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osted by 구름너머 2006. 6. 9. 10:52
지진이어 화산까지…공포의 욕야카르타



8일 오후 5시경 시뻘건 용암을 뿜어내는 인도네시아 므라피 화산. 욕야카르타 시내에서 30km가량 떨어진 화산 주변의 하늘이 시커멓게 변했다. 욕야카르타=박영대 기자
화산 폭발 공포가 인도네시아 욕야카르타 지역을 덮쳤다. 이미 강진으로 6000명 이상이 숨진 이 지역 주민들은 긴급 대피하기 시작했다.

8일 오전 9시경(현지 시간) 욕야카르타 시내에서 30km가량 떨어진 므라피 화산에서 엄청난 양의 용암이 솟구쳐 올랐다. 4분 30초 동안 계속 분출된 용암은 초원지대인 마글랑 쪽으로 6.5km가량 흘러갔다고 현지 라디오 방송이 전했다.

므라피 화산에서 7km가량 떨어진 클로라 갈리우랑 지역의 산등성이에 다가가자 용암과 함께 뿜어져 나온 가스와 수증기로 만들어진 구름이 하늘로 뭉게뭉게 피어올랐다. 거대한 굴뚝에서 뿜어져 나오는 연기처럼 보이기도 했다. 이 구름이 주변으로 퍼지면서 므라피 화산 일대의 하늘이 검게 흐려졌다.

이어 낮 12시 반경과 오후 5시 45분경 또다시 용암이 분출되면서 사람이 느낄 수 있을 정도의 강한 여진이 발생하자 주민들의 얼굴에는 불안한 표정이 역력했다. 이날 하루 동안 10여 차례의 크고 작은 용암 분출이 이어졌으며 화산재는 반경 5km 지역까지 퍼졌다.

므라피 화산 진입로 곳곳에는 바리케이드가 설치됐다. 므라피 화산에서 남쪽 해변 방향으로 뻗은 도로는 위험 지역을 벗어나려는 주민들이 앞 다퉈 몰고 나온 차량과 오토바이로 가득 찼다.

므라피 화산에 다가갈수록 흩날리는 화산재 때문에 눈이 아려 오고 매캐한 유황 냄새가 코를 찔렀다. 1시간가량 산 주변을 돌고 나니 목이 칼칼하게 아프고 호흡이 가빠졌다.

므라피 화산 인근 산악 지역에 텐트를 치고 사는 살리니브(40) 씨는 “지진 때문에 아내가 죽고 집이 무너져 버려 산으로 올라갔는데 날마다 화산 활동이 활발해지고 있어 무섭다”면서 “도망치고 싶지만 갈 곳이 마땅치 않아 할 수 없이 버티고 있다”고 말했다.

렌터카를 운전하는 수랏(48) 씨는 “정부가 대피령을 내려 많은 사람이 피했지만 갈 곳이 없어 남아 있는 사람이 꽤 많다”며 “화산이 폭발하면 인명 피해가 클 것”이라고 말했다. 실제로 므라피 화산기슭 남부 슬레만과 서부 마젤랑 마을에는 1만5000명가량이 남아 있는 것으로 인도네시아 정부는 추정하고 있다.

주인도네시아 한국대사관 측은 욕야카르타에 머물고 있는 자원봉사자와 관광객에게 대피하라고 권고했다. 지진 피해자를 구조하기 위해 온 고려대 의료원 긴급 의료지원단도 일단 활동을 중지하고 시내에 머물며 상황을 지켜보고 있다.

반툴 등 이번 지진으로 집중적인 피해를 본 지역은 화산 폭발의 직접적인 영향권에는 들지 않겠지만 이재민들은 용암 분출 소식에 크게 동요하고 있다.

높이 2915m의 므라피 화산은 세계 3대 활화산 가운데 하나로 꼽힌다. 1930년 대폭발로 1369명이 숨졌고, 1996년 11월에도 용암이 분출해 50여 명이 유독가스에 질식돼 사망했다. 지난달 27일 강진 이후 므라피 화산의 활동이 눈에 띄게 활발해지자 인도네시아 정부는 최고 등급의 경계령을 내렸다.

욕야카르타=장택동 기자 will71@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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