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osted by 구름너머 2006. 3. 7. 12:44
<초점> 재산세 파동 눈덩이처럼 확산

(서울=연합뉴스) 윤근영 이 율 박대한 기자 = 재산세 인하 파동이 눈덩이처럼 확산되고 있다.

서울과 경기도 지역의 기초자치단체 가운데 탄력세율을 적용하지 않는 곳은 이제 손가락으로 꼽을 수 있을 정도다.

지자체장 선거일이 다가올수록 재산세를 내리려는 기초단체는 더욱 늘어날 것으로 보이며 자칫하다가는 이런 사태가 지방의 일부 부유한 기초단체로 번질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지역 주민들이 "왜 우리만 세금을 많이 내야 하느냐"고 항의하는 것을 5.31 지자체장 선거를 앞두고 있는 기초단체장이 외면하기는 어렵기 때문이다.

그러나 기초단체들의 재산세 인하는 `동일가격 동일세금'이라는 공평과세 원칙을 뿌리채 흔드는 행위라는 것이 전문가들의 지적이다.

수도권에 사는 부자 납세자들은 재산세를 덜 내고 지방의 가난한 납세자들은 세금을 더 많이 내는 불형평성을 더욱 심화시키기 때문이다.

◇ 재산세 인하가 확산되는 이유는
재산세 파동이 갈수록 심각해지는 것은 ▲주택가격이 많이 올라 납세자들의 재산세 부담이 커진 데다 ▲작년에 재산세를 내린 기초단체들은 올해에도 인하한다는 방침이고 ▲작년에 내리지 않은 기초단체들은 지자체장 선거를 앞두고 있어 덩달아 깎아줄 계획이기 때문이다.

기초단체들은 작년에 탄력세율 적용을 위해 조례를 개정하면서 시한을 못박지 않았기 때문에 올해 탄력세율을 배제하려면 조례를 개정해야 한다.

지자체장 선거를 앞두고 이런 `모험'을 감행할 시.군.구는 없다는 것이 실무자들의 설명이다.

게다가 작년에 재산세를 내렸다가 올해 인하하지 않으면 납세자들의 세부담이 더욱 크게 늘어난다는 것도 부담스럽다는 것이다.

서초구청 관계자는 "작년에 탄력세율 30%를 적용해 재산세를 내렸는데, 올해 세금을 깎아주지 않기 위해 조례를 개정할 수는 없는 일"이라면서 "작년에 재산세를 깎은 시.군.구는 거의 모두 올해에도 경감해줄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게다가 작년에 재산세를 내리지 않은 지자체들은 지자체장 선거를 앞두고 제기되는 항의와 민원에 곤혹스러워 하고 있다.

경기도 시흥시 관계자는 "작년에 탄력세율을 적용하지 않은데 대한 주민들의 민원이 적지 않다"면서 "이웃 기초단체와의 형평성을 위해서라도 올해에는 재산세를 내릴 수밖에 없다"고 전했다.


◇ 수도권의 대부분 기초단체가 재산세 인하
서울에서는 올해 적어도 25개 자치구 가운데 19개구가 재산세를 깎아줄 계획인 것으로 현 시점에서 파악됐다
작년에 재산세를 인하한 곳은 ▲중구 40% ▲양천.서초 30% ▲용산.중랑.성북.강북.마포.강서.구로.영등포.동작.관악 20% ▲ 성동.광진 10% 등이다.

더욱이 올해에는 추가로 강남구 30%, 동대문구 20%, 송파구 20∼30%, 강동구 20% 등의 탄력세율 적용이 예정돼 있다. 금천구도 재산세 인하를 검토하고 있다.

작년에 경기도에서는 31개 시.군.구 가운데 14개 기초단체가 탄력세율을 적용했다.

해당 지자체는 ▲성남.고양.부천.용인.남양주.구리.하남.과천 50% ▲의왕 40% ▲수원.안양.광명.군포 30% ▲파주는 25% 등이다.

이들 기초단체의 대부분은 서울과 마찬가지로 올해에도 탄력세율 제도를 통해 재산세를 깎아주기로 했다.

광명시 관계자는 "재산세를 내리지 않으려면 조례를 개정해야 하는데, 가능하지 않은 일"이라면서 "이미 재산세 인하를 경험한 주민들이 세부담 증가를 수용하지 않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아울러 안산시는 올해 50%를 깎아주기로 이미 작년 11월에 조례를 개정했으며 시흥시는 50%, 화성시는 30∼50%의 탄력세율 적용을 검토하고 있다.

광주시도 긍정적으로 탄력세율 적용을 생각하고 있다.

광주시 관계자는 "현재로서는 결정된 바는 없지만 공시가격이 많이 올라가면 재산세를 깎아줘야 한다"면서 "지방선거가 예정돼 있다는 점도 고려하지 않을 수 없다"고 말했다.

◇ 과세 불형평 심각
수도권 지자체들의 재산세 인하는 공평과세에 타격을 준다.

지방 주택은 같은 가격의 수도권 주택에 비해 최고 2배 수준의 재산세가 과세되기 때문이다.

한마디로 `동일가격 동일세금' 원칙이 무너진 것이다.

2004년까지만 해도 강남의 고가 아파트의 경우 규모가 작고 오래됐다는 이유로 지방의 저가 아파트에 비해 세금이 낮은 사례가 적지 않았다.

건물과 토지분에 대해 재산세를 각각 별도로 부과하면서 주택의 시가가 제대로 반영되지 않았기 때문이다.

이런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정부는 토지분과 건물분을 합친 시가기준으로 재산 세를 부과하는 보유세제 개편을 2004년말에 단행해 작년에 처음 시행했다.

그러나 수도권의 지자체들이 재산세를 깎아줌으로써 정부의 이런 공평과세 시도는 사실상 좌절됐다.

송파구청 관계자는 "탄력세율을 적용하면 재산을 적게 가진 사람은 세금이 적게 깎이고, 많이 가진 사람은 많이 깎이는 불공평의 문제가 발생한다"면서 "그러나 주변의 자치구들이 모두 세금을 깎아주니 어쩔 수 없다"고 말했다.

특히 일부 기초단체는 재정사정이 넉넉하지 않아 재산세를 내리지 못하고 있다.

경기도 이천시 관계자는 "정부로부터 받는 지방교부금이 연간 700억원에 이르는데, 50억원만 줄어들어도 큰 타격을 입는다"면서 "이런 상황에서 재산세를 내리지 말라는 정부의 방침에 맞설 수는 없다"고 말했다.

그는 "재산세를 인하하는 시.군.구는 재정사정이 좋은 곳"이라면서 "가난한 지자체는 세수가 부족하기 때문에 재산세를 내리기가 쉽지 않다"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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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6/03/05 08:00 송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