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osted by 구름너머 2005. 8. 18. 21:11
"세금 무서워 집팔겠나"… 속끓이는 강남
8·31 부동산대책 앞두고 사실상 거래 '실종'
"이사하려면 양도세 합쳐 7억~8억 현금드는데…"
"10명중 8~9명, 세금만 내리면 팔고 떠날생각"
유하룡기자 you11@chosun.com
입력 : 2005.08.17 18:54 49' / 수정 : 2005.08.17 18:58 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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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동산 종합대책
8·31 부동산 종합대책’ 발표를 앞두고 최근 서울 강남 아파트시장은 ‘거래 중단, 가격 약보합세’ 양상이 완연하다. 하지만 시가 10억원이 넘는 강남·서초·송파구 일대 ‘부자 아파트’는 상황이 좀 다르다. 가격도 요지부동이고, 매물도 많지 않다. ‘보유세 인상과 2주택자 중과세’란 정부의 으름장에도 전혀 동요가 없다. 왜 그럴까. 시장에서는 다양한 해석을 내놓고 있다. 먼저, 세금 인상의 위력을 아직 실감하지 못했기 때문이란 해석이다. 올해 종합부동산세는 50% 상한선에 묶여 체감 인상 폭이 크지 않다.

그러나 정부는 ‘내년부터 상한선을 폐지할 것’이라고 엄포를 놓은 상태다. 실제 정책으로 도입될 경우 보유세는 매년 2, 3배씩 오르게 된다. 시간과공간 한광호 대표는 “부자들은 세금 한푼에도 민감하다”면서 “막상 고지서를 받으면 ‘억’ 소리가 날 수 있다”고 말했다. 이렇게 되면 실수요자가 아닌 가수요자가 보유한 집은 가격 하락과 매물 증가가 불가피할 것이란 관측이다. 내집마련정보사 김영진 사장은 “아직 대책이 확정되지 않아 다주택자들이 적극적으로 팔려고 하지 않지만 지금 거론되는 대책만 나와도 시장에는 10·29 대책 이상의 충격이 있을 것”이라며 “좀 더 지켜봐야 한다”고 말했다.


실제 ‘강남 주민들은 떨고(?) 있지만 사정 때문에 팔지 못한다’는 관측도 나온다. 대치동 J부동산 관계자는 “10명 중 8, 9명은 세금만 줄어든다면 집을 팔고 떠날 생각을 갖고 있다”고 말했다. 정부의 세금 인상으로 강남권의 시가 20억원 이상 아파트는 양도세가 5억원이 넘는 집이 수두룩하다. 코리아베스트 주용철 세무사는 “지난 80년대 초 분양됐던 대치동 S아파트 55평형을 지금 팔면 양도세만 4억7000만원에 달한다”고 말했다. 이들 아파트는 최초 분양가격이 7000만~8000만원이었지만, 현재 시세는 20억원대에 달한다. 양도 차익만 19억여원이 넘는다.

실제 매물도 찾기 어렵다. 대치동 B공인중개 관계자는 “경매로 넘어가거나 사업 실패로 어쩔 수 없이 파는 경우 외에는 매물이 없다”고 말했다. “차라리 죽을 때까지 갖고 있다가 자식들에게 물려주겠다”며 상속을 고려하는 소유자들도 적지 않은 것으로 알려졌다. 도곡동 타워팰리스 100평형 주인 김모(38)씨는 “아파트를 팔고 비슷한 가격대의 아파트로 이사하려면 양도세와 취득·등록세 등을 합쳐 7억~8억원이 더 든다”며 “보유세를 내고 말지, 누가 이런 바보 같은 짓을 하겠느냐”고 되물었다.

8월 둘째주 서울 강남구의 아파트 거래량은 23건으로 한 달 전(98건)의 25% 수준으로 격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