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osted by 구름너머 2006. 8. 16. 09:30
1㎠당 20톤 짓눌러도, 영하40도에도 쌩쌩
세상을 바꾸는 첨단 철강기술
포스코, 일반 車보다 강도 3배높은 강판 개발중
빵처럼 부풀어오르는 ‘스펀지 금속’은 방음재로

장화처럼 생긴 이탈리아 반도와 그 장화 끝 남쪽으로 걸려 있는 시칠리아섬 사이에는 좁고 거친 메시나 해협이 가로지르고 있다. 이 메시나 해협이 요즘 세계 철강업계의 뜨거운 관심사로 떠오르고 있다.

이탈리아 정부가 물살 거친 이 해협을 가로지르는 5㎞ 길이의 메시나 대교를 현수교로 건설하는 프로젝트를 진행 중이기 때문이다. 양쪽에 초대형 철탑을 3.3㎞ 간격으로 세우고 철탑에 연결된 지름 1.2m의 강철 케이블로 다리 상판을 지탱하도록 하는 이 공사에 들어가는 강선(鋼線)은 무려 20만t. 포스코와 일본의 신일철(新日鐵), 영국 코러스 등 3사는 3년 전부터 강선 공급을 위한 치열한 연구개발 경쟁을 벌이고 있다.

세계 최장의 현수교인 메시나 대교에 사용될 강선에 요구되는 인장 강도(질긴 정도)는 제곱밀리미터(㎟) 당 200㎏의 하중을 견딜 수 있어야 하는 수준이다. 지금까지는 180㎏ 정도가 최첨단이고, 일반적인 현수교에는 160㎏급 정도가 쓰이고 있다. 포스코 기술연구소에서 연구팀을 이끌고 있는 이덕락 박사는 “메시나 대교에 들어가는 강선을 누가 공급하느냐는 각 철강업체의 자존심이 걸린 문제”라며 “이미 연구실 수준에서는 개발이 완료됐으며, 내년 말까지는 양산이 가능할 것”이라고 말했다. 포스코는 전체 강선 소요량의 3분의 1 정도인 7만t 가량을 공급한다는 목표를 세우고 있다.

▲ 포스코 포항제철소의 제강 공정 장면. 이렇게 만들어진 강철은 다시 다양한 열처리와 냉각, 합급 등의 과정을 거쳐 일상 생활에 쓰이는 첨단 철강 제품으로 가공된다.
최근에는 이베리아 반도 남쪽과 아프리카 북서부 사이의 지브롤터 해협에 대교를 건설하는 프로젝트가 모색되고 있다고 한다. 지금까지는 수심이 깊은 이 해협에 터널이나 다리를 건설하는 것이 불가능하다고 여겨져 왔지만 강도 높은 강선이 잇따라 개발되면서 대교 건설 가능성이 현실화되고 있다는 것이다.

◆불가능하게 여겼던 일들이 속속 현실로

과거에는 불가능하게 여겨지던 대규모 토목 프로젝트들이 철강 분야의 신기술에 힘 입어 가능한 일로 바뀌어가고 있다.

포스코가 8대 전략 기술 중 하나로 개발 중인 API강재 역시 이런 기술로 꼽힌다. API강재로 만든 가스관은 영하 10도 이하에서 강도가 뚝 떨어지는 일반 강철과 달리, 영하 40도 이상 내려가는 시베리아의 혹한 속에서도 강한 압력과 부식을 견딜 수 있도록 만든 고급 강. 인장 강도가 일반 파이프의 두 배나 되는 이 강재의 제조 기술은 열처리와 냉각 과정이 핵심이다. 흑해 연안이나 알래스카 등지의 천연가스를 수천㎞ 밖의 유럽이나 아시아, 미국 등지로 보내려면 강도 높은 API 강재를 사용하지 않을 수 없다.

포스코는 또 일반 자동차용 강판에 비해 강도가 3배가 높은 TWIP강 개발에도 박차를 가하고 있다. 이 강재가 개발되면 자동차 무게는 지금보다 크게 줄어들 수 있다. 배터리와 모터 무게가 대중화의 걸림돌이 되고 있는 전기 자동차나 하이브리드 카도 쇠의 무게를 줄이는 기술에 따라 현실화의 속도가 달라질 전망이다. 포스코 기술연구소 권오준 소장은 “쇠는 각종 소재 중에서도 가장 가격이 싸면서 생활 어느 분야에도 널리 이용 가능한 소재 중 하나”라며 “기술보다 가격을 낮추는 것이 관건”이라고 말했다.

▲ 이탈리아 본토와 시칠리섬을 연결하는 메시나대교 상상도.
◆소비자 피부에 다가온다

철강 신기술은 일상생활로도 깊숙이 파고 들고 있다. 1970년대 개발된 형상기억합금(일정한 온도가 되면 원래의 모양을 찾는 금속)은 1990년대부터 여성용 브래지어와 코르셋, 안경테와 휴대전화 안테나, 완구 등에 다양하게 이용되고 있다.

각종 합금을 사용해 결정 상태인 철의 구조를 액체와 같은 무결정 상태로 바꾼 액체 금속(비정질 금속)은 경도(딱딱한 정도)가 일반 금속의 10배 가까이 된다. 이 금속은 표면이 단단해 이를 이용해 휴대전화를 만들면 오래 써도 흠집이 날 일이 거의 없다. 대(對)탱크용 총알, 골프채 헤드 등에도 이 기술이 응용되고 있다.

머리카락의 10분의1~50분의1 정도 굵기를 가진 금속섬유도 활용도가 넓다. 방탄복과 연구복 등 각종 특수복과 폐기물 처리 필터 등에 금속 섬유가 사용되고 있다. 강판과 강판 사이에 고분자화합물을 넣은 재진 강판은 흡음 기능이 뛰어나 냉장고 소재로 사용하면 소음이 거의 사라진다. 자동차 엔진에도 사용된다.

물에 뜨는 금속으로 통하는 ‘스펀지 금속’도 방음재로 널리 활용되고 있다. 가벼운 알루미늄 금속 안에 계란처럼 끈적끈적한 점증제를 넣어 점도를 높인 뒤, 발포제를 투입하면 금속이 빵처럼 부풀어 오른다. 발포제가 베이킹 파우더 역할을 하는 것이다. 서울시내 지하철역과 아셈타워 엘리베이터 등에 방음재로 이용되고 있다고 한다. 손가락 마디 정도의 작은 크기로 스패너 같은 공구를 들어올릴 수 있는 니오디옴(ND) 자석은 각종 스피커의 풍부한 음향을 좌우한다.

최근에는 나노 기술을 응용한 연구도 다양하게 이뤄지고 있다. PDP나 LCD 내의 발광체(금속)를 나노 크기로 줄이면 지금보다 훨씬 더 선명하면서 전기도 적게 드는 제품을 만들 수 있다고 한다. 연세대 신소재공학부 민동준 교수는 “금속 신기술은 생활 곳곳 보이지 않는 깊숙한 곳까지 스며들어 있다”며 “수요가 있는 한 기술 개발은 끝이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최유식기자 finder@chosun.com
입력 : 2006.08.15 22:31 41' / 수정 : 2006.08.15 22:35 3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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