빠르면 2008년말 도입 전망
(서울=연합뉴스) 박상현.이상원 기자= 고액권 발행에 반대 입장을 견지해온 재정경제부가 "국회에서 여야가 합의하면 고액권 발행에 반대하지 않겠다"는 쪽으로 입장을 선회함에 따라 정치권의 합의 여하에 따라 빠르면 2008년중 10만원권이 도입될 전망이다.
21일 정부와 한국은행 등에 따르면 최근 국회 재정경제위원회 산하 금융소위의 일부 위원들은 재경부와 한은의 발권정책 당국자들을 불러 고액권 발행 문제에 관한 의견을 나누고 재경부에 고액권 발행을 전향적으로 검토해줄 것을 촉구했다.
재경부 당국자는 당시 "시간을 좀 달라"는 뜻을 전했으며 이는 기존의 `고액권 발행 반대' 입장에서 진일보한 것으로 평가됐다.
재경부의 고위관계자는 20일 연합뉴스와 전화통화에서 "국회 차원에서 고액권 발행 촉구 결의안이 채택되거나 여야가 합의할 경우 행정부가 반대하기 힘들다"는 입장을 밝혀 사실상 고액권 발행안의 조건부 수용입장을 시사했다.
한나라당 일부 의원들은 한은법 개정을 통해 고액권 발행을 주장하는데 반해 열린우리당은 촉구결의안 채택 방안을 주장하고 있는 것으로 전해지고 있다.
여야가 고액권 발행에 합의할 경우 새 화폐 도입에 2년 정도의 시간이 걸리는 점을 감안하면 빠르면 2008년말께 고액권이 도입될 전망이다.
한은은 이미 고액권 발행을 위한 기초준비를 상당부분 갖춰놓은 상태여서 도입 시점이 좀 더 빨라질 수도 있을 것으로 보인다.
◇10만원권 인물도안 김구 유력 = 한은은 위폐방지 요소를 대폭 보강한 새 지폐를 도입하면서 고액권 발행을 위한 사전 준비작업을 진행해왔으며 새지폐의 인물 도안의 후보도 어느 정도 압축해놓은 것으로 알려졌다.
10만원권의 인물초상은 한은의 자체 여론조사에서 세종대왕 다음으로 높은 지지율을 얻고 있는 김구 선생이 적용될 가능성이 높으며 5만원권이 도입된다면 여성이나 과학계 인물이 채택될 것으로 점쳐진다.
여성으로는 신사임당과 유관순 등이 유력하게 거론되고 있다.
일각에서는 5만원권을 빼고 10만원권 1종만 발행하는 방안도 거론되고 있으나 1만원과 10만원 사이에 간격이 너무 커 5만원권 도입이 불가피할 것으로 보인다.
한은 관계자는 "1천원권과 1만원권 사이에 낀 5천원권의 수요가 많지 않고 주화도 50원화의 수요가 많지 않은 점에 비춰 볼 때 5만원권의 수요도 기대에 못미칠 수 있을 것이라는 예상이 가능하지만 1만원과 10만원 사이에 간격이 큰 것이 부담"이라고 말했다.
◇규격.색상도 이미 윤곽잡혀= 한은은 올해 1월 발행한 새 5천원권과 내년 1월22일 발행예정인 새 1천원권, 새 1만원권의 크기와 도안, 색상 등은 중장기적으로 도입될 5만원, 10만원권 고액권 발행까지 감안해 확정된 결과물이다.
기조색상은 1천원권 청색, 5천원권 적황색, 1만원권 녹색 등으로 차가운 색상(청색.녹색)과 따뜻한 색상(적황색)이 교대로 적용되고 있다.
이 순서에 의하면 5만원권은 따뜻한 색상이, 10만원권은 차가운 색상이 적용돼야 한다.
따라서 5만원권은 붉은색 또는 노란색이 기조색상으로 채택될 가능성이 엿보이며 고액권이라는 취지에 맞게 황금색이 될 가능성도 점쳐진다.
최고액권이 될 10만원권은 차가운 색상으로 정해진다. 푸른색 계열 또는 청보라, 회색 등이 거론되고 있다.
현재 유로화 지폐는 회색, 적색, 청색, 오렌지색, 녹색, 황색 등으로 따뜻한 색과 차가운 색이 교대로 적용되고 있는데, 이처럼 권종구분을 위해 보색 컬러를 교차로 적용하는 패턴이 세계적인 추세라고 한은은 설명했다.
지폐의 크기체계에도 고액권 발행을 위한 포석이 깔려 있다.
새 지폐의 크기는 세로가 68㎜로 고정된 가운데 가로 길이가 6㎜씩 커지도록 돼 있다.
새 1만원 지폐(148x68㎜)를 중심으로 1천원권은 가로가 136㎜, 5천원권은 142㎜이며 향후 도입가능성이 점쳐지는 5만원권은 가로 154㎜, 10만원권은 가로 160㎜가 된다.
1만원권에 비해 5천원권과 1천원권은 가로가 짧아진 탓에 날렵한 느낌이 덜하고 둔중한 인상을 주는 반면 5만원, 10만원권은 미국 달러처럼 날렵한 인상이 강해진다.
1만원권을 심미적으로 가장 이상적인 크기로 결정한 것은 1만원권이 유통지폐 가운데 가장 큰 비중을 차지하는 점도 있지만, 향후 고액권 발행 가능성을 고려해 지폐 권종의 크기면에서 심미적 균형을 맞추기 위한 포석이다.
◇고액권 발행의 경제적 파급효과 = 일단 10만원권이 발행되면 10만원짜리 자기앞수표가 시장에서 퇴출될 전망이다.
은행이 발행한 후 지급제시돼 곧 바로 폐기되는 10만원짜리 자기앞수표가 연간 10억장이 넘고 유통기일이 평균 10일 이내에 불과하지만 발행 및 사후관리 비용으로 연간 4천억원 정도가 소요되고 있다.
또 고액권 발행으로 현재 유통지폐의 90% 이상(액면기준)을 차지하는 1만원권의 발행물량을 절반 정도 줄일 수 있어 연간 400억원 정도의 비용 절감을 기대할 수 있다.
그러나 이러한 효과보다 일반 상거래에서 지폐를 세는데 드는 시간적 비용을 대폭 줄이고 과도한 지폐를 소지.보관하는 불편함을 덜 수 있다는 점이 고액권 발행의 가장 큰 이점으로 여겨진다.
◇문제점은 없는가= 미국의 경우 100달러 지폐가 실제 유통되는 최고액권이지만 위폐가 범람해 실제 상거래에 쓰이는 빈도가 낮으며 20달러 지폐가 가장 널리 쓰인다. 이처럼 10만원권 도입으로 위폐 범람의 우려가 커질 수 있다. 저액권종에 비해 고액권 위폐는 그만큼 범죄의 기대수익이 높아지기 때문이다.
또 고액권 도입으로 자영업자나 소상공인 등의 음성적 무자료 거래나 탈루가 성행할 가능성도 배제하기 어렵다.
일각에서는 뇌물수수가 성행하고 인플레 심리가 촉발될 수도 있다는 지적이 있다.
이 때문에 일부 사회단체에서는 고액권 도입에 반대하고 있으며 여당 일부 의원들도 반대의 입장을 갖고 있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그러나 한은은 뇌물수수나 탈루의 문제를 고액권 문제와 연결짓는 것은 무리이며 이는 사회경제적 투명성을 높이는 것으로 해결해야 하는 과제라고 주장하고 있다.
shpark@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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