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osted by 구름너머 2005. 10. 20. 09:34

8ㆍ31대책 이후 세입자고통 커진다
8ㆍ31대책으로 각종 세금 부담이 늘어난 집주인들이 대거 전세금을 올려 애꿎은 세입자들의 고통이 커지고 있다.

2년 전 입주 당시 전세금에서 30~50%까지 올려달라는 요구에 다른 지역으로 이사를 가고 싶어도 전세 선호 현상이 커진 탓에 물건 구하기가 쉽지 않다.

분당 평촌 등 주거 환경이 쾌적한 주요 신도시의 경우 추가 주택 공급은 없고 전입하고자 하는 수요는 꾸준해 전세 시장 '초강세'가 진행중이다.

분당 정자동 S중개업소 대표는 "연말 입주라도 미리 전세 계약금을 걸어두지 않으면 전세 구하기가 여의치 않다"며 "그렇다고 월세로 바꾸기에는 부담이 너무 커 고민하는 사람이 많다"고 말했다.

◆ 전세금 못 올려주면 나가달라

=서울 강북의 한 소형 아파트에 세입자로 거주하는 김 모씨(38)는 지난달 집주인으로부터 청천벽력과 같은 통보를 받았다.

연말로 예정된 재계약 때 기존 전세금 1억원에서 50%를 올리겠다며 불응시에는 집을 비워달라는 말이었다.

갑작스런 전세금 인상 이유를 묻자 집주인은 "8ㆍ31대책 후 전세금이 올라 그 정도 전세금은 받아야 주변 시세"라는 말만 되풀이했다.

분당에 사는 최 모씨도 비슷한 경우다.

2년 계약기간이 오는 11월 끝나는 최씨는 집주인에게서 지난주 '30% 인상된 전세금으로 재계약하려면 하라'는 일방적 통보를 전화로 받았다.

최씨는 같은 날 '요구하는 금액만큼 못 올려주면 다른 세입자를 구한다'는 내용의 계약만료 내용증명까지 받은 상태다.



최씨는 "집은 소유하는 것보다는 사용하는 것이라는 개념으로 접근해 그 동안 집을 사지 않은 게 후회된다"며 "임대차보호법도 세입자에게 별로 유리하지 않아 집주인에게 통사정하는 수밖에 없다"고 털어놨다.

현행 주택임대차보호법에 따르면 1년 만료 때 적용되는 전세금 인상 5% 상한선은 2년 이후 재계약에는 적용되지 않아 일정 요건을 갖춘 집주인의 경우 각종 세금부담을 세입자에게 그대로 전가시킬 수 있는 구조다.

◆ 집 팔기 위해 나가달라

=게다가 일부 다주택자들은 세금 전가는 물론 연말 추가 집값 하락 이전에 매물로 내놓으려고 집 비우기에 나서고 있다.

서울 대치동 W공인 관계자는 "세입자가 없으면 매매 계약이 보다 용이하다"며 "일부 집주인들은 터무니없이 전세금을 올려 세입자들을 나가게 한 후 매매 조건이 맞으면 바로 처분하려 한다"고 귀띔했다.

집주인들의 이 같은 움직임은 실수요자 위주 거래 시장에서 세입자가 없는 집 을 매물로 내놔야 경쟁력이 있다는 판단에서다.

김영진 내집마련정보사 사장은 "최근 90년대 초와 같은 전세금 폭등으로 세입자 불만이 커지고 있다"며 "전세 물건 부족으로 인한 전세금 오름세가 내년 초 까지 지속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최근 정부의 콜금리 인상 효과로 본격적 금리 인상기에 접어들면 대출을 이용한 실수요까지 막아 전세로 더 몰릴 가능성도 커지고 있다.

업계에 따르면 서울 매매가 대비 전세금 비율은 지난 9월 40.7%로 전세에서 내 집 마련하기가 여전히 어렵다.

전문가들은 집값 하락이 계속되면 그 기간에 전세금 강세가 계속될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문일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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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5.10.20 07:58 입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