런 것은 문
제되지
않는다. 또 그 중에는 세상사 어떤 일이든 자기 생각대로 안되는 것이 없다고 생각하
는 사
람이 있다. 이런 사람은 누구도 좋아하지 않는다.
그런 자랑보다는 자기가 역경을 이겨낸 이야기나, 실패에서 성공한 이야기 같은 것을
약간
자랑스럽게 하는 것은, 좌석의 흥취를 돋굴 뿐 아니라, 이야기의 내용에 따라서는 듣
는 사람
에게 감명을 줄 수도 있다.
아무튼 "자랑 끝에 불붙는다.", "자랑 끝에 쉬 슨다."는 우리 속담이 말하듯이, 그런
결과가
되지 않도록 자기 자랑은 하지 않는 것이 좋다.
8) 거짓말을 해서는 안된다 어떻게 된 영문인지 세상에는 무엇이나 과장하지 않으
면 견
디지 못하는 성미의 사람이 있다. 또 허풍이라는 말이 있지만, 허풍을 크게 떠는 사람
을 잘
관찰하면 기가 약한 사람의 경우가 많다. 허풍스런 사람은 가련한 사람이라 생각해도
좋다.
거짓말이나 허풍, 어느 것도 일종의 사위 운동 같은 것이나, 그 중에도 성격적으로 거
짓말이
나 허풍을 떠는 사람이 있으므로 주의해야한다.
거짓말이나 허풍은 진실성이 없으므로 지나치게 과장해서 말하는 사람은 아무도 신
뢰하지
않을 뿐 아니라, 그 인격 또한 조잡해진다. 더구나 이것이 상투수단쯤 되면, 그 사람
이 아무
리 진실을 말한다 해도 그것을 진실로 받아 주지 않기 때문에, 그 사람은 영락없이
거짓말
쟁이가 되고 만다.
그리고 어느 때 어느 경우이든 최상급의 표현을 쓰는 것이 습관처럼 되어 있는 사람
도 있
다. 이야기를 흥미 있게 들려주기 위한 의도인지, 아니면 이야기에 흥미를 준다고 생
각해서
인지는 모르나 이것 역시 역효과를 가져오기 쉽다. 최상급의 표현은 존처럼 써서는
안된다.
이것을 아무 생각 없이 쓴다면 그 이야기는 흥미를 주지 못할 뿐 아니라, 말하는 사람
의 정
신상태를 의심받을 염려마저 있는 것이다.
9) 아는 체하지 않는다 무엇이나 아는 체하는 사람이 있다. 몇 사람이 모여 이야기
를 하
면 그 중에는 꼭 아는 체하는 사람이 있는데, 이 같은 사람은 남에게 환영받지 못한
다. 물론
아는 체하는 것도 정도가 가벼우면 때로 좌담을 흥미 있게 하는 경우가 있으나, 정도
가 지
나치면 좌담 참석자에게 괴로움을 안겨 주기 쉬우므로 주의할 일이다.
10) 찬성과 반대 한마디 말도 듣기에 따라서는 그 뜻을 여러 가지고 생각하고, 여
러 가
지로 새겨볼 때가 많다. 이를테면 하나의 사실이나 현상 또는 경향을 소재로 할 경우,
이것
을 바탕으로 견해, 의견, 논평이 화제가 되기도 한다. 좌담은 토론회가 아니나 왕왕
좌담 내
용이 토론적일 때가 있다.
또 토론까지는 안가더라도 견해, 의견, 논평쯤 되면 자연히 이에 대해 자기의 견해
의견 논
평을 말하지 않으면 안되게 된다. 그렇지 않으면 모임이 되지 않기 때문이다. 여기서
찬성과
반대가 제기되는 것이다.
그렇데 상대가 무엇을 말해도 닥치는 대로 찬성하고 동의하는 사람이 있다. 원칙적
으로는
자기 의견에 찬성해 주는 것이므로 처음에는 기쁜 반응을 얻을 수 있다. 그러나, 늘
그렇게
무턱대고 찬성하는 사람은 점차 신용을 잃게 되어 상대에게 아무런 감흥을 주지 못하
게 된
다.
무엇이든 찬성한다는 것은 상대자에게 아무 의견이 없거나, 아니면 속 검은 사람이거
나 그
중 어느 하나일 때가 많다. 그러므로 그런 사람으로부터 찬성을 받아도 그렇게 고마울
것이
없게 되는 것이다.
또 이와는 반대로 상대편 의견에 대해 무엇이든 닥치는 대로 반대하는 사람이 있다.
동이
라면 서라 하고, 서라면 동이라 한다. 이는 앞서 말한 독설과도 일맥상통한다. 그러
나 어쩌
다 반대를 받아 그 사람의 진실한 반대 의견을 듣고 보면 고맙기도 하고 크게 친숙감
을 느
끼는 사람도 있다. 그런 사람과는 이내 친할 수도 있다.
그런데 언제 어디서 어떤 문제이든 일일이 문제 삼고 반대의견만 편다면, 대부분의
사람들
은 그 사람만 보면 얼굴을 찌푸리게된다. 대개의 문제에는 원만하게 의견을 나누면 몇
몇 의
견이나 견해가 성립된다. 때문에 찬성론, 반대론 그리고 중립론도 가능하다. 이때 주
의할 점
은, 무엇이든 찬성, 반대로만 생각하고 있을 처리하는 것은 일종의 넌센스가 되기 쉽
다.
어떻든 말을 진실하게 하고 알맹이가 든 좌담을 하고 싶으면 참석자 개개인이 자주성
에 입
각해 분명하게 자기 의견을 말해야 한다. 찬성이든 반대이든 본심에서 나온 말을 하면
이것
이야말로 참된 모임이 될 것이다.
2. 좌담회의 사회자가 해야 할 일
너댓 사람으로 시작하는 좌담이라도 자연 이야기의 주도권을 잡는 사람이 있다.
그것이
부담 없는 좌담이라 하더라도 갈래가 둘로 나뉘면 흥미가 깨지기 쉽다. 그래서 모임을
이끌
고 갈 사회자가 필요한 것이다. 사회가 없으면 좌담이 중단되기 쉽고 이야기가 일관된
방향
으로 나가지 않게 된다. 5, 6명 이상이 모이는 경우이면 사회자 없이는 도저히 줄거리
를 갖
춘 좌담을 진행할 수 없다.
좌담회는 출석자의 인선에 주의하지 않으면 안된다. 또 출석 예상자 중에는 '옳지,
이번에
모이기만 해봐라. 한번 크게 혼내 주겠다.'고 별르는 사람이 있을지도 모른다. 이 같
은 사람
은 될 수 있으면 나오지 않도록 해야 한다. 또 하나 좋지 않은 것은 이처럼 어떤 저의
를 가
진 사람이 출석하게 되면, 주위를 살펴볼 겨를이 없이 혼자만 이야기를 독점하려 든
다. 그래
서 출석자의 인선이 필요한 것이다.
강연회나 세미나 등의 사회자가 그 나름의 형식이나 방법이 있듯이, 비록 규모는
작지만
좌담회의 사회자도 그 방법과 요령은 알차게 준비해야 한다. 다음에 좌담회 사회자가
해야
할 일의 요점을 적어 본다.
1) 사회자의 기본 자세 사회자는 처음부터 끝날 때까지 모임을 주관하되, 어떤 경
우에도
누구의 편이 되어서는 안된다. 이것은 사회자가 명심해야 할 가장 큰 기본조건이다.
따라서
사회자는 자기 주장을 내세우지 않아야 하고, 겉멋을 부리는 행동을 해서는 안된다.
사회자
는 어디까지나 참석자의 다양한 의견에 귀를 기울이면서, 참석자 전원이 협력하는
모임이
되게 최선을 다해야 한다.
2) 출석자 인선을 신중히 한다 좌담회를 앞두고 출석자를 주최자 측에서 선정하
는 경
우, 사회자도 여기에 참가할 필요가 있다. 그것은 좌담회의 성격과 참석자의 범위를
미리 알
아서, 거기에 대한 여러 가지 계획을 세우기 위해서이다. 이때 사회자는 저쪽에서 묻
지 않는
이상, 인선 문제에 왈가왈부해서는 안된다.
3) 사이가 나쁘거나 의견이 상충되는 사람은 피한다 좌담회는 토론회가 아니므로,
의견
이 상충되는 사람은 곤란하다. 토론회라면 아무리 주의 주장이 다른 사람이라도 토론
회에서
맞서면 되겠지만, 좌담회에서는 그런 일이 있어서는 안된다. 또 사이가 나쁜 사람을
모아놓
으면 좌담회가 깨질 염려가 있으므로 가능하면 이런 사람은 피하는 것이 좋다.
4) 결론이 필요한지의 여부를 미리 생각해 둔다 좌담회는 어떤 목적을 갖는다기
보다,
상호간의 의견을 말하는 대화의 장이므로 처음부터 따로 결론을 생각할 필요는 없다.
그런
데, 때로는 아무리 갑론을박해도 결론이 나올 것 같지 않은 문제가 중심 화제로 되는
경우
도 있다. 이러한 경우, 사회자는 얼른 상황 판단을 해야 한다. 그리고는 어떤 결론
을 내야
할 문제 같으면 그 방향으로 이야기를 모아야 한다. 그렇지 않고 그 일로 해서 모임의
분위
기가 어지러워지면 적당하게 시간을 앞당겨서 모임을 마치게 한다.
5) 시간을 분명하게 잘 배분한다 좌담회는 보통 지루할 정도로 긴 시간이 소요되
지 않
는다. 30분 정도의 짧은 것도 없지만 또 3, 4시간 걸리는 긴 것도 없다. 대개의 경우
한시간
은 좀 넘게 두 시간쯤 걸린다고 보면 된다. 모임이 시작되고 이야기가 무르익으면 한
두 시
간은 어느새 지나가 버린다. 가령 12명이 출석해서 한사람이 2분씩 말하게 되면 그것
만으로
도 24분이 걸린다. 그러므로 시간 배분을 잘 하지 않으면, 참석은 했지만 말은 제대로
다하
지 못하는 사람이 있게 된다.
6) 이야기가 궤도를 벗어나면 곧 바로 잡는다 좌담회 출석자 중에 잘 떠드는 사람
이 있
어, 흔히 여담이라 전제하고는 본론과 직접 관계없는 이야기를 장황하게 하는 사람이
있다.
이 때문에 이야기 줄기가 엉뚱한 방향으로 빗나가게 된다. 이때 사회자는 상대편에게
주의
를 환기시키면서, 여담을 중지시키고 이야기를 본궤도로 올려놓아야 한다. 이런 경
우, 사회
자는 상대편에게 호감을 주듯 재치 있는 말로써 일깨워 주어야지, 무안을 주듯이 말
해서는
안된다.
7) 참석자 모두가 말하게 한다 좌담회는 상호 대화를 하기 위한 모임이므로 참석
자 누
구나 모두 말을 하게 되어야 한다. 전체 참석자가 골고루 발언하는 것이 이상적이겠지
만, 실
제로는 좀처럼 그렇게 되지 않는다. 그래서 사회자는 참석자 모두가 발언하도록 이끌
지 않
으면 안된다.
사람에 따라서는 30초 발언으로 그치는 사람이 있는가 하면 5분씩이나 발언하는 사람
도 있
을 것이다. 사회자는 참석자 수와 시간을 잘 가늠해 보아서 한사람의 발언 시간이 어
느 정
도면 좋겠는지를 정해야 할 것이다.
좌담회에서 가장 어려운 것은 과묵한 사람에게 적극적으로 발언시키는 일과, 잘 떠드
는 사
람의 이야기에 브레이크를 적당하게 거는 일이다. 바로 여기에 좌담회 사회자의 수완
이 걸
린 것이다 해도 좋을 것이다.
8) 예정시간 3분의 2 경과할 때, 주제를 정리한다 결론을 내야하는 좌담회라면
대체로
예정시간 3분의 2, 즉 1시간인 경우 40분 경과한 때, 2시간인 경우는 1시간 20분 경과
한 때,
주제를 되도록 좁히고 마침내 결론을 내리는 방향으로 유도해 나가야 한다. 그러면서
사회
자는 모임을 마치는, '사회자의 인사말'을 머리 속으로 준비해야 한다.
이를테면, "오늘의 모임은 매우 유익했다고 생각됩니다. 앞으로도 여러분을 모시고
이러한
모임이 자주 있기를 희망합니다. 부디 건강하시기를 빕니다." 이럴 때의 인사말은
길지 않
게, 깔끔할수록 좋다.
이상 사회하는 요령을 살펴보았다. 여기서 알 수 있듯이 사회란 매우 힘들고 어려운
일로,
사회를 잘하기까지에는 많은 경험과 자기 노력이 필요한 것이다.
18 여성의 말씨와 남성의 말씨
1. 목소리가 제대로 나와야 한다.
여성답다고 하면 모든 방면에서 아름답고 고와야 할 것이고, 남성답다고 하면 아
무래도
보다 씩씩하고 박력이 있으며 활기찬 맛이 따라야 할 것이다. 그러므로 여성의 말씨라
고 하
면 우선 아름답고 고운 말씨를 생각하게 된다.
그러면 목소리부터 이야기해야 될 것 같다. 목소리는 타고난 것이기 때문에 중언부언
설명
이 필요하지 않지만, 남자처럼 괄괄한 목소리를 갖고 태어난 일부 소수의 여성을 제
외하고
는 대체로 모든 여성은 아름다운 목소리를 지니고 있다. 남성에 비해 여성의 목소리는
우선
톤이 가늘고 피치가 높은 것이 일반적인 특징이다.
목소리를 곱게 간직하는 데에는 여러 가지 방법이 있지만, 첫째는 심신의 건강관리
를 잘
해야 한다. 건강한 몸에서 아름다운 목소리가 나오기 때문이다. 사람이 병약하면 목소
리부터
가 우선 이지러진다.
둘째는 숙면이다. 잠을 잘 자고 나야 목소리가 잘 나온다. 간밤에 잠을 잘못 잤든가
잠을
설치게 되면 이튿날 목소리가 잘 나오지 않거나 탁하게 나오기 마련이다. 잠을 잘 자
는 것
이 목소리를 아름답게 유지하고 건강하게 관리하는 데 매우 중요한 구실을 한다.
셋째는 목욕이 좋다. 샤워 정도로 그치는 목욕이 아니라 온탕에서 하는 목욕이 좋다.
자신
의 음성이 가장 최상의 상태인 때는 뜨거운 탕에서 목욕하고 난 바로 다음이다. 그
러므로
음성 관리에 신경을 많이 쓰는 이들은 뜨거운 목욕을 자주 하는 습성이 있다. 그리고
언제
든 음성을 많이 쓰고 목이 피로할 때는 곧 목욕하는 습관을 몸에 붙이는 것이 음성
관리의
한 방편이라 하겠다.
넷째는 음성이나 성대를 혹사하지 않는 일이다. 성대를 혹사하면 음성이 나빠진다.
학창시
절 학생회간부로 뽑혀 음성 관리를 잘못하여, 일생을 두고 음성이 나쁜 상태를 면치
못하는
사람을 주변에서 이따금 본다 불필요하게 고성이나 대성으로 소리치든가 말하든가 노
래함으
로써 자심의 음성이 탁성이 되어서야 어찌 바람직한 일이라 하겠는가.
이런 점에 있어서는 남성도 다르지 않다. 남성 역시 성대를 혹사하면 생애를 두고
탁해진
자신의 음성을 원상으로 되돌리기가 거의 불가능하다. 특히 목소리를 통하여 수많은
신도들
에게 강론, 설교, 설법하는 성직자나, 학교 교사들 중에서 이 같은 예를 찾기가 쉽
다. 학교
교사 가운데 체육을 담당하는 교사는 이 같은 현상이 두드러 진다. 많은 수의 학생을
대상
으로 운동장에서 연일 큰 소리로 구령하기 때문이다. 여성의 경우 이점에 더욱 신경
써야할
일이다.
다섯째, 일시적이나마 음성이 탁해졌거나 음성이 뜻대로 잘 표출되지 않을 때 우리는
어떤
대책을 강구할 수 있을까? 방송인의 경우, 방송 전에 음성 상태가 좋지 않으면 '용각
산'이나
'사포날'같은 약을 복용하는 일이 있고, 이른 아침 방송을 담당하면 좀 드문 일이지
만 소금
물로 목젖을 축이는 수가 있다. 몹시 피곤하여 구강 근육이 부드럽지 않을 때 부득이
껌을
씹어 구강 근육 운동을 가볍게 하고 긴장을 풀어 주는 때도 있다. 그러나 정도가 심하
고 목
이 쉰 때는 오미자차에 꿀을 타 마시거나 이른 아침 공복에 날계란을 먹는 일조차 있
다. 가
능하면 목욕하고 일시나마 숙면을 취하는 것이 음성 관리에서 가장 효과적인 방편이
라 본
다.
2. 돈을 아끼듯이 말도 아껴써야 한다
여성의 말씨와 남성의 말씨에서 두 번째 기준으로 꼽을 수 있는 것은 말수라고 생각
한다.
'수다떤다'고 하면 남성을 가리키기보다 여성을 가리키는 말이라 머리에 떠올리게 된
다. '말
이 많다'를 경계해 이르기를 "말 많은 집은 장 맛이 쓰다", "말이 많으면 반드시 실
언이 있
다"고 속담에 일렀다.
여성다운 말씨와 직접 관련되는 바 아니지만 우선 여성은 말수를 줄일 필요가 있지
않나
싶다. 평소에 우리가 돈은 아껴 쓸 줄 알면서 말은 아껴 쓸 줄 모르는 사람이 많은 것
같다.
사실 돈보다 다 아껴야 할 것이 말인줄 안다. 통화가 팽창하면 통화가치가 떨어지듯이
말이
많으면 역시 말의 가치가 떨어지는 것이다. 수다떠는 것이 일상 여성의 말씨에서 맴도
는 특
징의 하나라 하지만, 적어도 교양 여성에게서는 이점 지적하기 힘들어야 할 것으로 안
다.
말은 아끼고 말은 하되 일단 체로 한번쯤 걸러야 할 것이다. 외국 가요에 "대답하기
전에
두 번쯤 생각하라"는 말과 같은 맥락으로 말할 수 있겠다.
일반적으로 말수가 많은 것이 여성이라 하나, 이는 좋은 의미가 아니므로 되도록
말수를
줄이는 것이 여성다움을 갖추는 지름길의 하나가 아닐까 한다. 그러나 물론 예외는 있
다. 꼭
할말은 해야 한다.
또 남과의 대화에서 말하기보다 간간이 응대 말을 조화 있게 보내는 것이 더 좋을 때
가 있
다. 이따금 질문도 하면서 상대편 이야기에 적극 귀기울여 경청하는 것이 예의바른 교
양 있
는 화법이라 하겠다.
3. 조작된 말투는 득보다 실이 많다
다음에 거론할 것은 말투이다. 어떤 이는 아름다운 말투에 지나치게 집착한 나머지
말투
를 꾸미는 경우가 있다. 텔레비전 탤런트 중에 어떤 이는 말투를 꾸미는 것 때문에
용모가
주는 매력마저 크게 감소시키는 예를 볼 수 있다.
그러니 말투는 어느 직업, 어느 지위에 있는 사람이든 꾸며서는 안되고, 항상 자연
스러운
상태에서 구사해야 할 것이다. 고속버스를 타면 장거리 여행의 출발에 앞서 버스안
내양의
차내 방송이 시작되는데, 이때 안내양 방송의 말투에서 부자연스런 느낌을 많이 받는
다. 그
자리에서 말투를 자연스럽게 바로 잡으라고 일러주고 싶은 충동을 느낀다.
말투는 자연스러워야 한다. 어느 여성을 보면 일상 대화에서조차 꾸민 듯한 말투를
쓰고
있다. 그것은 상대편이나 주의 사람에게 진실하지 못한 인상을 주기 쉬우므로 이점
오해받
지 않도록 세심한 주의가 필요하다.
남성의 말소리에 견주어 여성은 말소리가 여리기 때문에, 자칫 어느 정황에서는 상
대편에
게 의미 전달이 분명하게 되지 않을 수도 있다. 그렇다고 여성이 소리를 지르든가 큰
소리
를 내는 것은 마치 남성이 여자 목소리 흉내내는 것처럼, 격에 맞지 않을뿐더러 여성
다움을
잃을 염려마저 있다.
그리고 여성의 말씨는 남성의 말씨보다 대체로 빠른 편이지만, 정도가 지나치게 빠르
면 침
착하지 않고 경솔한 느낌을 주기 쉬우니 조심할 일이다.
또 음성의 높낮이에서 여성이 비교적 높아, 조금 흥분하거나 격앙된 감정이 노출될
때는
여성의 음성이 듣기 거북하리만큼 카랑카랑해지기 쉽다. 남성의 말씨가 좀 더 무게 있
게 느
껴지는 것은 말과 말 사이를 시간적으로 적절히 띄우기 때문이다. 여성의 말씨에서도
적절
한 포즈를 두면 차분한 인상을 줄 수 있다.
4. 언어 구사 방법에 있어서의 남녀의 차
다음은 언어 구사에서 남녀가 다른 점을 찾아보기로 한다.
"밖에 나가서 점심하지 않겠습니다?"하면 아무래도 남성적인 표현이 되고 "밖에 나가
서 점
심하지 않겠어요?"하면 여성적인 표현으로 받아들여진다. 또 '되도록 방을 깨끗이 치
우도록
합시다'와 '되도록 방을 깨끗이 치우도록 해요'의 예에서도 성의 구별이 어느 정도
가능하
다. 말끝에서 '```습니까?'보다는 '```어요?'가, '```하시오.'보다는 '```하세요.'가
여성의 말씨
로 꼽힌다.
어휘를 선택함에 있어서도 여성은 감성에 민감한 어휘 선택이 두드러지고, 남성은
이성이
나 오성에 따른 어휘 선택이 많다. 이러한 어휘 선택의 차이는 평소 여성은 연문을 하
는 빈
도가 잦아 독서 취향이 소설이나 시 쪽으로 흐르고, 남성은 이에 반하여 논설류 같은
경문
을 주로 대하는 것과도 무관하지 않다.
가련 대화 중의 응대 말에서 여성은 감탄사를 잘 삽입한다. '어머나', '저런', '에그
머니나',
'어휴', '맙소사', '설마 그럴 리가', '그럼 그래야지', '아무렴 그럴까?', '오오', '
쯧쯧', '가엾
어라', '그럴 줄 몰랐어 얘' 등이 그것이다.
한편 남성은 어휘 하나를 뽑아도 되도록 현학적인 표현을 즐겨 스는 경향이 있다.
하지만
이런 기준으로 여성의 말씨와 남성의 말씨를 가르기는 크게 미흡하다. 어휘에서 특히
'자기'
라는 말은 때로 남자도 쓰지만 역시 여성의 말로 간주된다. 그리고 '자기'란 말은 '
너'나 '
당신'이 갖는 어의와 미묘한 어감 때문에 새로 등장한 말인데, '너'를 쓰기는 좀 야박
하고 '
당신'을 쓰기는 낯이 뜨거워, 이 '자기'가 널리 쓰이게 된 것으로 보인다.
앞으로 2인칭 대명사로 '자기'란 말이 자리를 굳혀갈 것 같다. 그러나 '자기'란 2인
칭 대명
사 역시 자주 쓰면 말하는 이가 좀 경박하게 느껴진다. 아무튼 '자기'란 말의 발상이
역시
여성적인 측면에서 고려된 듯하여 나는 이 말을 여성어로 우선 꼽아본 것이다.
'있잖아요'라는 말 또한 남성어라 하기보다는 여성어로 봐야 할 것이다. 본래 그것은
소녀
들 특유의 표현이 아니었던가 싶다. 언젠가 무애 양주동 선생이 방송 프로그램에서
말씀하
는 중에, "할아버지 있잖아요?" "그래 나 여기 있다." "아니 할아버지 있잖아요." "
그래 나
여기 있대두."하면서, 당신과 손녀와의 대화를 예로 들었다. 그리고 요즈음 아이들은
말하는
사이에 이 '있잖아요'를 군말로 자주 쓴다고 했었는데, 벌써 여러 해 전 일이니 이제
는 무애
선생의 손녀도 많이 성장했을 것이다.
요즘에 와서는 젊은 여성들의 대화 속에 이 '있잖아요' 군말이 비교적 자주 쓰이는
것을
볼 수 있다. 어떤 분은 이 같은 군말이 나오는 것은, '내 말을 들어줄 상대편 관심이
의심스
러워서, 내 말에 관심을 기울여 달라'는 뜻에서 강조의 의미로 쓰이는 것이라고도 해
석한다.
어떻든 이것은 유행에 따른 군말이고 여성 특유의 표현이지만, 자주 쓰게 되면 말하
는 이
의 어휘 빈곤을 드러내고 듣는 이에게 사고의 단절감을 주기 쉽다.
한편, 말하는 이가 말하기에 신중을 가하거나 선뜻 말하기를 꺼리는 듯한 인상을 주
는 경
우가 간혹 있다. 본래 우리 겨레는 말을 시원시원하게 해버리기 보다는 , 삼가거나
말하지
않는 것을 미덕으로 알고 살아왔기 때문에 거기서 오는 현상인지도 모른다.
바로 여기서 금기어를 이야기하지 않을 수 없다. 예컨대 "갓난아기를 무겁다고 하면
살이
빠진다" 같은 말은 예로부터 잘 알려진 한가지 금기의 속언이다. 우리에게는 이 같은
금기
어가 많다. 금기에는 공포감, 섬세한 느낌, 풍속 등이 주는 의미가 있다. 또 여기서
완곡어가
발생한다. 가령 호랑이를 '산신령', 집 구렁이를 '지킴'이라 하고, 천연두를 '손님',
전염병을
'돌림', 도둑을 '밤손님'하는 따위이다. 이 점 역시 남성 쪽보다 여성 쪽에서 주로
쓰는 표
현이니 만큼, 여성의 말씨에서 설명함직하다.
'고맙습니다'와 '고마워요'는 자주 쓰고 있지만 우리가 평소 이 말 쓰기에 인색해서
안된
다고 생각한다. 우리의 생활에서 '고맙다'나 '수고했다'는 말은 상대편에게 호감을
주는 말
이므로 될 수 있으면 자주 쓰는 것이 좋다. 또 '미안합니다'와 '미안해요'도 마찬가지
이다.
그런데 어느 말이 여성의 말씨로 적당한지는 생각해 볼 문제이다. 우선 '고마워요',
'미안
해요'라 하겠지만, 상대편이 이쪽에 비해 손윗 사람인 때는 아무리 여성이라도 '고마
워요',
'미안해요'하면 이는 상대편에게 무례한 말투가 되는 것이니, 각별히 조심할 일이다.
대등한
사이나 손아랫 사람에게 통하는 말을 분별없이 쓰면 이는 망발이 되고, 지탄의 대상이
되기
쉽다.
5. 말씨는 마음의 표현이다.
말로 천냥 돔을 갚는다고 했듯이 사람의 말은 실로 중요하다. 내 뜻이 한마디 말로
남에
게 전해져 이해되고, 남의 뜻과 마음도 말을 매개로 하여 전해 받는다. 말의 고마움은
공기
의 고마움과 같아, 흔히 그 고마움을 모르고 지낼 때가 많다.
말을 하지 않고 하루인들 지낼 수가 있을까만, 말에 무관심하거나 무심코 아무렇게나
감정
이 내키는 대로 함부로 지껄여 버리는 수도 없지 않다. 여기서 되로 주고 말로 받는
경우가
생기고 뜻밖의 오해를 살 때도 있다.
좋으시겠어. 좋긴 뭐가 좋단 말이에요. 이쪽에서는 애당초 그런 생각이 아니었는데
저쪽에
서는 이쪽 생각을 잘못 오해하는 곡해도 간혹 우리의 언어생활에서 나올 수 있는 문제
이다.
그렇다면 말은 편리하면서도 불편한 점을 동시에 지니고 있다고 볼 수 없다.
사회생활에서 사교상의 말씨, 직업상의 말씨, 친구사이의 말씨, 젊은 여성들끼리의
말씨, 그
리고 손윗사람에게 쓰는 공대말과 부부간의 말씨 등 그때마다 상대에 따라 또는 처지
에 따
라서 말씨는 다르게 쓰인다.
이렇게 달라지는 말씨마다 거기에는 그 사람의 교양이 드러난다. 남에게 좋은 인상은
주는
세련된 말씨로 사회생활을 해 나간다면 그만큼 큰 보탬이 될 것은 말할 나위도 없다.
여성의 인상은 우선 용모에 있겠지만, 얼핏 보아 느낄 수 없는 그 여성의 모든 것은
그 여
성의 말씨로 알게 되고, 그 말씨는 용모보다 더 강한 인상을 주기도 한다.
말씨는 그가 갖는 마음씨에 바탕을 두기 때문에 마음결이 부드러우면 말씨도 부드러우
나 마
음결이 거칠면 자연 그 말씨도 거칠게 마련이다.
사람의 마음은 늘 부드럽지도 늘 거칠지도 않다. 바람이 불면 물결이 일 듯이 사람의
심경
의 변화에 따라 말씨도 달라지게 된다. 이런 중에서도 인격과 교양의 정도에 다라 그
때마다
세련된 언행을 할 수 있다.
모름지기 말씨는 전 인격의 표현임을 잊어서는 안된다.
6. 남성이 여성과 대화하는 요령
남녀간의 데이트에서 양쪽이 모두 아무 화제도 나누지 않고 묵묵히 앉아 있다고 하
면 이
것처럼 쑥스러운 일도 없다.
'아무것도 말할 필요가 없다. 다만 서로 마주보기만 해도 좋다. 이것만으로 두 사람
은 더없
이 행복하다.'
이런 사이의 사람이라면 서로가 아무 말 없이 잠자코 있을 수도 있다. 그러나 남성은
여성
을 마주하여 무엇인가 이야기를 하려면, 거기에는 반드시 몇가지 요령을 찾아야 한다.
원래
여성은 말하기를 좋아한다. 간혹 예외가 있을지 모르나, 대개의 경우는 그렇다.
1) 먼저 여성에게 말을 하게 한다 - 남성은 되도록 그 여성의 이야기를 듣는다. 남성
은 굳
이 말하려 들지 말고 그저 훌륭한 청자가 되어준다. 이것이 첫째의 요건이다.
2) 그 여성을 중심으로 말한다 - 사람은 누구에게나 자신이 있는 부분과 자신이 없는
부분
이 있다. 그러므로 그 여성의 말하는 자신있는 부분을 들어서, 이를테면 요리. 양
재, 영화,
소설 등의 이야기를 화제로 삼는다.
3) 콤플렉스를 없애준다 - 콤플렉스는 본능을 지나치게 억제하는 데서 생기는 일종의
열등
감이다.
'이런 것을 말해서 웃음을 사지나 않을까?' '말을 잘못해서 핀잔을 받지나 않을까'
등으로
안절부절 못하고 있다면, 그 여성의 발랄한 기분은 끝내 가라앉기가 쉽다. 그러므로
남성은
상대가 이 열등감을 없애도록 마음을 써야 한다. 이를테면 '나는 당신의 이야기라면
무엇이
든 재밌다'는 것을 얼굴 표정과 태도로 보여 주는 것이다.
4) 재치있게 질문하여 말을 끌어낸다 - 자극을 주면 이에 대해 반응이 일어나게 마련
이다.
대화에서의 자극은 곧 재치읬는 질문이다.
"1주일에 영화는 몇 번이나 보시나요?"
"많이 보진 못해요, 그저 한달에 두 번 정도랄까요."
"최근에 본 것 중에 제일 재미있었던 것은요?"
"(금지된 장난)이에요."
"아아, 난 아직 못 봤는데... 어땠어요?"
"아주 좋았어요."
"그거 어떤 스토리죠?"
여기서 그 여인의 말문은 완전히 열릴 것이다. 반면 이런 질문도 있다.
"산이 좋지요? 아주 놀랍죠?"
"네, 놀라와요."
"네, 정말이에요."
남성의 질문에 여성의 응대 또한 아무 맛이 없다. 하기야 그런 경우도 없지 않을 것
이다.
이 얼마나 멋쩍은 대화인가. 그렇다고 남성은 상기될 필요는 없다. 그럴수록 남성은
부드러
운 어조로 여성에게 접근한다.
"산이 좋죠, 아주 노랍죠?"
"네, 정말 좋아요. 작년에 왔을 때보다도 훨씬 산색이 좋은 것 같아요."
"전에도 온 일이 있어요? 사실은 나도 이번에 두 번째인데."
"저는요 작년 7월경에 왔었어요."
"그래요? 나하고 비슷한 때인데, 그때는 여기에 모두 노란 꽃이 가득 피었었죠."
이렇게 대화가 진전되면 더 바랄 것이 없다.
5) 비판을 해서는 안된다 - 어떤 경우에도 여성에게 비판을 해서는 안된다. 모처럼
열린
여성의 마음이 한번의 비판으로 갑자기 다쳐지고 만다. 여성은 남성이 무의식중에 던
진 한
마디의 비판으로 자기 이야기를 거둬들이고 만다. 이렇게 되면 여성은 손도 발도 내밀
지 않
게 된다.
알기 쉬운 농담은 좋아도 이쪽에 자기를 과시하는 듯한 어려운 지식을 내보이면, 듣
는 여
성에게는 부담이 되고 이야기에 흥미를 잃고 만다.
6) 크게 재미있어 해야 한다 - 여성이 이야기를 꺼내면 크게 재미있어 해야 한다. 그
때, 그
이야기가 별로 재미 없어도 '오오, 그래?' '야아, 재미있다.' '그래서 어떻게 됐어?'
하고 심심
찮게 맞장구를 쳐주어야 한다.
이야기가 중도에 끊기지 않게 여성에게 충분히 말하게 하고 나중에 이쪽에서 최근에
본 영
화의 이야기라도 하면 영화, 배우, 문학, 인생으로 점점 이야기가 흥겨워진다.
7) 남성이 먼저 마음을 연다
"나 어제 친구들하고 섰다놀이를 했지."
"섰다도 하세요?"
"어젠 장땡이 세 번이나 나왔어."
"그렇게 잘 하세요?"
"당신은 한 일 없나?"
"여자가 그걸..."
"왜? 여자도 하던데..."
이렇게 되면 여성은 순간 이쪽을 경멸하게 될지도 모른다. 그러나 실은 이쪽이 약간
얕잡
아 보이는 편이 좋다. 이쪽에서 여성의 경멸을 두려워해서 굳어지면 벽과 벽이 부닺친
것과
같기 때문이다.
8) 겉치레말은 피하라 - 여성에게 호감을 사려고 흔히 의례적인 겉치레말을 하는
사람이
있는데 이는 아주 서툰 방법이다.
"김영숙씨는 정말 지적인 수준이 높은 것 같애." 등의 말은 하지 않는 것이 좋다.
9) 약점을 들추어서는 안된다. - 상대 여성의얼굴 모양이나, 특히 복장의 어울리지
않는 점
을 지적해서는 안된다. 그런 것에 대해서는 일절 무관심한 듯한 태도가 좋다. 그렇지
않으면
여서으이 관심은 자신에게 집중되고 말문은 닫혀버린다.
10) 익숙지 않은 말은 피하라 항상 '제가'라고 자기를 가리키던 사람이 갑자기 '내
가'하고
데이트의 상대에게 말하면 누구보다 자기 스스로가 놀란다. 처음에는 서로 존칭어를
써야
하지만 가갑게 느껴지는 어느 시기에 가서는 익숙지 않은 경어를 일상의평범한 말투로
바꾸
는 게 좋다. "...습니다." 투에서 벗어나 "무엇이 제일 재미 있어요?" "아직 못봤는
데, 그거
어떻지?"의 투로 바꾸면 두사람 사이는 보다 가까워지고 대화는 본격적으로 무르익게
된다.
19 혼담이 오가는 만남에서의 대화
1. 혼담이 오가는 자리에서
결혼 적령기가 되면 남녀를 불문하고 혼담이 있게 마련이다. 이때 총각보다는 처녀쪽
이 그
몸가짐 마음가짐에 더세심해야 한다. 그래서 여기서는 주로 여성의 입장이 되어 혼담
이 오
갈 때의 화법을 정리해 본다.
부모님 부탁으로 친척이나 주위의 아는 분이 주선한 혼담이면 앞뒤 인사는 의당 부모
님이
하실 일이지만, 자기에게 직접말해 오는 경우, 나자신이 분명하게 인사하지 않으면 안
된다.
또 가령 직장에서상사가,
"훌륭한 신랑감이 있는데... 꼭 소개하고 싶군, 만나 보지 않겠나?"
하고 이쪽 의향을 물어올 때 제의에 응하든 응하지 않든 나에게 보여준 호의어린
관심에
감사의 뜻을 보이는 것이 예의이다. 만약 이미 약혼한 처지이면
"실은 말씀드리려고 했는데, 곧 결혼하게 될거예요."
하고, 내 형편을 겸손한 자세로 알려 주면서 겸하여 감사하다는 인사를 드리면 된다.
혼담을 제의받고 주선을 부탁하는 경우, 중요한 것은 미리 자기 사정이나 조건을
솔직히
말하는 것이 좋다. 가령,
"아버지가 안 계시기 때문에 경제적으로 어머니를 보살펴 드리지 않으면 안돼요."
"형제가 많 버릇없이 자랐고, 또 살림을 전혀 모르기 때문에 둘만의 가정을 꾸려
나갈지
걱정이에요."
이같이 자기 사정과 조건을 분명히 밝히고,
"이 점 꼭 얘기하시고, 그래도 상관없다면 잘 좀 부탁드리겠어요."
라고 말한다.
희망 조건으로 상대편 학벌이나 직업, 경제적 능력 등에 마음쓰기 쉬우나, 그런 구
체적인
문제는 한꺼번에 알려고 하기 보다는 차근차근 알아보는 것이 좋다.
상대편에 따른 조건을 따지기에 앞서, 자기 형편이나 사정에 기초를 둔 근본적 희망
조건으
로 저쪽 의향을 타진하는 것이 중심이 되어야 한다.
만약 아무래도 상대편 양친과 함께 동거하고 싶지 않고 둘만이 따로 살고 싶다면,
"지금까지 가족의 귀여움을 받고 버릇없이 지내왔기 때문에, 갑자기 익숙지 못한
가정에
들어가 능란하게 인간관계를 유지해 나갈 자신이 없어요. 그래서 처음엔 둘만의 살
림ㅇ르
했으면 좋겠어요."
이같이 생각깊은 태도로 말하면, 주선을 부탁받은 분이 도리어 이쪽의 분명한 태도를
이해
하고 한층 친숙하게 대해 줄 것이다. 그렇지 않고 먼저와는 정반대로,
"부모를 모시고 함께 산다는 일은 아주 싫어요, 둘만의 살림을 꾸릴 수 없다면 결혼
같은
거 할 생각이 없어요."
이렇게 의견을 말했다고 하면,
"그렇다면 가정을 이뤄도 오래 가지 못하겠는걸..."
하고 둘 사이에서 중신할 기분마저 들지 않게 될 것이다.
모처럼 수고해도 혼담은 성사되기 보다 깨지기 쉬운 것, 객관적 조건을 갖춘 후보
자라도
중요한 이쪽의 마음이 내키지 않으면 소용 없는 일이다. 그러므로 상대편과의 혼담을
사절
하는 경우, 혼담을 부탁하는 단계에서 미리 자기 형편을 아려주면 그 사정을 이유로
쉽게
사절할 수 있다.
"희망하시는 점에 따라 사라아갈 자신이 없기에..."
등으로 부드럽게 '노우'란 의사 표시를 하면 좋을 것이다.
전혀 뜻이 없고 마음마저 내키지 않아 사양한 상대편이, '단념할 수 없으니 얼마동안
교제
만이라도 해보자'고 열심히 간청해오면, 그리고 중간에 선 분도 다시 한번 생각해보라
고 간
청해오면 이럴 때는,
"만나도 좋지만, 아무래도 오래 만난 뒤에 자신이 없다고 사양하면 한층 더 곤란해
질 것
같아서..."
하고 완곡히 거절하는 것이 좋을 것이다.
만약 약혼자가 있는 줄 모르는 상사가 혼담을 주선하여, 사양을 망설이다가 서로 당
사자끼
리 선을 봤다고 하자, 그리하여 남자쪽은 마음에 들었으나, 이쪽에서 결정하지 못하고
교제
한 끝에 이미 이쪽이 약혼했음을 알게 되면 어떻게 될까? 동기는 상사와의 의리에 따
른 것
이 되겠으나, 결과는 착실한 청년의 마음에 상처를 남기고 상사도 매우 난처한 입장에
놓이
게 한 예가 없지 않다.
어떻든 이런 일이 있어서는 안되겠지만, 이와 비슷한 경우일 지라도 밝혀야 할 일이
있으
면 미리 분명히 해두는 것이 좋다.
세상에는 혼담을 열심히 주선하고 남의 일에 발벗고 나서는 사람이 있어, 양쪽에 모
두 듣
기 좋은 얘기만 하는 경우가 있지만, 이것이 상식을 크게 벗어나지 않음녀 으레 그
러려니
하는게 보통이다.
사양할 대 가장 중요한 것은 맨 먼저 상대편이 보여준 호의에 감사의 인사를 드리는
일이
다. 내 일을 걱정해 주어 기뻤다는 기분으로,
"마음 써주셔서 매우 고마웠습니다."
하고 먼저 예의를 갖추고, 이어 이러이러한 이유로 사양한다는 뜻을 솔직하게 말한
다.
"소개만 할 뿐이니 뒷일은 임의로 해요, 신경 써서 하나하나 보고할 필요는 없어요."
하고 마음 편하게 소개해준 경우일지라도 예의를 갖추고 사양의 인사를 깍듯이 해야
한다.
2. 남성이 좋아하는 여성
남성과 여성 사이의 성격이나 화법에는 매우 큰 차이가 있다 이를테면 남자 형제는 5
년쯤
떨어져 있다 만나도 5분쯤 얘기하면 더 할 이야기가 없게 마련이다. 그러나 여자 형제
는 좀
과장하여 3주일쯤 못 만나도 3년치의 이야기를 해댄다고 한다.
이처럼 남자와 여자의 이야기하는 유형이 다르다.
남자는 대체적으로 직장 생활에 일종의 자부심을 갖고 잇다. 다소 직업에 대한 불만
은 있
을 수 있지만, 어떻든 자부심도 있다. 때문에 직업적인 자부심에 손상을 입으면 남자
는 가장
강하게 반응한다.
"당신보다 저 사람쪽이 더 일에 능률을 올리는군요."
등으로 말하는 일은 금구 중의 금구이다. 그러므로 직장 내에서 그 사람의 업적을
비교하
거나 비난하지 않아야 한다는 사실을 잊어서는 안된다.
또 사회생활에서 누구나 꼭 지켜야 할 것이 있다 그것은 남의 뒷공론을 하지 않는 것
이다.
제3자가 없는 곳에서 제3자에 대한 이야기를 함부로 해서는 안된다. 남의 뒷공론은 남
을 손
상시킬 뿐아니라 말하는 자신의 인격을 손상시키는 결과를 낳는 수가 많기 때문이다.
남의
뒷공론을 하는 자신의 모습을 거울에 비춰보면 자신도 깜짝 놀랄 것이다. 결코 남의
뒷공론
을 해서는 안된다는 것을 스스로 알 수 있을 것이다.
남성은 역시 여성의 이야기 속에서 정답고 부드러운 감을 느길 수 있어야 한다. 여성
이 남
성과 닮은 화법을 쓰는 경우가 최근 자주 있으나 이것은 적극 피해야 한다. 여성은
아무래
도 여성다운 화법이 있으므로, 상대가 남성이라 하여 남성에 맞출 필요가 없다. 남성
과 다른
화법을 스는 편이 보다 남성이 여성에 대해 매력을 느끼게 된다. 가령 일부 여대생들
이 남
학생 선배들과 어울려 대화하는 중에 그 선배에 대한 호칭을 '형'이라 하는 수가
잇는데,
이점 여성답다고 하기 힘들다.
남성은 또 결론을 중심으로 한 짧은 이야기를 즐긴다. 하지만 여성은 기승전결을
분명히
하고, 처음부터 끝까지 이야기를 하면서 등장인물의 대사까지를 삽입하는 화법을 즐겨
쓴다.
남성에게 있어 그 점이 견디기 힘들 수도 있다.
남성이 크게 기뻐하는 것은 자기 이야기에 관심을 갖고 열심히 들어주는 여성을 만났
을 때
이다. 남편 이야기를 잘 들어주므로 아내는 좋기만 하다. 자녀의 이야기를 잘 들어
주므로
어머니는 고마울 뿐이다. 이와 마찬가지로 남성의 이야기를 정성껏 들어주는 여성에게
남성
은 매우 호감을 갖는다.
남녀간의 대화에서도 유행어에 따르는 문제가 있을 것이다. 유행어는 때로는 하나쯤
쓰는
것은 상관없지만 분별 없이 마구 쓰는 것은 자신의 인격을 실추시킬 뿐이다. 그러나
상대가
유행어를 쓰면서 한층 신명나게 얘기의 흥을 돋우고 있을 때,
"그런 유행어, 저는 듣기 싫어요."
하면 매우 딱딱한 분위기를 만들기 쉽고, 무르익는 분위기에 찬물을 끼얹는 셈이다.
또 유
행이 지난 유행어를 말하는 것 또한 감각이 무딘 사람이란 인상을 주므로 유행어를 말
하는
것 또한 감각이 무딘 사람이란 인상을 주므로 유행어는 스스로 잘 판단해서 사용해야
한다.
또 남성과 이야기를 나누는 경우 상대에 대해 가변운 경어는 쓰도록 한다. 친숙감 잇
는 경
어를 쓰는 것이 호감을 사는 것이 된다. 자신을 지나치게 겸양해도 안되고 지나치게
거친
말을 써도 안된다. 결국 자유롭게 말할 수 잇는 융통성은 여성과 남성, 모두에게 필요
한 것
이다.
뜻이 있다면 빠른 시일 내에 사랑을 속삭일 수 있는 이를 만나 결혼식을 올리고, 언
제까지
나 인생의 반려로 이야기를 나눌 수 있는 새로운 가정을 탄생시켜야 할 것이다.
3. 맞선볼 때의 화제
젊은 남녀가 일생을 좌우할 혼인을 전제로 하여 맞선을 본다는 것은 매우 조심스러운
일이
요, 신중을 기해야 하는 일이다.
쉽게 말해서 이 세상에서 가장 좋은 사람, 가장 마음에 드는 사람을 찾아내는 일이
다. 그래
서 가슴도 뛱 생각도 여러 갈래로 피어나면서 또 남모르는 준비도 하게된다.
그런데 좋은 사람, 싫은 사람을 선별하는 방법이나 기준은 아무도 이렇다하게 내놓은
사람
이 없다. 우리가 좋다, 싫다 하는 것은 자신의 감정이지 누구의 이론을 따르는 것이
아니기
때문에, 이럴 때일수록 침착해야 한다.
맞선보는 자리에서 시종 머리를 푹 수그리든지 상대편 얼굴을 제대로 보지 못했다는
것은
옛말, 현재는 본인끼리 만나 대화하는 것이 매우 당연한 것으로 되어 있다. 인생의
반려를
선택하는 기회이므로 대등하게 이야기를 나누고, 알고 싶은 것이 있으면 질문하는 것
이 좋
다. 단지 이쪽에서 상대를 관찰하는 것과 마찬가지로 상대도 이쪽을 관찰하고 있으므
로, 말
하기와 듣기에 충분히 주의하고 좋은 인상을 주도록 해야 한다. 다음과 같은 화제는
피해야
한다.
1) 신원조회하듯이 말하는 것 - 본적, 학력, 직업 등에 대해 자세히 물어보든지, 상
대편 부
모의 학력, 조회, 건강 상태 등을 꼬치꼬치 캐묻는 것은 기분 나쁜 인상을 준다.
"어머님은 어떤 병환으로 돌아가셨어요?" 와 같은 질문은 아주 기분을 깨는 것이라
할 수
있다.
2) 회사의 자본금, 승급률 - 맞선보는 자리에서 상대편이 다니는 회사의 자본금이나
승급
률 등을 물어보는 것은 흥을 깨는 일이 된다. 이같은 사항은 본인의 인격과 무관한
것이고,
직접 듣지 않아도 알아보면 쉽게 알 수 있는 것들이다.
3) 부모님과의 동거 여부 - 처음 얼굴을 마주한 맞선보는 자리에서 조건에만 경을
쓰면,
조건과 결혼하려는 것 같은 인상을 주기 쉽다. 부모님과 동거할 것인지 여부 같은
문제는
좀 더 진전이 있은 다음 말해야 할 일이다.
4) 자기 주변의 자랑 - 선은 나 자산을 보여주는 자리이다.
친척 중에 유명 인사나 부자가 있다 하여도 그것은 이 경우 쓸데없는 이야기이며,
그러한
것을 내세우는 것은 듣기 싫고 거북하므로 삼가야 한다.
다음은 선보는 자리에서 실제 필요한 호의를 베풀고 호감을 사는 화법을 생각해본다.
1) 묻는 바에 대답한다. - 질문받은 내용은 또박또박 분명하게 대답한다. 이럴 때
묻지 않
은 것은 말하지 않겠다는 생각을 미리 다짐하고 있다면, 지나치게 말하거나 경우에
어긋나
는 일은 없을 것이다.
2) 형용사에 주의한다 - 개를 좋아하는 사람이 기껏 남을 칭찬한다는 말로 "아가씨는
스피
츠 같군." 하여 상대편 기분을 상하게 한 경우가 있는가 하면, 또 상대편 듣기 좋으라
고 "그
대는 꼭 누구를 닮았군." 하고 좋아하는 배우나 연예인 이름을 댈 경우, 상대가 그런
사람을
싫어 할 수도 있고, 경박한 이상을 줄 염려가 있음을 알아야 한다.
3) 무난한 화제로 관찰 - 중간에서 소개한 분의 배려로 두사람만 있게 될 때, 화제로
는 여
행 이야기, 어린 시절의 이야기 등이 무난하다. 학교 때 여행도 좋고, 회사 동료와
의 그룹
여행도 좋은 화제가 될 것이다. 또 가보고 싶은 곳의 이야기를 하면 상대편이 그곳에
가본
이야기를 들려 줄지도 모른다. 어린시절의 이야기를 나눌 때 서로의 공통점을 찾을 수
있을
것이다. 이처럼 무난한 이야기를 나누는 중에 상대편 사람됨이나 상대편이 좋아하거나
희망
하는 것 등을 관찰할 수 있다.
예상 이상으로 상대편 남성이 마음에 들어 마음을 터놓고 떠들어댄 까닭에, 오히려
상대편
의 오해를 사버린 여성의 경우도 볼 수 있다. 어떻든 초면인데다 그것도 결혼 후보자
로 마
주하고 있는 형편이므로 경솔한 태도를 취해선 안될 것이다.
4) 결점을 말해서는 안된다 - 키가 작다, 머리숱이 많지 않다는 등 상대편의 신체적
결점
을 입길에 올리든지, 상대편 가족, 친척의 결점 등을 늘어놓아, 상대편 기분을 해치는
것 같
은 몰상식은 더 말하 나위없이 좋지 못한 일이다.
누구를 위한 것이 아니라 바로 자신을 위하여 호의를 베풀고 호감을 사는 맞선을
보도록
할 일이다.
상대편의 인격, 자존심, 기분, 비위를 건드리지 않고 상대편의호의를 은근하게 끌
어갈 수
있는 대화법을 써야겠다.
대화는 언제나 상대적이다. 대화는 마음과 마음이 서로 오가는 가교이다. 그래서 대
화 또한
하나의 예술이라고 하는 것이다.
4. 첫 대면한 자리에서의 화법
"처음 뵙겠습니다. 아무개입니다. 만나서 반갑습니다."
"네, 저는 아무개입니다."
첫 대면에서 이렇게 인사를 하는 것이 보통이다. 그러나 맞선을 보는 경우와 같이 처
음 만
났을 때, 이러한 인사는 오히려 어색하다. 이미 상대가 누구라는 것을 들어서 알고 있
기 때
문에 그저 다소곳한 미소 정도로 인사를 하는 편이 자연스럽다.
그런 다음에 날씨나 계절에 관한 이야기, 친구 이야기 등을 하는 것이 무난한 순서이
다. 날
씨나 계절에 관한 이야기를 하는 가운데서 자연스레 피차의 사람됨을 알 수 있다.
날씨 이야기가 끝나면 그 다음에는 중간 소개자가 있을 경우, 그를 중심으로 이야기
를 하
고, 혹은 중간 소개자가 없더라도 서로가 잘 아는 친구가 있으면 그를 화제로 삼는 것
도 좋
을 것이다. 취미가 같다든지 직업상 공통점이 있어서 이를 바탕으로 이야기를 진전시
킬 때
화제는 얼마든지 생겨난다. 또 서로의 고향이나 거주지를 알면 그것을 중심으로 이
야기를
끌어갈 수 있다. 이때 주의해야 할 일은,
"저는 강원도가 고향입니다."
고 말하는데,
"아아 그러세요? 저는 제주도가 고향입니다."
와 같이 자기쪽으로 화제가 옮겨지지 않도록 해야 한다. 만약 그렇게 하면 모처럼
상대가
긴장을 풀고 말문을 열고자 하는데 찬물을 끼얹는 결과가 될 수 있다.
고향을 이야기했을 때는
"아아 그러세요? 강원도 어디세요?"
하고 물으면 이야기는 점차 무르익고 상대편 기분이 고조된다.
"그것은 언제 일인가요?",
"누구와 함께 계셨는지요?",
"또 어떤 일이 있었는지요?"
등 6하원칙을 쓰면 이야기의 흐름은 보다 활기찰 수 있다.
남에게 말을 잘 시키는 것이 결국 남의 말을 잘 듣는 일이요, 그것이 상대편 기분을
고조
시키는 요령이다.
한편, 상대편 얼굴 표정을 이따금씩 살펴본다. 상대편이든 이쪽이든 항상 똑같은 감
정을 유
지하는 사람이 아니므로 변하기 쉬운 날시와 같은 사람의 기분을 그때마다 살펴볼
필요가
있다는 뜻이다. 최소한 상대편의 형편을 살피는 마음 씀씀이는 지녀야 한다.
그리고 상대의 이야기를 들으며 이따금씩 응대말을 삽입해 주면서 대화에 활기를 불
어 넣
되, 상대편 이야기를 중간에서 끊이지 않아야 한다. 또 가능한 한 상대편 얼굴을 상
냥하게
바라보면서 이야기에 흥미를 보여준다. 그렇게 하면 비록 첫대면이라 해도 대화가 부
드럽게
진전되어 나갈 것이다.
5. 잦은 만남에서의 화법
맞선을 보고 서로가 호감을 가지게 되면 다시 만나게 된다.
남녀의 두 번 세 번 자주 만나게 되면 그때는 가속도로 친숙해진다. 더구나 결혼을
전제로
한 만남이고 보면 거기에는 기쁨과 즐거움이 생기게 되고, 애정이 싹트게 된다.
남녀 사이에 애정이 뜨거워질수록 자칫하면 예절을 잃기 쉽다. 우리 속담에 "친한
사이에
도 담을 쌓으라."고 했다. 이는 아무리 친한 사이에도 예절은 지켜야 한다는 말이다.
그러면
남녀가 서로를 더 알고자 자주 만나는 자리에서의 화법은 어떻게 해야 할까?
1) 반드시 경어를 써야 한다 - 성숙한 남녀가 세련된 말씨로 상대편에게 존대말을 쓰
는 것
은 매우 돋보이는 일이다. 설령 상대편이 말을 좀 거칠게 하더라도 이쪽에서 고운말을
쓰면
상대편도 말을 함부로 하지 못한다.
2) 품위있는태도로 말한다 - 자세는 언제나 바르게 하고 늘 품위있는 태도로 말한다.
이야
기의 시작과 끝맺음을 분명히 해야 한다. 간혹 이야기의 끝맺음에서 '그런데...'나 '
그러나...'
를 붙여놓고 말을 그만두는 사람이 있는데, 이는 듣는 이에게 의혹을 갖게 한다. 또
했던 이
야기를 다시 되풀이하는 사람이 있는데 이 또한 조심할 일이다.
3) 이야기 허두는 다정해야 한다 - 아무리 언짢은 일이 있더라도 시무룩하거나 무뚝
뚝하게
말을 시작해서는 안 된다. 언제나 상대편에게 친숙감을 주는 화제를 가지고 이야기를
다정
하게 시작해야 한다. 때로는 듣는 이를 깜짝 놀라게 하는 참신한 뉴스를 전하는 것도
좋다.
4) 지나치게 속다가 빠른 말은 좋지 않다 - 흥분하거나 신경과민이 아닐 바에야, 말
은 언
제나 침착하게 하는 편이 좋다. 요즘 젊은이들 중에는 지나치게 말이 빠른 사람이 있
다. 이
런 사람의 말은 상대편이 제대로 알아듣지 못한다. 만일 자신의 말이 너무 빠르다는
평을
듣거나, 혹은 흥분한 것 같은 기분이 들면, 얼른 한 호흡 낮추어서 느긋한 어조로 바
꾸어야
한다.
5) 언제나 긍정적으로 반응한다 - 상대편 말이 아무리 못마땅하더라도, 그 자리에서
'그래
서 되겠나?'처럼 함부로 부정해서는 안 된다. 그보다는 '네, 그러세요.'하고 일단 긍
정을 해놓
고, 그런 다음에 '그러나'를 붙여서 '그 말씀에도 일리가 있다고 생각합니다만 제 생
각은 이
렇습니다.' 하고 차근히 말해야 한다.
이는 긍정후의 부정인데, 이 화법은 어느 경우에든 바람직한 것이다.
6) 목소리는 맑게 어조는 명랑해야 한다 - 들뜬 목소리를 내거나 침울한 목소리를 내
는 것
은 대단히 좋지 않다. 어두운 말소리를 들으면 듣는 이의 기분도 덩달아 침체된다.
대화를
재미있게 엮어가는데 무엇보다도 명랑한 어조가 필요하다.
7) 어려운 말은 쓰지 않는다 - 누구라도 알아듣기 쉬운 어휘나 용어로써 말하는 것이
대화
에 있어서 중요한 원칙이다. 단어가 어렵거나 내용이 복잡해서, 자신이 말한 내용이
상대편
에게 잘못 이해된다면 그 대화는 아무 의미가 없어진다.
그래서 말을 잘 하는 것보다는 상대가 잘 알아듣도록 말하는 것이 더 중요한 일이다.
8) 한꺼번에 다 말하려 해서는 안된다 - 두 사람 사이에 혼사가 이루어지면 무엇을
어떻게
해야겠다는 구체적인 의견을 내놓는 것은 바람직한 일이다. 그 의견을 놓고 건설적인
이야
기가 오갈 때 혼사는 비로소 이루어지는 것이다.
이상에서 말한 9가지의 화법은 비단 남녀간의 교제에만 적용되는 것이 아니라, 사회생
활 전
반에서 두루 쓰이는 것이므로 많이 응용하기 바란다.
20.일상생활의 여러 가지 인사말
우리의 일상에는 인사하는 일이 의외로 많다. 그것은 단순히 머리를 조아린다거나 자기
감정대로 말을 하는 것이 아니라, 경우에 맞는 격식을 갖추고 예법을 따르게 되어 있다. 어
떤 때는 말로써 공손히 해야 하고, 또 어떤 때는 글로써 정중히 하는 수도 있다. 이러한 인
사법을 제대로 익히지 못하면 그 사람은 사회생활에서 낙오자가 되고 많다.
1. 이른 아침부터 인사를 해야 한다.
우리가 자고 나면 아침이 되는데, 인사는 이른 아침부터 시작된다. 우리의 관습에서 보면,
아들과 며느리는 먼저 일어나서, 아들은 아버지가 주무시는 사랑으로 가고 며느리는 시어머
니가 주무시는 안방으로 간다. 그리고는 어른이 잠에서 깨어나기를 기다렸다가 일어나시면,
'안녕히 주무셨습니까?'하고 문안 인사를 드린다. 그러면 인사를 받은 어른은 '오냐, 잘 잤
다.
너도 잘 잤느냐?'하고 서로의 편안함을 확인한다.
지금도 시골 어느 마을 종가쯤 되는 집안에서는 이와 같은 인사법을 지키고 있는지도 모
른다. 그러나 요즘처럼 출근 시간에 쫓겨 아침밥도 제대로 먹지 못하고 집을 나서는 사람들
이 많은 세상에서는 거의 불가능한 일이다. 그렇다고 아침 인사를 하지 말자는 이야기는 아
니다. 꼭 그런 형식과 절차를 밟지 않더라도 그저 가족끼리 자녀는 부모에게 '안녕히 주무
셨
습니까?'하면 되고 부모는 자녀에게 '잘 잤느냐?'로 응대해주면 그것으로 족한 것이다.
또 아침 식사를 마친 시간에, 마을에서나 거리에서 어른을 만나면 '진지 잡수셨습니까?'
라
고 인사를 한다. 그러면 인사를 받은 어른은 '그래, 너도 밥 먹었느냐?'고 하면서 정답게
응
대한다. 그러나 요즘에 와서는 이런 식사에 대한 인사는 그전처럼 하지 않는 경향이다. 그것
은 누구나 다 먹는 걱정은 하지 않고 사는 세상이 되었으니까, 그런 인사는 자연 사라질 수
밖에 없다고 풀이하는 사람도 있다.
하기야 6.25 전쟁 때처럼 불안하고 궁핍한 상황에서는 '밤새 안녕하십니까?', '간밤에 별
일
없었지?', '진지 잡수셨습니까?', '아침 먹었느냐?', '밥 먹었느냐?' 등의 인사는 오히려 실감
이
났는지도 모른다. 인사란 때와 경우에 따라 자연스럽게 우러나온다고 보아도 좋겠다.
우리말 인사 중에서 가장 보편적으로 두루 쓰이는 말이 '안녕'이다. 이 '안녕'은 어감도
좋
거니와 글자의 뜻도, 편안할 안자와 편안할 녕자로 이루어진 아주 멋진 말이다. 이는 세계의
어느 나라 인사말과 비교해 보아도 훌륭하다고 하겠다.
아침에 일어나서 '안녕히 주무셨습니까?'하고 시작된 인사는, 직장에 출근해서도 윗사람
에
게는 '안녕하셨습니까?, '안녕하십니까?'로 계속되고, 동료나 가까운 사이에서는 '안녕하셨
어
요?', '안녕하세요?'가 된다. 아니면 '안녕!'하나만으로도 인사가 되는 친한 터수도 있다.
또 퇴근시간이 되어 헤어질 때는 '안녕히 가십시오.', '안녕히 가세요.'로, 도 친구 사이에
는
손을 흔들면서 '내일 또 만나세,' 혹은 '안녕!'하는 것도 보기에 좋다. 그런가 하면 잠자기
전
의 저녁인사도 '안녕히 주무십시오.', '안녕히 주무세요.', 아랫사람에게는 '잘 자요.', '편히
쉬
게.' 등으로 말한다. 이처럼 우리 인사말에서 이 '안녕'의 쓰임새는 많기도 하거니와 여운
마
저 느끼게 한다.
2.세배할 때의 인사말
우리의 생활은 언제나 묵은 것은 가고 새 것이 찾아오는 변화를 보이면서 이어진다. 한해
가 저무는 섣달이나 새해가 되는 정초에 웃어른을 찾아가 문안하는 인사를 세배라고 한다.
우리의 전통 예절에서는 동지가 지난 무렵부터 섣달 그믐께까지는 '묵은 세배'를 하고, 설
날부터 정초에는 '신년 세배'는 그대로 해야 한다. 그야말로 묵은 것을 보내고 새것을 맞는
송구영신의 예를 다한다고 하겠다.
그러나 요즘에는 '묵은 세배'를 다니는 사람은 거의 없다고 본다. 다만 개인적인 사정으로
정초에는 찾아갈 수 없을 때, 그믐께 쯤해서 마음에 둔 어른을 뵙고 세배를 하는 것은 매우
좋은 생각이라 하겠다
근자에는 송년회다 망년회다 해서 정답게 어울리는 모임을 많이 가진다. 이런 자리에서
서로가 마음을 열고 하는 말들이 곧 송년 인사가 된다. 이를테면 자기를 평소에 아껴주시는
선배가 그 자리에 계시면, 가까이 가서 술이라도 한잔 올리면서 '늘 보살펴 주셔서 참으
로
고맙습니다.', '저를 염려해 주시는 마음 잊지 않겠습니다.' 등으로 공손히 인사를 한다. 그
것
은 곧 지난날 우리의 선인들이 정중히 했던 '묵은 세배'나 다름이 없는 인사인 것이다.
신년 인사는 대체로 웃어른께 세배를 올리는 데서 시작한다. 세배는 반드시 할아버지, 할
머니, 아버지, 어머니의 순으로 한분 한분께 절을 해야 한다. 그러나 요즘에는 어른들이 한
자리에 계시면 자손들이 모여서 한꺼번에 절을 해도 예의에 벗어나지 않는 것으로 되어 있
다.
세배를 하는 자리가 안방이나 사랑방과 같이 편하게 앉은 자리일 때는 큰절을 해야겠지
만, 교실이나 사무실같이 어른이 의자에 앉아 계실 때는 마루 바닥에서 큰절을 하지 말고,
허리를 반쯤 굽혀서 선채로 절을 해도 괜찮다.
또 어른에게 세배할 때, 절만 하면 되는지, 아니면 인사말도 함께 해야 하는지도 생각해
볼일이다. 세배 자체가 새해에 드리는 첫 인사이니만큼, 굳이 인사말을 할 필요없이 공손히
절만 오리면 된다고 본다.
그런데 꼭 인사말을 해야할 경우에는, 세배를 하고나서 '과세 안녕히 하셨습니까?', '새
해
에는 더 편안하시기를 빌겠습니다.'라고 정중하면서도 간단하게 말하는 것이 좋다. 흔히 '
만
수 무강하옵소서!'하든지, '많은 영화를 보시면서 오래 오래 사십시오.'와 같이 말하는 사람
이
있는데, 이는 너무 허풍스럽고 진실성이 없는 말투라 하겠다.
그런가 하면 어른에게 세배를 하고는 '복 많이 받으세요.'하는 사람도 있고, 세배하기 전
에
'절 받으세요.'한 다음 절을 하는 젊은이도 있다. 이런 말이나 행동은 어디서 생겼는지는
몰
라도 잘못된 것이라고 하겠다.
정초에 가장 많이 하는 인사가 '새해에 복 많이 받으십시오.'라 하겠지만 손자뻘되는 젊은
이가 연로하신 어른께 이런 인사를 해서는 안된다. 그보다는 '새해 안녕하십니까?', '과세
안
녕하셨습니까?'하는 편이 훨씬 깔끔하다.
그리고 '절 받으세요.'라는 말은 그런 경우에 쓰는 말이 아니다. 그것은 이를테면 세배
는
해야겠는데, 나이가 엇비슷하거나 처지가 좀 난감해서 상대가 절 받기를 사양할 때, '거기
앉으세요.'하면서 세배를 하는 경우에 쓰면 적절하다고 본다. 이때 절을 받는 사람도 맞절로
써 답례해야 한다.
세배를 하고 나면 절을 받은 어른은 으레 덕담을 주신다. 덕담이란 남이 잘 되기를 바라는
뜻으로 하는 말인데, 사업을 하는 젊은이에게는 '새해엔 크게 떨치겠구나, 일 많이 하게나.'
또 과년한 처녀에게는 '올해는 훌륭한 신랑을 맞이해야지...' 등으로 남이 소원하는 일이 이
루어지기를 빌어준다. 이와 같이 우리 겨레가 지켜오는 세배는 그야말로 미풍양속이라 하겠
다.
3.축하할 때의 인사말
우리의 삶이 희노애락으로 점철되어간다고 생각하면, 거기에는 기뻐해야 할 일도 있고 슬
퍼해야 할 일도 있다. 그래서 우리는 기쁜 일에는 축하의 인사를 하고, 슬픈 일이나 괴로운
일에는 위로의 인사를 보내는 것이다.
우선 축하해야 할 일을 생각해 보면, 생일·결혼·출산과 같은 집안 일에서부터, 합격·입
학·졸업과 같은 학업에 대한 일, 취직·승진·영전과 같은 직장에 대한 일, 그리고 신축·
개업과 같은 사업에 대한 일등을 들 수 있다. 이때 어느 경우에도 '축하합니다.'가 들어가
면
무난한 인사말이 된다.
이를테면 '생신(일)을 축하합니다.', '결혼을 축하합니다.', '합격을 축하합니다.', '영전을 축
하
합니다.', '개업을 축하합니다.'와 같이 '축하합니다'는 두루 쓰이게 되는 말이다. 그러므로
축
하의 인사말은 특별한 경우 이외에는 어떤 말을 해야 하나 하고 달리 생각할 여지가 없다.
여기서는 우리 주변에서 가장 빈번하게 대하는 결혼과 생일에 한해서만 살펴보기로 한다.
① 결혼을 축하할 때: 인생에 있어서 가장 기쁜 날이 결혼식을 올리는 날이라고 한다. 그
만큼 기쁨도 넘치고 많은 사람들로부터 축복을 받는 날이다. 그런데 모두들 기쁘고 마음이
들떠서인지 정작 해야 할 축하의 인사말을 제대로 하지 못하는 수가 많다.
그러나 아무리 기쁨이 넘치는 분위기라 하더라도, 축하의 인사말은 깍듯이 해야 한다. 결
혼을 축하하는 인사말은 어려울 것도 쉬울 것도 없다. 그저 '결혼을 축하합니다.'라는 한마
디
로써 족한 것이다. 즉 신랑·신부에게는 '결혼을 축하합니다.'를 기본형으로 하여 그 어미
는
그 사람과의 친소에 따라 '∼하네'가 되어도 좋고 '∼한다.'가 되어도 좋다.
그리고 옆에 계시는 부모에게는 '얼마나 기쁘십니까!'하고 인사하면 되는 것이다.
② 생일을 축하할 때: 인간은 최소한 가족과 이웃으로부터 축하를 받으면서 태어나는데,
그날이 생일이다. 우리는 한평생을 사는 동안, 한해에 한번씩은 꼭 생일을 맞는데 그때마다
가족과 친지들로부터 적지 않게 축하를 받는다. 축하를 받는다는 것은 나도 남의 생일을 축
하해야 한다는 말이다.
우리의 풍습대로 하면, 첫 번째 생일은 돌날이라 하여 큰상이 차려지고, 평생을 두고 이날
이면 여늬때보다는 밥 한 그릇이 라도 크게 담아 먹는다. 그래서 우리 속담에도 "생일날 잘
먹자고 열흘 굶는다."고 했다. 아무튼 생일날은 한상 차려놓고 잘 먹는 것으로 되어 잇따.
뿐만 아니라, 나이가 많아질수록 그 생일은 여러 가지로 수식된 말로 축하의 뜻을 나타낸
다. 이를테면 61세 환갑이라고 하는데, 이는 자기가 태어난 해의 간지가 60년만에 다시 돌아
왔다는 뜻이다. 이를 회갑·주갑·환력이라고도 하며 이때의 생일 잔치를 환갑잔치·회갑연
이라고 한다.
환갑 다음 해인 62세는 진갑이라고 하는데 이는 다시 갑자가 시작된다는 뜻이다. 그러다
가 70세가 되면 고희라고 하는데, 이는 두보의 시 '인생칠십고래희'에서 비롯된 말이다.
또 77세는 희수, 88세는 미수, 99세는 백수라고 하는데, 이는 일본사람들이 지어냈다 하여
쓰기를 꺼리는 이도 있으나, 이미 우리말 사전에 올라있으니 굳이 물리치지 않아도 좋을성
싶다.
어른의 나이를 말할 때, 육순·칠순·팔순·구순이라고 하는데 이는 60세·70세·80세·
90세의 뜻이다. 또 망칠·망팔·망구·망백등은 61세·71세·81세·91세를 뜻하는 말이나,
그 근거에 이설이 있으므로 이런 말은 쓰지 않는 것이 좋다.
이와 같이 나이에 따라 그 나이를 나타내는 말이 따로 있고, 거기에 걸맞게 생일잔치도
베풀어지는데, 그때마다 잔치의 이름도 다르다. 그것을 회갑연·고희연·희수연·미수연 등
으로 말하지만 이를 통칭하여 수연이라고 한다.
흔히 수연과 수연을 두고 어느 쪽을 써야 옳은지 하는 질문을 받을 때가 있는데, <宴>은
잔치를 베푼다는 뜻이고, <연>은 잔치를 하는 자리의 뜻으로 알면 되겠다. 그래서 굳이 그
뜻을 가릴 것없이 두가지 말을 같은 뜻으로 두루 써도 괜찮다고 본다.
여기서 한가지 알아야 할 일은, 어른의 생일은 생일이라 하지 않고 높임말로서 <생신>이
라고 해야 옳다. 또 성인이나 군왕의 생일은 탄신 또는 탄일이라고 한다. 그래서 어른의 생
일을 축하할 때는 '생신을 축하합니다.'하고 인사해야 한다.
4. 문병할 때, 위로할 때의 인사말
우리는 살아가면서 남을 위로해야 할 일도 적지 않다. 앓아서 누워있는 친지가 있으면 병
문안을 가야 하고, 재해를 입었거나 사고를 당한 친구가 실의에 빠져 있을 때는 이를 위로
해야 하고, 아는 학생이 입시에 불합격하여 비관하고 있다면 그 마음을 달래 주어야 한다.
① 문병할 때의 인사말: 사람은 앓거나 곤경에 빠졌을 때는 마음이 약해지고 신경이 날카
로워진다. 평소에 아무리 친한 친구 사이라 하더라도, 이런 상황에서는 함부로 농담을 하거
나 신경을 건드리는 말을 해서는 안된다. 때문에 위로하는 인사말은 그 정황을 고려하여 적
절하게 찾아내야 한다.
문병할 때는 환자가 무슨 병을 앓고 있는지, 그 상태는 어떤지 등을 미리 알아볼 수 있으
면, 거기에 따라 마음의 준비도 하고 어떻게 위로했으면 좋을까를 생각해 보아야 한다.
치유하기 어려운 병일 경우는 환자의 고통은 말할 것도 없겠지만, 문병하는 사람도 환자
를 대하기가 괴로운 일이다. 그러므로 이럴 때일수록 문병하는 사람은 이 환자를 보고 '이
래
서 어쩌냐?'고 하면서 동정이라도 하듯이 걱정하는 말을 해서는 안된다. 아무리 어려운 상
황
에서도 환자에게는 희망을 주는 말만이 위로가 되기 때문이다.
그래서 환자가 있는 방에 들어서면 말을 하기보다는 먼저 환자의 손이라도 잡으면서 '얼
마나 고생이 되십니까?', '차도가 있으신지요?'하면서 친근하게 인사하는 것이 좋다. 또 불
의
의 사고로 다친 환자에게는 '그만하니 다행입니다.', '참으로 불행 중 다행입니다.'라고 정
중
히 인사한다. 그리고 환자를 만나고 나올 때는 반드시 '조리(조섭) 잘 하시고 속히 쾌유하시
기를 빕니다.'라는 말을 잊지 않아야 한다.
문병을 가서 보호자를 만나게 되면 보호자에게도 위로의 인사를 해야 한다. 이때의 인사
말은 '얼마나 걱정이 되십니까?', '고생이 많으십니다.', '빨리 일어나시기를 빌겠습니다.'라
고
하면 된다.
② 위로할 때의 인사말: 남의 불행이나 불상사를 위문하거나 위로한다는 것은 결코 쉬운
일이 아니다. 이런 경우의 인사말에는 어떠한 정형이 있는 것도 아니니까, 그때그때의 정화
에 따라 적절한 인사말을 찾을 수 밖에 없다.
남의 아픈 마음을 조금이라도 달래주는 자리가 되도록, 그 말은 진실해야 하고 그 태도는
진지해야 한다. 그렇게 할 때 상대편은 비로소 이쪽의 말에 귀를 기울일 것이다.
이를테면 좌천 당한 친구가 있다면, 조용한 찻집이나 단골주점 같은 데로 초대한다. 그리
고는 친구의 마음을 어루만지듯 가만가만 이야기를 시작한다. 이때 직장의 상사를 비방하거
나 누구를 탓하는 말을 해서는 안된다. 그보다는 친구가 무엇을 가장 고민하는지 무엇이 가
장 어려운지를 말할 수 있도록 도와준다. 이야기는 친구의 처지가 되어 들어주고, 이야기를
중간에서 자른다든지 자기 견해를 함부로 말해서는 안된다. 이야기를 어느 정도 다 들은 다
음에 자기 의견도 말하고 도울 일이 있으면 기꺼이 돕겠다고 약속도 해준다. 이런 경우 우
정을 나누는 이야기는 얼마든지 해도 좋지만, 과음은 금물이다.
또 입시철이 되면 합격하는 학생보다는 불합격하는 학생의 수가 엄청나게 많다. 바꾸어
말하면 기쁨이 넘치는 집안보다는 우울해 하는 가정이 훨씬 많은 것이 우리의 현실이다. 이
럴 때 우리는 무슨 말로 그들을 위로해야 할까? 아버지와 어머니는 그 아들·딸의 고통을
어떻게 달래주어야 할까? 사람이 말로써 다하지 못할 때는 글로써도 그 진정을 전할 수 있
다.
어머니의 간절한 편지 한통이 실의에 빠진 아들에게 큰 용기를 주어, 그 다음해에는 큰
영광을 차지했다는 이야기, 이러한 슬기야말로 참 위로가 아닌가 싶다.
5. 문상할 때의 인사말
초상난 집을 찾아가서 죽은 이에게 예를 올리고 그 유족에게 슬픈 뜻을 표하며 위로하는
이사를 조상, 또는 문상·조문이라고 한다.
그런데 대체로 현대인들은 문상을 가서 인사를 어떻게 해야 할지, 또 상주에게 무슨 말로
위로해야 할지를 몰라 망설이는 경우가 많다. 그런 경우의 인사법이 우리의 전통 관습에서
는 매우 까다롭다는 이야기를 어렴풋이나마 듣고 있기 때문에 더욱 그런지도 모른다.
이를 테면 우리의 재래 관습에서는 아버지상에는 '대고 말씀무어라 여쭈오리까?' 어머니
상
에는 '상사 말씀 무어라 여쭈오리까?'라고 부모를 구분해서 말하기도 하고, 구분하지 않
고
말할 때는 '망극지통이 오죽하십니까?'라고 한다. 또 남편상에는 '천붕지통이 오죽하십니
까?',
아내상에는 '고분지통(叩盆之痛-그 옛날 장자의 아내가 죽었을 때, 장자는 두다리를 뻗고
물
동이를 두들기면서 슬퍼했다는 이야기에서 비롯된 말)이 오죽하십니까?'한다든지, 또 형제상
에는 '할반지통(割半之痛-두쪽으로 쪼개진 아픔)이 오죽하십니가?', 아들 딸이 나 손자 손녀
가 죽었을 때는 '참척을 보시어 얼마나 마음 아프십니까?' 등 그 경우마다 위로하는 말을
달
리했다.
문상객의 이와 같은 번거로운 위로의 말에 대하여 상주가 응대하는 말도 여러 가지가 있
다. 부모상일 때는 '망극하기 그지없습니다.', '불효막심한 죄가 큽니다.', '불효를 저질러서
몸
둘 바를 모르겠습니다.' 등으로 말한다. 또 남편상이거나 아내상일 때는 '그저 하늘이 무너
진
듯 합니다.'라든지, '그저 땅이 꺼진 듯 합니다.'라는 말을 한다.
요즘의 우리 감각에서는 이런 인사말이 실감이 나지 않을 뿐 아니라, 공감할 수도 없다.
그보다는 누구나 다 알 수 있는 말로써, '얼마나 애통하십니까?', '얼마나 슬프십니까?', '무
어
라 드릴 말씀이 없습니다.', 또는 보다 격식을 갖추는 문상일 때는 '삼가 조의를 표합니다.'
라
고 하면 된다.
또 상주의 응대말도 망극하다든지 불효막심하다든지, 큰 죄를 지었다든지 하는 투는 버리
고, 그저 가라앉은 어조로 '고맙습니다.', '드릴 말씀이 없습니다.'하고 정중히 말하면 된
다.
상주는 될 수 있으면 말을 하지 않고 문상객이 묻는 말에만 응대하는 것이 좋다.
문상객 중에는 돌아가신 분의 '춘추는 얼마나 되셨습니까?'하고 묻는 일이 흔히 있다.
이
럴 때 상주가 '올해 아흔이셨습니다.'하고 대답을 했다면, '참 호상이십니다.'하고 상주를
위
로하듯 말하는 사람이 있다. 이것은 잘못된 인사법이다.
호상이란, 이 세상에서 많은 복을 누리면서 장수한 사람의 상사를 말하는 것인데, 이것을
바꾸어 말하면 '천수를 다하고 잘 죽었다.'는 뜻이 된다. 그러므로 이런 말을 상주에게 맞
대
고 해서는 안된다. 그보다는 '이 어른 참 호상이십니다.'하고 문상객끼리 고인을 추모하는
뜻
으로 쓰는 말이다.
이상에서 살펴본 바와 같이 재래의 문상법은 매우 번거롭고 거의가 형식에 치우치고 있음
을 알 수 있다. 요즘의 우리 생활감각에서 보면 그대로 받아들일 수 없는 것이 대부분이다.
그래서 필자는 현대인들이 누구나 쉽게 행할 수 있는 문상인사법을 다음과 같이 정리해
보았다.
① 문상을 가서 빈소나 영안실에 들어서면 먼저 고인의 영정이나 사진 앞에서 분향하고,
두 번절한 다음 상주에게는 한번 절한다. 근자에는 두 번 절하지 않고 합장하는 사람도 있
고 기도하는 사람도 있다. 또 분향 대신에 헌화하기도 한다. 이는 각자의 종교적인 의식에
바탕을 둔 예법이기 때문에 누구도 옳다 그르다고 말할 수 없다. 어느 것이든 다 온당하다
고 본다.
② 상주에게 절한 다음, 천천히 일어서서 아무 말도 하지 않고 물러 나와도 예의에 벗어
나지 않는다. 상을 당한 사람을 극진히 위로해야 할 자리지만 그 어떤 말로도 상주를 위로
하기에 는 부족하다. 그러므로 아무 말도 하지 않는 것이 오히려 삼가조의를 표하는 것이
된다.
③ 그러나 굳이 말을 해야 할 처지라면, '얼마나 애통하십니까?', '얼마나 슬프십니까?', '
무
어라 드릴 말씀이 없습니다.' 정오로 말하는 것이 좋다.
이와 같이 예를 갖추고 나면, 고개는 약간 숙이듯이 하고 걸음은 빠르지 않게 하여 조용
히 물러 나오면 되는 것이다.
21. 촌수는 따지고, 호칭은 바르게
오랜 역사와 문화 전통을 지닌 우리 겨레는 다른 나라 사람들에 비해 예
법이나 관습에서 특이한 것이 많다. 이를테면 친족, 인척 간에는 촌수를 따
지고, 거계 따르는 호칭어와 지칭어가 있다. 호칭어란 내가 직접 남을 부를
때의 말이고, 지칭어란 남에게 누구를 일컬을 때의 말이다 그런데 이것을
제대로 익히지 못한 젊은이들이 의뢰로 많고, 또 이 대문에 제대로 사회
생활에서 때로 당황해하는 경우를 볼 수 있다.
1. 완장과 안항가 왕대고모
서울에서 이른바 일류대학을 나와 재벌기업에 취직해 있는 한 젊은이가,
전통적인 관습이 짙은 어느 시골 문중이 큰 집안으로 장가를 들었다. 얼마
후에 처가집 어른들을 찾아 뵙게 되었는데, 한 어르니 신랑의 인사를 받고
난 다음에,"....자네 완장이 계시던가?"하고 묻는다. 젊은이는 '완장'이란 처
음 듣는 말이라 어떻게 대답해야 할지를 몰랐다. 완장이란 남의 백부, 중
부, 숙부, 계부를 높여서 부르는 말이다. 이런 경우:....자네 삼촌이 걔시던
가?"하고 물었으면 누구나 다 알 수 있었을 터인데 남의 백숙부를 존대해
서 말하다 이런 단어가 나온 것이다. 남의 아버지를 춘장, 춘부장으로 존칭
하는 것과 같은 일이다. 흔히는 완장이라고 하지만 백, 숙, 중,계의 차례에
따라 백완장, 중완장, 숙완장 등으로 부르기도 한다.
젊은이는 또 다음 집으로 인사를 갔다. 이번에는 한 노인이 인사를 받고는
"...자네 안항은 몇이던가?"하고 묻는다. 젊은이는 이 말 또한 처음 듣는지
라 얼른 대답이 나오지 않았다.
안항이란 남의 형제를 높여서 부르는 말이다. 기러기가 줄지어 날아가듯이
형제가 여럿이 이쓴ㄴ 모습을 나타낸 비유이다. '안행'이라 읽지 않고 '안
항'이라고 읽는다. "...자네 형제가 몇인가?"라고 물었다면 그대로 알 수 있
는 이야기를 하필이면 '안항' 운운했으니 젊은이는 당황할 수 밖에 없었다.
이렇게 두차례나 무안을 당한 젊은이는 그래도 용기를 잃지 않고 또 한집
에 인사를 갔다. 이번에는 한 할머니를 뵙고 큰 절을 올렸더니, 그 할머니
는 "...그래. 0서방은 우리 왕대고모의 시가와 일가라고 하더구나"하고 반가
워 한다. 고모나 왕고모, 대고모는 들어보았지만 왕대고모는 또 누구인다?
얼른 감이 잡히지 않는다. 나의 고모는 아버지의 자매이고, 왕고모는 아버
지의 고모로서 할아버지의 자매이고, 왕대고모는 할아버지의 고모로서 증
조 할아버지늬 자매이며 증대고모라고도 한다. 또 증조 할아버지의 고모는
고조 할아버지의 자매로서 고대고모가 된다.
왜 하필이면 쉬운 말을 다 두고, 이와같이 까다로운 말들을 쓰느냐고 핀
잔을 할 지 모르지만, 관습이란 불필요하게 까다로운 것만은 아니다. 이는
어디까지나 우리 겨레의 전통이요, 우리 문화의 운치라 해도 좋을 것이다.
아무리 서구문물이 넘치는 현대 생활이라 하더라도, 설령 그런 호칭을 들
을 자신이 아닌가. 우리의 고유한 계촌법을 알고 예스러운 호칭법을 알아
두는 것은, 생활에서나 사교에서 매우 요긴할 때가 있다고 본다.
2. 우리에게만 있는 독특한 계촌법
우리 민족에게는 세계의 어디에서도 볼 수 없는, 친족과 인척 사이의 멀
고 가까움을 나타내는 아주 정교한 촌수법이 있다. 촌이란 가지런히 고르
게 돋아나있는 대나무의 마디로서, 그것을 한 겨레붙이로 보고, 거기서 촌
수법을 유추했다고 보아도 좋으리라. 이를 계촌법, 도는 촌례법이라고 한
다.
친족은 10촌 이내의 부계의 혈족을 말하고, 인척은 모계인 외가와 아내의
본집인 처가의 혈족을 일컫는다. 이를 통틀어 친척 똔ㄴ 친인척이라고 한
다. 그런가 하면 옛날의 식자들은 아버지쪽 집안을 부당이라 ㅎ고, 어머니
쪽 집안을 모당 또는 외당, 처가 쪽은 처당이라고도 했다. 이롸 같이 우리
의 예법은 그 이름 하나를 부르는 데도 늘 정중했다.
성이 같고, 본이 같은 친족을 흔히 일가라고 부른다. 일가 중에서도 가장
가까운 피붙이를 당내라고 하는데, 일가 중에서도 가장 가까운 피붙이를
당내라고 하는데, 당내란 8촌이내의 집안 사람이란 뜻이다. 8촌이면 같은
고조 할아버지의 손자가 된다.
우리의 계촌법은 종으로는 고조를 최고 존속으로 하고, 횡으로는 고, 증,
조의 형제를 단위로하여 촌수를 따지게 되어 있다.
아버지와 아들 사이는 1촌, 형제 사이는 2촌이지만, 아무도 이런 말을 쓰
지 않는다. 또 할아버지, 증조 할아버지, 고조 할아버지와 같이 직계인 경
우ㅜ도 촌수로 말하지 않고, 그 위의 할아버지들도 5대조, 6대조로만 부른
다. 아버지의 형제인 큰아버지, 작은 아버지와 자기와의 관계는 3촌이 되는
데 여기서부터 촌수로 나타낸다. 따라서 백숙부의 아들 딸과 자기와의 관
계는 4촌이 되며, 이를 종형제라고 한다 . 쉽게 말해서 4촌은 같은 할아버
지의 자요, 6촌은 같은 증조할아버지의 손자요, 8촌은 같은 고조 할아버
지의 손자인 것이다.
종은 방계를 나타내는 뜻으로, 4촌이면 종형제, 5촌 아저씨면 종숙이라고
한다. 종자 위에다 재자를 붙이면, 6촌간의 재종 형제가 되고, 7촌 아저씨
는 재종숙이 된다. 그리고 8촌은 삼종 형제라 하고 9촌 아저씨는 삼종숙이
된다. 또 할아버지의 4촌은 재증조, 할아버지의 6촌은 삼증조가 된다.
그리고 고조 이상의 할아버지는 5대조, 6대조로 부르는데, 이때 5대조 할
아버지의 손자는 6세손이라하고 6대조 할아버지의 손자는 7세존이라 한다.
즉 할아버지는 반드시 몇대조라 하고 손자는 몇세손으로 부르는데, 이때
숫자는 일치하지 않고 손자쪽이 하나씩 많다고 생각하면 된다.
또 종숙, 종질을 당숙, 당질이라고도 하는데, 이 말은 친근한 당내간임을
나타내는 뜻으로 흔히 쓴다. 따라서 재당숙, 재당질, 삼당숙, 삼당질이라고
도 한다. 그리고 당내 밖의 친족 사이에서는 형제의 항렬리면 족형, 족제라
하고, 아버지 항렬이면 족숙, 조카벌이 되면 족질, 할아버지 항렬이면 대부,
또는 족조라 하며, 손자뻘에게는 족손이라 한다.
우리의 호칭과 지칭은 친족 사이에서 뿐만 아니라 인척 간에도 다양하게
쓰이고 있으니 다음 절에서 설명한다.
3. 자기 친인척과 남의 친인척을 말할 때
우리의 친인척 사이에는 서로 부르거나 일컬을 때 여러 가지의 붙임말이
있다. 즉 그것은 살아있는 친인척을 말할 때, 살아있는 남의 친인척을 말할
때, 세상을 떠난 자기 친인척을 말할 때, 세상을 떠난 남의 친인척을 말할
때, 편지난 지방, 축문에서 일컬을 때 등에 ㄸ라서, 그 호칭과 지칭은 각각
달라진다.
(1) 부모와 자녀 사이 나의 아버지를 일컬을 때는, 가친, 엄친, 가엄, 노친,
아버지, 내가 직접 부를 때는 아버지, 남의 아버지는 춘부장, 춘장, 춘당,
대정, 대인, 어르신네, 내가 직접 부를 때는 어르신네, 돌아가신 남의 아버
지는 선부장, 선장, 선고장, 선대인, 선부군 등으로 일컫는다. 또 아버지를
편지에서는 부주, 아버님께로 쓰고, 제사 떄의 지방이나 축문에서는 현고로
쓴다.
나의 어머니를 일컬을 때는 자친, 가자, 자정, 노모, 어머니, 내가 직접 부
를 때는 어머니, 남의 어머니는 자당, 모당, 훤당, 북당, 대부인이라 하고,
돌아가신 나의 어머니는 선자, 선비, 어머니, 돌아가신 남의 어머니는 선대
부인이라 이럳는다. 또 어머니를 편지에서는 모주, 자주, 어머님꼐로 쓰고,
제사 때의 지방이나 축문에서는 현비로 쓴다. 나의 아들은 가아, 가돈, 미
돈, 돈아, 미아. 미식, 자식, 집아이, 아이, 또는 나의 딸은 비녀, 비식, 여식,
유녀, 딸아이, 딸자식, 딸년, 남의 아들은 영윤, 현윤, 윤양, 영교, 따님 등으
로 일컫는다. 부모는 자식을 보통 이름이나. 너, 얘 등으로 부르고 자식은
자기를 낮추어 소자라고 한다. 또 자식이 부친 상중이면 고자, 모친 상중이
면 애자, 그리고 부모상을 한꺼번에 당했을 떄는 고애손이라고 한다. (승중
상)이란 아버지를 여읜 맏아들이 할아버지나 할머니의 초상을 치르는 것을
말한다.
나의 며느리는 자부, 며느리, 며늘아이라 일컫고, 내가 직접 부를 때는 아
가, 새아기, 아무개 어멈이락 하고, 며느리는 시아버지, 시어머님이라 일컫
고 며느리가 직접 부를 때는 아버님, 어머님이라고 한다. 남의 며느리는 자
부님, 며느님, 영자부등으로 일컫는다.
요즘 젊은이들 주에는 '아버지,어머니'를 부를 대, 높여서 ;아버님, 어머님
'이라 부르는 사람이 있는데, 이때는 '님'을 붙이지 않고 그냥 '아버지,어머
니'라고 하는 것이 옳다. 다만 편지에서 '아버지께, 어머님께'쓰는 것은 관
례로 되어 있다. 또 근자에는 장인, 장모를 '아버님, 어머님'으로 부르는 것
이 일반화되는 경향이다.
(2) 조부모와 손자 사이
나의 할아버지를 일컬을 때는 조부, 왕부. 할아버지, 내가 직접 부를 때
는 할아버지, 남의 할아버지는 조부장, 왕대인, 왕존장, 왕부장, 돌아가신
나의 할아버지는 선조고, 선왕부, 할아버지, 돌아가신 남의 할아버지는 선
조부장, 선왕고장, 섲왕대인 등으로 일컫는다. 또 할아버지를 편지에서는
조부주, 할아버님께로 쓰고, 제사에서는 현조고로 쓴다.
나의 할머니를 일컬을 때는 조모, 왕모, 할머니, 내가 직접 부를 때는 할
머니, 남의 할머니는 왕대부인, 존조모, 돌아가신 나의 할머니는 선조모, 선
왕모, 선조비, 할머니, 돌아가신 남의 할머니는 선왕대부인, 선존조비 등으
로 일컫는다. 또 할머니를 편지에서는 조모주, 할머님꼐로 쓰고, 제 에서
는 현조비로 쓴다. 나의 손자는 손아, 장손, 차손, 손자, 남의 손자는 연손,
영포, 현포, 인포 등으로 일컫고, 손자는 조부모 앞에서는 자기를 낮추어
소손이라 한다.
(3) 백숙부와 조카 사이
나의 백숙부는 백구, 중부, 숙부, 계부, 사숙, 큰아버지, 작은아버지라 일
컫고, 내가 직접부를 때는 큰아버지, 작은 아버지, 남의 백숙부는 선백부,
선숙부, 돌아가신 나므이 백숙부는 선완장, 선백부장, 선숙부장 등으로 일
컫는다. 백, 중부는 아버지형이 되고, 숙.계부는 아버지의 아우가 된다.
나의 백숙모는 백모, 중모, 숙모, 계모 큰아버지, 작은 어머니라 일컫고,
내가 직접 부를 때는 큰어머니, 작은 어머니, 남의 숙모는 존백모부인, 존
숙모부인, 돌아가신 나의 백숙모는 선백모, 선숙모, 돌아가신 남의 백숙모
는 선백노부인 , 선숙모부인 등으로 일컫는다. 편지에서는 백부주, 숙부주,
백모주, 숙모주, 큰아버님께, 작은 아버님께, 큰어머님께, 작은 어머님께 등
으로 쓴다.
나의 조카는 사질, 질아, 비질, 조카, 남의 조카는 함씨, 현질씨, 조카님 등
으로 일컫는다. 또 편지에서 조카가 스스로를 일컬을 때는 유자, 질자 등으
로 쓴다. 그래서 아재비와 조카를 유부, 유자라 한다.
나의 5촌 아저씨는 종숙, 당숙, 비종숙, 7촌 아저씨는 재종숙, 9촌 아저씨
는 삼종숙, 남의 종숙은 존완장, 종숙부장, 당완장, 남의 5촌 조카는 종질,
당질, 7촌조카는 재당질, 남의 종질은 영당함씨, 영종질씨 등으로 일컫는다.
(4) 형제 자매, 종형제 사이
나의 형은 사형, 가형, 사백, 사중, 형님, 큰형님, 작은 형님, 남의 형은 백
씨, 중씨, 영백씨, 중씨, 돌아가신 나의 형은 선사백, 선중형, 형님, 큰형
님, 작은 형님, 돌아가신 남의 형은 선백씨장, 선중씨장, 나의 아우는 사제,
가제, 아제, 기제, 남의 아운ㄴ 영제씨, 세상을 떠난 남의 아우는 선제씨,
선계시 드으로 일컫는다.
나의 누나는 자씨, 누님, 누이는 매아, 누이동생, 누나의 남편은 자형, 누이
의 남편은 매부, 언니의 남편은 형부, 동생의 남편은 제부라 일컫는다. 나
의 형제의 배우자는 형수, 중수, 제수, 계수라 일컫고, 내가 직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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