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osted by 구름너머 2006. 11. 14. 17:52
<대출 규제 강화, 부동산 시장 타격 불가피>(종합)

서울 20-30평형대 서민주택 상당수 3억원 넘어
전문가들 "빈대 잡으려다 초가삼간 태운다" 우려

(서울=연합뉴스) 서미숙 기자 = 정부가 부동산시장 안정을 위해 3억원이 넘는 주택에 대한 담보대출을 규제하기로 함에 따라 부동산 시장이 큰 타격을 입게 됐다.

현재 투기지역내 6억원 초과 주택에 한정하고 있는 주택담보인정비율(LTV)과 총부채상환비율(DTI) 적용을 3억원 초과 주택으로 확대할 경우 강남은 물론 서울시내 전역의 20-30평형 이상 아파트는 대부분 포함되기 때문이다.



14일 전문가들은 이번 조치가 당장 주택 수요를 크게 반감시킴에 따라 급등하고 있는 집값 안정에는 도움이 될 것으로 보고 있다.

부동산정보업체 부동산114에 따르면 이번에 대출 규제 대상에 포함될 서울시내의 3억원 초과 아파트는 총 64만6천167가구로 전체 아파트(126만4천823가구)의 51%가 넘는다. 경기도 역시 52만8천159가구로 전체(175만6천626가구)의 30%를 차지하고 있다.

업계는 서울의 경우 재건축 대상을 제외하더라도 강남권 일반아파트 20평형대 이상, 강북권의 30평형대 이상의 상당수가 3억원을 넘는 것으로 추산한다.

실제 서울 노원구 상계동 수락파크빌 33평형은 매매값이 3억6천만-3억7천만원, 도봉구 방학동 대상타운현대 33평형은 2억8천500만-3억5천만원으로 강북의 전용 25.7평 이하 서민주택도 이번 대출 강화 대상에 포함될 전망이다. 수도권도 최근 집값이 많이 올라 30평형대중 3억원 초과 대상이 많아졌다.

부동산퍼스트 곽창석 전무는 "최근 주택 구입자는 대부분 실수요자이며 전액 자기 돈으로 집을 사는 사람은 거의 없다"며 "시중 은행은 물론 제2 금융권의 대출까지 묶이면 돈 빌리기가 어려워져 주택 구매심리가 크게 꺾일 것"이라고 말했다.

RE멤버스 고종완 소장도 "11월 들어 매수세가 주춤하고, 거래량이 감소하고 있는데 대출을 규제하면 집값이 다소 안정세로 접어들 것"이라고 말했다.

하지만 서민용 아파트인 20-30평형대 조차 자기 돈이 없으면 집을 사지 못하게 하는 건 지나치게 가혹한 처사라는 비난도 쏟아지고 있다.

우리은행 PB센터 안명숙 부동산팀장은 "금융제재는 돈 있는 사람에게는 아무 걸림돌이 되지 않는다. 서민들의 주택 구입만 더욱 어렵게 하는 일"이라며 "당장 집값 안정에 도움이 될 지 몰라도 결국 부자들의 투자만 원활하게 해 '부익부 빈익빈'의 부작용을 가속화할 수 있다"고 우려했다.

서울 동대문구 장안동의 한 중개업소 사장은 "담보대출은 집을 사려는 사람 뿐 아니라 자영업자의 사업자금을 만들어내는 통로이기도 하다"며 "부동산 가격 안정도 좋지만 서민경제를 악화시켜 결국 '빈대 잡으려다 초가 삼간 태운다'는 속담이 맞아떨어지는 게 아닌지 걱정"이라고 말했다.

새 아파트 분양 시장에도 비상이 걸렸다. 중도금 대출에 제약을 받게 돼 건설업체들은 분양률을 장담할 수 없는 처지다.

특히 비투기지역까지 담보대출인정비율과 총부채상환비율 등을 적용할 경우 수도권 외곽과 지방 시장은 참패를 면치 못할 것으로 우려하고 있다.

시흥 능곡지구 등 현재 분양을 준비중인 곳은 이미 은행권의 집단담보대출 승인을 받은 상태여서 대출금액이 축소되지는 않겠지만 DTI가 적용될까 우려하고 있다.

내외주건 김신조 사장은 "최근 지방의 경우 미분양이 조금씩 팔려나가는 등 분위기가 살아나고 있었는데 이번 조치로 찬물을 끼얹게 됐다"며 "담보대출도 막혀있는데 분양 중도금까지 제약을 받을 경우 주택구입이 더욱 힘들어질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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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6/11/14 15:11 송고