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osted by 구름너머 2005. 9. 6. 13:11
“빌릴사람 이미 다 빌렸다” 주택담보대출 규제 첫날


2단계 주택담보대출 규제 강화방안이 시행된 첫날인 5일 오전 서울 중구 무교동 우리은행 무교지점에서 은행 직원이 출입문에 대출 규제 관련 안내문을 붙이고 있다. 이날 각 은행 대출창구는 한산했지만 전화 문의는 평소보다 많았다. 이종승 기자
《부동산규제대책 중 하나인 2단계 주택담보대출 규제 강화방안이 5일 시행에 들어갔다. 이날 각 은행 개인대출 창구는 한산했다. 그러나 투기지역 내 아파트 담보대출 규제가 강화된 사실을 모르고 은행을 찾은 실수요자 가운데 일부는 은행 직원과 실랑이를 벌이기도 했다. 전화 문의는 빗발쳤다.》

○ 한산한 창구… 전화 문의는 빗발

5일 경기 용인시 우리은행 수지지점. 주택담보대출을 받기 위해 창구를 찾은 사람은 오전 내내 3명에 그쳤다. 이 지점 고객의 30∼40%는 2채 이상의 주택을 갖고 있다.

창구를 찾은 고객 가운데 한 명은 수월하게 대출을 받았지만 나머지 두 명은 ‘대출 불가’ 판정을 받고 빈손으로 돌아갔다.





이미 자신의 이름으로 아파트 담보대출을 받은 40대 남성은 “이미 7월 초부터 동일인 대출이 안 된다”는 은행 직원의 설명을 듣고 발길을 돌렸다.

남편이 아파트 담보대출을 받았다는 중년 여성은 “왜 안 되느냐”며 은행 직원과 한동안 입씨름을 벌였지만 결국 포기했다.

하루 평균 5건 이상 주택담보대출 상담을 했던 서울 서초구 국민은행 서초동지점에는 이날 한 명도 찾지 않았다.

이 지점 김형오(金炯五) 차장은 “주택담보대출이 필요한 고객은 지난달까지 다 받아갔다”며 “앞으로 주택담보대출 수요가 현격하게 줄어들 것”이라고 내다봤다.

한산한 창구와는 달리 전화 문의는 많았다. 자신의 상황을 설명한 뒤 “주택담보대출을 받을 수 있느냐”는 질문이 대부분이었다. “결혼하지 않은 20대 아들 명의로 아파트 중도금 대출을 받았는데 갚아야 하느냐”는 문의도 적지 않았다.

금융감독원은 “규제가 강화되기 전에 적법하게 받은 대출은 미성년자가 아니라면 회수하지 않는다”고 밝혔다.

○ 이렇게 달라졌다

2단계 주택담보대출 규제 강화방안은 신규 대출뿐 아니라 이미 풀린 돈도 회수하는 고강도 처방이다. 투기지역 내 신규 아파트 담보대출은 실수요자가 아니면 사실상 불가능하다.

배우자가 이미 투기지역 내 담보대출을 받았는데 대출을 신청하려면 확실한 소득이 있어야 하고 총부채상환비율 40% 이내에서만 대출이 가능하다. 총부채상환비율은 주택담보대출의 연 원리금 상환액과 다른 빚의 연 이자 상환액을 더한 뒤 연간 총소득으로 나눈 것.

과거에 주택담보대출을 받지 않았더라도 30세 미만 미혼이면 총부채상환비율의 40% 내에서만 대출받을 수 있다.

미성년자는 기혼자와 소년소녀가장 등 일부 예외가 아니면 투기지역이건 비(非)투기지역이건 주택담보대출을 받을 수 없다.

또 20일부터는 투기지역 아파트 담보대출이 3건 이상인 사람은 만기가 돌아오면 대출금을 전액 갚아야 한다. 1년의 유예기간이 주어졌지만 미리 대비해야 한다.

은행들은 이처럼 담보대출 규제가 강화된 것과 관련해 ‘선 상환, 후 대출’ 전략을 권하고 있다.

건수 기준으로 대출이 규제되기 때문에 수익성이 낮은 주택담보대출을 먼저 갚고 다음에 유망한 주택에 대해 담보대출을 신청하면 된다는 것.

홍석민 기자 smhong@donga.com

김선우 기자 sublime@donga.com

황진영 기자 buddy@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