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osted by 구름너머 2007. 11. 7. 09:41
지역 난방요금 슬그머니 8% `껑충` 인상
내릴때는 요란하더니 올릴때는 쉬쉬

서울 분당 일산 등 주로 수도권 대단위 아파트 단지에서 사용하는 지역난방 요금이 슬그머니 8%나 올랐다. 한국지역난방공사와 GS파워, 안산도시개발 등 6개 지역난방 사업자들이 지난 1일부터 국제유가 상승분을 반영해 난방요금을 7.96% 인상한 것으로 나타났다.

이들 사업자는 주택용 지역난방 사용요금을 메가칼로리(M㎈)당 52.48원에서 57.05원으로 8.7% 올렸다. 지역난방 요금은 계약면적 ㎡당 49.02원이 적용되는 기본요금에 사용량에 따라 부과되는 사용요금이 더해져 결정되는데 이번에 기본요금은 손대지 않았다.

그러나 전체 요금에서 사용요금이 차지하는 비중이 90%를 넘어서 기본요금 유지에도 불구하고 전체 인상률은 7.96%에 달했다. 이에 따라 전용면적 85㎡(25.7평) 아파트를 기준으로 월평균 난방비가 4500원 정도 올라갈 것으로 예상된다.

도시가스 소매요금이 이달부터 2.6% 오른 데 이어 지역난방 요금까지 들썩이면서 국제유가 급등에 따른 공공 에너지 가격 상승이 본격화되는 게 아니냐는 분석이 제기되고 있다.

지역난방공사 관계자는 "9월 기준 국제유가(두바이유)가 상반기 평균가격에 비해 21.7% 상승함에 따라 천연가스와 유류 등 지역난방용 연료 가격이 평균 12% 상승한 것을 반영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번 지역난방 요금 인상이 적용되는 주택은 총 125만6000여 가구에 달한다. 이 중 지역난방공사가 서울 분당 일산 등 전국 13개 지역에 92만1000여 가구를 담당하고 있는 것을 비롯해 GS파워는 안양 부천 등 25만5000여 가구, 안산도시개발은 안산지역 4만7000여 가구를 맡고 있다.

이처럼 요금 변동이 다수 가구에 영향을 미침에도 불구하고 각 사업자들이 요금 인상 여부를 주민들에게 제대로 알리지 않아 빈축을 사고 있다. 한국지역난방공사는 지난 2월 지역난방 요금을 1.08% 내렸을 때는 보도자료 등을 통해 요금 조정 사실을 적극 공표했지만 이번에는 그런 조치를 취하지 않았다.

이에 따라 요금 인상이 적용되기 시작한 뒤에야 관련 사실을 확인한 주민들의 항의가 빗발쳤다. 안양에 거주하는 정상훈 씨(38ㆍ가명)는 "중동 정세 불안, 미국 원유 재고 하락 등 유가 상승 요인만 잔뜩 적어 놓은 한 장짜리 공고문을 뒤늦게 본 뒤에야 요금이 오른 사실을 알았다"며 "요금을 내릴 때는 홍보에 적극적이던 사업자들이 이번에는 왜 조용히 넘어가려고 한 것인지 따져 묻지 않을 수 없다"고 말했다.

사업자들로부터 요금변경 신고를 받아 수리 여부를 결정하는 정부도 관리 책임을 면하기는 어렵다는 지적이다.

한국지역난방공사는 지난달 18일 산업자원부에 요금 변경신고서를 제출했고, 정부는 지난달 26일 신고를 수리했다. 이어 지역난방공사 결정에 따르는 나머지 사업자들도 곧바로 요금 인상을 확정했지만 언론 등을 통해 대외적으로 공표한 사업자는 한 곳도 없었다.



[정혁훈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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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7.11.07 06:58:29 입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